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도 깜짝 놀란 일본의 '독한 야구'

카테고리 : 야구 놀이터 | 작성자 : 유니소년

김태균의 장점 중 하나는 공을 끝까지 보고 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의외의 볼 배합에 곧잘 삼진을 당하곤 합니다. 그 와중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야구 선수들이 쓰는 은어 중에 ‘쎄오리’란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 이론 등을 뜻하는 ‘Theory’의 일본식 영어 표현인데요. 경기 흐름상 응당 나올 법한 작전 또는 플레이를 의미합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 겸 올스타전 취재를 겸해 일본에서 만난 김태균(롯데)은 바로 이 쎄오리가 통하지 않아 무척 답답해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현장 분위기를 전하자면 정말 살벌하더군요. 일본 투수들은 ‘너에게만은 정말 맞고 싶지 않다’는 느낌으로 공을 던지더군요. 바로 전 타자인 이구치 타다히토와는 달리 김태균에게는 전혀 좋은 공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태균은 그런 투수들의 공을 때려내야 하니 더욱 집중하는 것 같았구요. 그냥 정규시즌의 한 타석 한 타석이었을 뿐이었는데도 마치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7월 21일 니혼햄과 롯데의 경기에서도 김태균은 정말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국 야구 선수들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쎄오리’가 통하지 않은 것이었지요.

  1-0으로 롯데가 앞선 3회 초 공격이었습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김태균이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서 한 점만 달아나면 경기 초반 승기를 확실히 가져올 수 있는 흐름이었습니다. 니혼햄으로서도 추가점을 내 주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요.

  스트라이크와 볼과 파울이 나오면서 볼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2볼이 됐습니다. 여기서 니혼햄 왼손 선발 투수 야기 토모야는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승부구로 택합니다. 김태균의 방망이는 나갈 뻔하다가 막판에 가까스로 멈췄습니다. 2사 만루 2아웃에 2스트라이크 3볼의 상황이 된 것입니다.

  여기서의 쎄오리는 간단해 보입니다. 바로 정면 승부입니다. 볼넷을 내주면 뼈아픈 1점이 되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면 투수는 제구가 자신 있는 공으로 스트라이크 존 끝을 공략하는 게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김태균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래서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이 오면 무조건 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 니혼햄의 배터리는 역으로 공략을 했습니다. 바로 직전 김태균이 속지 않았던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포크볼을 비슷한 스피드로 비슷한 위치에 던진 것입니다. 당연히 스트라이크를 예상했던 김태균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고 삼진 아웃으로 공수 교대가 됐습니다.

  안타를 맞느니 차라리 밀어내기 볼넷을 주겠다. 치려면 치고 말려면 말아라. 볼넷으로 주는 1점은 아깝지 않다. 뭐 대충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김태균에 따르면 이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기야 밀어내기 상황에서도 일부러 볼을 던질 정도니 평소에는 더욱 심하겠지요.

 

한국에서와
달린 일본에서 김태균은 연습 때나 경기 때나 항상 신중합니다. 모처럼 만난 기자에게
밝은 표정을 보여줘 무척 고마웠습니다.   삿포로=이헌재 기자

 

  일본 야수들의 악착같은 수비 역시 종종 김태균의 힘을 빼놓습니다. 20일 니혼햄전 7회 2사 1, 3루에서 김태균은 3루수 방향으로 안타성 타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3루수 고야노 에이치가 다이빙을 해서 잡더니 거의 드러눕다시피한 상태에서 2루에서 1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켰습니다. 1타점 적시타가 될 타구가 그냥 범타가 된 것입니다. 

  퍼시픽리그 팀들이 사용하는 큰 구장 역시 버거운 벽입니다.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돔이나 니혼햄의 삿포로 돔은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큽니다. 게다가 펜스 높이는 3m에 육박합니다. 어지간히 쳐서는 넘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더구나 롯데의 홈구장인 마린스타디움은 역방향으로 부는 바람으로 악명 높습니다. 김태균은 “타자에게는 홈런을 쳤을 때의 느낌이라는 게 있다. ‘아, 이번에는 갔다’고 느꼈는데 담장을 맞고 튀어 나오거나 담장 앞에서 잡힌 게 5번 정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홈런 한 방이 타격감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 지는 말할 나위가 없지요.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김태균은 타율 0.280에 18홈런, 73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습니다. 4번 타자에게 중요한 타점은 퍼시픽리그 1위이지요. 게다가 퍼시픽리그 최다 득표로 별들의 잔치라는 올스타전에도 나갔고, 홈런 레이스에서는 우승도 했습니다. 김태균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일본 출장이었습니다. 외로운 가운데서도 선전하고 있는 김태균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me2day

댓글 남기기

당신의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