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다.
8월 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19년 간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기사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fbin/output?n=200908070045
기사를 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는 최근 5년간의 베스트셀러(엄마를 부탁해, 시크릿, 마시멜로 이야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 본인은 한 달에 10만 원 이상은 꼭 도서구입에 투자하는 애독자다. 당연히 베스트셀러쯤은 섭렵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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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09년 베스트셀러 왼쪽부터 차례대로, 2009-엄마를 부탁해(신경숙), 2008 2007-시크릿(론다
번), 2006-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2005-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탄줘잉)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왜일까?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베스트셀러 순위가 좌지우지 된다는 말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가장 최근의 칼럼에서 “적어도 상위권 베스트셀러의 절반 이상은 사재기를 했다는 데에 업계 내부의 사람들이 거의 공감하는 분위기다.”라며, “기술의 발달로 사재기마저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어 그에 대한 단속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한기소 소장의 글을 보자면, 출판업계의 사재기가 100% 사실 명제는 아니지만, 공공연하게 기정사실화 되어있단 얘기다. 물론 필자는 이를 통해 올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신경숙 씨의 신작 ‘엄마를 부탁해’의 인기를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나서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는 실용서의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신경숙씨의 엄마 이야기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그런데 (동아일보에서)
국내소설이 식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니 다소 언짢을 수밖에 없다.
소설은 식지 않았다
한기소 소장의 글을 한번 더 빌려 와야 할 것 같다. 한기소 소장은 2008년의 한 칼럼에서 “한국소설은 지난해(2007년)에 이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넘나들고 있다.”고 말했으며, 올해 초에 쓴 한 칼럼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한국 출판 사상 초유의 위기)임에도 베스트셀러 순위만 놓고 보면 ‘소설의 귀환’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소설은 잘 팔린다.”고 언급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한동안 문학을 가까이 하지 않던 필자도 최근 이삼년간 김훈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각종
실용서 및 번역서에 질릴 때쯤 국내 소설이 다시 독자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황석영, 박완서, 김훈, 공지영 등이 신작을 출판하면서 인기를 유지한 현상으로 미루어보아 알 수 있다.




▲ 최근 2,3년 간 인기를 끈 국내
소설 작가, 왼쪽부터 차례대로 ‘개밥바라기 별’의 황석영, ‘친절한 복희씨’의 박완서,
‘남한산성’의 김훈, ‘즐거운 나의집’의 공지영
교양서를 부탁해
앞서 우리나라 출판계의 단면을 실컷 부정해보았다. 그래도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은 인문사회교양서가 쇠락의 길을 걸은 지 한참 되었다는 것. 강준만, 유시민 등 인기 칼럼니스트의 글이 잘 안 팔리는 것은 물론, 다른 교양서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최근 노무현 서거로 노란 표지의 책들이 반짝 인기를 얻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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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상한 노무현 관련 책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노무현, "한국정치 이의있습니다"’,
유시민의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노무현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개인적으로 진단을 해 보자면 교양서의 위기는 대학의 변질(?)과 맞닿아 있다. 대학에 들어가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라도 책을 실컷 읽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저학년부터 토익토플책이나 각종 자격증 책 보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슬프다. 진정 슬프다.
어서 경제가 좋아져서 취업은 쉬워지고 대학생들이 각자의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으련만. 그 꿈은 요원해 보인다. 당장 밥벌이하기가 힘든 세상인데, 생각의 저변을 넓히는 책들 왜 안 읽느냐고 대학생을 닦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슬픈 것이다. 그래도 아직 한 달여 남은 대학생들의 방학. 23일 토익시험도 좋지만, 평생 남을 책 한 권은 읽어보고 개강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