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lent의 B급토크] 박수칠 때 떠나라

[sylent의 B급토크]는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기록이다.

 

 

[sylent의 B급토크] 박수칠 때 떠나라

 

sylent : 바야흐로, 그분이 오셨어.

 

왕일 : 그동안 [공군ACE]의 에이스로 활약한건 ‘그분‘이 아니었나?

 

sylent : 이제는 제대로 된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신분으로 경기장을 밟아야 한다는 사실이 다르잖아. 군인이라는 쉴드shield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것이 포인트지.

 

왕일 : 그런 각도로 바라보는 건, 솔직해질 시간이라는 의미?

 

 

전설로 남느냐, 발버둥 치느냐

 

sylent : 기존 스포츠가 품고있는 유무형의 기준을 들이대며 스타리그가 e‘스포츠’다 아니다 말이 많지만, “특정 연령대를 지나면서부터 세월에 비례해 실력향상에 요구되는 능력들이 퇴화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스타리그는 스포츠임에 분명해. 그 특정 연령대라는 것의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왕일 : 그래서 ‘은퇴’와 ‘데뷔’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세대교체 덕분에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늘 싱싱한 느낌의 경기들을 즐길 수 있는거잖아.

 

sylent :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물어볼게. 형이 만약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리고 누리고 있는 프로게이머라면, 자신의 존재를 실력으로 증명했고 통칭 ‘게임병’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만들어 낼 만큼의 사회적 권력을 지닌, 하지만 돌아온 야전에서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누군가라면 어떤 길을 택할 것 같아?

 

왕일 : 꼬아서 물어보기는. 내가 임요환이라면 전역 후에 어떻게 처세할거냐는거잖아.

 

sylent : 빙고~

 

왕일 : 고민 안하지. 다른 친구들의 선례가 있잖아. 지금의 이윤열을, 최연성을 그리고 마재윤을 교훈 삼는다면,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은 깔끔하게 접어야지.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인데, 이윤열이나 마재윤은 그렇다고 치고, 최연성은 딱 좋은 타이밍에 은퇴했으면서 왜 맘을 바꿔 험한 꼴 당하는지 모르겠어. 전설로 남느냐, 발버둥 치느냐의 기로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나? 나는 전자에 몰표야. 막말로, 임요환이 이영호, 이제동이나 ‘6룡’하고 …

 

sylent : 잠깐! 그러다가 진짜 막말 나오겠다. 흐.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왕일 : 임요환의 ‘5할본능’에 대한 팬들의 믿음을 헤집어보면 “임요환은 전략가다, 남들이 생각지 못하는 (초반)빌드 혹은 전략/전술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뱉어낼 것이다,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통한다” 정도인데. 결국 올인 빌드에 대한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전진 투배럭? 벙커링? 상대방 본진에 팩토리 건설? 지금 프로게임단의 연습 환경이 ‘경우의 수’에 승리를 기댈 정도로 느슨하지 않다는 건, 이제동 우승하던 시절부터 스타리그 본 친구들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 ‘피지컬’의 바탕위에 ‘로지컬’이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거야.

 

sylent : 필요 이상으로 냉정한데.

 

왕일 : 최연성 복귀 한다고 했을 때 분위기 어땠어? 죽여줬지? 최종보스의 귀한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한참 요란했잖아.

 

sylent : 그랬지.

 

왕일 : 경기 끝난 다음에는?

 

sylent :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정도.

 

왕일 : 맞아. 지금도 이윤열이나 마재윤이 프로리그에 출전하는 날이면, 캐스터와 해설들이 ‘천재’와 ‘마에스트로’를 외치며 한껏 분위기를 띄워. 덕분에 팬들의 죽었던 기대가 꿈틀대지. 경기 끝난 다음에는 어때?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하는 실망감이 차곡차곡 누적될 뿐이야.

 

sylent : 그렇기는 한데, 군 전역 후 재기, 30대 프로게이머 같은 상징적인 지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잖아. 관중 동원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말 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왕일 : 일단 개인리그 입성은 어려울테고. 본인의 의지든, 외부의 바람이든 임요환은 프로리그에 남을 수 밖에 없겠지. 그 ”관중 동원력‘ 때문에. 나도 임요환의 복귀가 e스포츠라는 시장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어. 하지만, 임요환 개인에게는 다른 얘기지. 출전 빈도가 잦아질수록 ’임요환‘이라는 이름이 갖는 선수로서의 가치는 하락할 거야. "역시 임요환!"이라는 환호에 치루어야 할 대가 치고는 너무 크다고 본다.

 

 

오늘의 결론

 

sylent : 오늘의 결론은?

 

왕일 : 박수칠 때 떠나라.

 

sylent : 하긴, ‘선수’라는 타이틀이 임요환의 자존감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겠지.

 

왕일 : 뱀은 허물을 벗어도 작아지지 않고 커지지도 않아. 허물을 벗는 것은 단지 필요한 과정일 뿐이야. e스포츠는 넓고, 임요환이 할 일은 많다. 코치도 좋고, 해설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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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이제동.

배가 조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을 때 선장은 결코 회의를 열지 않는다. 저그 군단의 선장 이제동은 ‘실천’으로 <신추풍령>을 넘어섰다.

임요환, 강민, 마재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는 ‘황제’ 임요환이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고스란히 e스포츠 발전에 녹아내렸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는 ‘천재’ 이윤열이다. 스타리그의 골든마우스와 MSL의 황금뱃지를 함께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이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상대 선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선수는 ‘괴물’ 최연성이다. 그의 병력이 진출하는 순간은 곧 경기 종료시간이 임박했음을 의미했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시청자를 공포에 떨게 했던 선수는 ‘마에스트로’ 마재윤이다. 그는 상대 선수, 맵메이커, 시청자 모두를 상대로 싸웠고 끝내 승리했다.

e스포츠 운영의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요즘, 나는 ‘프로게이머란 입스타와 손스타 사이에 숙명적인 거리를 갖고 사는 누군가’라는, ‘프로게이머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삶이란 그 숙명적인 거리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 혹은 발악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날을 곱씹어 봤을 때, 역대 본좌 중 각 종족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로 테란의 임요환, 저그의 마재윤을, 주저하지 않고 꼽겠다. 아직 프로토스 본좌는 등장하기 전이니 너그럽게 시야를 넓혀본다면 프로토스의 강민을 보태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임요환은 대표적인 저축형 테란이었고, 강민의 APM은 동시대의 프로게이머들에 비해 뒤쳐졌으며, 마재윤의 뮤탈리스크 컨트롤이 최고였다고 말하기에는 수줍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피지컬’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를 뛰어넘는 ‘로지컬’로 무장했으며, 그 중 몇몇은 후배들에게 깊은 귀감이 되어 현재의 전략/전술의 토대가 되었다.

네버다이, 제동

단지 상상속의 어떤 것들이 일순간 강한 현실성을 띤 채 모습을 나타내면, 그 비일상적인 환각은 더할 나위 없는 공포감을 안겨준다. 테란이 다른 종족과 차별되는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전술의 실패가 승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다크스웜이 펼쳐지고 동시에 인스네어가 떨어지는 순간, 정명훈의 머리는 동작을 멈추었고 승부는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제동의 ‘피지컬’과 ‘로지컬’의 절묘한 합주가 정명훈을 공포로 몰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본좌 후보에서 한 발 물러나있는 저그 플레이어’라는 기존의 생각과 ‘이제동이야 말로 스타크래프트의 세기말을 책임질 북극성’이라는 뜨끔함이 정면충돌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퀸즈네스트가 하이브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기에 그 건설 부담이 적다는데 동의 한다면, 여태껏, 인스네어가 개발(미네랄100/가스100)된 퀸 한 기(미네랄100/가스100)가 동일 타이밍의 러커 두 기(미네랄250/가스250)보다 더 효율적인 전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단지 입스타일 뿐”이라며 묵살되어왔던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이 어려우니까 우리가 감히 손을 못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감히 손을 대지 않으니까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물론 내일부터 당장 모든 저그 플레이어들이 퀸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리는 없지만, 지금은 필수요소가 된 디파일러처럼 언젠가 대중적인 유닛으로 활약할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 정도는 허락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이제동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몇 가지 격언들을 상기시켜주었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믿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창조적인 예술가는 그 전의 작품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어쩌구 저쩌구 …

우리는 ‘하루’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 이제동의 위대한 발견과 실험의 순간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모든 저그 플레이어들의 거대한 연대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한줄요약.
오늘의 감동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는 어휘력의 한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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