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뒤늦게 부고 기사 한 줄을 읽었다. 글자가 뿌옇게 흐려져서 마지막
문장을 읽기까지 여러 번 코를 풀어야 했다. 사진 속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자꾸 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부고 기사를 보고 울었던 적이 있었던가? ‘영혼의 지도자’가 영면하셨을 때도
‘만인의 연인’이 영별했을 때도 가슴이 휑해지기는 했지만 울음이 터지지는 않았더랬다.
돌이켜 보면, 그녀의 글귀들은 곧잘 나를 울리곤 했었다.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책은 ‘내 생애 단 한번’이었다. 매학기 장 교수의 수업을
듣던 동생이 건네준 책이었고 이후 모든 책을 섭렵했던 것 같다. “세상은 아름답다”는
명제에 대해 그것은 pseudo-휴머니즘일 뿐 진정한 휴머니스트라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믿던 사회과학도의 마음속에 ‘혁명’이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와 일면식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훔치는
까닭은 그녀가 ‘희망 전도사’여서도 아니고 ‘행복 전도사’여서도 아니고 ‘문학소녀’여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행복을 전파하는 사람이,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과 다르게 그녀의 글들은 ‘진정성’이 있다.
울림이 큰 이유다.

몸을 불편한 그녀에게 3번이나 암이 찾아왔고 마지막 암은 이겨내지 못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항상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고, 살 만 하다고 아니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유작이 되어버린 수필집 유고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서 그녀는 “맞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위로받지 않을 자 누가 있을까?
습관처럼 ‘장영희’를 치고 검색되는 블로그들을 읽어보니 참 아름다운 인연들을
많이 남기셨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가 내민 손길이 얼마나 세상을 따뜻하게 했는지를
기록하고자 몇몇 글을 옮겨 적는다.
- 2005년 장영희 교수의 ‘19세기 미국 소설’ 수업을 들은
학생(ID 커스터드)
밤샘 공부를 하고 퀴즈를 보아도 학점은 B였다. 지나고 나니 당시 수업 내용과
토론 내용이 큰 보탬이 되었다는 고백과 함께 모든 학생들에게 깜짝 선물을 하셨다는
얘기를 전한다. 바로 장 교수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 과 손수 만드신 책갈피였다고.
(블로그 전문 중에서) 책갈피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프린트 되어 있다. “To
improve is to change, to be perfect is to change often” 제 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이다. 뒷면에는 교수님의
자필로 된 서명이 적혀 있다. ‘With love, 장영희’.
- 캐나다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장교수의 대학 1년
후배(ID 워털루맨)
(블로그 전문 중) 일을 마치고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동창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는데 그 자리에 장선배도 동석했다.…그날 좌중의 대화는 장 교수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그녀는 자기가 엄청난 방향치여서 운전하면서 겪은 말도 안 되는
실수들을 하이 피치의 목소리로 얼마나 재미있게 얘기하던지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이미 십여년의 교편 경력이 있는 그녀는 더 이상 단발머리의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수줍은 소녀가 아니었고 자신의 장애나 실수에 얽매이는 소심한 사람이 아니라
그것들을 웃음으로 극복할 줄 아는 지혜롭고 쾌활한 중년 여성이었다.
- 말년 병장이 되어 군대문고에서 장 교수의 책을 발견했다는
ID 멍군
우연히 읽게 된 장교수의 책에 감동을 받아 이 블로그의 주인은 장 교수에게 직접
장문에 편지를 쓰게 된다. 그 과정을 옮겨오면 아래와 같다.
(블로그 전문 중) 이것저것 읽다가, 구석에서 유난히도 읽기 싫은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아. 그 당시에 이 책만 한 10권 있었는데, 깨끗한
상태로 아무도 빌려간 흔적이 없었다. 판타지나 무협소설은 안 읽는 본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메일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방송국 사연엽서가 아니면 절대 펜을
잡지 않는다는 전역 50일도 안 남긴 상태에서 장영희 교수님께 장문의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