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르헨티나에 무너졌다.
넘자! 넘저! 넘자!를 외쳐댔지만, 그냥 무너졌다.
나는 그 이유를 차두리를 뺀 데서 찾는다.
그냥 차두리의 역할이 없어졌기 때문에 졌다는 뜻이 아니라,
왜 차두리를 뺐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국축구의 문제점이 드러난다고 믿는다는
말이다.
(나는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히딩크축구의 상징은 차두리라고 믿어왔다. 그러므로
이 분석은 사실 내 무의식의 강한 편견의 발로일수도 있다는 점을 조금은 인정한다)
물론, 내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어제도 그제도 삼가고 또 삼가 글을 조심스럽게 썼다.
결과론, 그거 누가 말 못하냐고 할까봐 지금도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우리가 16강에 갈 것으로 확신하면서
다양한 측면에서의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해 본다.

1. 국가대표 축구라는 경기적 측면
국가대표는 상시 운영되는 팀이 아니다. 모여야할 때만 모이는 팀.
따라서 호흡을 맞추는 훈련이 필요하고, 그것을 넘어서서
실전이 곧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무지 잘하는 팀도 처음엔 좀 버벅거리다가 나중에 잘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축구의 수비불안을 극복했다고 그리스전이 끝나고 이야기됐다.
공격적 성향을 갖추면서도 완벽한 세이브를 해냈다.
그리고 그중 한 축이 차두리다.
그 경기가 끝나고, 박지성과 함께 최고의 점수를 받은 것이 차두리.
이제 호흡을 맞췄으면, 다음의 강팀은 당연히 그 구성으로 가야하는 것 아닐까.
공격의 변화를 위해서라면 그럴수있지만, 수비의 변화??? 수긍하기 어렵다.
정교한 아르헨티나를 잡으려고 다른 정교한 선수를 쓴다고?
불싯!
스페인을 잡은 스위스를 보자고 다들 이야기하지 않았나?
그냥 서있기만 해도 벽이 되는 스위스,
그리고 갑자기 뻗어나가는 창의 날카로움.
(갑자기 영화 300이 생각나네. 천하의 그리스도 무찌른 대한민국인데…)
2. 신바람이라는 한국정서의 측면
그리스전 이후 한국이 난리가 났다.
차두리 때문에 너무 신이 났다. 나도 그렇지만, 차두리 로봇설은 폭발적이었다.
평점도 가장 높았고, 경기도 나름 잘 했고(무지 잘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었다.
머리를 번쩍여서 쉽게 띄기도 했지만,
열심히 뛰고 듬직하게 버티니까 잘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신이 났다. 차두리도 신이 났고, 나라가 신이났다.
그런데, 그 신바람의 주축을 뺐다.
전략, 전술, 상대분석, 과학축구, 컨디션 등등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신바람 풍선에 과감하게 구멍이 확~~~ 뚫려버렸다.
3.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남아공월드컵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승패가 예상을 뒤집는 현상이 계속된다. 예상이 잘못된 것인가?
뭐 그럴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이야기해도 이변이다.
멕시코가 프랑스를 잡았다.
스위스가 스페인을 잡았듯이.
한국이 그리스를 잡고, 북한이 브라질을 괴롭혔다.
그리고 일본이 카메룬을 이겼다.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이기기는 힘들어도 무척 괴롭힐 수는 있었다.
투지를 세계에 떨칠 수는 있었다,
첫 경기의 한국처럼만 했다면…. 그런데 못했다.
탄탄함으로 버리고 교묘함을 택했다.
그 아픔이 경기 내내 드러났다.
이청용의 슛장면을 빼고 말한다면, 후반은 박지성 혼자 고군분투한 느낌.
교묘함은 더 교묘한 아르헨티나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4. 나만의 스타일, 나도 있단 말이야
누구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한다.
게다가 잘나간다 싶을 땐 더욱 그렇다. 인지상정이다.
나라고 다를리 없고, 다른 사람이 그런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진정 승리를 원한다면, 그 욕망을 잠재울 수도 있어야 한다.
천하의 마라도나도 안전부절 승리! 승리를 외쳐댔다.
자신만의 스타일 드러내기보다는 주심에게 어필하기, 상대팀 벤치에 싸움걸기….
우리는 새 선수, 새 피, 새로 발탁된 선수를 기용하고 싶어하는 예선, 평가전을
치렀다.
너무너무 ‘새 선수’를 확인하고 싶어서 평가전때도 확연히 드러났다.
그래서 차두리 대신 뛸 선수를 확인하고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기회가 오자, 발빠르게 새카드를 꺼냈다.
공격에서도 그렇다.
첫 경기에서 잘 뛰었다고 판단되지 않는 새 선수들이 그대로 뛰었다.
교체멤버를 보면 더 확연하다.
대한민국이 몰리고 있을 때, 월드컵의 조커는 안정환이다.
그런데 다른 공격수가 나섰다.
수비에서는 빠른 선수를 써야한다고 그렇게 그렇게 외쳐댄 팀에서
공격에서는 서있는 선수를 조커라고 내세웠다.
논리적 불일치를 보인다.
그렇다면 심리적 문제인 것이다.
새로운 축구로 승리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승리해야 한다는 단순명제를 이겼다. 결과는 패배.
5. 한국축구의 상징이 되고싶다??
위의 분석에서 연결되는 것.
한국축구의 상징은 누구일까. 아직은 차범근일 것 같다.
그가, 월드컵 단독중계의 해설자로 나섰다.
그래서 그를 넘어서 한국축구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저밑의 생각이
꿈틀거렸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스타일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열심히 뛰어온 당신들,
이세연 이회택 차범근, 그리고 히딩크,
이젠 한국축구의 상징이 바뀔 때가 되었다.
월드컵 승리! 이젠 한국축구의 새 상징이 탄생했다.
이런 심층심리(순전히 내 추측일 뿐이지만)가 작용한 결과가 새로운 축구,
새로 발굴한 선수를 통한 축구이고,
그 표면적 표출형태가 차두리 제외, 이동국 투입일 터이다.
엄청난 비약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 솔직한 심정은 이게 1번 이유.
6. 그리고 기타 등등

이번 월드컵 최고의 무기는 투박함이다.
메시가 수비를 집중시켰기 때문에 이과인에게 기회가 왔겠지만
어쨌든, 메시가 아니라 이과인이 해트트릭을 세웠다.
박주영이 이런저런 플레이를 잘 했지만, 박지성이 훨씬 더 많은 공을 세웠다.
스페인 브라질이 잘 뛰었지만, 스위스 북한이 더 돋보였고
어머어마한 전차군단 독일의 단순무식한 공포스러움이 남아공을 휩쓸고 있다.
16강 가는 길은 아직 열려있다.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는가? 그러면 이기는 축구를 해라.
‘새로운 스타일’이 살아있는 축구가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하라는 말이다.
한국이 힘을 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전체로서 강해지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잘 뛸 수 있는 선수들, 잘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서 기회를 빼앗지 말자.
그들이 가져다줄 한국민에 대한 기여를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