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타일 산책

프랑스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 곳곳의 와이너리를 둘러봤는데요.

출장 내용은 23일 동아일보 A5면에 소개됩니다. ^^

오늘은 프랑스 여행 중 제 감성 세포를 확 자극한 몇 가지 단편 이미지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보르도 시내에 있는 베네통 상점의 쇼윈도 풍경입니다.

제가 워낙 어느 곳에 가던지 예쁜 것만 보면 분홍색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늘 동행자들로부터 "백화점 패션 바이어 내지 머천다이저 같다"는 말을
듣습니다. ㅋㅋ

이번 출장은 워낙 일정이 빠듯한지라 일요일 이른 아침 상점들이 문 닫은 시간
운동삼아 시내를 걸어 다녔습니다.

 

자, 사진을 보시죠.

 

 

아름다운 드레스와 나비 장식이죠?

쇼윈도에 봄이 왔습니다.

 

이젠 좀 더 클로즈업해서 보시겠습니다.

 

 

아…이 아름다운 드레스는 알고보니 수많은 셔츠의 조합이었습니다.

좀 더 클로즈업해 보시겠습니다.

 

 

그러니까 드레스의 볼륨은 각 셔츠의 소매를 둘둘 말아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평소 셔츠는 매우 사무적인 느낌을 내고 싶을 때 간혹 입는데,

이 셔츠 드레스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이번 봄엔 셔츠 소매를 둘둘 말아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 봄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보이프렌드 룩’ 청바지(남자친구 것처럼 매우
넉넉한 품의 청바지)에 받쳐 입고

봄 소풍을 떠날 수도 있겠고,

타이트한 펜슬 스커트, 날렵한 안경과 매치하면 조신하면서도 세련된 출근 복장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사실 가장 베이직한 게 가장 세련된 법이니까요. ^^

 

직장생활 10년을 훌쩍 넘긴 저는 그동안 많은 셔츠를 입어 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핑크’(아직 국내 수입은 안 된 걸로 압니다만, 다양한 남녀 셔츠
구색으로 미국과 유럽에선 인기 있습니다. 특히 전 이 곳에서 커프스링크를 달 수
있는 셔츠들을 구입했었습니다), 물 세탁이 가능한 클래식한 디자인의 ‘브룩스 브라더스’
셔츠를 즐겨 입습니다. 캐주얼 차림엔 줄무늬 ‘라코스테’를 입습니다. 다만 가슴에
새겨진 이 브랜드의 악어 로고가 매우 작은 걸 고릅니다. 얼마 전 방한한 프랑스
라코스테 본사의 프랑스인 마케팅 담당자를 만났는데, 동양인 특히 한국인은 유독
악어 로고가 큰 걸 좋아한다고 해서 멋쩍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왠지 우리 국민들이
아직도 로고를 드러내지 못해 안달인 것 같다는 뉘앙스였거든요. ㅠㅠ

암튼 보르도 시내 상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쇼윈도 풍경을 보면서 이번 시즌에는
‘베네통을 다시 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젠 두 번째 프랑스 스타일 산책입니다.

 

 

역시 보르도 시내에 있는 ‘BERNARDAUD’란 이름의 식기 편집매장입니다.

Saint-Louis, PUIFORCAT 등 유명 식기들을 파는 상점입니다.

프랑스 전원 풍경이 물씬 느껴지는 찻잔과 접시가 흰색 꽃과 어우러진 디스플레이
기법이 돋보입니다.

특히 빨간색 유리잔의 손잡이 부분 유리알들이 어찌나 영롱하던지요.

이런 예쁜 식기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허겁지겁 아무 생각없이 음식을 먹는 못된
습관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세 번째 프랑스 스타일 산책은

부르고뉴의 한 호텔의 식당에서 홀로 아침 식사를 하면서 들척이던 잡지의 광고
비주얼을 찰칵
찍은 사진입니다.

 

 

남자의 목덜미에 태투가 돼 있습니다.

french signature라고 씌여 있죠.

그런데 이 문자 밑을 자세히 보면 구두 모양의 그림이 있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프랑스 사이트 chaussuredefrance의 광고 비주얼이었거든요.

chaussure는 프랑스어로 구두입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구두란 뜻입니다.

남자의 목덜미에 구두 태투를 넣은 광고 비주얼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더랬습니다.
^^

이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이 광고 캠페인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군요. ‘우아한
라벨’이란 설명과 함께. ^^

당신이 패셔니스타라면 파란색 구두 모양을 눈여겨 보셔야 합니다.

사실 이 브랜드 로고에서 파란색은 남성용, 빨간색 하이힐은 여성용인데

실은 올해엔 파란색 구두 모양의 옥스퍼드화가 여성들에게도 인기 조짐입니다.

발레슈즈와 옥스퍼드화로 유명한 프랑스 ‘레페토’ 뿐 아니라 국내 브랜드들에서도
이 스타일의 여성 구두가 눈에 띄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니 이 스타일,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성적 디자인 같지만 실은 샬랄라 원피스의 지나치게 샤방샤방한 느낌을 중화해주는
그러니까 패션의 쿨 다운 효과가 근사한 신발입니다. ^^

 

네 번째 프랑스 스타일 산책입니다.

 

 

프랑스 대형마트 ‘카르푸’에서 6유로에 파는 캔버스화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홍색 캔버스화도 눈에 확 들어왔지만 파란색도 예뻐 보입니다.
^^

 

다섯번째는 뵈브클리코 라 그랑 담이라는 훌륭한 샴페인입니다.

국내 시판가 30만 원대인 최고급 샴페인입니다.

사진을 보시죠.

 

 

보르도 시내의 와인상점 ‘BANDIE’는

샴페인숍과 레드와인숍을 작은 길을 가운데 두고 따로 운영하는데요.

샴페인숍에서 마주친 라 그랑 담입니다.

이 샴페인, 정말 훌륭한 술인데,

세상에 ‘에밀리오 푸치’ 옷을 입었습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인 ‘에밀리오 푸치’는 이처럼 분홍색을 주조로 화려한 색감을
선보입니다.

전 분홍색 푸치 투피스와 역시 분홍색 스카프를 갖고 있습니다.

푸치 투피스는 솔직히 색감과 문양이 너무 강렬해 자칫 ‘마담(아줌마) 패션’이
될 수 있긴 하지만

화장을 많이 하지 않고 치렁치렁한 액세서리 없이 입으면 은근히 멋집니다.

분홍색 푸치 스카프는 모노톤 의상에 매우 효과적인 포인트 패션 아이템이 되고요.

아마 라 그랑 담도 이 같은 푸치 스타일 때문에 콜라보레이션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23일 동아일보에 쓴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의 참고 모델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술도 적당히 이미지 상품이기 때문에 이처럼 멋진 옷이 이미지 업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마지막 프랑스 스타일입니다.

 

(출처: 르 피가로 매거진)

 

최근 프랑스 잡지 ‘르피가로’에 실린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집무실
풍경입니다.

고풍스런 유럽의 장식미술관 같습니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접한 우리나라 대통령 집무실의 책상
위는 너무나 말끔한 동시에

IT강국답게 노트북 컴퓨터만 유독 눈에 들어왔더랬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도 아름다운 한국 명인 장인들의 수공예 문방구가
곳곳에 놓였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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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를 위한 패션 센스!

 

 

남자 패션 스타일링을 소개합니다.

사진은 동아일보 사진부 원대연 기자가 찍었고, 모델은 롯데백화점 전재훈 스포츠
바이어가 수고해주셨습니다.

스타일링은 저입니다. ^^

 

 

패션 담당인 기자의 남편은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솔직히 난처해진다. 바쁜 신문기자 아내를 둔 남편은 그저 편한 옷을
걸쳐 입고 다닌다. 남편이 다니는 대기업의 드레스코드는 명색이 ‘비즈니스 캐주얼’이다. 하지만 그 회사에 가 보니 찍어낸 듯 다같이 ‘국화빵
패션’이었다. 와이셔츠 정장에 넥타이만 생략한 고루한 ‘아저씨 패션’. 그래서 기자는 외국에 다녀올 일이 있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남편에게 양말 선물을 안겼다. 특히 패션의 디테일이 강한 일본엔 어찌나 예쁜 양말이 많은지…. 도쿄 미드 타운의 한 양말 상점에서는 빨강 노랑
초록 등 총천연색 하트 모양이 그려진 남자 양말도 샀다. 바지 밑단으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남편의 발목에 포인트를 주고 싶어서….
어느 날 남편에게 ‘하트 양말’에 대한 남들의 반응을 물었다. 하지만 남편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누가 양말을 보나? 어차피 하루
종일 구두를 신고 있는걸.” 아직도 남편과 같은 생각을 할 이 땅의 수많은 남자들을 위해 기자는 남자의 ‘포인트 패션’을 찾아
나섰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 매장. 불과 몇 년 만에 한국의 백화점 남성 매장은 참 많이 바뀌었다. 양가
멋쟁이 아버님들에게 선물할 나비넥타이를 찾아 힘겹게 다니던 시절은 이제 옛 추억이 됐다. 나비넥타이, 애스콧타이(스카프처럼 폭이 넓은 넥타이),
가슴에 꽃봉오리처럼 꽂는 실크 포켓치프, 멜빵, 유쾌한 디자인의 커프스링크, 갤러리에 있어도 좋을 것 같은 예쁜 양말들…. 마음만 먹으면 살
물건이 정말로 많았다.

 

넥타이와 셔츠가 즐비한 남성 매장을 둘러보다가 기자는 한 가지 즐거운 상상도 했다. 남성 팬티와 넥타이
색상을 맞춰보면 어떨까. 빨간색 ‘게스’ 팬티에 같은 색 ‘벨그라비아’ 니트 타이, 티파니블루 ‘캘빈클라인’ 팬티에 같은 색 ‘벨그라비아’
멜빵. 동행한 롯데백화점의 한 남성 직원은 “민망하다”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댄디 룩’을 설파하는 남훈 제일모직 매니저는 말했다. “요즘 젊은
남자들의 90% 이상은 직접 속옷을 사죠. 비록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속옷은 혼자만의 비밀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 신사들은 클래식한
정장 차림에 빨간 속옷도 즐겨 입습니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국내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를 다시 보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코오롱 인더스트리가 지난해 9월 론칭한 이 브랜드는 25∼35세의 남성들을 타깃으로 ‘에지’ 넘치는 각종 패션 소품을 선보이고 있었다. 기자를
비롯한 열혈 팬을 거느린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씨와 협업한 분홍색 남성 셔츠는 군데군데 볼룸 댄스를 추는 남녀를 수놓았다. ‘보이프렌드 룩’을
추구하며 남성 옷을 찾는 여성들의 ‘0순위’ 패션 아이템으로도 대박 조짐!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 넘치는 양말과 속옷도 인상적이었지만,
포켓치프로도 활용할 수 있는 땡땡이 무늬의 안대는 정말로 탐이 났다. 내 사랑하는 남자가 지친 하루 중 잠시 눈을 덮었다가 날 만날 때 이
포켓치프를 가슴에 꽂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양말은 전통적으로 영국 ‘폴 스미스’ 브랜드 제품이 패셔너블한 남성들에게 인기 있다.
몇 년 전 이 브랜드의 컬러풀한 줄무늬 양말을 기자로부터 선물 받은 한 남성은 “두고두고 신고 싶어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신는다”고 했다.
이번에 폴 스미스 매장을 둘러보니 빨간색 장미가 프린트된 회색 양말이 특히 눈에 띄었다. 그런데 폴 스미스 양말은 실은 너무 비싸다. 무려 5만
원! 국내 브랜드 ‘니탄’에선 정장에도 쉽게 매치할 수 있는 단색 양말을 9900원, 제일모직 ‘란스미어’에선 흰색 땡땡이 무늬가 있는
베이비핑크색 양말을 1만2000원에 살 수 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에선 아가일 체크무늬 양말, ‘H&M’에선 사랑의 큐피드가
그려진 천사 또는 별 문양 양말을 2, 3개에 1만 원대에 살 수 있으니 보다 저렴한 쇼핑이 될 듯. 여기서 잠깐. 당신이 본격적인 양말 쇼핑에
나선다면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을 심심찮게 보게 될 것이다. 보온 시설이 부족하고 기온이 변화무쌍한 근대 영국에선 정장에 무릎길이의 양말을 신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바지 밑단으로 속살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굳건한 공감대가 있었다. 남성들이여, 당시 영국 신사가 된 기분으로 한 번쯤
긴 ㅜ양말을 시도해보면 어떨지.

 

국내 브랜드 ‘예작’에는 흥미로운 포켓치프도 있었다. 흔히 손수건 모양의 포켓치프는
모양을 잡아 가슴에 꽂아도 헝클어지기 십상이다. 이 브랜드는 아예 형태를 만들어 가슴에 꽂기만 하면 되는 포켓치프를 내놓았다. ‘클리포드’와
‘브룩스 브라더스’의 나비넥타이를 포켓치프처럼 가슴에 핀을 달아 꽂는 것도 위트 있는 스타일이 될 듯했다. 폴 스미스에는 당구대 모양의 유머
넘치는 커프스링크도 있다.

 

여성 눈에 한없이 예쁘게 보인 패션 소품들을 골라 촬영한 뒤, ‘정작 남성들은 어떨까’란 의구심에 옷
잘 입기로 소문 난 남성들에게 물었다. 이런 소품들을 어떻게 매치하면 좋을까 하고. 스타일리스트 황의건 씨는 “양말이야말로 패션 센스를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에 평소 바지 밑단을 복사뼈까지 오게 수선해 양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금 단추가 달린 네이비색 블레이저와
베이지색 치노 팬츠를 입었을 땐 갈색 로퍼에 노란색 양말을 신는다고 한다. 강렬한 원색의 줄무늬 양말은 엄격한 정장에는 피하고 워싱이 많이 된
진 바지에 매치한다고. 꽃무늬 양말이라면 빨간색 바지를 입겠다고 했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카디건을 입었을
땐 실크 애스콧타이나 포켓치프로 멋을 내라고 조언했다. 넥타이 대신 스카프 모양의 타이를 매는 것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이유 없는 알레르기
반응도 회피 대상 1호! 올해 트렌드로 떠오른 회색 재킷에는 갈색과 핑크색 넥타이를 딱 허리벨트 선까지 맞춰서 매라고 했다. ‘톰 브라운’과
‘톰 포드’ 브랜드 등 날씬한 품의 재킷을 멋스럽게 소화하려면 몸매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꽃피는 춘삼월이다. 남성들이여.
당신만의 포인트 패션을 탐험해 보자. 무심한 듯 드러내는 패션 센스야말로 패션 고수의 경지니까. 강약을 얄밉도록 조절하는 연애의 고수처럼.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10. 3.12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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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산책

  때로 인생이 지나치게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일 때 훌쩍 찾고 싶은
곳, 벚꽃 필 무렵 당신의 손을 정답게 붙잡고 걷다가 ‘사랑한다’고 기습적으로
말해 버리고 싶은 곳, 교토다.

 

 <청수사에서 호젓하게 책을 읽는 기모노 차림의 여성>

 

  2010년 3월5일자로 보도된 제 기사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토…

  교토가 참 좋았습니다.

  지면에 못다 실은 사진과 함께 교토 방문기를 소개해드립니다.

 

글, 사진 교토=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왜 일본 교토(京都)였을까. 그리웠다. 교토가. 벚꽃 비를 맞으면서
교토의 소박한 골목 구석구석을 걷고 싶었다.

  도쿄(東京)가 발랄한 20대 여성이라면 교토는 우아한 40대 여성 같다.
교토는 일본 궁정문화가 꽃핀 헤이안(平安) 시대(794~1185년)부터 메이지유신(明治維新)으로
도쿄 천도가 일어난 1868년까지 1000년 넘게 일본의 도읍이었다.

  여자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여성만의 품격을 생각하게 된다.
싸구려 와인과 잘 숙성된 와인의 맛을 분별하게 되는 나이어서랄까. 정신없이 사느라
잊고 마는 여성의 향기를 교토에선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삶이란 계획한대로 흐르는 것만은 아니다. 머리론 우측 깜빡이를
켰는데, 마음은 한없이 왼쪽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래, 교토에 가자! 벚꽃이 필 무렵까지
조바심이 나서 2월 어느 날 일단 떠났다. 교토를 고요하게 탐닉하고 싶어서. 내 삶의
속도를 한 템포 줄이고 싶어서.

 

●교토 여인의 사랑, 기온 코부

  교토에는 예로부터 게이샤(藝者)들이 명성을 떨친 6대 하나마치(花街·화류가)가
있었다. 게이샤는 일본 요정에서 전통 춤이나 노래로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여성인데,
교토에선 특별히 게이코(芸妓)와 마이코(舞子·20세 이하의 견습 게이코)로
나뉘어 불린다. 교토에 도착한 밤 시간 6대 하나마치 중 아직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기온 코부(祇園甲部) 동네부터 갔다. 손님을 배웅하는 게이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니나 다를까 어둠이 깊게 내린 골목에서 두 명의 게이코가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을 새하얗게 칠한 그들을 보는 순간 밀려오는 애잔함과 ‘이방감(異邦感)’….
카메라를 들이대는데도 아랑곳없이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요정으로 훌쩍 들어갔다.
외지인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숱하게 받아왔기 때문이리라.

 

<게이코들은 어떤 말들을 나눌까. 기온코부>

 

<요정으로 들어가는 게이코>

 

  고베(神戶)대 대학원의 니시오 구미코 연구원이 쓴 ‘교토 하나마치의
경영학’에 따르면 현재 교토에는 196명의 게이코와 77명의 마이코가 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매년 각 개인의 매출액 순위도 집계가 된다. 신용과 소개로 손님이
드나드는 이 지역 요정에서 일하는 이들은 연회석에서 들은 이야기를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 손님의 이름을 먼저 묻지도 않으며, 가만히 듣다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잇는다.
그들이 꼽는 우아함이다.

  유명 여류 가인(佳人) 오노노 고마치(小野小町)가 살았던 헤이안
시대엔 중국 당나라에서 전해진 새하얀 피부가 미인의 조건이었다. 얼굴에 칠한 백분
밑으로 그리움을 삼키고 있을 게이코의 사랑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련해졌다. 박상철이
부른 가요 ‘황진이’의 가사도 떠올랐다. ‘황진이 너를 두고 이제 떠나면 언제
또 올까. 개나리도 피고 진달래도 피고 뻐꾸기가 울 텐데 그리워서 어떻게 살까.’
게이코들이 총총 사라진 요정의 호롱불 앞에서 생각했다. 어쩌면 여자들의 본능 속엔
재색을 겸비한 게이코가 똬리를 틀고 있지는 않을까. 흔히 사랑에 빠지면 안달복달하는
우리 여자들이 게이코의 마음 단련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불 밝힌 게이코들의 연회장>

 

●고요한 교토의 장인 정신

  일본 교토시립 예술대학원을 나온 여성 도예가 이윤신 씨는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교토타워 꼭대기에서 돌을 던지면 십중팔구 도예가가 그
돌을 맞을 것이란 말이 있어요. 그만큼 도예가가 교토에 많이 산다는 뜻이죠.” 교토역과
연결된 이세탄백화점 내 이탈리아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에서 가까이
본 교토타워의 야간 조명은 흰색이었다.

  보다 젊었던 날엔 도쿄타워의 금색 야간 조명이 마냥 좋아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마주친 도쿄타워의 화려한 기세는 사람을 한껏 주눅 들게 했다.
교토타워는 달랐다. 낮이고 밤이고 한결 같아 오히려 끌리는 모습. 바로 중년 여성의
품격! 정작 교토 사람들은 이 타워가 멋대가리 없다고 수치스럽게 여긴다지만, 난
생각했다. 감정의 군더더기 없는 교토 타워와 교토 사람, 교토 도자기 그릇이 서로
참 닮았다고.

 

 <교토타워>

 

  흔히 교토 사람들은 다소 까탈스럽고 엉뚱하고 집요하며 창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과거부터 개성적 기업가와 장인이 이 곳에 존재했던 이유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교토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란 책에서 “교토 사람들은
지역적 자존심이 강하여 도쿄를 문명적 촌놈들의 집합이라고 천시할 정도다. 이러한
반골 기질에서 오는 강한 정체성과 자존심이 교토 기업 및 교토 연구자들의 혁신적
사고의 원천”이라고 했다.

  교토에는 닌텐도, 교세라, 일본전산 등 유명 기업들이 대거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이 이런 기업들을 방문해 교토의 기운을 느끼기는
쉽지만은 않다. 이럴 때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교토의 문화 체험이다. 교토 청수사(기요미즈데라·凊水寺)
앞에 자리한 140년 역사의 도자기 노포(老舖), ‘아사히도’(朝日堂)는 기계로 만든
800엔(약 1만 원)짜리 컵부터 가난한 여행자도 호기를 부릴 수 있는 2000~4000엔(약
2만5000원~5만 원)짜리 신진 작가의 수제 사발과 컵도 판다. 도자기 체험 공방도
함께 운영해 이미 만들어진 컵 등에 원하는 무늬를 그릴 수 있다. 난 이 곳에서 한참
동안 여러 도예작품을 만지작거리다가 한 여류 작가가 빚은 작은 도자기 컵 한 개를
기념으로 샀다. 벚꽃이 흩날리듯 그려진 은은한 교토의 품새였다. 원숭이 얼굴이
그려진 800엔짜리 아이용 나무젓가락도 앙증맞았다.

 

<아사히도 전경>

 

<아사히도의 체험 공방>

 

<내가 산 교토의 도자기 컵>

 

  청수사에서는 작은 나무판에 이루고 싶은 꿈을 써 내걸어도 좋겠다.
빼곡히 걸린 나무판 중엔 한글도 제법 눈에 띈다. 사랑 점을 치는 돌도 있다. 눈을
감고 반대편 돌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데…. 내 사랑, 과연 안녕할까요?

 

 

 

<내 사랑 어떻게 될까…>

 

 

●전통과 현대가 만난 교토의 디자인

  교토의 유명 관광지로는 금각사(킨카쿠지·金閣寺)와 은각사(긴카쿠지·銀閣寺)가
있다. 1397년 건축된 금각사는 중심 건축물인 3층 사리전의 금각 장식이 휘황찬란하다.
1950년 방화로 소실돼 1955년까지 5년 간 복원, 1987년 대대적 보수가 이뤄진 아픈
과거를 화려한 금박 옷이 감싸 덮어주고 있는 듯하다.

 

<금각사>

 

  반면 은각사는 호젓한 일본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준다.

 

<달을 씻는단다. 아…이름도 어여뻐라…>

 

<대나무 난간 산책로>

 

  철학의 창시자인 고(故) 니시다 기타로(1870~1945)가 산책을 즐겼다는 ‘철학의 길’(데츠가쿠노미치)도
은각사 앞에 있다. 교토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들도 이 길을 산책했다.

 

<철학의 길>

  

<철학의 길>

 

  천천히 걷다가
인근 ‘오멘’ 우동 집의 튀김 우동 세트로 허기를 채우고, 고양이를 기르는 주변
기념품가게에서 중고 기모노를 입어 봐도 좋겠다.

  

  

  교토의 유명 화장품 가게인 ‘요지야’도 은각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러볼 수 있다. 게이코들이 즐겨 쓴다는 기름종이, 유자로 만든 립밤과 비누….
대놓고 섹시한 샤넬 ‘No. 5’ 향수보다 유자 내음이 더 향긋할 것 같아 골라든다.
지친 하루를 마친 당신이 좋아할까 하고.

 

<요지야>

 

 ‘교토의 현대적 디자인’을 찾는다면 단연 패션 브랜드 ‘SOU SOU’(そうそう)다.
‘그래, 그래. 네 말이 맞아’란 이 브랜드의 뜻은 꼭 당신의 따뜻한 미소 같다.

 

 

  기모노를 변형시킨 현대적 옷,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 ‘르 코크 스포르티브’와 협업한
일본 전통신발 ‘지카타비’ 디자인의 스니커즈는 ‘일본 전통을 기반으로 한 모던
디자인’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1592년 문을 연 화과자 가게 ‘토라야’(とらや),
1626년 녹차 가게 ‘잇큐엔’(一休園), 1764년 젓가락 가게 ‘이치하라’(市原)….
교토엔 한 우물을 오랫동안 파는 상인의 품격도 있다.

 

 

<일본 전통신발 디자인의 SOU SOU 신발>

 

<히라가나 디자인의 스니커즈>

 

  때로 인생이 지나치게 희극적이거나 비극적일 때 훌쩍 찾고 싶은
곳, 벚꽃 필 무렵 당신의 손을 정답게 붙잡고 걷다가 ‘사랑한다’고 기습적으로
말해 버리고 싶은 곳, 교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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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 멜론은 어떻게 명품이 되었나

저는 고급 취향의 발전 단계가 의,식,주의 순서대로 이뤄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급스런
옷을 찾다가 고급스런 먹을거리를 추구하게 되고 이어서는 고급스런 주거 공간을
찾게 된다는 사견입니다.


때 고급스런 옷을 맹목적으로 좇던 저는 요즘 고급스런 먹을거리에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고급은 단순히 외국의 이름난 브랜드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장인정신이
깃든,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거리와 추억, 취향을 쌓아나가는 행복감을 주는 것들이
고급이 아닐까요.

일본
시즈오카 멜론은 늘 동경하던 먹을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일부 고급 호텔에서 간간이 얼굴을 내비치는 이 멜론은 개당 20, 30만 원일 정도로
‘악’ 소리나게 비싼 과일입니다. 이 멜론의 산지인 시즈오카 멜론 농장 취재를 제안
받았을 때, 저는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단순히
비싼 과일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과일이 명품이 되었나,를 산지에서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우선
제가 쓴 기사를 소개해드릴테니 함 읽어보시고, 뒷이야기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멜론 농가의 잘 생긴 시즈오카 멜론

 

<2010년
2월23일 동아일보 기사>

 18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하마마쓰(浜松)시의 한 멜론 농가. 주인 스기야마 사토루 씨(44)가 잘라 내놓은 과일의 속살은 연한 레몬 빛이었다. 촉촉한 윤기가 흐르는 한 조각을 입 안에 넣으니 단 맛이 났다. 세계 최고급 과일로 통하는 일본 시즈오카현 멜론이다.

  시즈오카 멜론은 최상급인 ‘후지’(富士)부터 ‘야마’(山), ‘시로’(白), ‘유키’(雪)까지 있는데, 기자가 맛본 멜론은 최상급인 후지로 이 지역 멜론 생산량 중 0.5% 밖에 안 된다. 귀한 만큼 가격도 ‘금값’이어서 개당 38만 원 이상이다. 일본 고급 과일회사 ‘셈비키야’의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점은 야마 급을 개당 2만1000엔(약 26만 원)에 팔고 있다. 시즈오카 멜론은 어떻게 값비싼 명품 대접을 받게 됐을까.

 ●‘귀족의 과일’이 되기까지

  본디 고향은 북 아프리카의 니제르 강 연안이란 설이 유력하다. 유럽으로 건너가 영국에서 1895년 궁정 원예용으로 육성된 뒤 1925년 일본에 왔다. 시즈오카현 농민들은 그의 귀족적인 풍모를 알아본 후 일본 기후와 일본인 입맛에 맞게 정성들여 변신시켰다. 농민들은 명품 과일을 위해선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도 간파했다. 시즈오카현 온실농업협동조합은 1964년 ‘크라운’, 2003년엔 ‘아로마’란 멜론 브랜드를 만들었다. 멜론뿐 아니라 멜론 과자와 캐러멜 등 가공식품에도 이 브랜드를 붙였다.

 ‘샤넬’과 ‘루이뷔통’ 등 럭셔리 브랜드의 ‘귀족 마케팅’도 가동시켰다. 최고급 상점과 백화점에만 납품하는 신비주의 전략이었다. 일본 상류층 사이에서 품격 있는 선물로 통하면서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절 시즈오카 멜론은 정말 잘 나갔다. 예나 지금이나 시즈오카 멜론은 일본에서도 아무나 쉽게 먹는 과일이 아니다. 귀족들이 다니는 가쿠슈인(學習院)대 부속 유치원과 부설 중·고교를 마치고 도쿄대를 나온, 기업체 회장 가족 등이 즐겨 찾는다. 최근 일본의 나라 살림이 어려워져 판매가 예전만 못하지만, 오일 머니를 쥔 중동의 부호들이 찾게 되면서 수출이 활기를 띠게 됐다.

  시즈오카 멜론은 등급이 높을수록 표면은 우윳빛이고, 그물코의 두께와 간격은 고르다. 1.3~1.5kg 중량으로 당도 13~16 브릭스(Brix)가 최상품이다.

 ●장인 정신으로 만드는 멜론

  22일 현재 롯데마트는 전남 나주 산 멜론을 2만 원(중량 1.5kg의 고급품 기준)에 판다. 그런데 도쿄 셈비키야에서 시즈오카 멜론은 26만 원이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시즈오카 멜론은 유리 온실에서 재배된다. 온도에 민감한 멜론의 특성을 감안해 최신 컴퓨터 기술로 온실 온도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반면 국내 멜론은 비닐하우스에서 자란다.

  재배 방법도 과학적이다. 25일 간 모종을 길러 지면에서 20cm 정도 떨어진 ‘격리 침대’란 토양에서 다시 25일 간 육성하면 노란색 꽃이 핀다. 이 때부터 멜론이 열려 정확히 50일 후 수확한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도 품질을 높였다. 멜론이 적당한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도록 한 그루에서 단 하나의 멜론만 키운다.

  연간 113억 엔어치(1423억 원·지난해 기준)의 멜론을 생산하는 시즈오카현 내 700여개 멜론 농가들은 스스로를 장인이라고 여긴다. 온도와 수분 관리를 ‘명인의 재주’에 비유하며 밤낮으로 생육 상황을 살핀다. 멜론의 네 가지 등급 이름도 일본의 자존심인 ‘후지산의 흰 눈’에서 따 온 것이다. 오오스가 유지 시즈오카현 농림기술연구소 연구원은 “명품 과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로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과일을 받아들이는 사회

  셈비키야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과일을 파는 회사로 통한다. 셈비키야 도쿄 니혼바시 점은 최고급 과일을 팔면서 먹는 방법도 함께 소개한다. 시즈오카 멜론에 대한 작은 설명서엔 ‘상온에서 보관해 먹기 전에 냉장고에서 2, 3시간 차갑게 해 드세요’라고 쓰여 있다.

  오카모토 노부코 시즈오카현립농림대 연구부 교수는 “시즈오카 멜론은 농사를 예술품처럼 짓는 농민의 장인정신, 성숙한 소비시장, 유통회사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명품 농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식품 매장의 고급화를 선언한 롯데백화점은 4월부터 서울 본점에 ‘시즈오카 멜론 상설 코너’를 연다. 국내 고급 소비층을 겨냥한 도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하마마쓰,
도쿄=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이제
기사를 읽으셨으니, 시즈오카 멜론에 대한 대강의 이해는 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후지산의
흰 눈…참 아름다운 시즈오카 멜론 등급의 작명이지요.

이제
등급별로 사진을 소개해드릴테니 함 비교해보시죠.

 

우선
가장 낮은 등급인 ‘유키’(눈)입니다. 매우 그물코가 조잡하면서 멜론 색상이 어둡습니다.

일본
시즈오카를 다녀와서 일부러 지난 주말에 이마트에 가보니, 그곳에서 판매되는 2만
원대의 국내산 멜론은,

안타깝게도
요 ‘아이’보다 그물이 더 조잡했습니다. 오호통재라.

하긴
온도 조절이 잘 안 되는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나고 있으니, 유리 온실에서 자라는
일본 멜론들보다

자라나는
환경이 너무 열악한 것이죠. ㅠㅠ

<유키>

 

다음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시로’(흰)입니다.

 

<시로>

멜론
색상은 옅어졌는데, 그물코의 두께가 일정치 않습니다. 가운데 세로 선은 매우 굵고,
그물 간격도 불규칙적입니다.

 

다음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야마’(산)입니다.

 

<야마>

시로
등급보다 그물 두께가 조금 일정해졌습니다. 대개 고급품으로 유통되는 멜론 등급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등급인 ‘후지’입니다. 함께 동행한 국내 청과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가
소개하는 사진의 멜론은 사실은 후지와 야마의 중간 정도로 보인다고 합니다. 진정한
후지는 좀 더 잘 생겼다고 하네요. 사진을 보시죠.

 

<후지>

색상이
더 우윳빛으로 변하고 그물 간격도 좀 더 일정해졌습니다.

제가
맛보았던 멜론이 바로 이 ‘아이’였는데요. 그럼 속살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사에
썼던대로 물기와 윤기를 머금은 레몬 옐로 그린빛입니다.

 

<후지
멜론의 속살>

 

이젠
이 멜론의 실제 크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얼굴 바로 옆에 들고 찍어 본 사진입니다.
^^

정작
이 사진을 올리려니 꾸질한 차림새가 좀 쑥스럽긴 합니다만, 양해해주시길. ^^

 

 

이젠
제가 방문했던 바로 이 농가의 주인인, 기사 초반에 등장한 스기야마 사토루 씨를
소개합니다.

그는
원래 대학을 나와 식품회사 마케팅 부서에 일하다 처가의 가업을 잇기 위해 멜론
농사에 뛰어들어 16년째 멜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농민인 셈인데, 한국에서
취재를 온다고 하니 양복을 입고 저를 맞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함께 동행한 시즈오카
온실농협 분들 모두 어색한 양복 차림이었죠. 그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프로페셔널리즘을
느꼈습니다.

 

스기야마
사토루 씨.

 

스기야마
씨는 최근 우리 돈으로 3억 원 정도를 들여 이 유리온실의 천장을 높이는 설비투자를
했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일본 경제가 어려운데 계속 멜론 농사를 지을 거냐"는,
다소 무례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의
대답이 역시 장인스럽습니다. "일본 경제는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습니다.
전 멜론 농사를 짓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기술력을 연마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멜론을 내놓고 싶습니다."

 

다음은
스기야마 씨가 이날 바로 격리침대에 심었다는 멜론들입니다.

 

 


잎들이 자라서 정확히 100일 후에 세계의 명품 과일로 탄생됩니다.

명품의
탄생 과정인 셈이죠.

 


쪽 부분은 좀 자라난 멜론들입니다.

 

 

이젠
같은 시즈오카현 내 시즈오카시에 있는 시즈오카 농림연구소를 소개합니다.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했던 것 같습니다.


곳에선 50여 명의 연구원이 밤낮으로 멜론 재배방법을 연구해서 농민들에게 기술력을
전파합니다.

농림연구소의
오오스가 유지 연구원이십니다. 그는 요즘 멜론 재배시 밤의 습도 차에 따른 멜론
생육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즈오카현
농림연구소 오오스가 유지 연구원>

 

보람
있는 취재였습니다.

게다가
이 농림연구소 앞에 심어진 벚꽃 나무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벚꽃을 피우는 나무랍니다.

벚꽃비가
내릴 무렵 일본에 가보고 싶었는데, 2월의 시즈오카에서 예상치 못하게 벚꽃을 만나는
횡재를 했습니다.

 

 

얼마
전 ‘우아함의 탄생’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중국
강남 문화사에 대해 나카스나 아키노리라는 일본 학자가 쓴 책입니다.

실은
요즘 일본의 고도, 교토에 필이 확 꽂혀 있는데,


학자분, 교토대와 대학원에서 동양사를 공부하셨습니다. 주 전공은 중국 근세사.

현재
교토대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십니다.

 


분은 중국 강남지역, 그러니까 중국 양자강 하류지역의 역사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지만

그가
주장하는 우아함의 조건은 어쩌면 시즈오카 멜론과 닮은 점이 있습니다.

‘강남의
정통 문화에는 우아하고 고요하며 편안하다는 특성 이외에 은자의 이미지도 존재한다.
산수화는 그러한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즈오카
멜론 농가들은 떠들썩하지 않게, 묵묵하게 그들의 농사를 도예가, 또는 산수화가의
예술활동처럼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맹목적으로
남의 나라 농가와 농사를 부러워하기엔 살짝 배가 아픕니다.

웰빙과
자연주의 트렌드가 거세게 불어와 우리나라 도시인들도 요즘엔 농업에 막연한 동경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주말 농장이나 텃밭 가꾸기처럼 엔터테인먼트 요소 또는 자녀 교육에 국한된
측면이 많습니다.

이젠
농민도, 소비자도, 정부도 충심을 가지고 농업 발전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영국
과학작가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을 세 차례나 받은 영국 콜린 텃지 씨는 그의
저서 ‘다윈의 대답-왜 인간은 농부가 되었는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국내 농업
관련 교수님들도 추천하는 책이니 기회 닿으면 일독해보세요 ^^)

 

‘인류는
현대적 인간이 되기 이전부터 이미 자신을 위해 어느 정도 환경을 통제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는 불규칙한 여러 단계들을 거쳐 농경에까지 이르렀다. 고생물학자와
고고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큰 변화를 일으킨 약 4만 년 전을 인류 진화의 주목할
만한 분수령으로 묘사해왔다. 따라서 신석기 혁명이 일어나기 수천 년 전인 이 시기를
농업이 시작된 때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농사는 결국 생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것은 농사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다른 삶의 방식보다 환경으로부터 더 많은 식량을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사로 인해 인구가 증가했다. 그리고 농사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유리하게 되는 세상이 왔다. 이에 반해 사냥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보상이 더 커지지 않는다. 결국 열심히 일하는 큰 집단, 즉 농부 집단은 느긋하게
사는 작은 집단, 즉 사냥꾼 집단을 압도한 것이다. 신석기 혁명은 농업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 신석기혁명은 수렵과 채집에 대한 보완책 혹은 취미로 농사를 짓던
시기로부터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농사가 일반화되어버린 시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후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1만 년 전에 약 800만 명이 던 것이 기원
경에는 약 1억 명 내지 3억 명이 되고 서기 2000년에는 약 60억 명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카인의 살인으로 상징되고 신석기 농부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고된 노동과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앞으로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인지를 물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수렵인 선조들은
사자처럼 게을렀다. 그들로부터 배워야할지도 모른다.’

 

p.s.

4월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상시 만나게 될 시즈오카 멜론.

롯데백화점이
시즈오카 농가와 가격 협상을 잘 해서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들여온다면,

10만
원 정도 예산에서 정말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시즈오카 멜론을 예쁘게 포장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색하고
다소 촌스런 양복 차림이었지만, 자신감과 긍지가 넘치던 시즈오카 멜론
농민들의 표정이 제 뇌리에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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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원의 행복과 때밀이 인생

오늘은 매우 쑥스럽지만 제가 2003년 펴냈던 ‘구경’(커뮤니케이션북스)이란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책은 한국언론재단의 저술지원을 받아 썼던 책인데요.

 

 

이 책에 대해 당시 제가 존경하는 동아일보 정은령 선배(지금은 퇴사해서 미국에서
언론학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는 이렇게 서평을 써 주셨더랬습니다.

 

어릴 때부터 캐묻기를 좋아하던 저자에게 어른들은 “커서 사립탐정 하면 되겠다”고 했다. 이 책은 사립탐정 대신 신문기자가 돼 ‘질문’을 업으로
삼은 저자가 문화일보 ‘세상 엿보기 칼럼’(1999∼2001년)과 동아일보 ‘현장칼럼’(2002년∼현재)에 연재했던 글 중 33편을 간추린 것.
저자는 멀찍이 떨어져 서서 지켜보지 않는다. 목욕탕 때밀이의 삶이 궁금하면 때밀이학원 수업을 청강하고, 114 안내원들의 생활을
취재할 때는 직접 안내 카운터 앞에 앉았다.책을 엮으며 저자는 대역 코미디언인 이엉자, 무교동 구두닦이 유모씨 등 옛 취재원들에게
다시 연락해 안부를 묻고 근황을 보태 적었다. 그 짧은 몇 구절에 관찰 대상의 삶에 자신을 녹이는 ‘체험적 구경법’의 따스함이 드러난다.
‘검소한 이엉자는 여전히 빨간색 아토스 승용차를 탄다고 했다. 철거를 걱정하던 무교동 유씨는 지금도 옛날 그 자리에서 열심히
구두를 닦고 있었다….’

 

이 책을 블로그에 소개하겠다고 생각한 건 최근 동네의 작은 대중 목욕탕에 갔을 때입니다.

온 몸의 근육이 과로로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대기에 다른 방도를 찾을 수가
없어 목욕탕의 뜨거운 물에 몸부터 담그고 보자,는 심산이었죠. 목욕탕 입장료는
5500원.

너무 피로한 나머지 때밀이 아줌마로부터 세신+마사지도 받았는데, 천국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몸의 때도 깨끗이 빡빡 밀어주시고, 강력한 손바닥 힘으로 구석구석
마사지를 해 주시니 한결 몸이 가벼워졌죠. 이 아주머니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언니, 내가 지금까지 해 온 마사지 중 가장 세게 한 건데 대단하네."
아마 너무 몸의 근육이 뭉쳐서 왠만한 압력으로는 제 몸이 기별도 하지 않았나 봅니다.
‘아,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제가 썼던 기사, 즉 이 책 ‘구경’에 실렸던 글을 새삼
떠올리게 됐습니다. 2000년 11월 신문에 쓰고 2003년 10월 덧붙여 책에 실은 내용입니다.
아…10년 전 글입니다. 10년 전에 저는 사회부 기자로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려고
몸으로 부딪쳤던것 같습니다. 그 때의 순수와 열정, 다시 되새기면서 그 때보다는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래된 글이라 네이버 검색이 안 되기에
여기에 옮겨 소개합니다.

——————————————————————————————————————–

 

‘목욕탕 때밀이’ (161-167페이지)

         2000년 11월 쓰고 2003년
10월 덧붙이다.

 

  연봉 3000만 원-1억 원. 평균 근무시간 오전 6시-오후 6시까지 12시간,
낙천적인 성격과 약간의 승부욕, 건강한 체력이 유리함, 학벌 성별 나이 제한 없음,
하루에 50명 정도까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

  만약 이런 스카우트 제안을 받게 된다면 당신의 반응은? 이후 그
직업이 목욕탕 때밀이(목욕 관리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또 당신의 반응은?

 

  때밀이 학원에 갔다. 때밀이 학원은 현직 때밀이가 장차 때밀이가
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때밀이 기술을 가르치는 곳으로 2000년 현재 서울에만도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목욕 관리사’라는 말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업계 사람들이
스스로 칭하는 ‘때밀이’로 표현함을 양해해 주시길.)

  시원하게 때를 벗겨내고 어깨의 뭉친 근육을 마사지해주는 때밀이.
그들은 어쩌면 우리의 온갖 가식과 허물을 통쾌하게 벗겨버려 고해성사의 해방감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인 듯 싶다. 어쨌건 손바닥만한 이태리타월을 힘주어 왕복하면
될 일을 수업료 내면서 배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남자들일수록 엄살이 심해요. 조금만 세게 때를 밀면 아프다고
난리죠. 반면 여자들은 아까운 돈을 냈다는 생각에 웬만한 아픔은 악착같이 참아낸다네요."-때밀이
경력 3개월 박노철 씨(35).

  "사업에 실패하고 때밀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3년 정도
열심히 하면 빚을 청산하고 사업 기반을 다시 세울 수 있어요. 때밀이야말로 자기가
땀 흘려 노력한 만큼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정직한 사람이죠."-때밀이
경력 4년 6개월 김장곤 씨(35).

  "목욕탕에 메이커 옷을 차려입고 와서 뽐내는 아줌마, 목욕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수도꼭지를 틀어놓는 아줌마, 때밀이들에게 반말을 섞어 내뱉다가
돈을 던지듯 주고 가는 아줌마들은 정말 꼴불견이에요."-때밀이 경력 2년의
30대 주부.

  "좀 더 프로답게, 좀 더 손님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요즘 때밀이들은 스포츠 마사지를 배웁니다. 그러나 정부가 스포츠 마사지를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시중의 모든 스포츠 마사지는 불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때밀이는 노동부의 직업 분류 직종에도 제외됩니다. 왜 공무원들은 그렇잖아요.
가만히 있는 것을 건드려 일 만들 필요 없다. 때문에 저희 때밀이 학원은 현재 피부관리업체로
등록하고 영업 중이며 학원 자체적으로 만든 스포츠마사지 자격증을 수강생들에게
주고 있습니다."-때밀이 경력 12년의 때밀이학원 월드사우나교육원 성열수 원장(46).

 

  때밀이 학원인 서울 동작구 사당동 월드사우나교육원의 10평 남짓한
지하홀에는 서비스업체, 피부관리 종목이라는 사업자 등록증과 사단법인 한국활법청소년진흥원에서
수여한 공인활법지도자자격증(스포츠마사지는 활법 또는 카이로플래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이 폼 나는 액자 안에 담겨 있었다.

  수도시설이 딸린 20평 규모의 실습실 문을 열어보니 남자 4명, 여자
4명이 때마침 스포츠마사지 수업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현직 또는 전직 때밀이인
수강생들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흔히 대중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때밀이대 위에서 둘씩 짝을
이뤄 한 명은 눕고, 한 명은 앉거나 서서 다양한 마사지 실기를 연습했다. 두 쌍은
동성끼리였지만 두 쌍은 이성끼리 짝을 이룬 광경을 보고 처음엔 공연한 의심을 품었음을
고백한다. 대낮에 무도연습장을 습격한 기분이랄까.

  

  "힘자랑하지 마세요. 마사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만진다고 생각하고 부드럽게 체중을 실어보세요."

  원장의 주문에 따라 목 뒤축 어깨자락인 승모근 마사지, 척추 눌러주기,
무릎 굽혀 비복근 풀기 등의 코스가 진행됐다. 수강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니 괜한 오해가 미안해 온다. 1995년 사업에 실패해 때밀이 생활 4년 6개월
째인 김장곤 씨(35)는 현재 ‘스페어’(목욕탕에 정식 채용된 때밀이가 사정이 생겨
일을 못 나올 때 대신 일하는 사람)로 일당 10만 원에 일하면서 이 학원에서 스포츠마사지를
배우고 있다. 처음 사업에 실패하고 아는 사람이 때밀이를 권했을 때는 이 사람이
날 뭘로 보나 하는 생각에 욕설이 튀어 나올 뻔했다.

  그러나 금세 목욕탕 보증금(때밀이는 목욕탕 업주에게 1000만-1억
원의 보증금을 내고 때밀이 자리를 분양 받은 뒤 수익금은 전액 개인이 가져간다.)만큼을
벌고도 수입이 계속 쌓여 1년 만에 생활 기반을 다잡을 수 있었다.

  스포츠마사지 수업료 월 50만 원이 아깝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해요. 그냥 때만 밀면 1인당 8000원-1만
원밖에 벌 수 없지만 마사지를 하면 3만-4만 원의 수입은 거뜬하거든요. 때밀이도
개인 사업과 다름 없어요."

  때밀이 기술을 배운 후 단 한 번도 때를 밀어드리지 못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을 때 한이 맺혔다.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아버지 장례식을
치른 후 대신 할아버지 몸의 때를 밀어드렸을 때라고.

 

  점심시간이 되자 스포츠마사지를 배운 남자들은 돌아가고 예닐곱
명의 여자들은 오후 시간의 때밀이 수업을 받기 위해 남았다. 그들은 신문지를 학원
바닥 위에 모자이크 타일처럼 겹쳐 펼친 뒤 말린 오징어 조림과 열무 김치를 냉장고에서
차례차례 꺼내 놓았다. 넉넉한 몸집의 때밀이 아줌마는 밥을 봉긋하게 듬뿍 퍼 담았다.

  학원 원장은 그들에게 ‘시집 보낸다’는 말을 썼다. 그것은 학원에서
교육을 시킨 뒤, 목욕탕에 때밀이로 취업을 시키는 일을 뜻했다. 함께 일하는 때밀이와
감정 싸움이 생겨 일을 그만두고 학원을 찾은 여자에게 사람들은 ‘소박 맞았다’며
킥킥댔다.

  학원 다닌지 이제 겨우 나흘째라 등 마사지가 영 자신 없다는 한
아줌마에게 또 다른 아줌마가 단호한 충고를 한다.

  "자신감이 붙을 때까지 ‘스페어’로 나가지 마."

  돈벌이가 좋은 때밀이 며느리에게 꼼짝 못하는 시어머니와 때밀이들의
퇴근길을 자가용으로 마중하는 남편의 이야기 등 여자들의 수다가 점심식사의 심심찮은
반찬이 됐다.

 

  오후 2시가 되자 식사를 마친 여성들과 때밀이 수업시간에 맞춰 학원에
도착한 여성 10여 명은 실습실에 들어가 옷을 벗어 알몸이 됐다. 22세 축구선수가
다음날부터 때밀이를 배우겠다며 문을 열고 흘끔 쳐다보고 갔다. 학원 원장은 "요즘
대학생들한테도 때밀이 아르바이트가 인기에요. 못해도 월 200만 원 수입은 보장받지요"라고
말한다.

  수업과정을 지켜보니 때 미는 것이야말로 요령이 필요했다. 45세
여성 강사는 짧게 여러 번 끊어 밀지 말고 위로부터 아래까지 죽 한 번에 훑어 미는
것이 훨씬 시원하고 안마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 수업을 받는 통에 서로서로 때를 미는 그들의 몸에서는 아주
소량의 물때만 나왔다. 때밀이 실습 중인 수강생에게 몸을 내맡기고 누워 있는 또
다른 수강생들의 눈빛에서는 안락한 나른함 대신 절박한 삶의 냄새가 났다.

 

  돌아오면서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서울 이태원의 한 외국인
전용 한증막 사우나에 들러 때를 밀었다. 나는 재미교포 행세를 하고 외국인 전용
사우나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여권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다. 황토토굴
안에서 짚방석을 덮어쓰고 한증막 사우나를 받은 뒤, 인삼탕과 녹차탕, 때를 미는
기본 코스가 7만5000원이다.

  이밖에 얼굴 마사지 등 추가 코스는 각각 5만 원이다. 때밀이 관광을
온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은 "싸고 서비스가 좋다"며 감탄했다. 한국인
때밀이 아줌마들은 한결같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했다. 그곳의 때밀이들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학원에서 본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때를 밀고 마사지를 했다.

  다만 높은 가격과 화려한 내부시설과 달리 때밀이의 때를 미는 강도는
국내 대중 목욕탕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아마 때밀기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때밀이들이 힘을 덜 들이기 때문일 것이리라.

 

  2003년 통계로 전국 9900여 목욕탕에서 4만-5만 원 명의 때밀이가
일하고 있다. 10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때밀이 학원’이라고 입력하니 수많은 때밀이
학원 리스크가 검새된다.

  때밀이 학원 사이트들에서 소개하는 ‘때밀이 성공 가이드’를 정리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때밀이 기술을 배워 처음에는 규모가 큰 탕보다는 작은 탕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계를 쌓아 프로가 되어야 한다.

2. 때밀이도 무쇠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아플 수 있다. 이 때에는 ‘스페어’를
잘 구해야 한다. 보통 스페어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평균 하루 8만 원, 주말 10만-12만
원이다.

3. 때밀이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하는 것이다. 용기와 자신감은
필수 덕목이다.

4. 여자 손님은 과거에는 때를 밀고 두드리며 효과음을 내는 안마를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경락과 발 관리로 피로를 풀기 원한다.

5. 목욕탕 업주에게 내는 보증금이 1000만 원 이상이면 등기소에서 등기등본을
열람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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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이마트는 왜 삼겹살 전쟁을 했나

다음은 월간지 ‘신동아’ 3월호에 제가 쓴 글입니다.

1월부터 지금까지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인하 전쟁을 총 정리한 내용입니다.

매일 유통업계 이슈를 좇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 월간지에 글을 쓰면서 시사 이슈를 조금 긴 흐름으로 정리해주는게

독자 서비스란 생각을 새삼 갖게 됐습니다.

신동아 측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집중분석>

대형마트 가격인하 전쟁

 

이마트, ‘삽겹살 전쟁’ 통해 온라인몰 제패 노린다.

 

돼지고기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삼겹살이다.

그런데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월 한 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인점들이 경쟁적으로 납품가 절반 이하로 판매하는 할인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왜 할인점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삼겹살 가격을 깎아줬을까.

 

김선미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새해 벽두부터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는 ‘깜짝 발표’를 했다. 1월7일 “삼겹살, 즉석 밥, 유유, 계란 등 12가지 생필품 가격을 기존보다 최대 36%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업계 2,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부랴부랴 맞대응에 나섰다.

  “평소 1주일 정도 진행되는 단기 가격할인 행사 때도 경쟁업체 광고 전단을 보고 제품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왔는걸요.”

  일종의 ‘가격 담합’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 이날 오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가격을 내린 12가지 생필품에 대해 일단 가격부터 내리고 봤다. “이마트가 가격을 내렸는데, 어떻게 할 거냐”란 언론 매체들의 질문을 받느라 홍보팀은 홍보팀대로, 제조업체들과 급작스런 가격 협상을 벌이느라 바이어는 바이어대로 허둥대며 진땀 빼는 모습이 역력했다.

  흥미로운 건 업계 3위 롯데마트의 대응이었다. 1월14일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무조건 10원 이상 싸게 팔겠다”고 보도 자료를 냈다. 신세계와 롯데의 ‘10원 전쟁’의 발단이다. 바로 다음날인 1월15일 이마트는 고구마, 오징어, 노트북 등 10개의 가격 인하 품목을 새롭게 내놓았다. 롯데마트는 이들 품목에 대해 정말로 10원 이상 싼 가격표를 붙였다. 업계에선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즉 재벌 2,3세끼리의 자존심 싸움으로 확대 해석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마트 측은 “(우리가 가격을 내린다고) 경쟁업체들이 정면으로 맞대응을 할 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라는 반응을 보였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이마트의 가격인하 품목에 대해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을 정해 가격을 내릴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우린 아무렇게나 찍어 가격인하 제품을 정한 게 아니다”라면서 “협력회사와 장기간 논의한 끝에 결정했는데, 경쟁업체들이 같은 품목으로 쫓아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1월의
유통 대전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 전쟁은 날이 갈수록 격심해졌다. 돼지 삼겹살이 대표적이다. 마트별로 100g당 1500원~1800원대이던 삼겹살 가격은 일부 점포에서는 100g당 590원(이마트 영등포점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 삼겹살 판매가는 국내 육가공 회사들이 이마트에 제공하는 삼겹살 납품가(100g당 11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적어도 삼겹살만큼은 밑지고 파는 게 확실했다. 대형마트들은 “갈 데까지 가 보자”며 정육 바이어들을 전국 방방곡곡에 보내 힘겹게 삼겹살 물량을 확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싼 삼겹살을 찾는 소비자들이 몰려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선 으레 삼겹살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느닷없는 삼겹살 열풍이었다.

  삼겹살뿐이 아니었다. 국내 즉석 밥 시장에서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식품업계 1위 CJ가 이마트와 손잡고 1차 가격인하 품목인 ‘CJ햇반 3+1’(210g 3개 들이에 추가로 1개를 껴주는 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CJ는 1월19일부터 이 제품의 납품을 중단했다. 이마트 측은 “당초 6개월 가격인하를 계획했는데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CJ 측은 “비정상적으로 계속 가격을 낮춰 제품을 공급하는 건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이마트와 CJ는 급히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국내 대형마트 1위와 식품업계 1위의 ‘결별’을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CJ햇반의 가격인하 제품은 이날 이후 대형마트 진열대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마트의 다른 가격인하 품목을 생산하는 다른 제조업체들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마트가 대량 구매를 약속하긴 했지만 무조건 가격을 낮추고 보니 소비자들이 품질을 의심해 곤욕스럽다는 주장이었다.

  광기에 가깝게 치닫던 대형마트 가격 전쟁에서 가장 먼저 한 발 물러선 것은 홈플러스였다. 홈플러스는 1월24일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 경쟁 이전 가격으로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부에선 홈플러스가 가격 경쟁을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홈플러스 측은 “포기가 아닌, 소비자를 위한 가격 환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형마트 간 가격인하 경쟁이 공정 거래와 유통 질서를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며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지나친 가격 경쟁은 소비자들이 원할 때 살 수 없는 물량 확보 문제와 품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1월7일 12개 제품, 15일 10개 제품 등 두 차례에 걸친 가격인하 조치 이후엔 다른 추가 가격인하 제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1차 가격인하 때 12개 제품 중 5개(41.6%)였던 신선식품은 2차 때는 10개 중 2개(20%)로 그 비중이 줄었다. 업계에선 “가공식품과 달리 신선식품은 물량 공급에 애를 먹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말들이 나왔다. 설 이후 3차 가격인하 제품을 발표할 이마트는 여러 제조업체들과 물밑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트로부터 가격인하 제안을 받은 회사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엄연히 정상가격 제품을 팔고 있는 입장에서 상시로 가격을 내린 제품을 내놓는 건 ‘제 살 깎아먹기’란 얘기다.

  이마트는 가격인하 한 달째인 2월7일 “이마트가 다른 대형마트와 가격인하 경쟁을 해왔던 22개 품목의 가격을 8일부터 처음 인하가격으로 환원한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 간 경쟁으로 이들 품목의 가격은 계속 떨어져왔다. 동일 상권 내 경쟁으로 같은 날 세 번에 걸쳐 가격이 떨어진 적도 있다. 이마트 측은 “이번 가격 환원은 업계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항상 싸게 판다’는 대형마트의 원칙과 소비자에게 충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마트는 가격인하를 선언한 1월7일~2월6일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가격 전쟁을 주도한 이유

  이마트는 1월7일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 ‘박리다매’(薄利多賣)란 대형마트 업계의 본질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측의 발표는 일종의 자기반성을 담고 있었다. ‘그동안 1,2주일 정도 단기간에만 싸게 팔던 기존의 영업 관행은 유통회사들이 고정된 이익률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대형마트 중심 영업방식이었다. 그러나 대형마트 업계 전체가 업체 간 경쟁에만 치우치다보니 온라인몰 등의 업태 간 경쟁에서도 뒤쳐지는 건 물론 고객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자체 경쟁력을 스스로 악화시켰다.’

  이마트는 지난해 미국의 유통 컨설팅 업체인 ‘맥밀란’사(社)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 1993년 이마트가 서울 도봉구 창동점을 시작으로 국내 대형마트 시대를 연 뒤 업계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로 승승장구해 왔다. 2006년 월마트와 까르푸 등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유통업체를 떠나보낼 때까지만 해도…. 그러나 지난해 이마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4.5% 신장하는 데 그치는 등 국내 대형마트 업계는 ‘성장의 위기’에 빠졌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와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업계의 신장률은 4%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14%대 신장률이 점쳐지는 온라인몰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올해 신년사는 이 같은 이마트의 고민과 향후 전략을 담고 있었다. 신년사에 나타난 2010년 신세계의 경영방침은 크게 세 가지다. △상시 저가 정책으로 이마트의 경쟁력 강화 △백화점 부문의 성장 가속화 △온라인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 등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몰 시장에서 반드시 업계 1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구축한 상품력과 140개가 넘는 점포망을 충분히 활용한 배송 시스템을 정비하고 서비스 체제를 재구축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마트가 참고로 삼는 모델은 미국 대형 슈퍼 체인인 ‘크로거’(Kroger)다. 지난 5년 동안 ‘Right store, right price’란 구호로 가격 마진을 계속 낮춰 미국 대형마트 1위인 월마트와 경쟁 구도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이마트를 통해 신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의지로 신세계는 지난해 장중호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장을 이마트 마케팅 담당 상무로 발령했다. 현재 이마트의 가격인하 정책을 주도하는 장 상무는 “그동안 다양한 제조회사의 컨설팅을 맡았던 개인적 경험에 비춰 볼 때 국내 제조회사들은 아직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그동안 유통회사와의 암묵적 합의 하에 제조회사들이 실행에 옮기지 않았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격적 주류’가 되자고 외치는 크로거의 전략을 이마트가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한 시장 확대를 꿈꾸는 이마트는 올 들어 가격인하 전쟁을 촉발시킨 후 신문광고 하단에 ‘이마트의 가격인하 제품은 이마트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란 문구를 넣었다. 일단 상시 저가 정책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들을 끌어들인 후 다시 온라인몰로 끌어보자는 심산이다. 이마트는 올 들어 시작한 가격인하 정책으로 1월7일~2월6일 고객 수가 지난해 전년 대비 4.1% 늘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경쟁력이 점차 확대되리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소매 경기가 개선 추이에 있는데다 이마트의 가격인하 정책도 예상보다 큰 고객 유입효과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두 개의 온라인몰인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올 5월 대대적으로 정비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미국 대형마트 1위인 월마트의 공격적인 온라인몰 강화도 관심 깊게 보고 있다. 월마트는 창립 45주년이었던 2007년 경영 위기에 직면해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로부터 ‘중년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가슴 아픈 말까지 들어야 했다. 과거 성공을 일궈낸 ‘저가 전략’에 집착해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었다. 월마트는 그 해 하반기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값싼 물건을 찾아 대형마트로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 스타일 있는 상품 구색을 늘려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엔 월마트의 온라인몰인 ‘월마트닷컴’을 열고 가정용품과 의류 등 100만 가지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자체 의류 브랜드 ‘메트로 7’과 디자이너 ‘노마 카말리 라인’ 등 패션 부문도 빠른 속도로 강화 중이다. 이마트도 최근 자체 의류 브랜드인 ‘데이즈’의 디자인과 생산 등을 신세계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넘겨 올 가을부터 확 달라진 ‘이마트 표’ 옷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통
공룡’ 롯데의 야심

 

  이마트의 전략은 다음과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가격인하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후 이마트몰로 유인한다. 기존에 강한 신선식품 이외에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상품 구색을 늘려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도 이마트를 찾게 한다!   

  이마트의 가격인하에 대한 롯데마트의 공격적 맞대응은 최근 롯데그룹의 공격적 경영 행보와 관련 있다. 롯데그룹은 1월 편의점 사업 부문인 ‘세븐 일레븐’을 통해 ‘바이더웨이’를 인수(2740억 원)한 데 이어 2월9일엔 GS리테일이 매물로 내놓은 GS스퀘어 백화점과 GS마트도 1조3400억 원을 들여 손에 넣었다. 롯데는 “국내 시장에서 바잉 파워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마트 인수로 롯데마트는 총 점포 수 84개(롯데 70개+GS마트 14개)가 됐으며 매출은 2009년 기준으로 5조2950억 원(롯데 4조5000억 원+GS마트 7950억 원)이 됐다. 롯데마트는 올해 국내 신규점포를 10개 이상 열어 연말까지 100개가량의 점포망을 구축해 1, 2위 업체인 이마트(점포수 127개)와 홈플러스(115개)를 바짝 쫓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업계에선 롯데가 부동의 1위지만, 대형마트업계에선 3위였던 롯데가 대형마트업계에서의 입지를 공격적으로 넓히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편의점, 온라인몰, 홈쇼핑, 아울렛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한 상태에서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롯데주류 등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힘을 한층 더 키우게 됐다. 롯데는 최근 한국야쿠르트가 생산해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자체 브랜드 라면인 ‘롯데라면’을 롯데마트 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등 롯데 전 유통망에 판매해 ‘유통 공룡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연초부터 촉발시킨 대형마트 가격 전쟁에서 롯데가 일부의 “쩨쩨하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즉각 ‘10원 전쟁’에 나선 건 대형마트 업계에서도 승부를 걸겠다는 야심이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가 2월7일 최초 가격인하 가격으로 환원을 선언했을 때, 롯데마트 측은 “‘10원 싸게’ 원칙은 변함없이 지속된다”고 밝혔다.

이마트 가격 내린 제품은 7만 개 중 22개

 

  사실 대형마트 간 가격 경쟁은 소비자에게 10원이라도 싼 가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단 유통회사와 제조회사가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졌을 때란 전제가 붙을 때다. 일방적으로 한 쪽의 힘이 클 때 다른 한 쪽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정작 존중돼야 할 소비자 권익이 훼손될 수도 있다. 싼 삼겹살을 좋아라
하고 사 왔다가 비계가 가득 낀 불량 품질에 소비자 마음이 상한다면 이마트든 롯데마트든 각 회사가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했던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굳건한 신뢰를 구축한 덕에 실패했다가도 다시 일어섰다. 이마트는 올 초 “연말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을 내리겠다”고 했다. 가격을 내린 제품은 전체 7만 개 중 아직까지 22개다. 갈 길이 멀고 바빠 보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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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를 그리워할 것이다

프랑스어 원제는 Je vais te manquer.

국내에선 You will miss me로 개봉됐다.

아주 잠시만 옆길로 새면, 프랑스어 동사 manquer(굳이 발음으로 옮기자면 ‘멍께’
^^)의 활용은 이런 식이다.

Paris lui manque. (그는 파리가 그립다.)

우리 말로 왠지 파리는 그를 그리워한다, 같은데 실은 목적어격인 lui가 주어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불어로 you에 해당하는 te가 사실상 주어가 돼서

당신은 나를 그리워할 걸? 이란 뜻으로 번역된다.

 

내가 끔찍이 좋아하는 프랑스 영화, 역시 좋아하는 서울 광화문의 ‘시네큐브’
극장, 회사의 day off.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세 가지 필요충분조건이 완벽히 충족됐다. 야호…^^

배경이 공항으로 펼쳐지는 프랑스 영화라는 점과 제목만 알고 무작정 극장으로
갔다.

 

멀티 플롯 영화였다. 여러 주인공이 등장해 날실 씨실 엮듯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워낙 이런 종류의 영화가 많은지라 신선한 맛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영화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 나타난 프랑스 여배우 캐롤 부케는 나이가 들어 오히려 훨씬
매력적이었다.

바람둥이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가 카를라 브루니(지금의 프랑스 영부인)와
결혼하기 전,

그러니까 사르코지가 이혼남 시절, 사르코지의 다음 와이프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던
캐롤 부케…

그녀는 이 영화에서 힘겨운 병 치료를 거부하고 두 딸을 남긴 채 캐나다 퀘백으로
자살 여행을 떠나는 배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크게 세 커플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달콤쌉싸름한 느낌이 곳곳에 묻어난다.

퍽퍽하지만 유머도 있고, 장중함도 있다.

 

캐롤 부케가 연기하는 미모의 줄리아

과거 잘 나가다 요즘 글이 잘 안 써져 심술만 부리는 왕년의 베스트셀러 작가
앙리

일단 이 커플이 한 커플이다.

 

이들은 우연히 만났다.

공항 서점에서…

줄리아는 생애 마지막 책을 고르다가 앙리를 우연히 보게 됐다.

앙리는 잘 안 팔리는 자신의 책들을 가져와 서점의 잘 보이는 곳에 몰래 꽂고
있었다.

줄리아는 ‘잘 나가던’ 앙리를 알고 있었다.

줄리아와 3년 살다 떠난 전 남편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과거의 어느 날,

왠지 똑똑해 보이려고 부러 들고 왔던 앙리의 책을 딛고 서서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고 했다.

그는 키가 작았으므로…

 

그렇게 줄리아와 앙리는 공항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죽으러 떠난다"는 줄리아에게 앙리는 제안한다.

"지금부터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내게 20분만 해 주시오."

살짝, 앙리가 괘씸했다. 아무리 요즘 글이 안 써져도 그렇지, 죽으러 가겠다는
여자에게…

줄리아는 물었다.

"그럼 당신은 내게 뭘 해 줄 거죠?"

이 때, 앙리는 작은 수첩 하나를 내민다.

"내가 17세 때부터 써 온 일기장이오. 복사본도 없소. 우리 인생을 맞바꿉시다."

공항에서 서로 마음이 통한 이들은 공항을 빠져나와 호텔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각자의 길을 갔다.

비행기 안에서 줄리아는 그의 일기장을 다 읽고 난 후

옆자리 꼬마 아가씨의 배낭 속에 몰래 그 일기장을 넣는다.

그리고 줄리아는 퀘백의 한 호숫가에 배를 띄우고 준비한 약을 먹고 배 안에 드러눕는다.

이게 영화의 끝이다.

 

 

 

 

 

이들이 공항에서 나눈 이 키스는 사랑이었을까.

서로의 삶에 대한 위로였을까. 아니면 자기 연민?

공항은 매우 특이한 공간이다.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그 곳엔 여행이란 제 3공간을
앞둔 달뜸이 있다.

그 여행지가 설령 돌아오지 못할 죽음이더라도.

최근 스위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란 신간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영국 히드로공항 5번 터미널을 소재로 삼았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연인과 헤어지는 게 안타까워 입맞췄다 안았다 울기를 반복하는 스물세 살의 여성을 보며 행인들이 모두 동정심을 보였다고 소개한다.
그녀가 슬픔을 느낄 만한 강력한 동기를 가졌다는 점, 함께 있지 못하면 꼭 죽고 말 것 같은 사람을 찾아냈다는 점이
부러웠을 것이라면서.

공항에선 공항 특유의 이국적 냄새가 난다. 그 냄새는 어쩌면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의
가면’을 벗어던지게 한다. 그들이 끄는 트렁크는 그들 인생의 깜냥이며 짐이다. 공항에서의
시간,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일상의 고루한 시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흐른다. 공항은
과거 남녀 또는 남자끼리 부둥켜 안고 탱고를 추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선착장의 풍류를 약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유리 엘리베이터가 주는 지나치게
현대적인 느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절감과 상실감도 준다.(나의 아주 사적인 느낌!)

 

줄리아가 앙리의 일기장을 배낭에 넣었던 그 꼬마 아가씨의 아빠는

공항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난다.

전처와 헤어져 사는 그는 자신의 딸과 방학 때만 함께 지낼 수 있는데,

한껏 웃으며 딸에게 손 흔드는 걸 자신에게 손 흔드는 것으로 착각한 발랄한 여자
선생님이
그에게 홀딱 반해 버린다.

그 선생님, 용감하게도 친구들과 공항 방송실을 습격하고 마이크를 잡는다.

"제가 왕자님을 만났거든요. 왕자님은 B번 게이트로 와 주세요. 인상 착의는
블라블라블라…"

아, 사랑스러워라. B번 게이트로 허겁지겁 달려 온 왕자님은 그녀에게 말했다."우리
어디로 갈까요? 로마, 베니스, 파리, 커피 마시러?"

 

비록 줄리아는 퀘백의 호숫가에서 그녀가 택한 방식으로 홀로 삶을 떠나보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로마에도 가고, 파리에도 가고, 커피 마시러도 간다.

오늘 이 순간에도 만남과 헤어짐은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굴과 얼굴의 만남, 감정과 감정의 만남…

 

죽음 여행을 떠나는 그녀를 말리지 않고 떠나보내는 앙리는 과연 ‘쿨한’ 남자일까.
비겁한 건 아닐까.

글이 안 써져 괴롭다던 앙리가 만약 그녀의 인생을 소재로 새로운 소설을 써서
대박을 낸다면. 그래도
될까.

 

조만간 공항에 갈 일이 있다.

언젠가 "커피 마시러?"를 제안했던 친절한 당신은 나를 그리워할까. (Will you mi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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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와 '지암바티스타 발리'

 

최근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가 그의 할아버지인, 삼성 창업주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 때 입은 옷은

국내 패션피플들 사이에서도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저 옷이 어디 거지?".

사진에서 왼쪽이 이서현 전무입니다. 오른쪽은 이서현 전무의 언니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죠.

이서현 전무가 입은 강렬한 느낌의 이 흰색 코트는 바로 ‘지암바티스타 발리’란
브랜드입니다.

 

 

자, 다음에 소개하는 옷은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2008년 가을 겨울 옷으로 선보인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 사진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창의력을 총체적으로 펼쳐 런웨이 의상을 만들고

대중에게 팔 때는 런웨이 의상의 모티브를 따내 좀 더 입기 쉬운 옷으로 기성복을
만듭니다.

이서현 전무가 입었던 코트의 ‘영감의 원천’이 된 런웨이 옷이 바로 요겁니다.

아..우아하고 화려합니다. 수묵화 느낌으로 여성의 굴곡을 아름담게 표현했습니다.

전 이 옷을 처음 봤을 때 영화 ‘색계’의 여배우 탕웨이가 입으면 참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암튼 이서현 전무가 입은 코트는 2008년 가을에 나온 옷으로, 이 전무가 이 옷을
2년 전에 샀다는 얘기가 됩니다.

패턴이 똑같죠? ^^

 

 

꽃문양을 붉은색으로 풀어낸 비슷한 느낌의 드레스도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에게 낯선 ‘지암바티스타 발리’란 브랜드를 소개해 드려야겠네요.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패션쇼는 프랑스 파리에서 합니다.

세계의 주요 패션 브랜드는 세계 4대 컬렉션, 즉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이상은
컬렉션이 열리는 순서입니다)에서
쇼를 합니다.

이 쇼를 하는 장소에 따라 브랜드 국적이 매겨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프랑스 브랜드로 분류됩니다.

일본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만드는 ‘콤 데 가르송’이 프랑스 브랜드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이탈리아 로마 출신으로 바티칸 스쿨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1997년 ‘임마누엘 웅가로’ 브랜드의 패션을 맡았죠.

2005년에는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지암바티스타 발리’란 브랜드를 선보입니다.

오트쿠튀르적 요소가 매우 강해

모델 빅토리아 베컴, 가수 리한나 등 패셔니스타들과

돈 많은 재계, 귀족 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입니다.

 

역시 많은 분들에게 낯설지만, 패션피플이 열광하는 프랑스 브랜드가 있습니다.

‘몽클레어’란 브랜드인데요.

패딩 옷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누가 패딩을 값싸고 간편한 옷이라 했던가요.

몽클레어의 패딩 잠바는 10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패딩이란 소재에 오트쿠튀르적 요소를 잔뜩 불어 넣어 고급 패딩의 진수를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몽클레어가 지난해 겨울 손을 맞잡았습니다.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디자인한 몽클레어 패딩 코트는 어깨를 과장되게 부풀리고
비즈를 장식해

마치 패딩 드레스를 연상시켰습니다. 구조적이면서도 우아합니다.

두 장의 사진을 보시죠.

 

2009년 겨울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디자인한 몽클레어 패딩 옷

 

2009년 겨울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디자인한 몽클레어 패딩 옷.

 

이젠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패션쇼 옷과 이 옷을 몽클레어 패딩옷에 적용시킨 두
장의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두 옷의 느낌과 꽃 디테일이 비슷하죠? ^^

 

‘지암바티스타 발리’

 

지암바티스타 발리가 만든 ‘몽클레어’

 

 

이 디자이너는 매년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2010년 봄 여름 옷은

올 시즌 유행 패턴인 레오퍼드(표범) 무늬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보시죠.

전 호피 무늬와 청록색의 조합이 무척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2010년 봄 여름 ‘지암바티스타 발리’ 옷

 

2010년 봄 여름 ‘지암바티스타 발리’ 옷

 

여기서 또 궁금해지실 겁니다.

‘이 옷들은 어디서 살 수 있지?’

이 옷은 이서현 전무의 고종사촌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관여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합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운영하는 패션 멀티숍 ‘분더숍’,

롯데백화점 명품관 ‘애비뉴엘’의 패션 멀티숍 ‘엘리든’ 등에서 팝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많으면서 패션에 대해 해박한 여성들이 주로 찾는 곳입니다.

유명 배우 고현정 씨도 한 때 분더숍의 VIP였죠. ^^  

수 백 만원대로 매우 비쌉니다.

 

암튼 이서현 전무가 입은 옷은 결코 쉽지 않고, 일반인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옷인데도

이번 호암 행사로 어느 정도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 계기엔 제가 2010년 2월9일 동아일보에 쓴 삼성가 여성들 패션 기사도 한 몫
했습니다. ^^

 

 

<삼성 여인들, 패션 계열사 홍보 나섰다>

 

‘삼성가(家)’ 여성들이 패션으로 계열사들을 홍보하고 나섰다. 5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 창업자 고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는 삼성그룹의 여성들이 모두 참석했다.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는 이날 무게감 있는 실크 소재에
연보랏빛이 감도는 연회색 H라인 원피스와 롱 재킷을 입고 진주 목걸이를 세 겹 둘렀다. 홍 씨는 디자이너 서정기 씨에게 신체 사이즈를 알려준 뒤
모임의 성격에 맞는 옷을 그때마다 맞춰 입었다. 그러나 이날은 이례적으로 정구호 제일모직 상무가 특별 제작한 옷을 입었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고급스러운 광택감이 돋보여 미국 뉴욕 상류층 패션을 연상시켰다”며 “최고급 고객을 타깃으로 10일 미국 뉴욕에서 첫
패션쇼를 여는 제일모직의 신규 브랜드 ‘헥사 바이 구호’를 홍보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이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올봄 유행 색상인 흰색을 사용한 ‘전략적 패션’을 선보였다. 이부진 전무는 소매가 넓은
동양적 느낌의 흰색 블라우스형 재킷과 에르메스 클러치 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차림은 그의 어머니인 홍 씨가 리움 미술관장 시절 즐기던 스타일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신라호텔 지하 쇼핑 아케이드와 웨딩 장식 수준을 끌어올린 이 전무는 자신의 패션에 신라호텔의 고급 이미지를 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이서현 전무는 검은색 꽃문양이 수묵화처럼 펼쳐진 흰색 코트로 주목 받았다. 패션성이 강한 프랑스 ‘지암바티스타
발리’ 브랜드로 그의 고종사촌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관여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한다. 또 이 전무가 든 악어 가방은 가수 출신의
임상아 씨가 뉴욕에서 만든 ‘상아’ 브랜드. 제일모직은 2007년 임 씨를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지원자로 선정한 이후 제일모직 계열 멀티숍 ‘10
코르소 코모’에서 상아 제품을 팔고 있다.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이 지난달 미국 최대 가전쇼인 ‘CES 2010’에서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고 한 뒤, 삼성가 여성들이 공식석상에서 패션으로 계열사들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P.S.

1. 이 블로그 글에 소개된 여러 패션 브랜드와 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전 홍보우먼이 아닙니다. ^^ 오로지 패션과 스타일을 사랑하고, 여러분에게 스타일을
읽어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2. 지난해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에 갈 때 이서현 전무와 같은 비행기를 탔습니다.
몇몇 패션쇼에서도 마주쳤습니다. 이 전무의 평소 스타일링은 주로 검은색의 간결하지만
어딘가 아방가르드한 패턴의 옷에 드롭 이어링 등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줍니다. 깔끔하면서도
엣지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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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인호의 인연, 나의 인연

동아일보 블로그팀에서 연락이 왔다.

"북 배틀을 합니다. 이번엔 최인호 작가의 ‘인연’입니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랜덤하우스, 2010년1월)이란 책은 그렇게 내게 왔다.

인연스럽게…

 

 

 

실은 ‘인연’이야말로 내가 편애하는 단어이며, 詩想이다.

수필가 피천득 님이 생전(2001년)에 취재차 댁을 방문한 내게 직접 건네주신 수필집 ‘인연’은 매우
소중한 개인 보물이다.

‘김선미 님을 위하여. 2001년 5월28일 피천득’이라고 쓴 선생님의 볼펜 글씨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선생님이 사시던 구반포 아파트며, 편찮으셨던 사모님의 방이며, 그 유명한 따님
‘서영이’의 흔적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선생님은 그렇게 내게 짧지만 강한 인연의 흔적을 남겨주고 가셨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은 ‘내 영혼에게 가만히 가자고 속삭이는 순간’이란 짧은
에세이로 시작한다.

‘죽음이 이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때가 되었으며, 수많은 이별 연습을 통해
나 자신도 존 던의 시처럼 내 영혼에게 조용히 "이제 그만 떠납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지혜와 경륜을 배울 때가 된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영혼에게
가만히 가자고 속삭이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조용히 이제 그만 떠납시다…왠지 이 말에 울컥해졌다. 아직 살 날이 아주 많이
남았겠지만, 나도 ‘그 때’가 되면 조용히 이제 그만 떠나자고 내 영혼과 고요한 대화를
할 수 있을까. 늘 불평하고 아등바등 살았으면서,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치고 살았으면서
정작 떠나는 순간엔 이 땅에 더 발을 붙이고 싶다고 악악대진 않을까.

 

이 책, ‘인연’은 나와 인연을 맺고 있는 얼굴들을 여럿 떠올리게 했다.

(어쩌면 이 책은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인연 찾기 여행을 떠나게 되는, ‘열린 책’일
수도 있다.)

 

우선 지금 병상에 있는, 나의 위대한  愛人.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는데도 놀랍도록 의연함을 지키면서 투병 중인 나의 애인.

그와 오랫동안 쌓은 인연은 지금껏 나의 소양을 키운 8할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젠 그 인연에 내가 보답해야 할 때리라. "모과나무 밑에서 읽으세요"라고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

 

둘째는 나의 존경하는 인생 선배.

최인호 작가는 이렇게 썼다.

‘연애를 할 무렵, 나는 아내를 너무 사랑했다. 만나면 좋았지만 헤어지는 고통이
너무 싫었다.

내일 또 만나는 아내도 분명히 아내임이 틀림없지만, 그것은 지금의 아내가 아니고
내일의 아내가 아닌가.

나는 내일의 아내보다 지금의 아내가 좋았고, 내일의 만남보다 지금의 만남이
좋았다.’

그 선배는 어릴적부터 연애를 시작해 지금의 아내와 30년 넘게 살아오신다.

그는 "세상에 다시 10번 태어나도 아내와 결혼하겠다"고 내게 말했는데,
그 때 그의 표정엔 가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한껏 코맹맹이 소리를 담아 나의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자긴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거야?"

남편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너는?"

이런…비겁한 남편 같으니라고. 남편은 늘 난처한 질문을 받으면 내가 던진 질문을
고스란히 내게 반문한다.

늘 의심하고 집요하게 추적하고 따지는 신문기자 아내를 둔 남편이 결혼이란 억겁의
인연에서 터득한 지혜의 기술이리라.

 

여기서 잠깐.

오늘은 최인호 작가의 ‘인연’을 얘기하던 중이었지만

피천득 선생님의 ‘시집가는 친구의 딸에게’란 수필 중 일부를 발췌해본다.

‘아내, 이 세상에 아내라는 말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또 있겠는가. 천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 위버’(peace-weaver)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나가는 사람이란 말이다.’

 

셋째, 내가 받았고 주었고 줄 선물들.

평소 이래저래 지인들에게 작은 것들을 손에 잘 쥐어주는 스타일이어서인지,

끼리끼리 모인다고, 그런 지인들을 친구들로 삼아서인지

내게는 인연과 추억을 속삭이는 선물들이 있다.

경험하지 못하면 잘 이해할 수 없는, 놀랍도록 신기한 선물의 마술…

그 인연을 또 생각한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엔 수많은 인연의 별이 반짝인다.

그리고 책에 함께 실린 사진들이 이처럼 수많은 인연을 매우 조용하게, 하지만
오랫동안 얘기한다.

그 사진들에 자꾸 눈길을 뺏기면서 책 날개를 들춰보니

올해 한국나이로 48세인 백종하 사진작가. 우리 문화와 전통을 사진작업으로 재해석하는
예진디자인 연구소장이다.

 

뜻하지 않게 내 손에 날라온 이 책은 우리 것을 귀한 소반 다루듯 카메라 앵글에
담는, 의미 깊은 작업을 하는 사진작가 한 분도 내게 인연으로 소개해준 셈이다.
그 인연의 미래는 하늘이 만드는 것일까. 사람이 만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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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윈투어 미국 보그 편집장의 패션 카리스마

일단 이 곳을 클릭하신 여러분은 적어도 애나 윈투어란 여성의 이름을 들어봤거나,

그녀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분일 줄로 예상합니다.

 

(카리스마가 무섭게 느껴지는 검은색 샤넬 선글라스를 낀 단발머리 여자-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시력이 너무 나빠 낮이고 밤이고 일부러 까만 선글라스를 껴서
팽팽 돌아가는 안경알을 가린답니다-가 애나
윈투어 미국 보그 편집장,

왼쪽에 긴 노랑머리 여자가 그레이스 코딩턴 미국 보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애나는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잠시 그레이스 코딩턴을 소개하자면 젊은 시절
패션모델로 활동하다 교통사고로 얼굴을 성형한 뒤 보그 패션기자가 됐습니다. 30여
년 째 보그에 몸담으며 애나 윈투어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제 애나 윈투어 얘기입니다.

1988년부터 미국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을 맡고 있는,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죠.

그녀가 지난해 자신을 소재로 자신이 직접 출연한 다큐 영화 ‘셉템버 이슈’(잡지
9월호) 개봉에 즈음해

미국 인기 데이비드 레터맨 토스쿄에 출연했습니다.

군살 없는 날씬한 이 여성분, 올해로 61세입니다.

패션에 문외한이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는 ‘굿 인터뷰어’ 데이비드 레터맨과 그녀의 토크를
들어보시죠.

영국 여자 애나의 영어에는 미세한 영국 액센트가 느껴집니다.

만약 당신이 단 20달러만 가진다면 뭘 사겠냐고 묻자, 이 여성분 매우 신속하고 심플하게
대답하십니다. ‘립스틱!’

(하긴 립스틱 하나를 발랐냐 안 발랐냐란 한 끝차이가 엄청난 스타일 차이를 빚어내죠)

그녀는 데이비드 레터맨의 밋밋한 회색인지 흰색 양말에 대해서도 둘러서 한 소리 합니다.
들어보십시오.

 

 http://www.youtube.com/watch?v=3i1CfQnqNM0

 

http://www.youtube.com/watch?v=PpgUIMSfOW0&feature=related

 

 

요건 정겨운 바바라 월터스 여사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이후

인터뷰한 애나 윈투어의 패션 인생입니다.
(abc방송)

 http://www.youtube.com/watch?v=EEkmKyBzDOE&feature=related

 

 

 

 

(제가 2009년 프랑스 파리패션위크에서 애나 윈투어 코 앞에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애나가 이날 입은 트위드 소재 스커트 정장은 ‘발렌시아가’ 브랜드입니다. 역시
그레이스 코딩턴과 함께 앉아있죠.)

 

 

다음은 제가 오늘 쓴 기사입니다. 애나 윈투어는 어떤 여자일까요.

 

<동아일보 2월5일자 위크엔드 섹션>

 

  기자는 애나 윈투어 미국 ‘보그’ 편집장을 두 번 직접 봤다. 2005년 미국 뉴욕 패션위크와 지난해 프랑스 파리 패션위크를 취재할 때였다. 항상 패션쇼 맨 앞줄에 앉는 그는 그 때마다 큼지막한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의 반대편에 앉아 패션쇼를 보게 될 때면 기자는 무대를 걷는 모델을 한 번 본 뒤, 애나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선글라스로 가린 그의 시선을 잘 볼 수 없어도, 그가 어느 옷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지는 그의 고개가 돌아가는 방향과 멈추는 시간으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뿐이랴. 전 세계 패션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자체로 패션계의 빅뉴스가 된다. 최근 국내 개봉한 영화 ‘셉템버 이슈’는 그를 소재로 그가 직접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07년 보그 9월호(셉템버 이슈)는 1892년 보그가 창간된 이후 가장 두꺼운 분량을 펴냈다. 전체 840페이지 중 727페이지가 광고였는데, 이는 패션 산업에 대한 애나의 입지전적 위치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관록의 여배우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던 패션잡지 편집장은 만인이 알고 있듯, 애나를 모델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보그 코리아’가 e메일 인터뷰로 애나에게 그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당신이 본 것을 모두 믿진 마세요”라고 답했다. “‘패션 잡지는 소비를 조장하는 쓰레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이란 질문엔 “아마 그들은 ‘보그’를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을 거에요. 스타일, 정치, 문화, 잘 사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그’에도 관심이 있을텐데요. 물론 잘 사는 것이 꼭 비싸고 화려하게 사는 걸 의미하진 않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인기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해서는 “20달러 예산으로는 뭘 사겠느냐”는 질문에 영국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립스틱”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애나는 194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으니, 올해 61세다. 고졸 학력의 패션잡지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여러 잡지를 거쳐 1985년 영국 ‘보그’ 편집장, 1988년엔 꿈에 그리던 미국 ‘보그’의 역대 5번째 편집장에 올라 지금까지 패션계를 ‘군림’하고 있다. 미국 작가 제리 오펜하이머가 쓴 애나에 대한 평전인 ‘(패션쇼의) 첫 번째 줄’(Front row·한국어 번역판 ‘워너비 윈투어’)에 따르면 애나는 10대 때부터 숱한 연애를 거쳐 재력 있는 남자들을 발판 삼아 화려한 인맥을 구축했다.

  글 쓰는 능력은 형편없었지만 유명 포토그래퍼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탁월한 안목으로 당대의 패셔너블한 화보 촬영을 주도했다. 편집장이 되기 훨씬 전부터 샤넬의 값비싼 옷으로 세련되고 품위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는 영화 ‘셉템버 이슈’에서도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민소매 원피스 위에 얌전한 카디건을 걸친 스타일을 여럿 선보였다. 젊을 적부터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그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패션’, 즉 얌전하고 여성스런 스타일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보그 코리아’의 신광호 피처 디렉터는 애나에 대해 “지구상에서 패션에 가장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보그’는 패션화보를 지면에 실으면서 모델이 입은 옷을 살 수 있는 백화점을 함께 소개한다. 샤넬이든 루이뷔통이든 옷을 살 수 있는 곳은 여럿 있는데 굳이 한 백화점을 콕 찍어 소개하는 건 애나가 패션 산업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영화 ‘셉템버 이슈’에서도 니만 마커스 미국 백화점 대표는 애나에게 말한다. “애나, 이건 당신 권한이 아닐 지도 모르지만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디자이너들의 제품 배송이 너무 늦어요.” 애나는 이 자리에서 디자이너들을 움직이겠다고 약속한다.

  애나는 한 때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휘청거릴 때 그의 디자인을 부각시킨 지면을 계속 실었다. 1998년 미 백악관 성 추문이 불거졌을 땐 힐러리 클린턴을 매력적으로 변신시켜 그 해 12월 ‘보그’ 표지모델로 내세웠다. 이후 힐러리의 인맥은 곧 애나의 인맥이 됐다.

  애나는 예나 지금이나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테니스를 친 후 전문가로부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단발머리 손질과 결코 짙지 않은 화장을 맡긴 뒤 8시에 보그 사무실로 출근한다. ‘셉템버 이슈’ 끝 부분에서 촬영진이 묻는 세 가지 질문과 그의 답변은 이렇다.

Q: 당신의 강점은? A: 결단성

Q: 당신의 약점은? A: 아이들(이혼한 애나에겐 두 자녀가 있다)

Q: 당신이 갖고 싶은 능력은? A: 백핸드 기술.

  기자는 애나가 말한 ‘백핸드 기술’이 단순히 테니스 기술만을 뜻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패션 카리스마는 어쩌면 이 땅의 여성들에게 정교한 백핸드 기술의 가르침을 줄 수도 있으리라. 기회를 포착하고 확장하라, 연애는 놀이처럼 즐겨라, 가십은 실력과 열정으로 돌파하라, 늘 젊은 감각과 자부심으로 무장하라, 소문과 평판에 의연해져라, 더 높은 자리를 열망하라, 스타일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다…. 

  

P.S. 기자가 애나를 본 순간들엔 늘 그에게 붙어 잘 보이려는 남자들이 있었다. 유명 디자이너든, 백화점 고위 관계자든. 별명이 ‘핵폭탄’이건 ‘얼음공주’건 뭐 어떤가. 영국 ‘가디언’은 그를 ‘비공식 뉴욕 시장’으로 명명했으니….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세계
유명 패션쇼는 무대를 가운데 두고 이런 식으로 패션 에디터와 관계자들이 죽 앉아서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각 브랜드는 각국에서 오는 프레스들의 좌석을 배정합니다. 지정석인
셈입니다. ^^)

 

자,
이젠 미국 보그 에디터인, 애나 윈투어의 오른팔 앙드레 레옹 탈리에 대해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문엔
좁은 지면 사정상 그의 이야기를 싣지 못했거든요.)

영화
‘셉템버 이슈’에도 나오는 그는 흑인으로 지난해 3월 미셸 오바마 여사를 미국 보그에
인터뷰하고

보그
표지모델로 내세웠습니다.

33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부인 베스 트루먼 여사가 잡지에 등장한
이래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사진이
패션잡지를 장식한 것은 미셸 여사가 처음이라죠. 미셸 여사는 대만 출신 디자이너 제이슨 우가 디자인한 자홍색 민소매 실크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잡지 촬영에 임했었습니다.

그럼
앙드레 레옹 탈리의 얼굴을 공개합니다.

 

(모델
나오미캠벨과 함께 선 앙드레 레옹 탈리. 벨벳 보라색 신발이 매우 눈에 띕니다!)

 

그런데,
앙드레 레옹 탈리는 스타일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버그도프 백화점에서 게임쇼 진행자로 나선 바 있던 그는

모델
타이라 뱅스가 이끄는 ‘도전 넥스트 톱 모델’의 심사위원으로 본격적 TV스타의 길로
들어선다는 소식입니다.

애나
윈투어가 그의 TV 출연에 대해 못 마땅해한다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나저나
2m 가까운 장신으로 패셔너블한 이 까만 아저씨는 애나 윈투어 옆을 오랫동안 지키며

애나
윈투어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요.

유명한
말이 전해집니다.

"애나가
사무실에서 걸어 나오면 홍해가 갈라져요."

 

p.s.

 

1)전
지난 토요일 밤 11시 반에 ‘셉템버 이슈’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늦은
심야 영화를 보러 온 관람객 중엔 제 친구인 패션 바이어, 패션잡지 에디터, 패션홍보대행사
대표 등이 있더군요. 패션 담당 기자로서 왠지 이 영화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사명감으로 보러 갔는데, 우연히 한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게 된 그들도 같은 이유로
영화를 보러 왔다고 합니다. 전문성이라는 것, 하루 아침에 그냥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때 손에 닿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2)이
영화 ‘미로비전’에서 수입했습니다. 1990년대 당시 유행이던 청 남방과 잔스포츠
배낭 매고 저랑 대학 같이 다닌, 똑똑하고 건실하고 유머러스하고
영어도 잘 하고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한 채희승 대표가 이끄는 영화 제작사 겸 배급사입니다.
우리 영화계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많이 했죠. 제가 좋아하는,
광화문에 있는 ‘미로스페이스’ 극장도 이 회사 소유입니다. 제 블로그에 글을 남겼던 잔잔한
프랑스 영화 ‘여름의 조각들’도 미로스페이스에서 봤었습니다. 채 대표의 안부가 궁금해졌습니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그에게 안부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영화
소개해줘 고맙다"고.

 

 

카테고리 : 패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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