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백, 꼭 사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유통 분야를 맡고 있지만

3년 전 저는 금융 담당 기자였습니다.

재테크 칼럼도 저희 신문 경제면에 1년 동안 연재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머니 앤 더 시티’라는 30대 커리어우먼을 위한 맞춤식 재테크 책도 출산
후 5일째부터 산후조리원에서 열심히 집필해 펴낸 바 있습니다. ㅋㅋ 

 

그래서 오늘은 투자와 패션의 ‘크로스 오버’를 이 블로그에서 함 시도해보겠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아…세상은 넓고 살 것은 도대체 얼마나 많단 말입니까…

당신의 스타일 지수를 높여줄 몇몇 방안들을 앞으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아울러 이 글이 여러분의 금융 상식에도 도움 됐으면 합니다.)

1주일 출장을 앞두고 있어 제 블로그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이 글 남기고 다녀오려
합니다. ^^

쇼핑 문제에 대해선 실은 너무 할 말이 많아 앞으로 시리즈로 두고두고 이
곳에 연재하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벤자민 그레이엄(1894-1976)과 ‘샤넬 백’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샤넬 클래식 백)

 

 

(샤넬 2.55백)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기의 장이었던 월스트리트를 과학적 투자의 장으로 바꾼
위대한 인물로,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도 그의 열렬한 추종자였습니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그의 저서 ‘증권분석’(1934)에서 제시한 개념은 유명합니다.

"투자란 철저한 분석에 바탕을 두고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절한 수익성을
보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벤자민 그레이엄)

 

소시적부터 ‘쇼핑의 여왕’으로 불렸던, 한심막중한 저는 10년 전 샤넬 클래식
백의 가격을 선연히 기억합니다.

그 때 가격은 70만 원 선. 2000년대 중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파란색 샤넬
클래식 백을 100만 원대 초반에 살 수도 있었습니다.(지금이야 한국인들도 컬러에
관대해졌지만, 불과 5년 전만해도 튀는 색이라고 그 세일 안 하는 샤넬, 그것도 불변하는
디자인의 클래식백을 세일하고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금 샤넬 클래식 백은 300만-400만 원대입니다. 10년 전 70만
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500% 인상됐습니다.

그런데 샤넬의 프라이싱 전략은
항상 소비자들이 ‘헉’ 부담을 느끼는 수준입니다. 지금이야 ‘디오르’와 ‘셀린느’ 백도
200만 원을 훌쩍 넘깁니다만, 명품이 막 소생하던 당시 한국에서 70만 원은
꽤 부담되는 가격이었습니다. 지금도 300만-400만 원은 평범한 여성들이 턱 사기엔
얼마나 힘겨운 가격이란 말입니까.

2010년 지금 이 순간 ‘코치’, ‘MCM’ 정도의 ‘프레스티지 럭셔리’ 브랜드(사실상
중저가 럭셔리)에서 70만 원대 백을 살 수 있는 걸 감안하면, 10년 전 샤넬 백을
사서 폼나게 계속 들어왔다면 당시에 10년 전 70만 원을 주고 산 소비자가 지금 가격을
주고 사는 소비자보다 수익성을 보장 받았다는 얘기는 됩니다.

 

이 대목에서 전 제 개인적 경험을 여러분들과 꼭 나누고 싶습니다.

만약 샤넬 백이 눈에 밟혀 잠이 안 오신다면, 지르십시오. 벤자민 그레이엄이
일찍이 말한 투자 원금의 안정성과 적절한 수익성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샤넬백을 한 개 이상 갖춘 저로선, 온갖 스타일에 무한 애정과 용기가
있는 저로선 다른 의견도 드릴 수 있습니다.

(이도저도 좋다는 애매한 중립주의가 아닌, 진심입니다!)

과연 너도 나도 드는 샤넬 백이 여러분의 스타일 감각을 얼마나 높여주느냐의
문제입니다.

 

매우 우아하여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여성이 샤넬 백을 들 수도 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무리해서 샀겠다’ 싶은 젊은 학생들이 샤넬 백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실은 별로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멋진 여성은 샤넬 백을 들지 않아도 멋집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가 샤넬
백을 들었다고 해서 후한 점수를 주지도 않습니다. 대개의 남자들은 여자의 외모에
눈길을 줄 뿐, 여자가 입은 치마 길이에나 관심을 가질까 그녀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에 대해선 게이가
아닌 이상 큰 관심이
없답니다. 어떤 남자들은 샤넬 백을 든 여성에 대해 ‘허영심이 많아서 아내감으론
안 되겠군’이라고 뒤에서 비난할
지도 모릅니다.

 

우리 여자들이 남자를 위해 치장할 필요는 물론 전혀 없죠. 패션은 결국 자기만족인걸요.
하지만 샤넬 백을
사는 가격은 커피빈에서 오늘의 커피를 사 마시는 가격 수준이 아니라는 데에서 심각한 선택의
문제, 기회비용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편으로는 패션에서 백과 구두야말로 그 사람의 패션 감각을 잘 드러내는 소품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뭔가 중요한 자리에는 평소 가볍다고 잘 들고 다니는 ‘마크 제이콥스’
천가방 또는 신세계백화점 장바구니(디자이너 김재현 씨가 디자인한 부엉이 그림이
있는…)보다는 아무래도 다른 가방을 들게 돼죠.

 

그런데 제게 있어 요즘 그 다른 가방은 꼭 샤넬이지는 않습니다.

‘자맹푸치’의 퀼트 가방, ‘안테프리마’의 비즈 가방, 친정 엄마가 물려준 그 옛날
이름모를 구슬 가방과 흰색 각진 가방 등

가급적 남들이 "저건 도대체 무슨 가방이래?" 할만한 가방들을 골라
들게 됩니다. 가급적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가방으로…(같은 논리로 제 루이뷔통
로고 백은 출근길 제 간택을 못 받은지 수개월 됐습니다!)

정장 차림에 샤넬 백…너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정리하자면,

 

첫째, 샤넬 백을 언젠가 살 계획이 있다면 가급적 빨리 사서 오래오래 드십시오.
질리지는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샤넬 백 가격은 오르면 올랐지,
설사 환율이 내려 수입원가가 내린다 해도 ‘인심 좋게’ 샤넬 제품 가격을 내릴 거란 생각은 결코 안 드니까요.

 

그리고 이건 정말 일부 남자 독자들의 비난 의견을 감수하고 용기내서 사적인
견해를 말씀드리는 건데요. 가급적 비싼 가방은 직접 사지 말고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선물 받았으면 합니다. 솔직히 전 마음이 약하고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해서 남자에게
"뭘 사달라"고 얘기해 본 적이 평생 없었는데요. 결혼을 앞두고 남편과
패션잡지를 들척이다가 "아, 이 가방 예뻐 보인다"라고 무심코 사심없이
얘기했더니, 남편이 그걸 기억해놨다가 결혼 선물로 내밀었습니다.

사랑은…받는 것도 기억에 남지만 어쩌면 주는게 훨씬 더 기억에 남을 겁니다.
남자라면 더더욱이…그러니 샤넬 백, 아니 뭔가 작은 것이라도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사지 말고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받아보세요. ^^

 

(아…이 대목에서 어떤 블로그 독자 분의 지적이 있어 부연설명을 뒤늦게 괄호로
추가합니다. 결코 남자에게 빈대 붙어 ‘뜯어 먹으라’는 뜻 아니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 받는 선물의 기쁨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말이죠.ㅠㅠ 인간은, 특히
남자는 자신이 받은 사랑보다 준 사랑을 더 잊지 못하는 걸 주위에서 많이 목격했거든요.
^^ 바로 뒷문장으로
이어지는 문맥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남자분들도 너무 절 원망하지 말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길거리 리어카에서라도
뭔가 하나 사서 안겨주세요. 여자는 작고 빛나는 것(개그우먼 이경실이 어느 프로에서
말하더군요. 문맥상 다이아몬드 반지였지만. ㅋㅋ)에만 감탄하는 게 아니랍니다.
남자가 자기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에 탄복하는 것이죠. 이 아줌마의 충심 어린 조언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

 

둘째, 만약 샤넬 백을 살 300만-400만 원이 제 수중에 있다면 저는 단언컨대
샤넬
백을 사지 않겠습니다. (이미 샤넬 백이 있다고 드리는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대신 그 돈으로 피트니스 연간 회원권을 끊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거나, 뭔가 새로운 취미생활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전 개인적으로 요즘
도예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대가에게 배우는 투자의 지혜(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p.s.

 

1)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샤넬이 왜 전 세계 여성들의 로망이 됐는지를 보다 집중
탐구해야 합니다. 그 작은 클래식백이 어떻게 여심을 훔치고 있는지…실은
국내 가방 브랜드를 보면 그다지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어설프게 해외 브랜드
제품의 요소들을 슬쩍 카피한…50만 원짜리 어느
국내 가방 브랜드 6개를 사느니, 샤넬 가방 하나를 사겠다는 생각은 솔직히 듭니다.
불변하는 디자인이 갖는 패션의 영속성, 그걸 바탕으로 탑 프라이스를 고집하는 멋진
콧대 때문 아닐까요.

(참고로
최근 결혼한 고소영의 웨딩 사진 촬영에서 고소영이 착용한 별 모양 목걸이도 샤넬
주얼리입니다.)

 

 

 

(고소영이 웨딩촬영 때 목에 걸었던 별 모양 샤넬 목걸이…)

  

2) 오늘은 벤자민 그레이엄에 대해 얘기했지만,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창시했던 짐 로저스도 오늘 얘기의 마무리로 언급할 만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며 곡물, 돼지고기, 밀 등 상품시장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린 인물이죠.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들여다보며 투자하는 그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류, 인생은 짧다. 멀리, 멀리까지
가서 세계를 보라."

저 비록 샤넬 한국지사에 친분 있는 분들 여럿 되지만도, 드넓은 스타일 세상에서
한낱 샤넬 백에 목숨 걸며 연연하는 건 왠지 하수의 수준 같지는 않습니까. 여러분!

 

 

<이 블로그에 이 글을 쓴지 18시간만에 덧붙여 쓰는 반성>

 오늘 일과를 마치고 방금 전 귀가해 제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무려 하루 6만 건이 넘는 방문자 수에 덧글도
62개. 감사한 글도 여럿 있었지만 솔직히 착잡한 마음이 큽니다. 그동안 제 블로그는 이렇게 오늘처럼 방문자 수가 많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분들이 들어와 매우 정겹고 소소한 안부를 남겨주시던 곳이었습니다. 제게는 마음의 호숫가 같던 곳. 그래서 꽃동네도
소개하고 인상 깊었던 해남의 매실도 소개하고 그랬었습니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1인미디어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던 저로선 나름
의욕을 갖고 블로그를 꾸며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나와 생각이 다르면 그른 걸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마음에 담아둘 수는 없나요? 결국
여러분은 샤넬 백이란 제목을 보고 이 곳에 방문하신 걸텐데 말이죠. 그깟 샤넬 백이 뭐라고…전 내일 출장 떠납니다. 앞으로 블로그에 어떤
글을 남겨야하나, 생각해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생각엔 안타까움이 클 것 같습니다.

 

 

 

카테고리 : 패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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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유혹할 때 여자의 패션-나카야마 미호로부터 배운다

<안녕,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10년 전쯤 쓴 소설이다.

이 책을 원작 삼아 국내 영화감독 이재한이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이름은 ‘사요나라 이츠카’.

일본에서 올 초 개봉 후 한국에서도 지난달 개봉했는데,

지금 보려하니 이미 상영이 끝났나보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일본의 국민 여배우 나카야마 미호.

한국에서도 ‘러브 레터’로 잘 알려졌다.

2002년 츠지 히토나리와 재혼한 그녀는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득남했다.

이 둘이 처음 만난 곳이 파리였기 때문에…

일본 매스컴을 피하기에도 좋은 장소였기 때문에…

 

나카야마 미호…

1970년생이고(한국나이로 41살이 됐다는 얘기!),

158cm에 43kg.

결코 큰 키는 아니지만,

같은 여자가 봐도

정숙함과 섹시함, 요조 숙녀와 요부의 모습을 동시에 갖췄다.

 

여기서 잠깐.

그녀의 남편인 츠지 히토나리의 얼굴을 소개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저자로도 유명한데,

난 그가 썼던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도 곱씹어 읽었더랬다.

편지 대필가가 쓰는 다양한 군상의 인생들이 잘 소개돼 있었다.

그의 사진을 지금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내가 아는 두 남녀와 비슷한 외모란 생각이 든다.

그 두 남녀는 서로 친한 선후배 사이인데,

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인간은 결국 자신과 닮은 상대의 모습(동질성)에서 끌림을 찾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여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남편이자, 일본의 유명 소설가이자 영화인인 츠지 히토나리.)

 

 

자, 이제 내가 쓰려던 주제에 돌입한다.

참한 약혼녀를 일본 본토에 둔 남자가 태국 방콕에서 갑자기 마주치게 된

매혹적인 여자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결국 둘 다 서로 앞에 놓인 운명을 받아들이며 헤어진 뒤

(둘 모두 이후 마음 속에 이 짧은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았지만도…)

25년 후 다시 우연히 만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혹시 비디오로 출시돼 이 영화를 보게 될 분들을 위해 내용은 딱 이만큼만! ^^)

 

소설에서 ‘그녀’가 ‘그’에게 접근하는 장면의 묘사는 참으로 관능적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지 않는 뜨거운 불 같았다.

소설 문체도 참으로 감각적이었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나카야마 미호의 패션은

정말로 주목할만하다.

국내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씨가 스타일링한 그녀의 패션은

나카야마 미호가 가진 매력을 200% 이상 발현시키고 있다.

내가 남자여도, 그녀를 보면 숨이 막힐 것 같다.

 

 

 

 

(화이트 원피스와 밀짚 모자로 매우 깔끔한 룩을 표현해낸 스타일링)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씨는 그녀의 신비한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라색을 십분
활용했다. 와인잔을 앞에 둔 그녀의 보라색 민소매 원피스와 귀고리, 분홍색 네일
컬러에 주목한다. 살집이 없어 가녀린 상체가 빈약한 듯 섹시하다.)

 

 

 

(사실 나카야마 미호의 가슴은 빈약한 편이다. 하지만 큰 가슴만 관능적인 건
아니다. 보라색보다 더 관능적으로 여겨지는 짙은 회색 bare-back 실크 드레스는
참으로 고혹적이다. 태국의 이국적인 인테리어처럼…)

 

 

 

(바로 이 짙은 회색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새빨간색 네일 컬러!)

 

 

 

(불장난 같은 사랑을 마친 이들이 결국 공항에서 헤어질 때의 모습이다. 고혹적인
드레스를 입었을 때보다 살구색 블라우스의 여성적 캐주얼 차림의 나카야마 미호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풋풋함과 욕망의 조화…이 이별 이후 남자는 운다. 그리고
이 공항으로 자신을 만나러 오는 약혼녀를 만난다. 그리고 이후 25년의 세월이 흐르게
된다.)

 

 

 

 

 

종종

지인들과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패션’과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 패션’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가 있다.

단정한 카디건 세트와 A라인 스커트…

실은 패셔너블한 여자들의 세계에서 이 차림은 패션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살짝 촌스런 패션으로 여겨지지만 남자들은 열광한다. 참해 보이기 때문에…^^

반대로 여자들이 감각적이라고 높은 점수를 주는

‘발맹’ 식 밀리터리 룩, ‘마르탱 마르지엘라’나 ‘앤 드뮐레뮈스터’ 브랜드 등의
해체주의 패션에 대해 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패션"이란 평가를
내릴 때가 많다.

그야말로 ‘남녀탐구생활’이다. ^^

 

철저히 패션의 관점과 심리학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접근해보면,

남자를 유혹하고 싶을 때

여자는 일단 참한 차림이면서 여성적 매력을 은밀히 발산했으면 좋겠다.

아주 사적인 기준으로 추천하는 패션은

For day time,

매우 사무적으로 보이지만 몸에 피트돼 곡선을 살려주는 남방과 타이트 스커트…

For night time,

민소매 실크 원피스와 그 원피스 위에 살짝 걸치는 여성스런 재킷…

두 상황 모두 무시무시한 킬힐 말고 그냥 6cm 정도 굽의 단아한 하이힐…

 

오늘의 사적인 생각!

 

‘여자에게 스타일은 욕망이되, 어느 상황에서나 고고해야 하는 것!’

 

p.s

저 비록 이 영화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나,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로

이 영화 홍보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 올려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RNV3X2Hcm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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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엔 민트색 네일을…

오늘
괜시리 우울했다.

이유는
있을 것이되, 그 이유가 그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하여

지인
세 명에게 시간차 두고 전화와 문자, 대면 대화로 앞뒷말 다 잘라내고 ‘오늘 우울하다’는
팩트만 털어놓았다.

 


A는
말했다.

"그럼
좀 와인을 드세요"

나는
말했다.

"저
오늘 회사에서 당번 중이에요. 신문사는 (와인 마시며 일할 정도로) 리버럴하지 않답니다.
그나저나 와인은 어떤 답을 주나요?"

A의
대답이 참 여운을 남긴다.

"좀
더 우울하게 하다가 그냥 잠들게 하지."

 

다음은
B였다.

"아니,
왜 우울하십니까?"(B)

"몰겠습니다"(나)

"그럼
봄 타네. 감수성이 풍부하니까 그냥은 못 넘어가겠죠."(B)

"^^"(나)

"축복
아닐까요. 남들은 느끼지 못한 것들을 맘껏 즐기세요."(B)

 

마지막은
C였다.

그녀는
바로 내 옆자리에 지금 앉아있다.

그녀는
내게 가만히 보라색 은박지를 입은 ‘키세스 다크’ 초콜릿 세 개를 건넸다.

지금
그 중 두 개를 먹고, 하나는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혹시
우울한 분들을 위하여,

A,
B, C 현자의 현답들을 추천하고 싶어

아주
사적인 글을 남긴다.

2010년
4월의 마지막날…

 

 

p.s.

 

 

나름
우울함을 떨쳐버리려

민트색
네일컬러에 ‘LOVE’라고 쓰여있는 큼지막한 플라스틱 분홍색 반지(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서
샀던 건데, 혹자는 내게 어린 딸
반지 끼고 다니냐 놀렸다!),

최근
구입한 고도근시용 빨간색 ‘LA 아이웍스’ 안경(혹자는 지휘자 같다고 했다!),

형형색색
줄무늬의 ‘소니아리키엘’ 니트를 조합한

‘우울증
안녕 패션’으로 출근했었다.

 

민트색
네일…

하긴
꽤 괜찮은, 벚꽃 진 4월의 우울 치료제이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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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잔한 '허삼관 매혈기'

중국 소설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내 손에 들려있는 이 소설은 국내에서 1999년 초판이 나오고 2000년 6월 3쇄를
찍은 3쇄다.

 

(내 소장본과는 책 표지 디자인이 바뀌어 있는 현재의 책 디자인)

 

저자인 위화는 1960년에 태어났다.

지금이야 이 아저씨, 한국 나이로 51세지만 당시로선 40세(초판 나오던 시절)로
‘젊었다.’

‘세상사는 연기와 같다’

‘살아간다는 것’

등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인간 삶의 역정을 담는다.

 

허삼관 매혈기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의 희비극이다. 목숨 건 매혈의 여로…

10년 전 이 책을 읽을 당시 사회부 기자였던 나는 외환위기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서울역 화장실 등에 붙은 ‘피 팝니다’란 아련한 스티커들을 보면서 스티커에 나온
연락처로 전화 걸어 취재를 해 볼까,란 매우 무시무시한 생각도 했었더랬다.

 

오늘 그 허삼관 매혈기가 생각난다.

이유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허삼관은 중국 성안의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 대 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다.

그는 피를 팔아 아내 허옥란 사이에서 낳은 아들 일락,이락, 삼락을 키워냈고
돈을 벌었다.

피=힘=돈이었다.  (책 한 권 내용을 단 두 줄에 요약하다보니. ^^)

예순이 돼 기력이 빠진 그는 말한다.

"다른 건 다 싫고 돼지 간 볶음하고 황주(중국 술)면 돼"

 

독서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다.

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이 즐겨 사용하는 감탄사 ‘아이야’의
옥타브와 톤을 늘 상상하게 된다. 허옥란의 목소리가 매우 과장돼 있을 거라는 확신이 섞인 추측과 함께.

위화는 중국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연민을 때로는 농담처럼 터치하는데,

그래서 독자인 난 오히려 더 서글퍼진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만 들여다 봐온 사람은 왜 남이 자신을 더 알아주지 않냐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쉽다.

일에 매몰돼 ‘일=출세=행복’으로 살아온 한국의 중년 남자들이 피를 팔아 돈을
번 허삼관과 도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들도 10년 전에는 10년 전 위화처럼 재기발랄했을텐데…

 

다시 꺼내든 ‘허삼관 매혈기’ 중 동시대 남자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면을 추려놓는다.

허삼관 매혈기에 대한 나의 우연 같은 인연의 여정을 찬찬히 곰씹어보며…

이 장편소설의 분위기를 딱히 요약 설명해드릴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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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사이에 피를 네 번이나 팔았으니 하루에 여자 배에 네 번이나 올라
탄 거나 마찬가지야. 이 때는 다리만 떨리는 게 아니라 몸까지 추워진다구…"

 

허삼관은 반점(식당)의 점원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말했다.

"자네들, 두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게나. 아래로 내려놓으면 평소에 반점에
안 와 본 것처럼 보이니까, 늘상 오는 것처럼 행동하라구. 고개를 뻣뻣하게세우고,
가슴은 쫙 펴라구.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이야. 그리고 주문할 때는 손바닥으로
탁자를 두드리라구. 목소리도 시원스럽게 하고 말이야. 그래야 우리를 깔보지 못한다구.
알겠지? 저기 점원이 오니까 자 내가 하는 거 잘 보라구"

 

(중략: 내용은 이 테이블에 모인 허삼관 친구들이 주문하면서 버벅거리는 내용)

 

점원이 가고 나자 허삼관이 다시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내가 언제 소리 지르라고 했나? 그저 좀 시원스럽게 하라고 했지. 이건
싸움이 아니잖아. (중략)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는 절대로 잊어버려서는 안 돼. 황주를
데워 오라고 하는 것 말이야. 이 말을 해야 자네들이 반점 출입이 잦은 사람들로
보인다고. 알았나? 이 말이 제일 중요해."

——————————————————————————-

 

p.s.

1)하긴 나, 어제 늦은 밤 을지로 지하도역을 건너는데,

10년 전 서울역 등 곳곳에서 목격했던

익숙한 노숙자들의 풍경을 또 마주치고 말았다.

누구나 다 삶이 고단하다 하지만,

어쩌면 당신이 처한 환경은 우리가 모르는 그 누구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

 

2)다음은 작년 상하이 갔을 때 마주친 골목길 풍경을 찍은 사진.

쪼르르 앉아 햇볓을 쬐는 저 할머니들의 옛날 삶은 어땠을까.

지금은 재개발된 이 동네에서 돈을 벌게 된 저 할머니들은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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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본 장동건-고소영 럭셔리 웨딩을 만드는 사람들

오늘은 연예인 커플의 웨딩 스타일을 소개하려 합니다.

워낙 일거수 일투족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있어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까지 이들의 결혼식 준비상황을 일일이 보고 받고 있는,

바로 장동건-고소영 커플의 결혼식 얘기입니다.

 

신라호텔에 따르면

이들의 결혼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초, 일본 팬들의 예약이 몰려

장-고 커플의 결혼이 열리는 5월2일 신라호텔은 만실이라고 합니다. ^^

얼마나 신라호텔이 이날 북적일지 상상이 됩니다.

 

장-고 커플의 럭셔리 웨딩을 소개하고 싶어 글을 쓰는데요.

사실 요즘 국내 호텔들은 럭셔리 웨딩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지요.

돈 있는 고객들이 웨딩에 쓰는 돈 뿐 아니라, 이미지산업이란 호텔 비즈니스에서
럭셔리 웨딩만큼 호텔 전체의 이미지를 업하기 좋은 분야도 없거든요.

 

암튼 그래서

신부들이 가장 신경 많이 쓰는 웨딩홀 장식(즉, 꽃과 집기 등의 장식)은

장-고 커플의 경우 프랑스 파리 ‘포시즌 조지Ⅴ호텔’의 수석 플로리스트인 제프 리섬
씨가 방한해 손수 맡습니다.

지난해부터 신라호텔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이 호텔 웨딩 아트 디렉터로 활동해 온 그는 고소영이 주문한 ‘모던 앤드
시크(modern&chic)’ 콘셉트에 맞춰 목수국, 작약, 흰색 튤립과 호접란 등의 꽃과 크리스털 촛대로 순수와 우아함을 표현할 것이란
설명이죠.

2008년 신라호텔과 컨설팅 계약 전 그가 방한했을 때 그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참으로 예술적이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그를 만나러 갈 때 가슴팍에 꽃
브로치 하나 꽂고 신라호텔로 인터뷰 갔었습니다. ㅋㅋ 그 때 그와 함께 찍었던
사진입니다.

 

 

다음은 그의 꽃 작품 앞에서 찍었던 사진입니다.

 

 

그가 창조한 ‘꽃 잠수시키기’ 디자인 컨셉은

각국에서 숱한 ‘제프 리섬 따라쟁이’를 배출했죠. ^^

고소영 씨는 이번 웨딩에서 ‘모던 앤드 시크’ 컨셉을 주문했기 때문에

장-고 커플의 결혼식에서 목수국과 작약이 일정 부분 이런 데커레이션 형태로
장식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당시 그의 말 중 가장 인상깊었던 말은 이랬습니다.

"나는 웨딩에서 ‘흰색+α’를 추구합니다."

"‘꽃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관에서
자유로워지세요. 당신의 직관과 기분을 따르면 창의적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요. 스스로를 3차원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각가라고 여겨도
좋고요.”

 

참고로 제프 리섬에 대해 제가 2008년 썼던 당시 기사는 이렇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포시즌 조지Ⅴ호텔은 각종 평가기관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호텔로
꼽힌다.

 

1928년 파리의 심장부인 샹젤리제 거리에 세워진 이 호텔의 숙박비는 하룻밤에 735∼9000유로(약 116만∼1422만
원). 2000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럭셔리의 총체’로 재탄생했다.

 

이 호텔 구석구석을 돋보이게 만드는 ‘미다스의 손’이 최근
신라호텔의 초청으로 한국에 다녀갔다. 제프 리섬(38) 파리 포시즌 조지Ⅴ호텔 수석
플로리스트다.

 

박물관과 흡사한 웅장한 로비, 에펠탑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야외 테라스, 레스토랑 평가지 미슐랭 가이드가 최고
등급을 부여한 레스토랑 ‘르 생크’…. 이들 공간은 그가 만드는 꽃 장식으로 최고급 호텔의 명성에 걸맞게 매일 단장된다.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유럽 최고 호텔 플로리스트에 3년 연속 뽑혀최근 3년간
유럽화훼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유럽 호텔 플로리스트로 뽑힌 그의 작품들은 꽃을 예술적 매체로 승화시키기 때문에 늘 드라마틱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는 “모든 꽃이 물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붉은 장미나 카라꽃을 유리 화병 위에 가로로
얹어두는 장식을 할 때가 많다. 줄기를 물에 담그지 않기 때문에 꽃은 4∼5시간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짧은 만큼 아름다움이 더하는
걸까.

 

그는 꽃을 유리 화병 속에 ‘잠수’시키기도 한다.

 

주황색 카라의 줄기를 구부려 물속에 거꾸로 넣거나 초록색
난초, 노란색 튤립의 꽃잎을 유리 화병 속에 가득 담는 식이다.또 꽃병과 양초 등을 적극 활용한다.꽃을 원통
모양 유리 화병에 45도로 기울여 꽂는 것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스타일. 높이가 1m 쯤 되는 화병 수십 개를 일렬로 배치함으로써 거대한
스케일이 완성된다. 그는 꽃을 장식할 때 가장 먼저 공간의 특징을 파악한다.“일단 꽃을 둘 장소의 색상과 규모를
둘러보세요. 그리고는 꽃병을 선택하는 거예요. 다음으로 자연 빛, 인공조명, 양초 중 한 가지 조명효과를 결정합니다. 이 모든 조건에 어울릴
꽃을 고르는 건 맨 마지막 순서죠.”그의 꽃 철학은 ‘심플하고 깨끗하고 재밌게’이다. 주황색과 녹색, 노란색과 보라색 등 만화
같은 색상 배합을 좋아한다. 세 가지 이상 색을 한 작품에 섞지 않고, 한 가지 색을 사용할 땐 톤을 다르게 한다.○꿈과 로맨스의
향연, 웨딩 꽃 데커레이션7명의 스태프를 거느리며 1주일에 1만6000송이 꽃을 사용하는 그는 이 호텔에 근무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똑같은 디자인을 선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달 동안 그가 사용하는 꽃 장식에는 무려 6만5000유로(약
1억270만 원)가 든다.지난해 미국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의 결혼식은 그의 꽃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예식장은 흰색
심비디움과 수국으로 장식해 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고, 연회장에는 빨간색 테이블보 위에 탐스러운 빨간 장미를 가득 올렸다.그는
“꽃은 꿈과 로맨스의 향연인 결혼식을 돋보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라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다이아몬드나 진주 브로치를 웨딩 부케
손잡이에 달아 장식하기도 한다”고 했다.그는 이번 방한 기간 중 신라호텔에서 웨딩 꽃 시연회도 열었다. 보라색과 파란색 수국,
흰색 호접란, 주황색 카라 등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가 시종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신라호텔은 앞으로 리섬 씨의 조언을 웨딩
꽃 데커레이션에 활용할 계획이다.“나는 웨딩에서 ‘흰색+α’를 추구합니다. 흰색 웨딩드레스의 허리에 검은색 실크 벨트를 두른 뒤
빨간색 부케를 들면 좀 더 강렬하죠. 결혼식 때 흰색 꽃만 고집하지 말고 분홍색과 노란색도 적극 활용해
보세요.”○센 강에 주황-빨간색 장미꽃 띄우는 이벤트 하고싶어미국 유타 주 출신인 그는 20대 때
패션모델 일을 했고, ‘갭’ 매장의 판매 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포시즌 호텔의 플라워숍에 입사원서를 낸 것은 직장을 찾기 위한 한 방편일 뿐이었다.정식
플로리스트 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이곳에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해 파리 포시즌 조지Ⅴ호텔로
스카우트됐다. 이후 꽃을 ‘존경’하는 프랑스 상류층 고객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꽃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관에서
자유로워지세요. 당신의 직관과 기분을 따르면 창의적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요. 스스로를 3차원 공간을 디자인하는 조각가라고 여겨도
좋고요.”그는 그동안 알렉산더 매퀸, 지방시, 스와로브스키 등 패션 브랜드들과 아트 작업을 했고 최근에는 에르메스,
롤스로이스와도 협업했다. ‘결국엔 시드는 꽃이 아쉬워서’ 양초와 꽃병 등을 갖춘 ‘리섬 바이 제프 리섬’이란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도 올해 초
선보였다.언젠가 작업하고 싶은 세계적 건축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파리 센 강에 주황색과 빨간색 장미 꽃잎을 가득 띄우는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마지막으로 죽기 전에 (개인적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것을 물었다. 이내 눈망울이 촉촉해지면서
“다시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파리에서 온 ‘꽃을 든 남자’는 역시나 감성이 충만한 로맨티스트였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2008.8)

 

 

다시 장-고 커플의 웨딩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고소영은 어깨를 드러내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튜브톱 웨딩드레스와 이영희한국의상의 한복을 골랐으며, 신부 메이크업은 ‘W퓨리티’의 우현증
원장에게 맡겼죠.
신라호텔은 이들 커플이 입을 폐백
의상은 한국 문화의 보전과 승계를 추진하는 재단법인 ‘아름지기’에 특별 의뢰해 조선시대 궁중혼례복으로 재현해내기도
했습니다.

 

어제 이 기사 쓸 때, 저희회사 한 선배께서 ‘우현증’이란 이름이 특이하다면서
혹 이름을 잘못 쓴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던데, 우현증 씨는 실은 업계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당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명 미용실 ‘라 뷰티 코어’의 메이크업 실장이었는데,
워낙 잘 나가시게 돼서 ‘w퓨리티’란 곳을 차리게 됐습니다. 저도 2008년 ‘머니 앤
더 시티’란 여성을 위한 재테크 책을 낼 때 바로 이 분이 메이크업해주신 얼굴로
책 날개 표지 사진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 ^^

최대한 자연스럽게 각자가 가진 얼굴 고유의 특징을 살려 메이크업해주시는 분으로
유명합니다. 제가 예전 ‘라 뷰티 코어’ 다닐 때 보면 유명 재계 인사들도 이 우현증
씨에게 메이크업 받으러 몸소 미용실 왔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동아일보 자료사진
보니 우 원장님도 더 예뻐지셨당. ^^ 고소영씨를 어떻게 화사한 5월의 신부로 만들어낼까
참 궁금합니다.

 

한편 장-고 커플의 결혼에서 금색 테두리가 있는 흰색 식기와 아이보리색 테이블보 등 피로연 집기들은 패션 디자이너인 정구호 제일모직 상무가
담당합니다. 피로연 코스 메뉴 중 케이크와 딸기 아이스크림 디저트는 ‘제과업계의 피카소’,
‘디저트계의 디오르’라 불리는 프랑스 유명 파티시에 피에르 에르메 씨가
개발했습니다다. 아…’피에르 에르메’. 환상적이고 예술적인 디저트를 내놓는 그의
디저트를 맛보려고 전 파리에 갈 때면 일부러 피에르 에르메를 들릅니다. 최근 방한하신
그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후덕하신 인상과 달리 그가 만드는 디저트는 참 예쁩니다. 다음은 그가 빚어낸 참 고급스런
색상의 달콤한 마카롱 과자입니다. ^^

 

 

 

장-고 커플이 예식 후 묵게 될 신라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도 럭셔리급입니다. 290m&sup2;(약 88평) 규모에 누보레알리즘의
기수인 프랑스 조각가 아르망 페르난데스, 국내 도예작가 이헌정 씨 등 47점의 작품이 있어 ‘예술의 방’으로 불리죠.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장루이 뒤마 에르메스 회장 등 럭셔리브랜드 최고경영자들이 방한해 묵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방 사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 아르망 페르난데스도 좋지만, 실은 도예작가 이헌정
씨의 작품이 이 방에 있어 참 좋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공부한 이헌정 씨가 만든
소파를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브래드핏이 몇 년 전 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사진을 보시죠.

 

(신라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작가 이헌정 씨의 작품)

 

이제 마지막으로 장-고 커플의 결혼식이 열릴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모습입니다.

4개월의 보수공사 후 5월1일 새단장하는 신라호텔 영빈관 통해 이날 하객들은
다이너스티홀로 안내될 예정입니다.

결혼식 웨딩장식의 주조 색은 아이보리색 흰색이 될 예정이라

바로 이 사진 같은 품위있는 장식이 될 예정입니다.

 

 

장동건씨, 고소영씨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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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일과 삶

그는 빨간색 ‘폴로’ 로고가 가슴에 새겨진 푸른색 남방과 청바지 차림으로 미술관에 왔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60). 화사한 봄날인 20일 박
사장의 모습은 휘파람 소리가 날 것 같이 경쾌했다. 평소 미술관 나들이를 자주 한다는 그는 설치미술작가인 강익중 씨의 전시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7일∼5월 2일)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를 인터뷰 장소로 정했다. 다음 달 ‘연두’라는 제품명으로
샘표식품의 첫 자연 발효 조미료를 내놓게 될 그는 미술관에서 어떤 ‘사적인 시간’을 가질까.

 

 

○미술과 클래식음악은 경영과
통한다
강 씨의 작품 ‘내가 아는 것(2009년)’ 앞에 함께 섰다. 강 씨가 일상에 대한 단상을 나뭇조각마다 한 글자씩
그린 벽화로, ‘2010 상하이 세계박람회’ 한국관에도 설치된 작품이다. 박 사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 봤다. 이 작품
속 짧은 글귀 110개 중 그가 관심을 가진 글귀는 이랬다.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고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뒤축이 닳지 않는 구두를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다.’그에게 “강익중 작가의 달 항아리를 닮은 간장
종지도 샘표가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국 음식에 문화를 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외국인에게 무조건 우리 것이
좋다는 우월성을 내세우면 안 되고, 새로운 우리 것을 흥미로워하게 만들어 그들의 삶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 씨의 작품
글귀 중엔 이런 말도 있었다. ‘스며들면 깃들고 깃들면 사라지지 않는다.’그는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석사)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철학박사가 된 ‘인문과 과학의 크로스오버 형’ 최고경영자(CEO)다. 최근 자신의 생일 때 직원들이 돈을 모아
선물해준 아이팟 터치로 직원들과 격의 없는 ‘트위터’ 소통을 한다. 식품업계 국악 CEO 모임인 ‘국악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멤버인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사장의 소개로 심리학자 정혜신 씨를 찾아가 4시간에 걸친 집중 심리 상담도 받았다고 했다.“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심리분석 결과가 거의 일치해 놀랐어요. 다만 난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는데, 사실은 많이 받는다고
하대요.(웃음)”고계원 아주대 수학과 교수인 아내와 스탠퍼드대 유학시절부터 미술과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발을 깊숙이 들여놓았다.
처음 산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피카소 초상화 판화. 한국화가 사석원 씨의 그림도 몇 점 사서 조카들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클래식 음악은
처음에 하루 4시간씩 다른 일 하지 않고 온전히 KBS 1FM만 집중해 들었더니, 1년쯤 지나자 “귀가 트였다”고
했다.○자연 발효 조미료로 꿈꾸는 한식 세계화박 사장은 샘표식품 창업주인 고 박규회 회장의 장손으로,
16년간의 미국 생활동안 ‘특별히 원한 길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샘표를 맡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는 준비된 CEO이기도 하다. 그는 1997년
샘표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조용한 간장공장’이었던 이 회사의 체질을 바꿔왔다.2004년엔 경기 이천에 있는 샘표
간장공장에 ‘샘표 스페이스’를 열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문화에서 소외된 공장 직원 및 이천 일대 주민들을 위한 문화대안공간이다.
어린이 대상의 ‘간장공장 미술수업’은 기업과 지역 주민의 소통 채널이 됐다. 샘표 스페이스는 공장 근로자들에게 자기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명함도 만들어줬다. 최근엔 국내 젊은 신진작가 발굴과 후원에도 공을 쏟고 있다.서울 중구 필동에서 운영하는 샘표식품의 요리교실인
‘지미원’은 일반인 대상의 요리강좌뿐 아니라 ‘색다른 회식문화’를 원하는 요즘 기업들에게 인기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색 체험을 통해
조직 융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샘표식품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간장이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통 장류 기업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요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신 식품소재 개발에 정성을 들인다. 콩을 발효시키면 나오는 펩타이드 성분으로 건강기능식품도 개발
중이다. 다음 달엔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콩두 레스토랑에서 샘표식품의 자연 발효 조미료인 ‘연두’의 론칭 행사도 연다. 인공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았으면서도 샘표의 발효 노하우로 요리 본연의 맛을 감칠나게 살려주는 조미료란 설명이다.“외국 조미료와 달리
한국의 조미료와 장류는 자기 맛을 강하게 내지 않으면서 음식맛을 살려주는 겸손한 미덕이 있어요. 우리 한식의 경쟁력이기도
하죠.”박 사장은 인터뷰를 마치고 ‘2010 싱가포르 식품박람회’를 둘러보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일본의 간장
명가 ‘기코망’이 일본 식품의 세계화에 앞장섰듯 ‘샘표’를 해외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우리의 발효기술은 세계가 관심을 가질 만큼 앞서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그의 자신감은 동양적이고도 세계적인 ‘강익중 전시’와 느낌이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박진선 사장은― 1950년 서울 출생― 1968년 경기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9년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 1988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철학 박사― 1990년 샘표식품 기획실장― 1997년 샘표식품 대표이사 사장―
2008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GSI코리아 운영위원회 위원― 2009년
한국메세나협의회 이사

 

 

다음은 갤러리현대에서 박 사장님과 찍은 기념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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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마신다, 돔 페리뇽 디너…

"나는 별을 마시고 있소."

돔 페리뇽이란 샴페인을 만든 프랑스 수도사 돔 페리뇽이 이 샴페인을 두고 한
말입니다.

 

최근 몇몇과 함께 돔 페리뇽 디너에 다녀왔습니다.(앗, 물론 취재를 위해서요)

전 돔 페리뇽 로제에 정말로 푹 빠졌습니다.

일단 시각적 효과가 너무 훌륭했구요. 맛도 역시 좋았습니다.

 

라 타슈 와인 같은 여자가 되고 싶었는데,

라 타슈가 살짝 팜파탈 이미지가 있다면

돔 페리뇽 로제는 청초하면서도 산뜻 우아한 느낌이었죠.

 

이 디너를 함께 한 여성들은 말했습니다.

"돔 페리뇽을 마시는 남자는 뭔가 달라보인다니까."

전 돔 페리뇽 로제를 권하는 남자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음…이 남자, 와인과 여자를 좀 아는군’…이러면서. ㅋㅋ

 

별을 마신다는 표현,

요즘 곱씹게 됩니다.

문득 야간 천문관측소에서 별을 보면서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동요)

또는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그냥 남편을 하나 더 갖겠다는 것 뿐인데"(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중에서 아내 손예진의 앙큼하고 도발적인 대사)

등등 여러 별에 대한 에피소드를 떠올려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긴 남편과 연애할 때

남편이 밤하늘 보면서 초생달과 그믐달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그 방법을 제게 알려줬습니다.

그 때 동네 떡볶이가게로 향하며 함께 걷다가 올려다 본 밤하늘은

실은 값비싼 돔페리뇽 샴페인의 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늘 제가 동아일보에 쓴 바로 그 돔페리뇽 디너 기사입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 서울호텔과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VMH)의 명품 샴페인 ‘돔 페리뇽’이 손을 잡았다. ‘아주
특별한 저녁식사’를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파크하얏트 서울 호텔 레스토랑 ‘코너스톤’에서의 ‘돔 페리뇽 디너’. 일단 가격부터
럭셔리하다. 최대 8명까지 식사가 가능한(단둘의 호젓한 식사도 물론 가능!) 프라이빗룸에서 희귀한 빈티지의 돔 페리뇽 5병,
다섯 코스의 식사 총액은 500만 원. 이 호텔은 선착순으로 5팀에게만 이 디너를 판다. 도대체 어떤 성찬이기에! 기자들에게 미리
선보인 이 럭셔리 디너에 가 봤다.○ 별을 마시는 술, 돔 페리뇽코너스톤의 프라이빗룸은
3000여 병의 와인이 있는 와인 셀러로 둘러싸여 있었다. 살구색과 상아색 장미, 로맨틱한 촛대, 관능적인 여인이 그려있는 돔 페리뇽의 대형
포스터…. 유쾌한 이탈리아인인 이 호텔 스테파노 디 살보 총주방장이 만드는 음식과 다섯 가지 빈티지 돔 페리뇽의 조합이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에 쓰여 있었다.돔 페리뇽과 음식의 궁합을 소개하기에 앞서 일단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인 돔 페리뇽부터 설명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돔 페리뇽의 ‘돔’(Dom)은 베네딕트 교단의 수도사를 존대하며 부를 때 붙이는 호칭이다. 속명이 피에르 페리뇽이었던 수도사 돔
페리뇽(1669∼1715)은 28세 때 프랑스 오비예의 작은 수도원에 들어가 평생 와인을 만들었다. 앞을 보지 못해 유난히 후각이 발달했던 그는
샴페인을 만들 때 여러 포도 품종을 처음으로 섞은 위대한 업적을 와인 역사에 남겼다. 병에 담긴 샴페인의 발효 현상으로 종종 와인 병이 터져
‘악마의 와인’으로 불리던 샴페인을 철사 뚜껑으로 고정시키는 방법을 고안한 것도 그였다. 그가 처음으로 샴페인을 맛보며 남긴 말은 언제 들어도
미학적이다. “난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 훗날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이 샴페인을 만들던 모엣 샹동을 인수해 LVMH란 세계적 럭셔리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 장미꽃을 담은 돔 페리뇽 로제식사가 시작됐다. 첫 메뉴는 농어 타르타르, 배, 유기농 야채,
캐비아 소스, 연어알. 그리고 함께 곁들여지는 와인은 돔 페리뇽 2000년 빈티지. 와인을 서빙하던 소믈리에는 “이 와인은 샴페인인데도 디캔팅이
가능할 정도로 강렬한 맛을 지녔죠”라고 설명했다. 햇볕에 잘 익은 싱그러운 과일이 연상되는 이 와인은 7년 동안 셀러에서 숙성돼서인지 정말로
맛이 파워풀했다. 이 때 참석자 중 한 명이 돔 페리뇽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몇 년 전 서울에 소박한 고깃집을 낸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손님이 뜬금없이 ‘크리스털’ 샴페인을 찾습디다.(크리스털 샴페인은 러시아 알렉산드르 2세가 즐겨 마신 와인으로 ‘황제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최상급 샴페인이다) 크리스털 샴페인이 없어 고민하다가 돔 페리뇽을 급히 구해 내놓았더니 만족해했어요. 그때 돔 페리뇽의
진가를 깨달았죠.”두 번째 메뉴는 가지 라비올리와 데리야키 소스를 곁들인 삼겹살. 와인은 돔 페리뇽 로제 1998년산. 와인 잔에
돔 페리뇽 로제가 따라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테이블 위에 장식돼 있던 살구색 장미꽃잎을 닮은 아름다운 빛깔…. 처음 맛봤던 돔
페리뇽 2000년 빈티지에 비해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났다. 신기한 건 와인의 피니시(여운)가 오래 남는 견고한 구조를 지녔다는 점. 한
참석자가 아이폰을 들고 트위터에 돔 페리뇽 로제 사진을 즉석에서 올리자 “부럽다”는 반응이 트위터를 통해 삽시간에 쏟아졌다.

 

○ 돔 페리뇽을 마시는 남자허브 샐러드, 트러플향의 버섯, 로브스터로 구성된 세 번째 메뉴에 이어 나온 네 번째 메인
메뉴는 송아지 안심구이, 오리 간, 체리, 시금치였다. 이날의 메인 와인도 나왔다. 돔 페리뇽 외노테크 1995년 빈티지. 스모키하면서도
토스트향이 느껴지는 이 와인에 대해 소믈리에는 “이 와인은 매우 도전적인 맛이라 술이 아니라 하나의 음식으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하면서도 발랄한 맛에 이어 미네랄 맛이 입안을 마무리했다. 음식이 입안에 들어와도 그 와인 맛은 좀체 떠나지 않았다. 이때 한
여성 참석자가 말했다. “난 돔 페리뇽을 마시는 남자를 보면 왠지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되더라.” 또 다른 참석자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최근 중국 상하이에 갔는데 평범한 외모의 50대 중국 신사가 바에서 혼자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었어요. 얼마 후 금발의 팔등신 미녀가 그와
동석하는데 단지 그가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둘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니까요.”마지막 디저트로는 딸기수프,
아몬드 밀크크림, 발사믹 젤리가 나왔다. 소믈리에는 처음 마셨던 돔 페리뇽 2000년 빈티지를 이번엔 디캔팅을 했다. 봄날처럼 화사했다.
와인도, 디저트도, 이날 식사의 분위기도. 500만 원짜리 와인 디너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너무 먼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매우
운 좋게 ‘별을 마시는’ 순간이 올 그 날을 꿈꿔볼 수는 있지 않은가.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동아일보 20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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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강익중 씨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

며칠 전 좀 오래간만에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 다녀왔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이 전시회를 보러 간 거였죠. ^^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 강익중 씨는 ‘달 항아리’ 작품 시리즈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뉴욕에 살고 계시죠.

동아일보 자료사진으로 얼굴을 보시겠습니다. ^^

 

 

이 분의 바이오그래피를 간략 설명하면,

1960년생

1984년 홍익대 BFA

1987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 프랫 인스티튜트 MFA.

 

유명한 그의 달항아리 작품은 이렇습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전 요즘 이 달항아리가 참 좋아졌습니다.

갤러리현대에 가시면

예전 그의 작품 말고 새롭게 작업한 달항아리 시리즈가 있는데,

그 느낌이 참 곱고 단아하면서

들꽃 숲 사이로 정말로 항아리 모양의 달이 뜨고 졌습니다.

꼭 달이 뜨고 지는 소리가 공감각적으로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는

그가 2008년과 2009년 작업한 ‘해피 월드’란 작품이 있습니다.

작은 그림들 사이로 빗도 보이고 온도계도 보이죠?

그의 해피 월드 속 오브제들을 직접 걸어둔 작품입니다.

즐감하시죠.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오늘 제가 블로그에 이 전시를 올림은

실은 이 작품을 소개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내가 아는 것 2009′란 제목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 앞에 서 봤습니다.

 

 

 

다음은

자신의 작품 ‘내가 아는 것’ 앞에서 강익중 씨입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이 작품 글자 하나하나 가만가만 읽어보면

툭 웃음이 터져나올만큼 재밌다가,

맞어맞어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다가…

"미술은 어렵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관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 중 제 마음에 들어온 몇몇 글귀 옮겨보겠습니다.>

 

001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

003 계란을 좀 더 오래 삶으면 껍질이 저절로 까진다.

 005 흐린날 밤 산속에선 내 손바닥도 안 보인다.

006 그림을 그릴 때 눈을 반쯤 감고 그리면 좋은 그림이 나온다.

021 급한 일이 있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 앞에서 뛰면 안 된다.

023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030 남자들은 대체로 피부가 맑은 여자를 좋아한다.

065 자기 분수를 아는 게 제일 힘들다.

068 좋은 스승과 좋은 친구가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089 스며들면 깃들고 깃들면 사라지지 않는다.

103 대부분 두통은 목이 원인이다.

 

아…

이 얼마나 성찰적 작품입니까.

저 비록 작가는 아니고

팩트를 전달하는 신문기자이나,

이런 성찰이 담긴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아주 미세한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성찰…

1960년생인 강익중씨처럼

저도 그 나이가 될 때쯤 이렇게 짧은 글에 이런 정신을 담을 수 있으려나요.

 

제가 받은 강익중 전의 감동을 여러분께 중계하는 이유입니다.

 

p.s 문득 폭풍 직전 하늘의 연한 청록색, 보고 싶어졌습니다. 왜일까…

     아마도 요즘 제 마음 속에 스며들어 깃들게 해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은 게 생겼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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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테밀리옹의 추억-N°19 와인과 장 뤽 튀느뱅

프랑스 생테밀리옹은 와인 애호가들이 꼭 가봐야만 하는 와인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전 지난달 이 곳에 갔다가 평생 곁에 두고 싶은 포스터 한 장을 사 왔습니다.

최근 서울 예술의 전당 액자집에서 빨간색 액자 프레임을 맞춘 그 포스터 사진을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

윽…집에 걸어둔 액자를 찍다보니 이 사진을 찍고 있는 제 모습이 그림 뒤에
비치고 말았습니다. 반대쪽 벽면에 붙어있는 그림들도 살짝. ㅠㅠ

 

 

 

아주 오래전 골프를 시작하고도

늘 하다 말다해서 지금은 아예 손 놓고 있지만

암튼 생테밀리옹의 한 와인 관련 숍에서

이 포스터를 보자마자 매우 유쾌한 기분이 들면서

딱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18홀의 경기를 마치고 19홀에서 골프 클럽을 닮은 긴 빨대로 와인을 마시는 모습.

정말 유머러스했거든요.

 

이 포스터는 실상은 생테밀리옹에서 생산되는 N°19 란 와인의 에티켓 사진입니다.

(앗. 에티켓이란 단어가 생소할 분을 위해 설명드리면, 와인 라벨을 프랑스에선
‘에티켓’이란 단어로 부릅니다)

그럼 N°19 와인을 소개하지요.

 

 

그러니까 생테밀리옹의 와인 숍에서

이 에티켓을 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는 거였습니다.

이 에티켓을 다시 설명드리자면,

프랑스 magazinvin 사이트에 들어가면 불어로 설명이 나오는데,

이 와인 생산자가 N°19란 테마로 골프의 세계를 형상화해달라고 친구인 시몽
앙드리보에게 그림을 부탁한 에티켓입니다.

이 와인의 포도 품종은 70%는 메를로, 30%는 카베르네 프랑. 가격은 14유로입니다.

 

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골프의 19홀이라…일종의 보너스 홀일텐데 와인을 빨대로 마시는 모습이 아무리봐도
참 재밌습니다. 전 골프 클럽을 손에 놓은지가 오래돼 많이 까먹었지만, 결국 골프도
이런 편안한 마음으로 대해야 잘 되지 않을까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생테밀리옹에는 고즈넉한 유적들과 개성 넘치는 와인숍들이 참 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생테밀리옹 마을의 아름다운 색상을 보시죠.

 

 

 

 

전 이 동네에서 매우 희귀한 1930년대 빈티지 와인도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녀석입니다.

 

 

너무 오래된 와인이라 병입을 새로 하고, 에티켓도 새로 제작해 붙였다고 했습니다.

그럼 뭐 어떻습니까. 저희 가족 중 한 분이 태어난 해에 태어난 와인인걸요.

가격도 예상보다 그리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막걸리에 스토리를 담자,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오래 숙성시킬 수 있는 와인과 달리 막걸리는 이런 긴긴 얘기를 해주기엔

제조 과정에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 상점에선 매우 오래된 페트뤼스 와인들도 빈티지별로 있습니다.

참으로 황홀한 빈티지들입니다.

 

 

 

생테밀리옹에선 꼭 가봐야할 와인숍이 있습니다.

이름은 레상시엘…

외관은 이렇습니다.

 

 

왜 이 와인숍을 가 보셔야 하나면

스타 양조가 장 뤽 튀느뱅 씨의 가라지 와인들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 유명한 ‘샤토 발랑드로’를 만드는 분.

 

그 분은 이렇게 생기셨습니다. ^^

이 상점 벽에 걸려있던 포스터를 찍은 사진입니다.

 

 

지난달 레상시엘에선 그가 만든 가라지 와인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가라지 와인은 매우 극소수 한정 생산하는 와인입니다.

이 포스터 위에 ‘배드 보이’라고 보이시죠?

그가 최근 만드는 가라지 와인입니다.

바로 이 녀석입니다.

 

 

 

서울로 공수해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시고 싶었지만,

은근 소심해 세관심사가 무서워

그냥 사서 프랑스 호텔방에서 동행자들과 마셔버렸더랬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잠깐 옆길로 새면, 이 와인은 맛있었지만,

전 못된 남자, 싫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

저희 남편처럼 친절하고 따뜻한 남자가 좋습니다.

다시 와인 얘기로 돌아오면,

장 뤽 튀느뱅의 또 다른 가라지 와인들 중엔 다음 와인들도 있습니다.

 

 

 

친절한 와인숍 직원이 시음하게 해 줘서 마셔봤는데 참 좋았습니다.

희귀해서 더 맛있게 여겨졌는지도 모릅니다.

(와인은 실은 입이 아니라 뇌로 마시는 것이죠.^^)

이 와인숍 내부에서 와인을 고르는 제 모습입니다.

 

 

그 유명한 ‘샤토 발랑드로’의 세컨드 와인은 ‘버진 드 발랑드로’입니다.

이 여인네입니다.

 

 

이 와인 맛은 이 와인 에티켓처럼 한없이 우아하고 여성적입니다.

이 와인도 역시 사서 현지에서 마셔 버렸는데,

훗날 남편과 함께 꼭 마시고 싶은 와인으로 콕 찍어두게 됐습니다.

 

생테밀리옹의 골목길은 세월의 품격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한 1년쯤 살면서

매일같이 동네 마실가듯 와인숍들을 기웃거렸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쑥스럽게 제 사진 한 장 올림은,

제 바로 뒤에 있는 소 얼굴 모양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어서입니다.

‘LAGUIOLE’.

프랑스의 유명하고도 값비싼 칼 브랜드입니다.

프랑스 남자들은 평생 좋은 칼 하나를 늘 지니고 삽니다.

그 칼로 바게트도 잘라 먹고, 낚시도 하고, 사냥도 합니다.

 

생테밀리옹…

당신이 와인 애호가라면

꼭 찬찬히 걸어봐야 할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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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타슈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라 타슈와 도나캐런

일단 이 와인을 보시겠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본 로마네 마을의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DRC)에서 만드는

환상의 와인인 ‘라 타슈’입니다.

사진은 2002년 빈티지이지만 전 2006년 빈티지를 맛봤습니다.

바로 DRC의 지하 셀러에서…

 

 

 

 

몇몇 인터넷 검색을 하면

라 타슈에서 관사를 뺀 ‘타슈’를 얼룩, 오점으로 소개하던데,

확연히 틀린 정보입니다.

타슈에 나오는 콩플락시옹을 제외한 타슈가 얼룩이고,

타슈의 a위에 모자 같은 표시가 있으면 task의 뜻입니다.

 

잠깐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이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세련된 분위기의 일본 영화 ‘도쿄타워’에도 나오는 와인입니다.

‘도쿄타워’란 영화가 두 개 있는데,

제가 말씀드리는 도쿄타워는 40살 우아한 여성이 자신의 친구의 아들과 바람을
피우는 내용의 감성 멜로영화입니다. ㅋㅋ

(원작자는 제가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어온
에쿠니 가오리란 여성 작가!)

윤리적으로 몹쓸 짓을 하는 이들의 감정선을 너무나 감각적이고 세련된 영상으로
처리했습니다. 도쿄의 예쁘고 세련된 마을 아오야마에서 편집 컬렉트숍을 하는 여주인공의
직업이나, 그 두 남녀가 마주 앉아 마시는 라타슈 와인이나…모두…

 

 

여주인공 쿠로키 히토미는 1960년생인데,

어찌나 우아한지 모릅니다.

선이 가는 그녀의 대사는 이랬습니다.

"음악적인 얼굴을 한 아드님이네요."

"말했잖아. 손을 잡아주지 않는 남자는 매력이 없다고."

"내일 네 마음이 멀어진다고 해도…아이시테루…"

 

그녀의 모습이 라 타슈 같았습니다.

그래서 라 타슈,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라 타슈를 맛보고서 비로서 그런 바램을 갖게 됐습니다.

바로 라 타슈 같은 40대 여자…

 

제가 생각해본 라 타슈의 이미지는

패션으로 접목하면 이번 시즌 도나캐런과 비슷했습니다.(늘 그렇듯 매우 사적인
기준으로, 제가 맛본 와인 맛을 패션 스타일로 시각화 시키려니 문득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저자가 된 착각도 듭니다. ㅋㅋ)

이번 시즌 디오르의 란제리 패션처럼 대놓고 섹스어필하지는 않지만 간결한 절제와
품위 속에서 많은 속내를 갖춘 여성적 이미지…제가 느낀 라 타슈 맛의 비주얼은 이랬습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보신 세 장의 사진은

2010년 s/s 도나캐런 컬렉션 사진으로,

올해 매우 세련된 트렌드로 떠오른 누드색(살색)과 아이보리색으로

여성의 곡선을 보디 컨셔스(body conscious)하게 처리한 옷들입니다.

혹여 독자분이 남성이라면,

왠지 그녀들의 개미 같은 허리를 확 둘러 감싸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ㅋㅋ

 

 

 <다음은 제가 쓴 동아일보 4월16일 기사입니다>

 

수많은 와인 애호가, 관광객들이 굳게 닫힌 빨간색 철창 대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흡족해한 뒤 돌아선다. 그럴 만하다. 그
철창 대문 꼭대기에는 ‘RC’란 표시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로마네콩티의 이니셜…. 이 와인을 국내 수입하는 신동와인의
‘사전 협조’로 굳게 닫혔던 그 문이 스르르 열렸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소박한 파란색 파카 차림으로 그 문을 열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도멘 드 라 로마네콩티(DRC)’의 공동 소유자인 오베르 드 빌렌 사장(71)이었다. 지난달 프랑스 부르고뉴
본 로마네 마을에서 접한 ‘부르고뉴의 전설’ 로마네콩티 포도밭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로마네콩티 제조사 佛DRC 와이너리를 가다○ 섬세한 와인 맛은 자연의 몫빌렌 사장은 업무용 승용차인 은색 ‘라구나’에 기자를 태워 포도밭부터 갔다. DRC에선 6개의 본 로마네 그랑 크뤼 와인을 만든다. 로마네콩티,
라 타슈, 리쉬부르, 로마네 생 비방, 그랑 에세조, 에세조…. 각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은 반듯하게 구획이 나뉘어 있는데, 이 구획은
15세기부터 여태껏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토양 색상도 저마다 달랐다. 빌렌 사장은 “토양을 뒤집은 지 오래된 포도밭은 색이 좀
어둡다”고 설명했다.3월은 마지막으로 가지를 치고 거름을 주는 시기. 부르고뉴에선 “이른 가지치기든 늦은 가지치기든 3월의
가지치기만 한 것이 없다”는 격언이 있다. DRC 포도밭의 포도나무들은 그루터기가 아주 낮게 잘린 상태였다. 나무 가지 하나는 철사 줄을 따라
수평으로 고정해 지면에서 약 40cm 높이에서 휘어지게 만들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흔한 귀요식 가지치기(19세기 중반 이 형태를 보급한 쥘
귀요 박사의 이름을 딴 방법)다. 거름은 외부에서 들여오지 않고 포도나무 가지를 잘게 부숴 뿌린다고 했다. 그래야 살아 있는 토양이 된다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흙에는 이름 모를 식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비탈진 위쪽에 있는 라 타슈 포도밭을 가장 먼저 둘러본 후
아래쪽 로마네콩티 포도밭으로 이동했다. 2년 전 만났던 보르도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크리스토퍼 살랑 사장이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은근히 무시했던
게 문득 생각났다. 별과 달의 주기에 맞춰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하는 이 농법에 대해 당시 살랑 사장은 “흥미롭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 포도나무에
서식하는 벌레를 잡지 않아 귀한 포도나무를 망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빌렌 사장은 달랐다.“만약 내게 15년 전
물었다면 나 역시 살랑 사장과 같은 답을 했을지 모릅니다. 그땐 잘 몰랐거든요. 와인의 섬세한 맛은 결국 자연의 몫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엔
별과 달의 운행을 유심히 살펴 미생물이 활성화되는 시기엔 절대로 와인을 병에 담지 않습니다. 포도나무 가지가 잘 익었으면 포도알과 가지를 함께
넣어 와인을 만들죠.” ‘부르고뉴의 신’으로 불렸던 고 앙리 자이에 씨의 조카인 에마뉘엘 루제 씨, 태어난 지 15분 뒤 와인에
입술을 댔다는 일화가 있는 랄루 비즈 르루아 여사 등 다른 부르고뉴의 유명 양조가들도 이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에 푹 빠져 있다. 물 흐르듯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이 친환경 경작법은 어쩌면 부르고뉴의 평화로운 마을 풍경과도 닮았다. 몇 년 전 세상을 뜬 앙리 자이에 씨의 소박한 집은 그가
떠났어도 여전히 그의 이름을 새긴 조그만 문패를 달고 있었다. 앞마당에 심어진 포도나무들도 예전 그대로다. 늙은 포도나무에서 기쁨의 ‘눈물’인
새 수액이 올라오듯 생명에 대한 관조가 흐르는 곳. 그래서 이곳에서 태어난 부르고뉴 와인은 다소 고집스러울 수는 있어도 우아한 기품을 품고 있는
것이다.

 

 

○ 꿈의 저장고에서 맛본 ‘신의 물방울’빌렌 사장이 이끈 DRC의 지하 와인 셀러는 ‘꿈의 저장고’였다. 각 와인
오크통을 빈티지당 200개 이상씩 저장해 수십만 개의 오크통이 쌓여 있었다. 얼마나 자주 이곳에 들르냐고 묻자 그는 말했다. “고요하게 명상하고
싶을 때. 시간이 멈춰선 공간이거든요.”DRC의 6개 와인 중 특히나 마음이 가는 와인이 있냐고 묻자 골똘히 생각하더니 “다들 내
자식이다. 그런데 로마네 생 비방은 유별나게 기르기 힘든 자식이었다”고 했다. 1960년대 이 밭을 사 들여 좋은 토양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한
관심과 정성을 쏟았다는 것이다. 그때 그의 표정은 정말로 자식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표정 그대로였다.그가 시음할 와인을 가져왔다.
“당신처럼 매우 여성적인 와인이에요”라며. 아, 라 타슈 2006년 빈티지! 빌렌 사장의 말처럼 시간이 이곳에서 멈췄으면 했다. DRC는 연간
6000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 로마네콩티 한 병에 라 타슈 3병, 리쉬부르·로마네생비방·그랑에세조·에세조 각 2병씩 모두 12병을 한 세트(약
3000만 원)로 판다. 물량이 달려 나라별 공급량도 할당해 국내에선 유명 대기업 회장들도 손에 얻기 힘들다. 그 와인을 DRC 지하 셀러에서
맛보게 되다니….

 

<DRC 지하 셀러에서의 황홀한 시음>라 타슈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는 루비 목걸이를 한 여성이었다. 매혹적인 장밋빛의 이 와인은 영화
‘도쿄타워’에서 세련된 유부녀 여주인공이 친구 아들과 마주 앉아 마신 술이기도 하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복잡한 감정 선을 지닌 와인이랄까.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와인 한 잔의 진실’이란 단편집에서 이 와인에 대해 이렇게 쓰기도 했다. ‘라 타슈는 복잡한 향기와
혀의 감촉과 맛을 가지고 있었다. 향기에 취해 있으면 혀의 감촉에 배신당하고 혀의 감촉에 취해 있으면 맛에 배신당하고, 맛에 취하면 다시 향기가
다른 쾌락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천천히 와인 잔에 입을 댔다. 과일, 박하, 감초향이 어우러졌다. 그러나 빌렌 사장은 “아직 (이 와인은)
화가 났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너무 가능성 있는 와인을 너무 빨리 따고 말았어요. 이 와인은 20년 후에 진가를 발휘할 텐데 말이죠.” 사실
DRC의 2006년 빈티지는 테루아르가 탁월한 해로 꼽히지만, 병에 와인을 넣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병과 와인이 동거하는 기간이 아직 짧았다는
설명이었다. 절친한 와인 칼럼니스트는 DRC의 셀러에서 로마네콩티를 맛보지 못하고 온 내게 “오크통에 담겨 있던 한 방울이라도
마셔봤어야 했다”고 핀잔을 줬다. 그러나 주인이 내놓지 않는 와인을 청하는 건 왠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같았다. 와인은 결국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며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 아닐까. 20년 후 어엿한 아가씨가 돼 있을 딸과 함께 라 타슈 2006년 빈티지를 구해 마시려 한다. “옛날에
엄마가 DRC 셀러에서 말이지…”라며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쯤이면 라 타슈도 치기 어린 화가 풀려
있겠지.본 로마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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