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전세계 영화계는 한바탕 뒤집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음산한 둥둥 거리는 음악과 함께 수면 위에 뜬 지느러미를 볼라치면 기겁을 하게 되는데… 다름아닌 스티븐 스필버그가 1975년에 만든 ‘죠스’라는 영화가 그 주인공이다.
그당시 우리나라에서 공포물이라고 해봐야 고작 귀신 이야기 뿐이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권선징악을 실현시키기 위해 죄 지은 자를 응징한다는 내용. 밤 깊은 산속에서 나오는 음흉한 소리와 피를 질질 흘리는 머리 풀은 한 맺힌 여성이 대부분. 물론 김기영 감독이 만든 여자 시리즈를 보면 색다른 공포감이 있었지만 대중적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백상어 공포는 우리에게도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스필버그가 만든 죠스가 1975년에 개봉했고 국내에 수입 계약을 체결한 것은 1978년 2월이란다.
우진필름이 그당시로 치면 거금의 40만 불(사상최고가)을 들여 죠스를 수입한 것이다. 중앙극장에서 상영예정이라는데 맨 위 광고를 보면 1976년 5월 22일에 개봉한다.그럼 이미 2년 전에 죠스라는 영화가 ‘백상어’ 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것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맨 위 광고를 유심히 살펴봤다. 제작/감독이 피터 킴벌. 스필버그가 아니었다.
죠스가 전세계 흥행돌풍을 일으키자 아류작이 먼저 국내에 게봉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맨 위에 나온 백상어. 원래 오리지널 포스터는 이런 모습이다.
아마도 75년에 개봉되고 흥행돌풍이 있었음에도 가격 자체가 너무 비싸서 바로 수입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3년이 자나서야 40만 불을 투척해 국내 개봉을 어렵게 성사시킨 것. 그런데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국내 개봉된 포스터나 광고, 기사가 없다.
왜 그랬을까….
죠스의 흥행은 다양한 아류작으로 이어졌다. 시리즈물로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여할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스필버그가 그랬을까?
1979년 7월에 개봉한 ‘죠스2’ 라는 영화다. 본 광고로는 누가 감독인지, 주연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좋은 도구가 있으니 이 놈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놋스작이란 감독이 만든영화로 원제를 보니 ‘All New’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역시나 원작의 유명세를 차용해 인기 한 번 끌어보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잔인함의 강도가 좀 커졌을지 몰라도 원작에서 봤던 인간 본연의 공포심은 이미 맛봤기에 그닥 충격적이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죠스는 2편에서 마무리됐지만, 죠스는 수 많은 ‘괴수물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위 영화는 77년에 개봉한 ‘홀리데이 킬러’ 라는 영화. 홀리데이에만 사람을 죽이는 괴물체인 듯. 카피문구에 나왔듯이 죠스 이래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한 화제의 공포영화라고 한다. 그럼 이 괴물의 정체는? 얼핏 보면 뱀인 줄 알았는데 광고 문구를 보니 이런 말이 있다. “죠스의 상어 대신 문어를 등장시킨 바다 배경의 공포영화” 아항 문어구만. 그런데 죠스의 강턱과 날카로운 이빨과 달리 문어의 거대한 빨판? 이 얼마나 관객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을까? 또 하나 이채로운 점은 주연 배우가 명배우 헨리 폰다와 죤 휴스톤이라는 점. 이런 듣보잡 영화에 명배우 두 사람이 출연하다니…
또 하나 죠스의 아류작을 살펴보자. 역시 77년에 개봉한 영화로 제목은 ‘그레이트 헌팅’. 원제도 그대로다. 자 이번에 괴물은 어떤놈일까? 일단 다큐멘터리 형식이고 어떤 하나의 괴물체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영화화한 듯. 보아하니 육식동물이 사냥하는 모습과 인간이 대형 동물(코끼리, 코뿔소) 사냥하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쉽게 말해 요즘 캐이블 방송에서 보여주는 내셔널 지오그라피나 디스커버리에서 가끔 보여주는 동물의 왕국인 듯.
지금이야 쉽게 보는 장면이겠지만 1977년이라면 영화화해도 사람들이 충분히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 영화는 1급 개봉관인 단성사에서 그것도 무려 대목인 구정에 개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볼 영화는 78년에 개봉한 ‘악어의 공포’라는 영화. 사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악어를 매개로 한 공포영화도 많이나왔다. 아마도 시초격이 이 영화가 아닌가 싶다. (죠스의 영향으로 악어도 괴물영화의 아이콘이 되버린 것)
백상아리의 무시무시한 모습보다 더 흉축한 것이 바로 악어. 생긴 것만봐도 무섭다. 그런데 죠스는 바다를 배경으로 삼는데, 인간과 바다는 매우 밀첩한 관계에 있다. 여름에 해수욕장 가는 것처럼 인간과 죠스의 만남은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악어는? 악어는 늪이나 아프리카에 사는데 인간과 조우할 가능성이 있나?
그럼 악어가 동물원에서 탈출 해 도시로 진출하나? (정말 이런 스토리의 영화가 있다)
위 영화는 한국과 태국의 합작영화다. 결국 죠스의 흥행열풍에 태국에 많은 악어를 가지고 괴물영화를 한번 만든 것. 역시 단성사에서 개봉한 것이 이채롭다.
스필버그의 죠스는 그 후 많은 괴물 영화 등장의 시발점이 됐다.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상어가 우리 코앞에 나타날 수 있고, 그 등장이 얼마나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일캐워 준 것이다. 그 후로 악어, 거미, 뱀(구렁이), 돌연변이(괴수물) 등 수 많은 괴물들이 출현해 우리의 등골을 오싹하게 해 주었다.
아차, 가만 생각해보니 죠스보다 히치콕의 ‘새’ 가 이런 영화의 원조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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