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프로야구 계가 시끄럽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도입한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12초 룰’ 때문입니다. 12초 안에 투구를 해야 하는 투수들도 혼란스럽겠지만 기존 스트라이크존보다 타자 몸쪽과 바깥쪽으로 공 반 개 씩을 넓힌 새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타자들은 거의 패닉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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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스포츠조선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경기에서도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은 생각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날 삼진을 당한 뒤 고개를 갸웃거린 타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몸쪽 공에 몸을 피한 타자도 삼진, 멀찌감치 빠져나간 공을 쳐다보던 타자도 삼진이었습니다. 바로 전년까지만 해도 무조건 볼이었던 공이 이제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니 그럴 만도 합니다. 타자들은 고교 때부터 길게는 10년 넘게 기존의 스트라이크존으로 경기를 해 왔으니까요.
두산의 톱타자로 나섰던 이종욱은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도저히 감을 못 잡겠다. 2스트라이크를 먹기 전에 공을 치는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면 나쁜 공에도 손이 나가게 돼 타격 밸런스가 깨질 위험이 있다”며 탄식을 하더군요. 한 전력분석원은 “위아래도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 이해가 되지만 양 사이드로 넓어지니 타자들이 혼란스러울 만 하다. 우리 팀 타자가 삼진을 먹은 어떤 공은 아예 방망이에 닿지도 못한 만큼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했습니다.
찬반양론도 거셉니다. 김성근 SK 감독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넓은 스트라이크존일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김경문 두산 감독은 “어차피 8개 구단 타자들이 공통적으로 맞는 현실이다.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가운데 KBO는 공격적인 야구를 위해 올 시즌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송진우는
한국판 제구력의 마술사였습니다.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듯한 공은
그의 주무기였습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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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떠나 지금의 현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퍼뜩 하고 지나간 한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회장님’ 송진우(44)입니다. 21년 간 3003이닝 투구에 210승 153패 평균자책 3.51의 빼어난 성적을 올린 송진우는 지난해 은퇴한 뒤 올해부터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송진우가 은퇴를 하지 않고 계속 현역에 있었다면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최대 수혜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선수 시절 송진우에게는 ‘송진우 존’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송진우는 제구력에 관한 한 몇 손 안에 꼽히는 투수였습니다. 구심이 바깥쪽으로 살짝 빠지는 듯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는 날 송진우는 언터쳐블이었습니다. 스트라이크라고도 볼 수 있고, 볼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공인데요. 그 공을 잡아주는 날이면 타자들은 엄청난 혼란에 빠졌습니다. 맞혀 봐야 거의 방망이 끝에 닿을 듯 말 듯한 공인데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으니 안 칠 수도 없는 처지였으니까요.
그런데 새로 바뀐 스트라이크존은 몸쪽까지 공 반 개 정도를 넓혔습니다. 송진우 같은 면도칼 제구력을 가진 투수에게는 달리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겠지요. 몸쪽 바깥쪽으로 번갈아 공략을 하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타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은퇴식에서의 송진우입니다. 1년 만 더 은퇴를 미뤘다면 현역 선수 생활은 더 길어졌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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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에게는 불행하게도(반대로 타자들에게는 행운이겠지요) 이 규정은 최근에 만들어졌습니다. 지난해가 유례없는 타고투저(타자들이 세고 투수들이 약한 것)의 해였기에 이의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지요.
지금이라도 송진우가 현역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송진우는 지난 해 초반 2군으로 떨어졌고, 중순부터는 거의 훈련을 하지 않았습니다. 40대 중반 나이의 선수가 거의 1년 가까이 공을 던지지 않고 쉰 뒤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약 운 때가 조금만 더 맞았다면 송진우는 몇 년 정도 더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있지 않았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