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2011.12.17

영국 작가 H G 웰스가 1897년 발표한 소설 ‘투명인간’을 읽지 않았더라도 ‘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하는 상상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내 몸이 보이지 않으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비밀스러운 것도 훔쳐볼 수 있다는 복합심리다. 생태계에서 몸을 감추는 일반적 방식은 보호색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카멜레온이 그때그때 피부색을 바꾸는 것이 그렇다. 얼음세상의 포식자 북극곰은 설원에 하얀 몸을 숨기고 물개들에게 은밀히 다가가 치명적 일격을 가한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적에게 동태를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목마는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펼친 은폐·엄폐술의 정수였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매복(埋伏)은 소수 병력으로 대군(大軍)을 물리칠 수 있는 계책이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강감찬의 귀주대첩, 김좌진의 청산리전투가 모두 매복 전술의 승리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대전에서 공군력은 개전 초기 적의 화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결정적이다.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 전투기는 아예 출격조차 못했다. 일등공신은 적군의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음향 탐지를 피할 수 있는 사실상 최초의 스텔스기인 미군의 F-117 폭격기였다. ‘나이트 호크’라고 불리는 F-117기는 기동성이 떨어져 지대공 미사일에 취약해 야간에만 폭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1시간 공격에 55시간을 정비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레이더 탐지를 막기 위해 기체 외부에 바르는 특수도료 작업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가 차세대전투기로 최신 스텔스 기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 F-35를 선정했다. 이 전투기가 투입되는 2015년이 되면 동북아 상공은 중국의 젠(殲)-20, 러시아의 수호이 T-50 PAK-FA와 더불어 스텔스 전투기 세상이 된다. 한국도 내년 10월 차세대전투기 선정을 앞두고 있다. 스텔스기인 F-35와 비(非)스텔스기인 F-15SE, 유로파이터 등 3개 기종이 경합하고 있다. 우리 군은 8조2000억 원 이상이 드는 대형 구매인 데다 대통령 선거 직전이라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스텔스 기능이 기종 선정의 금과옥조(金科玉條)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실상부한 최강(最强) 기종 선정이다. 보복 타격력이 탁월해 적이 감히 도발하지 못할 압도적 전쟁억제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카테고리 :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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