
한류 걸그룹 KARA의 계약해지 통보 파문이
한일 양국에서 톱이슈가 됐습니다. 일본에선 KARA의 멤버가 3:2로 갈리면서 동방신기의 해체 악몽이 재현됐다며 이 소식을 크게 다루고
있는데요.
KARA는 일본인이 뽑은 ‘2011년에 대박을 낼 신인가수’ 1위에 꼽히는
등 최근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화제를 모았기 때문인지 그 충격도 무척 큰 것 같습니다. 한국 아이돌 기획사의 시스템과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
기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KARA도 동방신기처럼 한류의 중심에서
3:2로 갈라설 가능성이 큰데요. 일본에서 ‘신한류’를 이끈 주인공들이긴 하지만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룹이 해체된 뒤 멤버
개개인으로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KARA의 일본 활동을 총괄하는 매니지먼트사 ‘유니버설 뮤직 재팬’의
KARA 담당자와 직접 통화를 했는데요. 3월의 라이브 이벤트와 음반 발매, 일본 스케줄 전반에 대한 취소 여부를
물어봤습니다.
담당자는 “현 단계로선 아무런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한국 (소속사)
측에 계속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3:2로 멤버가 갈린 사실에 대해서도 “아직 확인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KARA가 주연한 드라마 ‘URAKARA’를 방영하고 있는 테레비토쿄의
프로그램 담당자에게도 연락했는데요.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대기하는 동안 ‘KARA의 첫 드라마 URAKARA가 방영된다’는 내용의 홍보 멘트와
음악이 흘러나오더군요.

이 드라마가 심야시간대에 방영되는데도 시청률이 4%를 넘으며 이전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높아서 방송사 측에선 무척이나 기대가 클 것입니다. 테레비토쿄 담당자는 일단 “드라마 방영은 예정대로 진행하며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촬영이 모두 끝났냐는 질문에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계속 진행
중”이라고 답했는데요. KARA의 일본 활동이 중단될 경우 드라마 촬영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묻자 “해체 관련 정보에 대해선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으로선 모두들 “변경이 없다” “확인한 바 없다”며 공식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지만 KARA가 무대에 서지 않고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는 순간, 일본 활동과 관련된 회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이들 회사는 한국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관계이고 그 내용에 맞춰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활동 중단으로 발생하는 엄청난 피해 부분을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손해배상 등 금전적 부분이 아니더라도 한류 자체에 대한 일본 업계의 신뢰가
크게 무너져 향후 한국 가수들의 일본 진출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계약서와 계약의 이행, 신뢰를 가장 중시하는 그들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요.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류는 외화 획득 차원에서 벗어나
국가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주먹구구식으로 팽창하며 양만 늘리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르는 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도 있죠.
한국에선 소속사라고 불리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들. 일본 연예인들은 소속사를
‘지무쇼’(事務所: 사무소)라고 부르곤 합니다. 정식으로는 ‘소속사무소’라고 쓰이지만 보통 줄여서 ‘지무쇼’로
통합니다.
소속사와 지무쇼. 같은 일을 하는 회사이지만 어감에선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소속사는 어딘가에 소속돼 전적으로 관리를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죠. 반면, 지무쇼, 즉, 사무소는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처럼
급여를 받고 정해진 업무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일본 연예인들을 실제로 계약서에 정해진 월급을 받고 연예계 활동을 합니다.
인기를 얻게 되면 CF, 개런티, 음반 수익 등을 통해 이익을 냅니다. 이 돈은 일단 회사가 받습니다. 그게 지무쇼와 연예인 사이의 계약
내용이니까요.
회사원이 상여금이나 인센티브를 받는 것처럼 연예인에겐 계약서에 나온 대로
분배 금액이 할당됩니다. 물론 회사가 연예인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 위험 요소를 감수하고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향후 발생하는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훨씬 많겠죠.
인기를 얻지 못해서 투자금액에 미치지 못하고 회사에 손실을 내도 정해진
급여는 받습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계약해지, 다시 말해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퇴출된 연예인은 다른 매니지먼트 사에서도
반길 일이 없겠죠.
일본도 스즈키 아미 등 지무쇼와 연예인 사이에 트러블 사건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심하지 않은 이유는 계약서에 따라 정해진 급여를 지급하고 활동을 지원하며 수익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연예인도
계약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욕심을 갖지 않습니다.
한국 대중문화는 실력이 뛰어난 가수와 배우가 많아서 수준이 상당히 높습니다.
뛰어나니까 국경과 언어의 벽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가 인기를 모으는 것이겠죠.
하지만 좋은 컨텐츠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방신기와 KARA의 사례를
통해 컨텐츠를 관리하는 한류의 시스템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한류가 해외에서 자랑거리가 아니라 비웃음거리가 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