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의 감동을 찾아 기꺼이 300분을 달린다.<상>

 

봄의 끝자락, 독도는 그 어느 때보다 생명력이 넘쳐납니다. 보송보송한 솜털을 겨우
갈았을까 말까한 괭이갈매기 새끼들의 울음소리가 지천에 가득하고 바다제비와 슴새도
이 작은 바위섬에 돌아와 여름을 보냅니다. 동도에서 뜬 해가 서도로 질 때 푸른
바다는 은빛 비늘처럼 빛나고 부지런한 어부들이 켠 집어등은 수평선을 수놓습니다.

 

그 섬, 독도로 가는 길은 꽤나 험난합니다. 일단 차로 경북 포항이나 강원 묵호까지
가서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타고 울릉도에서 또 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합니다. 고작
20분 남짓 독도를 밟기 위해 300분 이상을 좁은 배에서 보내야 합니다. 그나마도
울릉도에서 독도로 가는 배는 하루에 겨우 두 차례 출항합니다. 독도 근처까지 가더라도
거센 파도에 밀려 타고 간 배가 접안조차 하지 못해 뱃멀미로 부글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돌아오기 쉽습니다. 독도가 접안을 허락하지 않는 날이 허락하는 날보다 많기에 돈과
시간 외에도 ‘운’이라는 게 따라줘야 이 콧대 높은 섬을 밟고 올 수 있습니다.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는지 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독도 방문을 시도해도 좋습니다.

 

 

<천연기념물 336호 독도에는 봄이 되면 가까운 바다 속부터 미역이 발을 다닥다닥
붙이기 시작합니다. 요즘 동해 바닷속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독도로 가는 기점인 울릉도, 동도에서 뜬 해가 서도로 질 때 푸른
바다는 은빛 비늘처럼 빛나고 부지런한 어부들이 켠 집어등은 수평선을 수놓습니다.>

 

 

<독도 경비대원들과 알콩달콩 사이좋게 지내는 삽살개,  요놈이 괭이갈매기이를
물어죽이는 바람에 환경단체에서 독도에서 내보낼 것을 요청했는데 경비대원들이
선처를 호소해 평소엔 목줄을 묶는 조건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 한 가지! 독도는 몇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 이름만 보자면
섬 하나가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있을 것 같지만 독도는 의외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제도(?)입니다. 우선 제법 큰 섬이 동도와 서도로 나누어져
있고 그 외에 36개의 여러 작은 부속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336호 독도에는 봄이 되면 가까운 바다 속부터 미역이 발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여름이면 별보다 먼저 뜬 오징어배의 불빛이 독도를 감싸고 가을이면
남쪽 바다로 떠난 괭이갈매기를 대신해 독도 경비대원들이 외로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진눈깨비가 날릴 때쯤이면 독도는 길고 긴 겨울날을 준비합니다. 일본과의 영토분쟁
같은 무거운 주제는 잠시 접어두고 그냥 독도가 다른 생명들과 같이 살아 숨 쉬는
것을 즐겨보세요. 독도에 두 다리로 서서 이 섬을 가슴으로 느끼는 순간, 독도는
이성에 호소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가슴 속에 대한민국의 영토로 뜨겁게 자리 잡습니다.

 

 

<고운 색 술패랭이꽃은 나루터에 선 관광객에게 열심히 손을 흔들어줍니다. 고슬고슬한 바람 타고 바다 냄새와 풀 향기가 온 세상에 퍼져갑니다.>

 

독도로 가는 길은 참 외롭습니다. 달리는 배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저 ‘바다’
밖에 없습니다. 배는 열심히 속도를 내겠지만 변화 없는 주변 풍경 탓에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같습니다. 대체 언제 도착할까 싶던 배가 어느새 속력을 줄이면
사람들은 떨리는 가슴으로 독도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독도 수비대원들과 독도 지킴이
삽살개의 환대 속에 바위틈에 우뚝 솟은 유인등대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독도에
주소지를 둔 사람들 중 유일하게 독도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도 씨 부부가 머무는
어업인 숙소와 갖가지 모양의 바위를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다 보면 어느새 20여분의
정박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립니다.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 속히 탑승하라는 야속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배로 돌아오고 나서도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습니다.
<계속>

 

카테고리 : 자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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