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패션을 보는 남자들의 시선 그리고 콤 데 가르송

   “자기야. 이리 와서 한 번 봐.”

   남편이 묵은 옷들을 정리하다가 내민 옷은 자신이 오래 전 입던 군복이었다.

 

   올 가을 유행할 거라는 밀리터리룩(군복 스타일)의 원류와 마주친 나는 탄성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슴에 남편의 이름 석 자가 새겨 있는 이 카키색 군복을 멋들어지게 입는 방법을 궁리하느라 나의 우뇌는 정밀 기계회로가 작동하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음. 군복이 크니까 허리를 가는 벨트로 조여 모래시계 라인을 만들면 좋겠어. 레이스 스커트를 함께 입겠어. 올해 수많은 브랜드들이 패션쇼에서 하이힐 속에 스타킹 대신 양말을 신는 패션을 선보였으니, 옅은 카키색 발목 양말도 함께 신을까 해.”

 

  패션 화보의 비주얼을 염두에 둔 나의 의기양양한 답변은 올 가을 트렌드 요소의 집결판이라 할 수 있었다. 밀리터리룩, 가는 벨트, 레이스, 그리고 양말 패션…. 이미 백화점엔 여성용 군화도 많이 나와 있다.

  남편은 물었다. “가슴에 달린 내 이름표는 어떡할건데?”

  “당신의 이름을 누군가 알아볼까 겁난다면 리본 브로치로 살짝 가릴 용의는 있어.”

  

  남편이 “못 말려”라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로 그의 군복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기세였다. 그러나 이 야심찬 계획을 들은 한 남자 후배가 “머리에 커다란 꽃까지 달면 금상첨화겠네요”라고 말하던 순간, 위풍당당했던 나는 금세 소심해졌다. ‘머리에 꽃을 달고 미친 척 춤을,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야이야이야이야이야’라고 외치던 ‘확 깨는’ 내용의 자우림의 가요 ‘일탈’도 떠올랐다.

  

  한껏 풀이 죽어 군복 입기를 포기한 내게 남편은 “잘 생각했어.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십중팔구 군복 차림의 당신을 보면 군복의 주인인 나를 불쌍하게 생각할거야. ‘어쩌다 자기 여자가 군복을 입고 활보하게 내버려둘까’라고.” 또 다른 남자 후배는 “민간인이 군복을 입고 다니면 벌금 또는 구류의 처벌을 받을 걸요?”라는 무시무시한 말도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문을 연 일본의 아방가르드한 패션 브랜드 ‘콤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소년처럼’이란 뜻의 프랑스어)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선 나는 당초 품었던 계획이 그리 황당한 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늘 카리스마 넘치는 일자 앞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는 일본의 국가대표 급 패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 여사(67)는 실제 군복과 흡사한 바지, 잠바, 가방 등을 내놓았다. 니트 원피스 밑단에 군복 문양의 얇은 천을 나풀나풀 달기도 했다. 이 옷들의 놀랍도록 비싼 가격을 만약 남편이 봤다면 “그냥 내 군복 입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1969년 전위적 디자인으로 첫 컬렉션 라인을 선보인 뒤 19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찢어지고 헐렁한 일명 ‘푸어 룩’(poor look·가난한 차림)으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콤 데 가르송. 이 브랜드는 패션 리더와 예술가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음표 모양의 모자를 만들 정도니. 국내에선 애석하게도 ‘하트 모양의 플레이(Play) 라인=콤 데 가르송’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레이 가와쿠보의 후계자 중 한 명인 쿠리하라 타오의 ‘타오’ 라인, 밀리터리 룩을 선보이는 ‘준야 와타나베’ 라인 등 무려 13개 라인이 있다.

 

  다만 최근 일본 도쿄 아오야마의 콤 데 가르송 매장에 다녀온 내 눈에 아쉬웠던 건 제일모직이 전개하는 한국 콤 데 가르송 매장의 제품 가격이 일본에 비해 25%나 비싸다는 점.

  그럼에도 콤 데 가르송은 패션 감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당신이 들락거릴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사진을 감상해주시길.

 

 

 

 

 

 

 

 

-한남동
‘콤 데 가르송’에서…

 

 

카테고리 : 패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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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밀리터리 패션을 보는 남자들의 시선 그리고 콤 데 가르송

  1. 맹구 says:

    예비군 군 복 전쟁날때 입는 건데…가방으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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