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저마다 손을 뻗는다.
목욕탕 스킨 향이 나는 중년 신사는 신용카드를,
또각또각 킬힐을 끄는 커리어우먼은 가죽지갑을,
머리를 미처 못 말린 여고생은 휴대폰 걸이를,
졸다 깬 복학생은 가방을 내던지듯 들이댄다.
삑 삑 삑 삑
사이사이 들리는 “환승입니다.”
아침 8시 만원 버스에선
내리고 나서도 외마디 비명이 한참 더 울려퍼진다
.
삑 삑 삑 삑
고딩 대딩 직딩들이 사회로
입장하는 소리.
다들 저마다 손을 뻗는다.
목욕탕 스킨 향이 나는 중년 신사는 신용카드를,
또각또각 킬힐을 끄는 커리어우먼은 가죽지갑을,
머리를 미처 못 말린 여고생은 휴대폰 걸이를,
졸다 깬 복학생은 가방을 내던지듯 들이댄다.
삑 삑 삑 삑
사이사이 들리는 “환승입니다.”
아침 8시 만원 버스에선
내리고 나서도 외마디 비명이 한참 더 울려퍼진다
.
삑 삑 삑 삑
고딩 대딩 직딩들이 사회로
입장하는 소리.

말레이곰 ‘꼬마’가 온 국민의 애간장을 녹였던 건 ‘앳된 연령’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열세 살인 6년생 꼬마가 무려 24살 연상 아내와의 짝짓기 공작에 힘겨워했다는 후문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람으로 치면 80세인 할머니의 꼬마신랑으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사육사 엄마가 먹이를 주러 온 사이 T자형 고리열쇠를 열고 탈출을 감행한 꼬마는 9일 만에 다시 영어의 몸이 됐다. 영하 12도까지 떨어지며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15일 아침, 꼬마는 드럼통에 든 꿀 발린 건빵을 먹으려다 덫에 걸렸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꼬마는 지난 9일 간 온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매일같이 포획 실패 뉴스 접하며 모두들 가출한 막내 동생을 걱정하듯 그의 무사 귀가를 기원했다. 최일구 앵커는 꼬마가 추운 날씨에 아직 산속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말레이, 자꾸 도망 다니지 말레이”라고 했다.
일면식도 없는 동물을 이번처럼 친밀한 생명체로 여겼던 적이 또 있었을까. 집에는 왔지만 다시 늙은 부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꼬마에 대해 “할머니와 청소년의 부부생활을 강요하는 건 비‘곰권’적”이란 지적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꼬마와는 대조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동물도 있다. 바로 소와 돼지다. 구제역 감염 혐의로 대량 학살되면서 오늘까지 17만 마리가 구덩이에 버려졌다. 인간 입장에서 ‘살처분’이지 그들에겐 독감 걸린 친구와 한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무차별 도살이다.
사람이야 치료부터 하고 보지만 가축은 전염 방지가 우선이다. 말기암 환자에게 “삶을 포기하지 말라”던 우리 인간들은 소들에겐 “웬만하면 죽자”고 한다. 구제역 소가 한 마리 생기면 반경 500미터 안에 있는 소는 피살될 법적 의무가 있다. 구제역 발생지역에 다녀온 수의사가 신발을 안 갈아 신고 다른 축사에 가는 바람에 애꿎은 돼지 2만5000마리가 ‘예방차원’에서 살처분되기도 했다.
죽을 땐 또 곱게 죽나. 소의 경우 마취주사로 죽인 뒤 포크레인으로 땅에 묻는다. 하지만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퍼지면서 돼지는 산채로 구덩이에 던져졌다 동료들에게 깔려죽는다. 마취약이 비싸 개체수가 많은 돼지는 생매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 할아버지가 “죽은 소가 생각난다”며 방역당국에 100만원을 기탁했다곤 하지만 마취약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꼬마처럼 똑똑한 돼지 한 마리가 옆 동네 구제역 소식을 듣고 산으로 탈출한다면 어떨까. 구제역 혐의 돼지 포획작전에는 어떤 장비가 동원될까. 그 때도 꼬마 유인할 때처럼 사과와 꿀을 쓸까. 아니면 ‘예방차원’에서 산을 불태워야 할까.
사람에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면 동물들에겐 ‘희귀종만 살려주는 잔혹한 세상’이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는 우리 못지않게 동물에게도 죽고 사는 문제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