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천재 브레진스키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를 두번 만나 인터뷰 할 수 있었습니다. 1928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브레진스키는 외교관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따라 10세때 캐나다로 이주한 뒤 1953년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땄고 1953년부터 1960년까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강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하버드에서 full tenure를 받지 못했고 컬럼비아대 교수로 옮겨가죠. 브레진스키는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발탁돼 1977년부터 4년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냅니다. 공화당에 헨리 키신저가 있다면 민주당에 브레진스키가 있다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은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안보 전략가의 반열에 오릅니다. 둘은 대단한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1978년 중국을 방문해 미중수교협정 초안을 기초한 사람도 브레진스키죠. 키신저가 핑퐁외교를 통해 미-중 관계 정상화의 기초를 닦았다면 브레진스키는 그 화룡점정을 할 셈입니다.

 브레진스키는 현재 워싱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입니다. 4층에 연구실이 있는데 그의 방은 냉전시기 미국 외교안보를 조율했던 거장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숨쉽니다. 사방 벽면에는 미중수교, 아프가니스탄전쟁, 헬싱키프로세스 조율의 현장이 담긴 흑백사진이 가득해요.

 여러차례 공을 들여 성사된 1차 인터뷰 날은 2010년 1월 이었습니다. 시간은 딱 20분 정도 할애하더군요. 야박하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대화내용을 녹음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오케이. 근데 인터뷰를 시작하자 브레진스키는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다니 녹음기를 꺼내 자기 답변 내용을 녹음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기자생활 거의 20년이지만 인터뷰 하는 자기 목소리를 직접 녹음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두번째 인터뷰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1월에 했어요. 그래도 한번 했다고 좀 수월하게 인터뷰 허락을 해 주더군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 인터뷰라 중국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세계질서를 좌우할 이른바 G-2 반열에 올랐다는 세간의 평가속에 이뤄진 역사적인 방중이었습니다. 브레진스키는 1979년 1월 미국을 전격방문했던 덩샤오핑의 상대역이기도 했죠.

 브레진스키의 목소리는 별로 듣기 좋은 목소리는 아니더군요. 탁성에 노인 특유의 떨림까지…게다가 동구권 특유의 액센트까지 있었습니다. 인터뷰 하면서 혼자 ‘혹시 이 사람 영어를 잘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봤죠…ㅋㅋ 하지만 그의 인터뷰 내용을 풀어보니 역시 대가는 대가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장을 그대로 받아쳐 보니 잘 정리된 논문같은 정합성이 있었습니다.

 인신공격하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브레진스키는 꼭 삼각돌이 같은 얼굴에 다소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얀 피부의 소유자였고 그 얼굴에는 정말 잔 주름이 지글지글 하더군요. 깐깐한 성격을 증명하듯 인터뷰는 칼같이 20분 만에 마무리 됐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에게 “인터뷰 기사 초고를 좀 보내줄 수 있겠니?” 라고 요청하더군요. 혹시 자기 쿼트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뒀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싸인을 요청했더니 ‘Dear Dong-A Ilbo Readers. Best Wishes for 2010. From Korea’s Admirer and Friend’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브레진스키는 카터 행정부 내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도하며 한국의 안보를 불안하게 했던 사람이죠…여하튼 많은 시간이 지난 이제는 친구이자 한국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다행이죠?

 당시 인터뷰 기사 링크를 공유합니다. 대문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브레진스키 입니다.  

 

2010년 1월 기사. http://news.donga.com/3/all/20100104/25198306/1

 

2011년 1월 기사. http://news.donga.com/3/all/20110112/33873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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