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 to Mouth’ by Paul Auster: ‘벌어먹고 살기’라는 것

 

 

 

폴 오스터의 ‘Hand to Mouth’를 읽고 있다. (국내 번역본 제목은 ‘빵굽는 타자기’) 원서로 읽고 있지만 편안하게 쓴 에세이인데다 내용이 워낙 재미있어서 잘 읽히는 편. ‘hand to mouth’는 하루 벌어 겨우 먹고 산다는 뜻의 숙어이기도 하고, 직역하자면 ‘손에서 입으로’다. 손으로 쓴 글로 입에 넣을 음식을 사는 작가의 삶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점에서, 국내 번역본 제목은 꽤 센스있는 번역.)

 

 

‘벌어먹고 살기’. 꿈 속에서 살아 마땅해보이는 작가들에게도 현실은 중요하다. 당장 배를 채워야 글도 쓰지. 폴 오스터 역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평생 돈을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자전적 소설인 ‘달의 궁전’에서 그런 모습이 약간 엿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이 고치 안의 애벌레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은채 꾸역꾸역 유산으로 물려받은 책을 소화하고, 다시 그 책을 한 권 두 권 씩 팔아 연명하다 돈이 바닥나 결국 길바닥에 나앉는, 말 그대로 돈이 없어 바닥까지 떨어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장면들은 Hand to Mouth에서는 좀더 ‘폴 오스터 자신의 것’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폴 오스터의 부모는 둘다 대공황을 겪은 인물들. 재산이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쪼그라드는 상황을 똑같이 겪었지만, 아버지는 돈을 무조건 아끼는 사람으로, 어머니는 소비를 위안으로 삼는 사람으로 변했다. 돈에 대한 견해 차이는 결국 이혼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혼 사유는 ‘경제관 차이’였던 셈이다.

 

 

그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자신이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굴 만나 무엇을 겪었는지 세밀하게 그려낸다. 갖가지 ‘잡일’을 하며 만났던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평범한 소년이었던 그가 여러 권의 소설을 써낼만한 작가가 된 배경을 짐작케 한다.

 

 처음에는 수십년 전에 겪었을 일들을 바로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려내는 솜씨에 홀린다. 하지만 나중에는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해 세계를 이해하는 그의 방식, 혹은 감수성에 감탄하게 된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대학 졸업 뒤 돈을 벌기 위해 유조선에 취직해 일을 하던 동안의 이야기. 폴 오스터는 유조선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자신이 깨달았던 사실을 이렇게 쓰고 있다.

 

 

“I was one of millions now, an insect toiling beside countless other insects, and every task I performed was part of the great, grinding enterprise of American capitalism.”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으며 살아간다.(아니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어느 한구석에서는.) 그걸 자아정체감, 자존감, 자아존중 같은 단어들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특히 ‘사회인’이 되어가며 내가 이 세상의 ‘한 마리 벌레’일 뿐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는 순간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폴 오스터에게는 유조선에서 일하는 것이 그런 깨달음의 계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일개 벌레일 뿐인 폴 오스터 자신과, ‘석유산업’, 나아가 ‘미국’, 더 나아가 ‘자본주의 세계’라는 거대한 구조의 대비는 그의 체험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Petroleum was the primary source of wealth, the raw material that fueled the profit machine and kept it running, and I was glad to be where I was, grateful to have landed in the belly of the beast. The refineries where we loaded and unloaded our cargo were enormous, hellish structures, labyrinthine networks of hissing pipes and towers of flame, and to walk through one of them at night was to feel that you were living in your own worst dream.”

 

 

이 다음에는 석유로 오염된 바다에 떠다니던 죽은 물고기 떼에 관한 묘사가 이어진다. 때로 개인의 삶은, 그리고 그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묘사는 거대담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Hand to mouth’에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50달러를 쥐여주며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을 멈춰보려 애쓰는 몰락한 작가에 관한 에피소드도 나온다. 여하튼, 돈에 관해 폴 오스터가 겪은 지리멸렬한 모든 것들을 담은 셈이다.

 

아직 절반 정도밖에 못 읽었고 다 읽을 그날은 현재 속도로 볼 때 요원하다.;; 책을 시작하며 그가 언급한 최악의 시기 – 일에서도 실패, 결혼도 실패, 돈 문제도 나락 – 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아직 다다르지도 못했다. 못 참고 맨 마지막 문장만 살짝 봤는데, “So much for writing books to make money. So much for selling out.” 이란다.

 

 

마지막으로 책 초반에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

 

 

“Becoming a writer is not a “career decision like becoming a doctor or a policeman. You don’t choose it so much as get chosen, and once you accept the fact that you’re not fit for anything else, you have to be prepared to walk a long, hard road for the rest of your days. (중략) …if you mean to have a roof over your head and not starve to death, you must resign yourself to doing other work to pay the b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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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기자의 조건?

 

 

요즘 SBS ‘미남이시네요’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이런 부끄러운 자기고백!) 유치하고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동시에 왠지 놓을 수 없는 이 맛.. 홍자매의 전작 ‘환상의 커플’에
비하면 좀 아쉽지만 어쨌든 또다른 홍자매표 드라마의 탄생입니다. 동시간대 1위는
이병헌의 명연기가(명연기만?) 돋보이는 ‘아이리스’지만 역시 드라마에서는 아이돌
스타의 사랑같은 판타지 뒤범벅이 제 맛이죠. 드라마에서 괜히 내면성찰, 현실반성하고
싶지 않다 이겁니다.;;

 

하지만 미남이시네요에도 내면을 성찰하게 하는 사람이 단 한 분 계셨으니
바로 이름도 몰라요 성만 알아요 그저 기자일 뿐인 그. 김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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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너무 커서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줄거리를 좀 아셔야 이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고미녀(혹은 고미남).
쌍둥이 오빠 대타로 최고의 인기그룹 멤버가 된 그녀는 여자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미션을 수행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자 차림으로 변장을 몇 차례 하게 되는데
그 때 김기자에게 사진을 찍힌 겁니다. 여기서 김기자는 뭔가 낌새를 채죠.

 

이분의 주옥같은 대사를 한번 볼까요.

 

<11회>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 누굴 급하게 찾던 황태경. 둘이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 강신우의 숨겨진 여자. 황태경의 숨겨진 여자. 분명히 연관이 있어."
(눈썹을 꿈틀거림)

"저 안에 비밀이 있어. 반드시 밝혀내고 말겠어." (느끼하게 눈을 치켜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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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고수는 나무뿐만 아니라 숲도 보는 법

 

<12회>

"다들 그저그런 가십거리들만 찾고 있다. 하지만 난 냄새를 맡았어."
(다른 기자들을 비웃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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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그런 가십거리만 찾는 다른 기자들

 

"아니 왜 우산도 안쓰고 저러지? 저쪽에 무슨 일이 있었나?" (저쪽으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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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와중에도 취재는 열심히

 

김기자는 어디서나 튀어나옵니다. 한밤중에, 방송국에도, 기획사 앞에도, 술집에도,
어디든 나타나죠. 분명히 마와리를 열심히 도는 기자인 것 같습니다. 최고의 인기그룹을
키운 기획사 사장이랑 술도 마십니다. 인간관계도 잘 만들어 놓은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10대 팬이나 아줌마한테 질문하길 꺼리지도 않습니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사소한
낌새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철저히 파고드는 근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2회인가 3회에
찍었던 여장을 한 고미녀의 뒷모습 사진을 11회 때까지 들고 다닙니다. 준비성도
철저하죠.

 

전 이분이 분명 ‘고미남은 사실 여자고 A.N.Jell 멤버들끼리 고미남을 둘러싸고
삼각관계다"라는 특종을 터뜨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 뭐 그렇습니다.

 

물론 ‘미남이시네요’에 관련한 네티즌의 감상을 보면 악역을 맡고 있는 유헤이(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이 역할입니다)보다 김기자가 더 싫다는 감상이 많습니다.;; 취재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취재의 목적과 그 결과에 있다는 얘기겠죠.;;

 

어쨌든 웃자고 한번 적어봤습니다.

 

농담은 농담일뿐 오해하지 맙시다.

 

 

 

***혹시 몰라서 덧붙이는데, 이 글은 당연히 북리뷰 팀블로그용 포스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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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9의 세계와 SF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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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9 보셨나요? 저는 한 달 전 쯤에 봤습니다. 이번에 영화 포스터를 찾으면서야 이 영화가 19세 미만 관람불가라는걸 알았네요. 좀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그렇게 끔찍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 끔찍한 일을 당하는 대상이 대부분 외계인이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퍽퍽 날아가고 총칼이 몸을 꿰뚫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인간의 몸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저도 모르게 그걸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네요.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가까운 미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거대한 우주선이 불시착하죠. 영양실조로 고통받던 외계인들은 디스트릭트9에 격리수용됩니다. 디스트릭트9은 그야말로 무법천지. 나이지리아 갱단이 활약하며 음식이나 무기를 팔아치웁니다. 외계인들은 판자집에서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연명하는 나날들을 보냅니다.

 

주인공 비커스는 외계인관리국에서 일하는 직원입니다. 길쭉한 얼굴, 목끝까지 단추를 채운 셔츠차림에서 ‘아, 너 찌질이구나’(!)라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외계인관리국은 요하네스버그 시내에 있는 디스트릭트9이 시민들의 불만을 사자 이를 폐쇄하고 사막 한가운데로 외계인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비커스에게 이 일을 맡깁니다.

 

디스트릭트9이 의도하는 바는 명쾌합니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시작하는 화면은 이 영화가 현실세계를 반영한다는 걸 곧장 보여줍니다. 배경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라는 점은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떠올리게 합니다. 외계인은 문명을 가지고는 있으나 인간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어보이고, 미개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사실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백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흑인이란, 인간의 입장에서 외계인을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겠죠.

 

영화가 진정 끔찍해지는 건 비커스가 디스트릭트9에서 ‘공무집행’ 중 어떤 물질을 뒤집어쓰고 외계인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비커스가 외계인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외계인은 더 이상 타자가 아닌 나의 세계로 들어오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절정은 비커스에게 도움을 준 외계인 크리스토퍼가 외계인 관리국 지하의 비밀 연구실에서 생체실험을 당한 동족의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관객은 외계인들의 비극에 동참하게 되고 크리스토퍼의 충격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가장 끔찍하고 슬픈 순간입니다.

 

이렇게 이 영화는 외계인이라는 은유를 통해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이건 사실 모든 SF영화와 소설이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죠. 미래를 그리는 소설이지만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도록 만듭니다. 오웰의 ’1984′,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모두 현실을 비판하며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습니다.

 

AP07D9B0C05321F004.JPG저는 특히 자먀찐의 ‘우리들’을 좋아합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은 소설보다는 선전물에 가까운데, ‘우리들’은 좀더 문학적이고, 때로는 시적이에요.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소련 작가의 소설이니까요) 저는 대학교 때 강의를 들으며 제본상태로 읽었습니다. 예전에 출판됐다가 아마 절판됐을거에요. 2006년에 열린책들에서 다시 펴냈습니다.

 

때는 29세기, 200년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단일제국’을 세웁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곳에서 개인, 개성, 감정은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이 나라의 국민들은 모두 같은 제복을 입고 같은 석유식품을 먹으며 시간 율법표에 따라 “육륜의 정확성으로, 동일한 시간, 동일한 분에, 마치 한 사람처럼” 기상하고, 밥을 먹고, 행동하죠.

 

주인공 D-503은 우주선 인쩨그랄 호의 조선기사입니다. 이 곳에서는 성관계까지 국가의 통제를 받고 사랑이란 감정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D-503은 어느날 I-330이라는 여인을 만나고, 혼란에 빠집니다. 좋아하게 된겁니다. I-330은 사실 단일제국에 반대하는 ‘메피’의 일원입니다. I-330은 D-503을 ‘녹색의 벽’ 너머로 데려가 다른 종류의 삶을 보여줍니다.

 

“나는 내 자신이 모든 이의 위에 있다고 느꼈다. 나는 나였다. 개별적인 존재, 세계, 나는 여느때의 구성분자가 더 이상 아니었다. 나는 단독체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단일제국은 ‘위대한 수술’을 만들어내죠. 완전히 제국의 가치에, ‘우리들’의 가치에 복종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수술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란 적당한 어휘가 아니다. 그들의 다리는 인간의 다리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채 보이지 않는 원동장치에 의해 굴러가는 무거운 바퀴였다. 사람이라기보단 사람의 형상을 한 트랙터들이었다.”

 

D-503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느낍니다. 하지만 일탈을 들킨 D-503 역시 위대한 수술을 받게 되고, 그는 사랑하던 I-330의 죽음마저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인간
아닌 인간’이 됩니다.

 

이 소설은 주로 구소련체제,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돈과 숫자로, 인간의 가치마저도 그렇게 환산하는 자본주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울림을 가지는 소설이죠.

 

AP07D9B0C06000F006.JPG그에 비하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한 SF소설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SF소설이기도 해요. 초등학교 때인가 중학교 때 아버지 서재에서 뽑아
봤던 소설입니다. 표지에는 달 표면에 여인의 얼굴을 양각으로 새긴 그림이 그려져 있었죠. 올해 초 이 소설이 재출간된걸 보고 너무 반가웠는데, 안타깝게도 그 표지는 살리질 않았더군요. 제목과 너무너무 잘 맞는 표지였는데 말이죠.

 

줄거리는 사실 제목과는 좀 맞지 않습니다. 지구의 식민지 달의 거주민들이 독립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엔 ‘농담을 할 줄 아는 컴퓨터’가 등장해요. 바로 달의 거주환경을 통제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마이크입니다. ’1개 연대분의 천재보다 더 똑똑한’ 슈퍼컴퓨터 마이크와 그의 ‘친구’ 컴퓨터 기술자 마누엘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을 계기로 이 유쾌한 혁명의 ‘주동자’가 됩니다.

 

여기서 달은 지구의 범죄자나 정치범들이 사는 정착지로 출발했습니다. 척박한 환경을 일궈내 지금은 오히려 지구를 먹여살리는 입장이 됐죠. 그런데도 지구는 여전히 달을 차별합니다. 이쯤만 이야기해도 역사 속 제국주의와 신대륙의 관계를 은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마누엘과 동료들의 모습은 집시와 히피들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세계 3대 SF작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저는 하인라인의 다른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아름다운 데니스 리처드가 나옵니다)를 보고 엄청나게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인라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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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상시 상영 중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지구제국의 위대한 청년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국가에 충성을 다하기 위해 이들은 군대에 지원해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그리고 승리합니다.(..) 이거 제국주의를 ‘쩔게’ 찬양하고 있는 거 아냐? 군국주의잖아! 이 소설과 저 소설의 작가가 동일인물이라니?! 전 아노미 상태에 빠졌더랬죠…

 

그러나 저희 오라버니께서는 “이 영화는 하인라인의 원작을 키치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풍자하고 있다. 하지만 원작은 군국주의, 파시즘 찬양 맞다”는 평을 하더군요. 음, 동의할만한 생각입니다. 영화는 꽤 재미있습니다. 특히 화려하게 번쩍번쩍하게 군대 지원자를 모으는 TV광고나 이런게 굉장히 웃기죠.

 

사실 SF작가들의 정치적 올바름이 제 안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은 한두번이 아닙니다. 현실세계를 다루지 않다보니 해석의 여지도 많고, 그래서 더 논란의 대상이 되는걸까요? 로저 젤라즈니도 그 중 하나죠. 저 이 작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그런데!!

 

AP07D9B0C062FEA010.JPG젤라즈니는 주로 서부극과 SF를 결합한 세계를 선보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그 위를 달리는 (고독한) 말하는 자동차. 이런 식이죠. 멋지지 않나요? 젤라즈니의 소설을 키워드로
정리해보자면 신화와 전설, 철학, 서부영화, 모험, 영웅,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중단편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가 있습니다. 제목부터 ‘나 멋있음’ 포스가 느껴지죠? ‘신들의 사회’도 읽었는데 이건 번역이 좀..-_-; 그렇더군요. 그 외에도 번역 출판된 소설이 많으니 한 권쯤 읽어보실만 합니다.

 

문제는 그 안에서 남자의 고뇌, 남자의 고통, 남자의 사랑, 이런 것만 다룬다는 점이죠. 이런 마초이즘 때문에 여자인 저는 상당히 불편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묘사가 너무나 아름답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읽을만한 SF소설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이 작가의 소설을 권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괴롭습니다.(..)

 

어쨌든, 이제 SF소설은 어떤 장르문학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소설을 더욱 맛깔나게 만드는 장치가 된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SF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코맥 메카시의 ‘더 로드’처럼 SF의 분위기를 도입한 소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영화에서도 화려한 매카닉과 특수효과로 승부하는 SF영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이야기, 그 안에 무엇을 담아내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듯 합니다.

 

분명한 건 이런 소설, 그리고 영화들이 낯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이유가, 단지 재미를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SF소설 속의 생경한 세계 속에 우리가 몰입하게 될 때, 낯설기 때문에 멀게 느껴졌던 그들의 고통, 그들의 인생, 사건사건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죠. 그것이 무거운 현실비판이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든, SF소설을 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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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좋아하세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키이라 나이틀리와 매튜 맥퍼딘 주연으로 영화화한 2006년작 ‘오만과 편견’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몇 번이고 돌려봐도 똑같은 장면에서 몸서리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죠. 제가 제일 몸서리치는(..) 장면은 다아시가 자신의 가족에게 모욕을 줬다는 사실을 안 엘리자베스가 교회를 뛰쳐나가자 다아시가 이를 뒤쫓아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과(상세하게 쓰니 부끄럽군요) 엘리자베스가 집 뒤뜰 정원 그네에 앉은채 빙빙 돌며 4계절이 지나가는 장면입니다.

 

AP07D9A1917092E016.JPG특히 두번째 장면은 유럽 회화같은 느낌이어서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하죠. 조 라이트 감독은 이런 식의 연출을 즐기나봐요. 그 다음 작품인 ‘어톤먼트’를 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거든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모두 좋아해서 비디오든 디비디든 케이블TV 영화 재방송이든 어쨌든 센스앤센서빌리티(이성과 감성), 엠마는 모두 봤습니다. 원작소설은 오만과 편견 밖에 안 읽었지만 역시 좋아합니다. 행간에 묻어나는 은근한 비꼬기가 제맛이죠.

 

 

 

 

 

AP07D9A19170E37A019.JPG사실 제인 오스틴은 전세계적으로 매니아를 갖고 있는 작가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위를 이사하는 법’이라는 여행책을 보면 ‘영국 윈체스터에서 제인 오스틴 따라 걷기’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저자가 영국 ‘제인오스틴독서회’에 초대받아 제인 오스틴이 살던 집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렇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팬이 전 세계에 지부가 있을 정도로 많다는 뜻이죠. 아마 제인오스틴에 관한 전기와 논문을 쓸어담으면 책장 하나는 가득 채우고도 남을거에요..

 

(아, 제가 말씀드린 책도 재미있는 여행책이니 서점 가셨을 때 한번쯤 들춰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교토에서 다도를, 파리에서 프랑스요리를, 피렌체에서 미술사를 배우는 저자의 여행담입니다. 분명히 부러워서 배가 아플 겁니다.(..) 하지만 원래 여행책의 본질이 그렇게 남 이야기 읽으며 염장 질리다가 ‘나도 한번쯤’이라고 꿈을 꿔보는데 있지 않겠어요. 흠.)

 

AP07D9A19170F34B021.JPG최근에는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패러디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소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첫문장부터 말 그대로 ‘빵 터지는’ 소설이죠. 예를 들면 엘리자베스는 중국 소림사에서 수련을 하고 돌아온 좀비 뺨 후려치는 여전사고, 다아시는 그녀의 그런 면모에 반한다는 식입니다. 오만과 편견 좋아하신다면 한번 읽어보실만 해요. 원인모를 역병으로 좀비가 들끓기 시작한 영국의 전원풍경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저는 제인오스틴의 소설이 좋습니다. 말도 안되게 호리호리해보이는 엠파이어 라인 드레스, 핵심은 찌르지만 두고개 세고개쯤은 빙빙 돌아가는 간접화법. 그리고 뭐가됐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속 편한 결말까지.

 

생각해보면 제가 좋아하는건 제인 오스틴이 다루고 있는 바로 그 시대의 공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바로 19세기 영국,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였던 시절, 빅토리아 시대 말입니다.

 

영국이 누린 영광은 대부분 바로 이 시기에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해군력과 산업혁명을 통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외 식민지를 건설해나가고 있었죠. 보수당과 자유당이 번갈아 가며 집권하는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문물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까지.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흐르는 지적인 분위기와 알 수 없는 풍요로운 – 여주인공은 늘 가난하지만 동시에 여유로워보이기도 하죠 –  느낌은 괜히 나오는게 아닙니다. 제인 오스틴은 대영제국의 초입에서 소설을 발표하고 있었던 겁니다.

 

제인 오스틴이 주로 당대의 관습에서 조금씩 벗어난, 당차고 독립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 영국 근대의 전형적인 여성상은 바로 ‘집안의 천사’ 였습니다. 현모양처, ‘완벽한 식사’ ‘안락한 침실’을 만들어 남편과 아이들을 흠없이 뒷바라지해내는 ‘안주인’. 제인 오스틴의 주인공들도 결국에는 결혼을 통해 행복을 찾잖아요. 그 독립적인 성격이 아까울 정도로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이에 반발하는 여성들도 생겨납니다. 바로 New Woman, 신여성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한거죠. 재미있게도 이런 ‘딸들의 반란’에 가장 분노한 건 어머니들이었다고 하네요. 당시 잡지에는 이런 여성들 간의 논쟁이 심심찮게 실리곤 했다고 해요.

 

AP07D9A19171D177023.JPG하지만 영광은 채 100년을 가지 못합니다. 19세기 말이 되면서 영국은 서서히 활력을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우선 정치적으로 불안해졌습니다. 아일랜드 자치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유당이
분열했고, 보수당이 장기집권을 하기 시작하죠. 경제적으로는 독일과 미국에 추격당하죠. 산업혁명의 선발주자로서 갖고 있던 이득은 거의 사라집니다. 빈곤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영제국의 비참한 이면이 드러나기도 해요. 정신적으로는, 다윈의 진화론과 과학의 발전으로 기독교 신앙에 대한 회의가 시작됩니다. 세기말은 세기말인 법.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몰랐겠지만, 우리는
그 뒤에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영국제국의 초상’은 이런 쇠락의 역사를 조명한 책입니다. 당대는 평론지와 잡지의 황금시대였다고 해요. 그만큼 문제도 많고 할 얘기도, 논쟁할 거리도 많았다는 뜻이겠죠. 이 책은 당대평론지에 실린 논설을 통해 당대 영국에서 가장 논쟁거리가 됐던 주제 9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후 내리막을 제어하지 못합니다. 물론 부잣집도 망하면 3년은 간다고, 영국도 세계대전에서 승리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건 미국의 승리로 귀결됩니다.

 

에드워드 기번은 평생의 역작으로 하필 ‘로마제국 쇠망사’를 남겼습니다. 그만큼 ‘망국의 역사’에 배울점도, 이야깃거리도 많다는 뜻이겠죠. 물론 영국이 망한 나라는 아니나, 그 사회의 활력을 잃어가는 과정을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는 뜻입니다. 이 책의 저자분을 인터뷰했을때, “인문학은 원래 낯선 것을 익숙하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도록 하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요지의 (그 말이 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습니다^^;;) 말씀을 하시더군요. 제가 한국에서의 제 삶과는 별 상관이 없어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그리고 서양사를 좋아하는 것도 다 그런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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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84: 샀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실망했노라.

 

무라카미 하루키 팬이 계시다면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의외로 무라카미 하루키 팬이 많더라고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은건 중학교 때였습니다. 하루키 팬이던 과외선생님의
추천으로(..)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로 입문했죠. 저의 감상은 ‘이거 뭐야 이해
안가’ 정도였을 겁니다. 선생님께선 ‘네가 어려서 그런거다’라고 말씀하셨죠. 그
후 스푸트니크의 연인, 해변의 카프카를 읽었습니다. 상당수 하루키 팬들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최고 수작으로 꼽더군요. 못 읽었습니다. 두
권으로 나왔던 걸로 아는데 일단 분량상 도저히 부담이 되서.. 라기보다는 스푸트니크의
연인, 해변의 카프카 이후 ‘질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겠죠.

 

하지만 1Q84는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같은 피해자 양산을 미리 막기 위해 리뷰를
씁니다. 줄거리 설명은 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면 읽기 전 알아야
할만큼은 충분히 설명하고 있을거고, 각 신문사 리뷰도 많습니다.

 

저는 소설이란 그 안에 작가만의 세계가 구축돼 있는가, 그리고 그
세계를 얼마나 설득력있게 제시하는가, 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재미있느냐 없느냐, 나를 설득하느냐 하지 않느냐 이거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단 축복받은 문장력을 갖고 있죠. 워낙 취향도 다양한 사람이라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Q84에서도 도입부분,
러시아워의 택시 안에서 여주인공이 야니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는 장면은 굉장한
흡인력을 보여줍니다. 1984년이 아니라 1Q84년의 세계에 왔다, 는 문장을 믿게
만들 정도로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신비한 소녀 후카에리, 베일에 싸인 종교단체 신구,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리틀피플… 1권에 차례차례 뭔가 상징인듯 등장하는 요소들은, 2권에서
그 고유한 빛을 잃고 급격하게 무너져내립니다. 1권을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다음
2권에서 ‘이런, 일을 너무 크게 벌였잖아 어떻게 수습하지’라고 고민한 듯한 전개입니다.
저는 솔직히 마지막까지 한 장 한 장 넘기면 넘길수록, ‘이 작가에게 배신당했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물론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허탈한걸지도
모르겠네요.) 남녀 두 주인공의 순수한 사랑, 사랑의 힘은 영원하다, 사랑의 힘은
강력하다! 그런 정도일겁니다. 그렇지만 그 주제를 위해 이 이야기가 필요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주제와는 상관없는 문장과 설정이 이 소설에는 너무 많이 나옵니다.
두 권 분량 썼다고 두 권짜리 소설이 되는건 아니겠지요.

 

이 소설이 정말로 미완성이라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이 인정한 바 있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권을 써보고 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는 발언을
한 겁니다. 기사에서는 내년 여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나와있습니다. ‘써보고
싶다’는 발언은 ‘끝내고보니 그게 완벽한 결론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제가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제
환갑에 접어든 소설가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 분을 가리켜 ’1968년에 대학 안 들어갔으면
어쩔 뻔했냐’는 농담섞인 평을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상실의 시대’에서 제시했던
분위기나 주제의식이 무한반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혁명이 실패한 세대의 공허함,
상실감, 미국문화를 섭렵하고 연애에 목숨걸던 시대..

 

이 소설에서는 나름대로 변신을 꾀한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명쾌하고
여자-남자 관계에 대한 본인 생각도 좀 달라진 것 같고.. 하지만 저는 이 소설에서
좀더 깊은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제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요? 60에 접어든, 그 중
절반은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사람의, 철학이나 지혜같은걸 얻을 수 있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주인공 의상 브랜드를 읊고 남주인공이 무슨
요리를 하는지 묘사하는데 엄청난 공을 들이더군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 디테일과 구체성은 훌륭한 장점이죠. 그렇지만.. 그것 뿐이라면,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는게 미려한 문장 그 이상이 아니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1Q84가 일본에서 그렇게 대히트를 친 건 일단 작가의 이름값에, 일본의 요즘
사회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도쿄에 갔을때 ’20세기 소년’ 영화가
상당히 유행을 하고 있더군요. 커다란 소품샵에 ’20세기 소년’ 코너가 따로
있고 NHK에서 만화 원작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20세기 소년’도 세기말을 다룬 만화입니다. 길거리 살인같은 테러행위가
일어나는 일본의 사회적 충격, 불안이 1Q84에 투영됐을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어쨌든 읽는 재미는 있는 소설입니다. 일단 문장이 깔끔하니까요. 누가 ‘그 소설
어때?’라고 물어보면 제가 할 대답이 바로 이 한 문장입니다. ‘응, 재미는 있어.’
하지만 역시 거품이 낀 인기고, 또 과평가된 소설가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습니다.

 

…가장 궁금한 건, 정말 3권을 낼까요? 여기서 또 안 끝나면.. 그 땐 10권까지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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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

 

 

 

2008년 11월 27일 – 11월 28일, 제주도

 

누군가에겐 처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여러번 가봐서 익숙했던 제주도. 2008년 10월 31일부터 11월 26일까지 진행된 ‘폭풍같은’ 교육기간을 마치고 그 땅을 밟았다.

 

 

첫번째 목적지 - 우도, 지두청사

첫번째 목적지 – 우도, 지두청사 오르는 길

 

 

‘폭풍같던’ 교육기간 만큼이나 제주도 여행 첫머리도 폭풍 같았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은 수습기자 두 명! 출근시간대면 늘 먹통이 되는 서울 교통상황을 탓해보지만… 어쨌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부제를 달고 수습기자 3명은 출발했다.

 

제주도에서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온 두 명과 합류한 수습기자 오남매. 우도로 가는 항구에서 전복내장을 듬뿍 넣어 쑥색이 된 맛난 전복죽을 먹고 우도로 이동.

 

 

우도봉 오르는 길

 

 

지두청사 오르는 길은 엄청난 바람으로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1박 2일에서 진짜 목적지인 우도는 왜 그렇게 조금밖에 안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람이 하도 불어서 숨도 못 쉴 정도, 왠지 도움닫기를 해 뛰어오르면 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바람이었다.

 

 

누군가가 지운 ‘지마’

 

 

설상가상, 우도봉을 내려오는 길은 더욱 더 험했으니 – 분명히 오를 때는 멀쩡하던 하늘에서 후두둑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합의한 것도 아닌데 모두 방수되는 점퍼를 챙겨입고 온 나머지 일행과 달리, 놀라운 흡수력을 자랑하는 내 베이지 색 점퍼는 더욱 더 진한 갈색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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