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문화

카테고리 : 역사 산책 | 작성자 : 신봉승

        

 

                배려의 문화

 

 

 

일본문화의 특징을 배려(配慮)의 문화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배려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는 의미가 포합된다. 다른 말로는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생활 속에 용해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의 쓰는 말에도 그런 법도는 잘 나타나 있다. 일본말에는 <메이와쿠:ぬいわく(迷惑)>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나 우리나라 말로는 그 본뜻을 설명하기가 도무지 쉽지를 않다. 이를테면 <메이와쿠오 가케루: ぬいわく(迷惑)をかける>라고 표기한다면 남에게 폐를 끼친다.”는 단순한 뜻이 되지만, 일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해서 안 되는 그야말로 엄중히 지켜야 하는 법도가 된다.

남을 배려하는 일본 사람들의 생활습관은 이론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법도와도 같다. 모든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도오조:どうぞ>라는 말과 <도오모:どうも>라는 말이다. “도오조라는 말 뜻은 상대를 배려하여 먼저 하시라는 뜻이 되고, “도오모라는 말을 상대의 양해를 고맙게 받아드리겠다는 뜻이 포합된다. 이 두 마디는 모든 경우, 모든 장소에서 습관적으로 씌어지는 배려의 문화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도오모><도오조>만 알면 일본 어디서든지 예절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가 있다고까지 말한다.

일본열도를 강타한 동북관동대진재(東北關東大震災)’로 일본인들이 겪는 고통은 참으로 헤아릴 길이 없다. 진도 9도의 지진으로 일본열도가 요동치고, 쓰나미(津波)로 인해 멀쩡했던 도시가 순식간에 뻘 밭으로 돌변하는 참혹한 광경을 TV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우리나라의 역사(조선왕조실록)기록에서는 쓰나미대신 해일(海溢)라고 적고 있지만, 온 세계가 모두 해일대신 쓰나미라는 일본어를 쓸 수밖에 없는 까닭을 가차 없이 보여준 참변이기도 하다. 설상가장이라고 했던가,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로 인한 피해도 헤아릴 길이 없이 커지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국 수상은 일본의 동북지역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고까지 극도의 우려의 말을 입에 담고 있다.

피해지역인 센다이 지역 인근의 초등학교가 피난처(수용소)로 지정되었다. 집을 잃고, 가산을 잃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학교로 밀려들었고 그 수가 무려 1천 명을 상회하는 것이 보통인데 아우성치는 소란도 없고, 선후를 다투는 흉한 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서 수용소가 된 초등학교의 조촐한 졸업식이 거행되기도 하였다. 졸업장을 받아든 어린아이의 어머니가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학교에 수용된 사람들에게 위로의 인사를 하는 데, 그 말은 그대로 눈물이었다. 졸업식을 마친 30여 명이 선생님들은 학교에 수용된 1천 여 명의 이재민들을 돌보는 일에 거침없이 나서고 있었다.

한국에서 간 어느 특파원을 영업택시를 타고 먼 길을 돌아서 사고 현장으로 가는 데, 문을 연 휴게소도 없고, 편의점에는 간식꺼리도 없다. 아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영업택시의 운전기사는 한국의 기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밥이 없어 미안다면서 과자를 대접하더라는 기사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실하게 보여 준다.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는 일본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기사는 결코 과장일 수가 없다. 우리는 이미 러시아의 체르노빌의 비극을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정년을 앞 둔 59세의 전력회사의 사원은 죽을 자리를 찾았다면서 후쿠시마 원전으로 자원하였다. 그의 아내와 딸은 눈물로 아버지의 장도를 빌었고, 떠나는 아버지는 <익명>으로 해줄 것을 기관과 언론에 요청하고 후쿠시마로 향했다.

모두가 배려의 문화가 빚어내는 감동적인 아름다움이다. 나를 희생해서라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일본인들의 기본인식은 참으로 고귀하기 그지없는 데, 하늘은 왜 이리도 잔혹한 시련을 그들에게 주는지 참으로 야속하고 안타깝다. 하루라도 빨리 지진과 해일의 피해를 수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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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배려의 문화

  1. 김용엽

    좋은 점만 말하지 마시고 동경대지진에 희생당한 한국인은 배려심이 짙어서 그랬나 봅니다. 일본인 끼리는 늘 그렇지만 다데마에에 속은 미국도 진주만 공습을 당했고 국화 속의 칼은 늘 문제입니다. 동북지방 대지진이 그렇게 안타까우긴가요?
    그렇게 배려심 깊은 사람들 마음 속에 있는 잔인성을 그렸다면 칭찬받을만 했습니다만
    그점이 아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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