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강혜련 댄스 프로젝트, 풍류 사구의 노래

[B기자가 만난 문화의 뜰-공중에 사라지는 허망한 영혼을 노래, ‘풍류, 사구의
노래’  ]

 

 Dust, Dust… Ashes to Death.

 낮은 저음의 독백 아래, 바닥에 살짝 누운 사람의 등 위로 슬며시 다가온
타인의 배가 겹친다. 인간의 육체가 먼지처럼 풀풀 날리고 있다. 무용수들은 바람
따라 공중에 떠돌며 부대낄 뿐, 정지하지 않는다.

 

 6,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풍류(風流), 사구(砂丘)의 노래’는
바람 따라 스러지는 모래 언덕처럼 영원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보여줬다. 강한 전자음,
마치 뼈를 빻는 것 같은 으스스한 강한 비트의 음악이 흘렀고, 무수히 무용수들의
몸은 뒤엉켰다. 비스듬히 서면 곧추 세워주고, 다가온 찰나 다시 멀어진다.

 

 허망하고 떠 허망하다.

 

 강혜련 댄스 프로젝트의 ‘풍류, 사구의 노래’는 춤과 무대 3면으로 비치는
무용수들의 그림자가 외로움을 극대화시켰다. 그림자는 계속 자취를 그리며 배경을
만들어냈다.

 

 바닷가 누런 모래를 손에 쥐어본 사람들은 안다. 움켜쥐는 건 버리기 위한
손장난이다. 한 움큼 모래를 손바닥에 쥐어 손가락을 오므렸다가 모래시계처럼 스르르
흘려보낸다. 손바닥 안에 까끌까끌 모래가 남으면 그것조차 깨끗이 털어버리고 만다.

 

 인간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언제 모래를 쥐었냐는 듯 흘려버려지는 모래가
되기도 하고, 흘려보내는 바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끝없이 관계를 맺어간다. 켜켜이
쌓인 모래 언덕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자취도 없이 사라지듯, 인간의 감정은 휘발성이다.
  

 

 ‘풍류, 사구의 노래’는 찰나의 감정, 이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표현했다.
어쩌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인정해야 하는 인간의 오묘한 감정들은 무용수의 신비로운
몸짓과 푸른 조명에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초록빛 밤 물가에 떠도는 영혼이라도
풀어놓은 양, 얇은 천이 펄렁거리는 의상은 각기 단절된 무용수들의 동작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특히 공연 마지막 천장에서 쏟아지는 모래알들은 소멸되는 것의 극치를
보여줬다.

 

 소멸은 결국 죽음이다. 죽으면 한 줌 재일뿐, 그 어떤 것도 남지 않는다.
모래비가 내리는 장면은 극히 허무한 장면을 표현했다. 허무라 해서 부정적 결말은
절대 아니다.

 외로움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체를 타인에게 뻗어간다. 끝없이
떠도는 육체가 역설적으로 생의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포개지지 않지만, 섞이기 위해
부유하는 몸짓 그 자체가 아름답다. 결국 홀로 남을지언정, 옅고 짙은, 하얗고 검은
수묵화의 터치로 흔적을 남긴다.     

 

 쫓기듯 쉴 새 없이 부딪치고 피하고… 다시 만나는 인간들, ‘풍류, 사구의
노래’는 사람 사이의 허무함을 춤사위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허무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몸짓은 먼지를 툭툭 털고 비상을
꿈꾸기에 아름다웠다.

 

 윤동주는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는 어둔
방에서 끝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그의 마음이 영혼이 병들어가는 ‘백골’인지,
이상적인 가치를 향한 ‘아름다운 혼’일지 고민하며, 결국 ‘백골 몰래 또 다른
고향에 가자’고 읊조린다.

 ‘풍류, 사구의 노래’를 보는 순간 윤동주의 시 ‘또 다른 고향’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허무, 인간의 외로움은 결국 바람에 몸을 맡기고 ‘또 다른
고향’으로 떠나는 몸짓만이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ps. 무용 공연은 볼 때마다 몸으로 쓰는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이미지와 활자들이 떠올라 가슴을 설레고 아프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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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

 

생각사록생각사록 사무치는 그대 얼굴, 우연히 사랑의 거미줄에 꽁꽁 묶여버린 나는 한 마리 흰 나비”

 

하얀 나비는 누구일까? 바로 ‘주리’다.

‘로묘’라는 남정네의 거미줄에 꽁꽁 묶여 사랑에서 헤어나지 못한 가엾은 소녀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말이다.

백중날 재수 굿판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꽃다운 10대들의 사랑, 바로 로묘와 주리의 속사정이다.

7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국판으로 새롭게 선보인 창극이었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주리’와 ‘로묘’? ‘주리’는 최불립 집안의 따님이고, 로묘는 문태규 집안의 아드님이다. 최불립은 바로 캐플렛 가문, 문태규는 몬테규 가문이다. 동음어를 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씨 집안은 전라남원 운봉, 문씨 집안은 경상함양의 귀족으로 두 집안은 대대로 원수지간이었다.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한데 섞이는 무대가 흥미진진하다. 대립인지 화합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풍요롭고 흥겨운 말의 성찬이었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집안의 어린 남녀는 서로에게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 원수라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로묘가 주리의 사촌오라버니를 죽이게 되나, 주리는 사촌의 죽음보다 로묘를 못 보게 되는 게 더 두렵다.

로묘는 결국 살인죄로 유배의 도시 한반도 땅 끝 강진으로 떠나고, 둘은 생이별을 한다.

주리는 로묘가 기관지가 약하고, 비염도 있는데, “강진 해풍은 몸에 해롭대”라며 오로지 로묘 걱정뿐이다. 일편단심 로묘만 생각하던 주리는 로묘를 만나기 위해 무당의 약을 받아 잠시 죽음을 가장한다.

그러나 어둠의 전조는 바로 이때 드리워진다! 서신을 전하러 총총 달려가던 이가 강진에는 도달도 못하고, 지리산 민중봉기에 휩쓸려 관군에 끌려가고 만 것이다. 로묘는 주리가 ‘깨어난다’는 말은 못 듣고, ‘죽었다’는 말만 전해 듣는다.

 

주리를 위해 따라 죽겠다는 로묘! 약장수에게 약물을 사들고 울며불며 찾아온다. 주리 옆에서 진한 사투리로 “빌어먹을 약장사, 약발 좋다~”라며 결국 죽고 마는 것! 깨어난 주리도 함께 가슴에 칼을 꽂는다.

무대 뒤로 폭포수마냥 물은 한없이 쏟아지고, 둘은 흰색 침대 위에서 안개꽃처럼 잠든다. 주인공의 슬픔과 무대의 아름다움이 뒤섞여, 죽음도 거스르는 거침없는 10대의 사랑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로묘와 주리의 관계는 셰익스어의 원작에 충실했다. 심지어 영어 자막은 각색되지 않고 그대로 캐플렛과 몬테규 집안의 얘기였다. 외국인은 외국인대로, 한국인은 한국인대로 구미에 맞게 감상할 수 있다.

사투리, 비속어 등이 맛깔스럽게 쏟아지는 판소리는 슬픈 장면도 해학적으로 즐기게 되는 매력을 선사했다. 이탈리아 베로나는 호남과 영남이 맞닿은 팔량치 고개로 이동했고, 원작의 신부님은 무당이 됐다. 점, 굿판, 장승 세우기 등 토속 문화를 그대로 살려 한국무대의 재미도 한껏 전달했다.r>
2009 젊은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관객들에게 서글픔과 희망을 동시에 선사하며 에너지를 가득 전달한 공연이었다. 공연 1시간 전부터 공연장 로비에 관객이 가득했고, 남녀노소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관객층 폭이 넓었다. 타 공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뜰한 2~3만 원의 티켓 값과 ‘재미있다’는 입소문으로 지난 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와 밟기’, ‘강강술래’ 등으로 관객들이 무대에 직접 참여했고 “얼쑤~”, “잘 한다~”등 추임새를 넣어도 좋다.

‘젊은 창극’ 시리즈를 관람하면, 창극은 명절용 효도선물 공연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친구와 함께 특정 세대와 관계없이 두루 보아도 괜찮다.

다음 작품은 3월 3일부터 8일까지 공연되는 ‘민들레를 사랑한 리틀 맘 수정이’다. 주인공 수정이는 10대에 아이를 낳아 키우는 ‘리틀 맘’이다. 여고생의 임신과 출산을 창극으로 그린 작품이다.

가족 드라마로,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또 한번 실험적이며 흥겨운 창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 문의 02-2280-4115)

 

 

 

사진제공 | 국립극장  

 

ps. 판소리나 창극은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갖고 계시다면,

국립극장의 젊은 창극 시리즈를 일단 보세요 ! ^^

 

사투리로 쏘아대는 욕설 -_-+ 이나  과격한 표현에 생활 속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

우리말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맛깔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하하하하 웃다가 2시간이 훌쩍 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무대의 앞쪽에 앉으시면

피리, 해금, 대금, 거문고, 아쟁 등의 라이브 연주를 눈 앞에서 보실 수 있어요.

 

별 기대 없이 갔다가 항상 반하게 되는 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인데요.

원작의 힘인지 각색의 힘인지 이 둘이 어우러져

젊은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정말 ”강추”할 만한 공연이었습니다.

 

세익스피어도 한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

무덤 속에서도 벌떡 일어나 웃고 있지 않을까 -_-;;;

공연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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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찾는 치명적 유혹,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웬만한 뮤지컬들이 불경기로 인해 흥행에 실패하고 있지만 올릴 때마다 꾸준히 인기있는 뮤지컬이 있습니다. 제작사가 자금이 부족할 때면 우선 이 작품을 시기를 앞당겨 올릴 정도로, 흥행이 보장된 작품입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을까요? 이유를 적어 보았어요.

 

 

‘또 다른 나’를 찾는 치명적 유혹,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13년째 인기를 유지하는 밴드 자우림은 언제나 팬을 배신하는 음악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가수 양파는 데뷔 초 여러 겹의 ‘양파 껍질’을 벗기듯, 다른 멋을 꾸준히 보이겠다며 ‘양파’라는 특이한 이름을 썼다.   

 직업이나 나이를 막론하고, 스타들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찾는 것에 적극적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는 과정은 어렵지만 ‘매혹적’이라 포기할 수 없다.

 자신을 ‘배신’하는 것은 정작 본인에게는 고통이지만, 바라보는 이에게는 호기심과 사랑의 대상 바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기 아주 오랫동안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변신을 고심 중인 ”스타 박사님”이 계신다. ‘지킬’이자 ‘하이드’, 헨리 지킬! 지킬앤하이드 박사다.

 지킬 박사의 실체를 관객이 알아챌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다. 매일 밤 LG 아트센터에 출몰해 보랏빛 그늘 아래 오싹하게 관객을 자극하고 있는 지킬 박사는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객을 매일 밤 객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박사는 한 몸이지만 또 한 몸이 아니기도 하다. 그는 약을 통해 통제할 뿐, 야수 같은 ‘하이드’도 됐다가 젠틀맨 ‘지킬’도 됐다가 오락가락 한다.

 무대에 올릴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관객이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오케스트라 연주를 끝까지 서서 바라보는 ‘지킬앤하이드’, 대체 왜 오랫동안 인기일까?

 

○ 밝음과 어둠을 오가는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지킬 박사는 정상이 아니다. 촉망받는 의사였지만, 밤에 홀로 작업실에 들어가 꿍꿍이를 벌이며 실험을 하다보니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꺼냈다. 바로 ‘하이드’였다. 그는 약물 증상을 체크하다가 자신이 하이드가 된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의 정신병으로 인해, 정신을 분리하기 위해 애쓰던 지킬은 결국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했으나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야수성의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스로도 통제 불가능이다. 권위주의적인 사회 인사들을 하나둘 살해하다 결국 사랑하는 여인 ‘루시’까지도 가만두지 않는다.  

 타인에게 연민을 느끼던 착한 신사 ‘지킬’이 성적 욕망과 분노로 이글거리는 ‘하이드’라니! 가장 놀란 사람은 정작 본인이다. 그는 선행과 악행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목숨을 끊어버린다.

 그렇지만 지킬 박사가 팬을 몰고 다니는 이유는 밑바닥까지 악인은 아닌 까닭이다. 선악을 오가는 인간이라기보다는 ‘헷갈리는’ 인간이 더 맞을 것이다. 사람을 어찌 악인과 선인으로 자로 줄 재듯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을까?

 지킬은 하이드로 변하는 것에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하며 고뇌한다. 자신이 하이드로 변한 이후에 발생할 사고를 막기 위해 애쓰는 등, 심신의 피로가 무진장 심하다.

 뮤지컬은 바로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과 자괴감에 빠지는 자아를 장장 2시간 넘게 보여 준다.

 누구도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보편적인 인간의 실체에 대한 고민으로 ‘지킬앤하이드’는 관객을 매일매일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2004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2006년, 2008년 총 5회 동안 앙코를 공연을 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왕의 귀환’이란 부제로 김우형, 소냐, 김선영 등 예전 배우들과 홍광호, 임혜영, 김수정 등 신인 배우들이 참여했다.

 김우형, 홍광호, 류정한 남자 주인공과 소냐, 김선영, 김수정 등 여자주인공들이 자신만의 매력을 각기 발휘해 캐스팅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가창력과 감정 표현으로는 소냐와 홍광호가 호평을 얻었고, 김우형, 김선영은 로맨스를 잘 부각해 인기를 얻고 있다.

  

○ 대중적인 인기 소재, 중년 관객의 환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이미 원작소설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작품이다. 지킬과 하이드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다.

 마치 ‘마징가제트’의 악당 아수라 백작처럼 딱 반을 나눈 인간이다. 극 후반부 주인공이 지킬과 하이드를 번갈아 보여주는 장면은 ‘지킬앤하이드’에서 가장 압권이다. 양면성을 오가는 배우의 연기력에 박수가 쏟아진다.

 인간의 이중성과 초인적인 능력은 단연 대중적 인기 소재다. 어둠을 받아들이지만 그 때문에 고뇌하는 당사자. 한쪽에서는 그 주인공을 측은히 바라보는 매력적인 연인이 있다.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와 각자의 인간적 고민이 작품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다크나이트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 할리우드 맨 시리즈처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한 작품이다. 선악 대결에 러브스토리까지 가미돼 대중적인 입맛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소재였다.  

 인간 내면을 다루는 심각한 주제이지만, 상업성도 갖추어 고급스럽다는 평가다. 특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다른 작품에 비해 중년 남성 관객들이 많이 본다. 주인공에 대한 여성 팬들의 순정으로 흥행은 언제나 1순위지만, 유난히 양복신사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게 ‘지킬앤하이드’의 특색이다.

 커튼콜 때 중년의 관객들이 일어나 열심히 박수 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선과 악에 대한 고민, 자기변명, 자기합리화, 생활의 스트레스를 모두 작품에 이입해서 털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춤과 노래의 쇼적인 부분도 화려한지라, 적당히 근엄하고 적당히 즐거워 선택이 부담 없다.   

 

○ 마음 따라 위로 받을 수 있는 ‘지킬앤하이드’의 명곡

 

 “앗, 그 노래도 ‘지캘앤하이드’ 곡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킬앤하이드’에는 대중적인 인기곡이 많다.  

 갓 이별을 겪은 이라면 ‘원스어폰어드림(Once Upon A Dream)”의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어느 꿈엔가”라는 가사가 심금을 울리고, 사회생활에 허덕이는 지친 직장인들이라면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에서 “남은 건 이제 승리 뿐”을 들으며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꿈”을 통해 위로받자. 어떤 경우에든 ‘나’를 사랑하자고 마음먹은 이라면 ‘새로운 인생(A New Life)”을 들으며 계속 자신을 다독이면 좋겠다.

 

사진제공 |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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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정 무용단, '육식주의자들'

 

 

 

 

 

 

 테이블 끄트머리, 순백의 의상을 걸치고 꾸역꾸역 음식을 삼키던 남자가 도로 입 밖으로 음식을 게워낸다. 목을 헹군 물마저도 거칠게 토해낸다.

 지난 6,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장은정 무용단의 신작, ‘육식주의자들’은 첫 장면부터 관객을 긴장시킨다. 무대 위에서 씹던 음식을 퉤퉤 뱉어내는 혐오스러운 장면은 ‘육식’이라는 과격한 제목만큼 강렬하다.

 무대 왼쪽 필름 스크린으로 냄새를 맡는 ‘코’와 오물거리는 ‘입술’이 계속 클로즈업되며, 남녀는 동시에 성찬을 맞이한다.    

 기다란 식탁은 반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여자는 남자의 구역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을 먹고, 남자는 건들거리며 먹고 토하고를 반복한다. 둘의 식사가 끝나자 6명의 무용수들이 등장해 자로 잰 듯 딱 떨어지는 각자의 영역에서 춤을 춘다. 이들은 자기 줄을 벗어나지 않고 예민한 후각을 과시하는 양 섬세한 몸짓을 보인다.

 다시 등장한 흰 옷의 남녀도 함께 고통의 행렬에 가담했다. 팔을 죽 늘어뜨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여자, 한숨을 쉬며 답답해하는 남자, 이들은 둘씩 뒤엉키다 다시 거리를 둔다. 결코 떨어지지 않으려 발목을 붙잡고 늘어서는 여자, 뿌리치는 남자 등 서로 밀고 밀치는 상처의 포즈가 계속된다.

 뒤 쪽에서는 무심하게 전화를 받은 한 남자가 깡마른 마네킹을 뉘이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며 다량으로 마네킹들을 쌓아간다. 그 곁에서 무용수들은 춤을 춘다.

 ‘육식주의자들’은 타인과 선을 긋고 사는 공격 성향의 인간, 이에 불안을 느끼며 다시 조심스레 남에게 다가가는 인간들을 두루 보여주고 있었다. 지극히 공허하다. 바닥에 내팽겨진 마네킹처럼 여러 인물은 차갑고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아르코 예술극장의 기획공연 ‘2009 Arko Choice-기획대관 프로그램’의 첫 번째 공연 ‘육식주의자들’은 인간관계를 극명하게 냉소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타인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 소통 불능의 불안함은 바로 ‘육식주의자들’의 춤으로 느낄 수 있었다.

 ‘먹고 먹히는’ 육식의 관계 속에선 아무도 삶을 만족할 수 없다. 인간의 몸은 커다란 고깃덩어리처럼 묵직하고 단순하지만 동시에 쉽게 상처받을 만큼 예민하다. 감각을 통해 타인을 알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싶어 했지만, 생채기만 남을 뿐이다.

 ‘육식주의자들’은 관계 속에서 끝없이 소외되는 다수의 현대인을 보여줬다. 상처는 춤이 됐고, 또 한 번 인간의 무른 속성을 읽기 위한 시도가 됐다.

 

 

 

 

ps.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이 무용전용극장으로 바뀌고,

처음으로 그 곳에서 현대무용을 봤습니다.

 

공연장 좌석이 많이 빈 것을 보면, 언제나 마음이 아픕니다.

조금 더 대중에게 쉽고 저렴하게 공연이 다가갈 순 없을까?

철학적인 질문들을 좀 더 쉽게 풀어서 표현해주면 안 될까?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2009년 아르코예술극장 기획대관으로 첫번째 작품인 ”육식주의자들”은

인간관계를 먹고 먹히는 무시무시한 관계로 표현했습니다.

서로의 몸을 먹으며 으윽.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안다는 …

일차적인 몸의 감각을 통해서 결국 정신적인 세계를 발견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인간소외, 소통불가능 이런 주제들을 춤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과 그 관계들의 회로, 곧 자의식의 탄생과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형식을

후각, 육식, 사물, 흔적이라는 네 가지 범주를 통해 춤으로 형상화하고자 한다.

곧, 냄새 맡기, 먹고 먹히기, 앉기와 서기,

만남과 떠남, 채움과 비움 등 가장 ”근복적인” 층위의 움직임이 갖는 전개를 통해

관계맺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몸을 움직이게 하고 추동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

 

대본 – 최정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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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툰 !

 

 

캐릭터로 승부한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 열 스타 부럽지 않다.

KBS ‘꽃보다 남자’가 한창 장안의 화제다. ‘꽃보다 남자’를 만화책으로 먼저 접한 마니아들은 대만, 일본, 한국 아시아 3국의 배우 캐스팅에 대해 초연했다.

누가 연기해도 인기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 외모 불문, 성격 불문, 연기력 불문… ‘돌풍’은 예정돼 있었다. 본래 애초부터 만들어진 ‘캐릭터’ 때문이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완벽하게 현실을 초월하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인물이 갖고 있는 매력은 표현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초기에 구축한 캐릭터 하나가 꾸준히 오래간다.

‘1박 2일’, ‘패밀리가떴다’,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들이 캐릭터 찾기에 혈안인 것처럼, 뭐니뭐니해도 캐릭터가 대세다.

특히 ‘꽃보다 남자’의 카미오 요코 작가는 연재 도중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혼자 느끼지 않고, 그림에 계속 추가해 설명한다.

완벽한 순정만화를 꿈꾸는 작가가 불쑥 만화책에서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츠카사(구준표 역)의 헤어스타일을 파인애플로 설정했다가 머리를 감으면 생머리로 바꾼다는 식이다.

외모, 성격 모두 13권 마지막 단행본까지 순정만화 이상형을 추구하며 완성해갔다. 인터넷 시대 네티즌의 찬사를 받고 있는 한국의 인기 만화작가들도 독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읽으며 ‘호감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루 1분 투자하고 까르르 웃게 되는 인기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쉽게 매일 매일 만날 수 있는 기분 좋은 캐릭터를 통해 불경기를 이겨내 보자.

꽃남을 지켜보는 여성 팬심만큼 중독성이 심할 수 있다.

통닭업계의 공포 질린 네모왕자… 재치만점 대사에 희망얘기 중독

○번뇌가 있다면, ‘마음의 소리’를 듣자!

“난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이 유행어를 안다면, 컴퓨터 앞에서 혼자 낄낄거리며 일상번뇌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웹툰 독자다.

56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다녀간 조석의 ‘마음의 소리’(http://blog.naver.com/jsinvade)는 네이버 ‘오늘의 만화’를 챙겨보게 만드는 고정 팬을 만들어냈다.

통닭집 아들 주인공은 통닭과 관련한 이야깃거리나 주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소개한다. 얼굴은 넓적하고 까무잡잡하며, 표정은 공포에 질렸는데 말은 매우 침착하다. 행동이나 외모에 걸맞지 않게 ‘난 시크한 도시 남자’라고 강조하는 캐릭터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눈동자의 생김새는 이렇다. 뭔가 일이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반전으로 항상 희망을 주는 캐릭터다.

조석의 대사처리에 자지러지는 팬들은 꾸준히 조석의 재치를 평가한다. ‘지금은 시들하다’, ‘아니다. 예전감각 그대로다’ 등 매일매일 작가의 센스를 웹툰을 통해 점검하며 오늘도 ‘차가운 도시 남자’를 찾는다. 2009년을 여는 신작 단행본이 출간됐다.

○직장인 스트레스 가라, ‘감자도리’ 납신다.

빨간색 긴 후드 티셔츠를 걸쳐 입은 감자 모양의 캐릭터는 일반 직장인들을 몇 초 만에 통쾌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감자도리 홈페이지(http://www.gamzadori.com)에 접속하면 ‘스트레스 제로’의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마이너스 계좌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보라색 고구마 친구의 조언을 들어도 언제나 감자도리는 직장생활이 힘겹다. 매일 사표 내겠다고 푸념하지만, 또 살아남는다.

감자도리가 분류하는 직장인 유형은 세 가지! 굴비와 가래떡과 젖은 김이다. 굴비스타일은 ‘비굴비굴’하다. 아부의 달인이다. 가래떡 스타일은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사람이다.

남이 자신을 ‘구워 먹든 삶아 먹든’ 현실 달관 생존형이다. 젖은 김 스타일은 착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원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02년부터 시작된 감자도리의 과거도 한꺼번에 볼 수도 있다. 직장인들이 하루에 한 개씩 보기 좋다.

통통했던 감자도리는 감자에 싹이 나고 스트레스에 찌들었는지 살이 홀쭉하게 빠졌다. 감자도리 단행본은 각종 중국어, 영어 외국어 교재로도 출간됐다.

○백수에게 용기를 주는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깃거리(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ld=22045)로 팬을 확보했다.

일상을 즐겁게 살고자 애쓰는 ‘낢’이 주인공이다. 집에만 있고 싶은 백수들의 정서, 평범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리는 게 강점이다.

걱정이 가득해 어머니에게 말을 하면, 어머니는 항상 현실성이 너무 넘치는 말로 낢을 위로(?)한다. 대학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어디 무서워서 학교 다니겠나”라고 한숨지으면 “장학금을 받으면 되잖니”라고 답한다.

반전 개그를 엄마와 딸을 캐릭터로 내세워 재미난 에피소드로 표현했다. 낢의 ‘엄마’는 하하의 엄마만큼 인기 캐릭터다. 딸의 행동패턴을 항상 정겹게 만들어 웃긴다.

마요네즈 팩을 한 딸에게 ‘너는 인간 마요네즈’라고 태연하게 놀리는 식이다. 지난 12월 출간된 낢의 단행본 역시 매일 연재되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엮었다. 지금도 낢은 “나는 오늘도 방구석에서 중얼거린다”며 20∼30대에게 공감 얻는 캐릭터를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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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빛깔의 희망… 베스트 작가 김영하·김훈·노희경 신작 수필집…

 

[스포츠동아]

마음따라… 불안해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한 인간의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수필, 2009년 1월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신작 수필집이 인기다.

이들은 소설과 드라마, 기사 등을 통해 그물망처럼 드리웠던 글쓰기의 기술적 장막을 시원하게 걷어버렸다. 수필 안에서 노골적으로 그네들이 드러난다.

매번 대중이 열광했던 작가들, 왜 그들은 지금까지 글을 썼던가? ‘쓰다’의 필연성, 작가의 삶을 대하는 희망이 신간을 읽으면 보인다!

주인공은 바로 김훈, 김영하, 노희경이다. 김훈처럼 의연하게 혹은 짐짓 냉정한 시선으로 삶을 대할 순 없을까? 김영하처럼 상상의 고리들을 구슬 꿰듯 쭉 엮어 유쾌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아예 노희경처럼 온전히 진심을 다해 인간을 사랑할 순 없을까?

2009년 새해, 작가들의 수필을 읽으며, 건강한 삶을 설계해보자.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김영하/293쪽/랜덤하우스 코리아/12,000원

○버리고 비우고,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

김영하는 유쾌하다. ‘자기 멋대로’ 사물을 본다.

영화, 시, 가요, 고전 등 모든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생각의 지평을 넓힌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아랑은 왜’ 등 블랙홀처럼 독자를 빨아들이던 이야기꾼은 돌연 대중적 문화스타로 변모했다.

교수이자 라디오 DJ, 영화평론가 등 그에게는 수많은 직함이 붙었고, TV를 틀면 그의 많은 단편과 장편 소설이 드라마, 영화, 미니 다큐멘터리로 쏟아져 나타났다. 그랬던 그가 지난 해 돌연 모든 직함을 버리고 아내와 함께 훌쩍 시칠리아로 떠났다. 그리고 다시 쓴다. 왜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시칠리아에서 다시 여백이 가득한 떠돌이 이야기꾼으로 돌아왔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랜덤하우스)는 김영하의 시칠리아 여행기다. 한편으로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안도감을 건네는 긴 편지글이기도 하다.

다시 김영하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

글자와 기억의 홍수 속에서, 모두 머리에 담고 갈 수 없다. 버려야 한다. 버린 만큼 다시 채울 수 있다. 시칠리아 자연에서 길어 올린 김영하의 사유의 우물이 어떻게 다음 소설에서 채워질지 기대하게 만드는 수필집이다.

미디어에서 보인 작가의 정돈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김영하의 소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의 흐름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재를 확장하는 멋이 있다. 에세이집에서는 작가로서의 자기 위안, 반성, 시칠리아에서 느낀 상념들이 가득하다. 김영하의 소설 골수팬과 사진 위주의 여행에세이에 지친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바다의 기별] 김훈/220쪽/생각의 나무/9,500원

○불안해도 ‘꾸역꾸역’ 밥벌이는 하고 살자. “살자, 살자, 살자꾸나!”

김훈은 ‘자전거 레이서’다.

신간 표지의 필자 소개에는 작가란 단어를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떡하니 자전거 레이스가 첫 줄을 차지한다. ‘자전거 레이서.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가 그를 소개하는 서막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삶이 고달플 때면 “혼자 나가 논다”는 그다.

“강가나 들판 가서 자전거 타고 뛰어다니고 저녁놀 보고 날아가는 새를 보고…그렇게 논다”는 것! 슬럼프를 극복하는 작가의 노하우다.

그는 몸은 거짓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밥도 그렇다. 잠시만 중단하고 먹지 않으면 그대로 탈이 난다. 정직하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활자도 그러할까?

실체에 도달할 수 없는 불안감, 그 때문에 김훈은 쓴다.

신작 ‘바다의 기별’(생각의 나무)은 태연한 듯 담담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내면을 돌아보는 수필들이다. 눈물에 섞인 소금기를 체에 걸러버리고, 마른 눈물과 활자를 버무린 것만 같다.

바다 저편, 속절없이 바라보았으나 닿지 못했고 갖지 못한 결핍된 것을 그는 ‘사랑’이라 칭한다. 그를 불편하게 만든 바깥세상과 내면세계를 극복하고자 ‘좋은 문장’을 찾아다닌 그의 언어에 대한 생생한 기록지다. 책에는 기자로서의 취재 에피소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작가로서의 소감 등 김훈이 살아온 발자취를 한데 모았다. 그의 집필 활동에 토대가 된 많은 경험이 책 안에 공개돼있다.

1975년 스물일곱의 기자 김훈은, 영등포 교도소에서 김지하 시인이 출감하던 날을 회상한다. 그의 장모 고(故) 박경리 작가가 포대기로 갓난아이를 업은 채 교도소 앞 언덕 위에 서 있던 풍경이다.

청년시절, 소방현장을 취재하다 쌓은 삶에 대한 경건함도 고백한다. 특히 그는 대학시절 ‘난중일기’를 읽고 이순신의 ‘절망’을 엿보고 37년이 흐른 어느 날 ‘칼의 노래’를 완성한다. 난중일기를 읽은 것은 그의 영혼을 뒤흔든 경험이었고, 그는 이순신이 ‘과학주의에서 비롯된 절망을 돌파하는 놀라운 정신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무인의 냉정한 판단력을 통해 작가는 삶의 칭얼거림을 통제했다.

전작 ‘칼의 노래’, ‘남한산성’, ‘강산무진’ 등에서 칼에 베일 듯한 정제된 필체로 독자 팬을 확보한 김훈. 신작에서는 문학과 삶에 대한 작가의 내면 풍경을 노골적으로 만날 수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 ‘자전거 여행 1,2’ 등 에세이 애독자,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담대함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200쪽/헤르메스미디어/10,000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애정결핍이란 말은 애정을 받지 못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애정을 주지 못해 생기는 병”

노희경은 언제나 사랑을 말한다. 드라마 속에서 배종옥의 입을 빌려, 현빈의 입을 빌려, 송혜교의 입을 빌려, 인간에 대한 연민을 말했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드디어 자신의 입을 열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라 온전히 노희경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헤르메스미디어)는 작가의 자기고백 에세이집이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고독’, ‘꽃보다 아름다워’, 최근작 ‘그들이 사는 세상’ 등 마니아 시청자를 거느린 그가 왜 드라마 속에서 그렇게 얘기했는지 친절하게 배경을 들려준다.

표민수 피디에게 건네는 편지, 첫사랑에게 쓰는 편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등 노희경의 솔직한 얘기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드라마를 쓰기 전 방황하던 젊은 시절부터 드라마를 쓰며 만나온 사람들의 얘기도 녹아 있다. 노희경의 드라마 팬부터 그저 사랑이 무언지 고민하는 독자까지 두루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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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터넷 동호회 ‘레씽’…

뮤지컬 인터넷 동호회 ‘레씽’… 이 죽일놈의 끼!

“우린 뮤지컬에 미쳤다”

 

[스포츠동아]

낮엔 일하고 밤엔 뮤지컬 삼매경… 나이 직업 성별 다양

기억을 더듬어보자.

지난 1주일 간, 온전하게 노래 한 곡을 쭉 뽑아본 적이 있는가? 안무까지 곁들였다면 금상첨화! 있다면 취했거나 직업이 가수이거나, 둘 중 하나다. 음악 시간이 따로 없는 직장인들은 대개 회식 자리에서 노래방 갈 때를 제외하고는, 노래를 부를 기회가 흔치 않다. 흥얼거릴 순 있지만 정식으로 부르진 않는다.

그러나 뮤지컬 인터넷 동호회 ‘레씽’에 가입하면, 바로 노래 부르고 춤추며 사는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관계없다. 스트레스도 제로! 일상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올해는 뮤지컬 동호회에 가입하는 건 어떨까?

11일 일요일 오후 8시, 서초동 지하 연습실에서 레씽 회원들 20여명이 공연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단란주점’이 적힌 무대 소품을 점검하는 회원, 혼자 벽면 거울을 보며 춤을 추는 회원 등 모두 정성이다.

공연을 올리는 사람들은 레씽 동호회 회원 중 ‘김유진 기초발성반’ 회원들이다.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공연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출연진은 회원 가운데 오디션을 통해 뽑았고, 스태프들은 지원자가 모두 참여했다. 기획은 1년 동안 진행됐고, 공연 준비는 11월부터 시작했다.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고는 평일에 2번, 토·일 2번, 총 4번을 모였다. 퇴근 후 8시부터 11시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직장인 회원들은 시간을 쪼개 쓰는 게 가장 힘들다. 그래도 업무 외 시간을 모두 이곳에 쏟다보면,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저절로 줄어들기에 만족한다.

이들은 3달간의 연습을 통해 오는 18일까지 나흘 동안 창작뮤지컬 ‘Come on! Let’s sing’공연을 한다. 극은 뮤지컬 동호회와 관련된 내용이다.

정기모임, 단체관람, 모임 중에 발생한 러브 스토리 등 여러 에피소드를 담았다. 연출은 김유진 강사가 맡았고, 스태프나 배우들이 모두 회원이다.

공연은 현재 250석 규모의 대학로 동숭교회 엘림홀에서 열리고 있다. 평일에는 1회, 주말에는 2회씩 공연한다. 공연장·연습실 대여비용이나, 음향·조명 장비비용 등은 공연에 참가한 회원들끼리 나눠서 부담했다.

티켓은 두 명 입장 기준으로 1만원에 팔았다.

레씽의 부클짱(인터넷클럽 부대표)이자 기발반지기(기초발성반 담당자) 조윤정 씨는 “뮤지컬 마니아나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공연을 올리게 되면 특별한 추억이 생기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직장생활에서 큰 활력이죠”라며 배우로 참여한 것에 만족해했다.

추천, 동호회 사이트 !

다음, 네이버, 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뮤지컬 동호회

- ‘단체관람’으로 저렴하게 공연을 보고, 자유롭게 감상평을 나눌 수 있다.

1. 싸이 클럽 ‘오마이뮤지컬’ (ohmymusical.cyworld.com)

2. 다음카페 ‘뮤지컬매니아’ (http://cafe.daum.net/musicalmania), 웰컴브로드웨이(http://cafe.daum.net/broadway )

3. 네이버카페 ‘송앤댄스’ (http://cafe.naver.com/songndance)

 

뮤지컬 인터넷 동호회 ‘레씽’은?

7020명의 온라인 회원이 가입한 레씽뮤지컬(letsingmusical.cyworld.com)은 400여명의 회원들이 실제 오프라인에서 활동한다.

‘기초발성반’ ‘The Pom’ ‘뮤지컬 공작소’ ‘레파토리 녹음반’ 등의 소모임이 있고, 따로 꾸준히 친목모임이 이뤄진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누구든지 공연에 참가할 수 있다. 올해는 총 5회 일반인 대상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다.

‘기초발성반’에 가입하면 발성연습부터 시작해서 노래를 차근차근 배운다. 수업이 진행되는 반은 따로 수강료가 있다. 1개월에 6만원이다. 뮤지컬 배우가 직접 가르치는 1개월 단위의 ‘김유진 반’이 있고, 성악을 전공하고 일반 직장인 공연을 맡아온 2개월 단위 ‘최보철 반’이 있다.

‘The Pom’은 매회 공연을 올리기 위해 참가하는 모임이며, 지난 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공연했다. ‘뮤지컬 공작소’에서는 뮤지컬을 만드는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하며, 실제로 대본을 써보고 따로 스터디 모임을 꾸리기도 한다. ‘레파토리 녹음반’은 회원들이 부른 노래를 실제로 CD에 담아보는 모임이다. 어느 모임이든, 취향에 맞게 가입하면 된다.

처음에는 주로 기초발성반에 가입해 노래를 배우고, 공연 때 스태프로 먼저 참여를 하다가 재미를 붙이면 이것저것 다 해보게 된다. 회원은 10대 고등학생부터 20대 대학생, 30∼40대 직장인 등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다양하다. 음치라도 관계없고, 나이가 많아도 환영받는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많고, 재즈나 살사 등 미리 춤을 배운 사람들이 노래까지 배우고 싶어 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남성 회원이 적기 때문에, 남성들은 신규가입만 하면 즉시 ‘킹카’나 ‘훈남’으로 추앙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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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 콘서트가 끝나고

 

 

2008년 음력 12월 15일 보름달이 뜬 밤.

 

윤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공연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어떤지는 끝날 때 제일 많이 드러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관객들이 공연 여운 때문에…

오래 ”머무는” 공연이 좋은 공연입니다.

테이스터스초이스 커피 광고였는지

"자리를 결코 뜰 수 없었습니다"라는 광고멘트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역시 좋은 공연은 사람 발길을 잡아 끌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윤상 콘서트가 그랬습니다.

 

* 앙코르의 재미 ! , 자릴 뜨지 않는 관객들.

 

이제 콘서트에서 앙코르는 또 다른 기획된 공연입니다.

앙코르 때 어떤 현장이 연출되고 팬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인기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그냥 노래 한 번 더 부르고 들어가는 뻔한 자리가 아닙니다.

 

지난 연말 넥스트 콘서트에서는 신해철은

"앙코르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며 아주 늦게 나왔고,

늦게 나왔지만 또 계속 나오는 식으로 관객들을 기쁘게 해줬습니다.

 

공일오비는

"나이도 들었는데… 기다리기 이래저래 귀찮잖아요?" 하면서

오히려 너무 빠르게 후다닥 나와서 팬들을 웃게 만들었으며,

 

신승훈은

아예 앙코르를 위해 따로 신마에스트로로 변신!

오케스트라 연주의 지휘자가 되어 캐롤 메들리를 들려줬습니다.  

 

이번 윤상 콘서트는.

특이하게 관객층의 나이 때문인지.

 

”앙코르”를 첫 번 공식 때는 외치지 않고,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는 식으로 표현을 했습니다.

당연히 나올 것이라는 예상 가능한 짐작 때문입니다.

 

신해철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앙코르를 사실 너무 쉽게 기다리다가 …

 

앙코르가 공식적으로 끝나고 막이 내려가자 !

그때부터 이제 다시 앙코르 요청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관객들은 앙코르를 앙코르라 생각하지 않고 본공연으로 생각합니다.

 

앙코르가 끝나서야 그제야 우르르 팬들이 무대 앞으로 쏠려 나온 것입니다.

윤상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가지 않고, (1층/2층/3층 모두)

”앵콜”을 외치며 기다렸습니다.

 

윤상은 무대에 다시 나오자마자 꽤 난감해했습니다.

공식 곡이 모두 끝났다는 거였죠.

 

신청곡을 받겠다고 하자.

목소리 큰 남자 팬이 "너에게"를 외치자 다들 우르르 "너에게"를 같이 외쳤습니다.

 

그런데 세션들과 ”너에게”를 맞추지 못한 윤상은.

지금 할 수가 없을 거 같다고 …

 

그때 사람들이 ”무반주” ”혼자해” 라며 구호를 외치자

센스 있던 세션들은 바로 옆에서 윤상을 바라보며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래서 윤상이 키보드 연주로 너에게를 들려주고

세션들도 같이 연주해줬습니다.

”너에게”가 끝난 직후에는 세션들은 모두 무대 뒤로 들어가고,

윤상 혼자 다시 신청곡을 받았습니다.

 

역시 이곳 저곳 … 곡명을 외치는데,

또 목소리 큰 한 분이 ”바람에게”를 외치자 우르르 다시 앞에서 ”바람에게”를 외쳤습니다.

 

뭐 사실. 곡명과 상관없이 윤상 노래를 한 번 더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일단 팬들이 목소리를 맞춰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윤상은 혼자 라이브로 ”바람에게”를 외쳐주고,

노래가 끝날 무렵 막이 내렸습니다.

그제서야 이젠 콘서트가 끝났구나 실감하며

4천석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빠져나갔습니다.

3시간 동안 인터미션 한 번 없이도, 사람들은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사람들은 로비에 준비돼있던 윤상 포스터를 가져가려고

또 한 번 ”바겐세일 백화점”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너도 나도 서로 가져가겠다고 몰려들어 밀치고 부딪치고 ,

아이돌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했습니다.  -_-+

 

 

콘서트 밖에 나와서도 유난히 현장을 떠나지 않던 팬들은.

 

급기야 다들 달밤의 달 사진을 찍느라 또한번 난리가 났습니다.

 

달무리를 보느라, 우르르 또 달만 쳐다보는 진풍경이 연출됐습니다.

모두가 하늘을 쳐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대체 무슨 일인가 하늘을 쳐다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장 경희대를 빠져나가는 길에는

"옛날에 윤상이 KBS 금촌댁네 사람들에도 나왔잖아."

"옛날에 윤상이 MBC 이경규 몰래 카메라에 나왔는데 …."

"노댄스도 좋았어."

 

등 등 등. 오래된 가수인 만큼 얘깃거리가 많은 팬들은.

우르르 또 윤상 얘기만 하고 내려가는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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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윤리성 .. ?! 연극 '웃음의 대학'을 보다가…

스타는 오로지 STAR 일 때만 빛이 나는가?

 

스타의 사생활은 알수록 백해무익인가? 그래도 궁금한가?

 

연극, 드라마, 뮤지컬, 콘서트 등등 각종 대중적인 창작물을 즐기다보면 ..

동경하던 대중 스타, 창작자들의 사생활에 이래저래 실망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다가도 그 사생활을 알면 또 다른 시각이 생겨서 더 귀기울여 ”듣게” 되기도 한다.

사생활은 그의 작품이 발현되는 데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창작 배경이기 때문이다.

 

비판하는 입장, 분석하는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대상이 품고 있는 속엣 모습(?)도 중요하다.

사실 ”정도”의 싸움이기도 하다.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연출가, 배우도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가 살아온 배경, 그가 겪어온 에피소드들이 작품에 어떻게라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투영되기 때문에,

오로지 작품이라는 내적 요소 외에도,

그 작품을 둘러싼 온갖 외적 요소에도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2008년 대학로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연극 열전 2의 ”웃음의 대학”을 보던 12월,  

유난히 그 생각은 강해졌다.

 

해답은 아직도 ….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 질문은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아마 계속 공인(?)들을 만나며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될 것 같다.

 

배우의 윤리성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윤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가 재단할 수 있느냐의 여부부터

인간적인 도리 수준의 사회적 합의라면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것 아닌가에 대한…..

판단까지.

생각은 복잡해진다.

 

송영창과 황정민이 주연한 연극 열전 2 ”웃음의 대학”은

연극을 보는 내내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웃음의 대학”은 영화 미스터맥도날드의 미타니코키 일본 작가의 작품을

한국에서 연극화한 것이다.

최근의 일본 작가들 작품에서 느껴지는 섬세함, 위트 넘치는 대사, 이해하기 쉬운 표현방식이

아마 한국인들에게도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맨 뒷자리에서 공연을 보던 중이었다.

웃음보가 터진 관객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공연을 보는 광경을 관찰했다.

특히 커튼콜에서 황정민보다 송영창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검열관으로, 작가(황정민)의 작품에 계속 딴지를 걸어야 할 입장임에도

자기가 점점 그 작품들에 동화돼

서툴고 우스꽝스럽게 연기를 하고,

대본 아이디어를 첨가하는 캐릭터가 좌중을 감동시킨 것이다.

 

작가란 어떤 경계에서든 사실 핑계될 게 없구나 .

작품의 창작욕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벽이 높아질수록 더욱 정신은 맑아진다 는 등

창작의 고통이 주는 역설.을 생각하게 만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익 영화 감독과 같은 열에서 본 바람에,

이준익 감동이 웃는 지점과 그의 영화(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 라디오 스타 등)와

이 작품을 연결하며 감상하는 행운도 누릴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이준익 감독 사인을 받으며

이준익 감동 영화의 문제의식과 웃음의 대학의 주제의식에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도 매우 재미있게 본 작품이라고 말했다.

본의아니게 존경하던 감독과 같이(?)  본 연극이 돼서,

각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기도 했다.

 

 

 

하지만 …. 보러 가기 전부터 망설였던 작품이다.

 

주변에서는 송영창의 재기를 도울 생각이 없어서,

그저 송영창이 너무 싫어서

특히 여자의 입장에서 지극히 불쾌한 기분에

연극을 보러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윤석화의 재기를 도울 생각이 없어서,

괜히 일조하는 게 싫어서

”신의 아그네스”나 ”사춘기”를 보러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윤석화는 학벌 위조로, 송영창은 청소년 성매매로 과거 ”주홍글씨”를 새겼다.

 

그러나 2008년 이들은 연극을 통해 다시 예초의 시작지점, 연극으로 돌아왔다.

본래 연극 배우였던 이들은 그들의 친정에서 호평을 받았다.

작품에 대한 대중적인 관객 반응이  좋았고, 흥행도 성공했다.

 

송영창은 그제 5일 월요일 밤, 대학로에서 열린 연극열전2 폐막식에서

객석투표와 배우,스태프, 언론사 기자의 사전투표를

합산한 결과, ”배우상”을 수상했다.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하고, 사람들의 박수 갈채는 쏟아졌다고 한다.

 

송영창은 2000년 080 전화사서함을 통해 만난 열여섯 살의 여학생과 35만원에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후 모든 연예 활동이 중단됐다.

 

그는 이명세 감독의 영화,  

특히 ”첫사랑”에서 김혜수가 짝사랑하는 선생님으로 등장해 내겐

깊이 각인된 배우였다.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2002년 여름, 여의도 고깃집에서 주인과 손님으로 만났을 때

배우인 송영창을 본 것은 지극히 반갑고 영광이었다.

영화 속 피사체, 영화 첫사랑의 주인공을 직접 만난 행운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성매매로 입방아에 오른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나를 계속 

”껄끄럽게” 만들었다.

 

송영창은 그 사건 이후, 계속 연극을 하고 싶어도 시켜주는 곳이 없었고

대학로에서 몰래 포스터를 뜯어다가 가게에 붙여놓으면서

계속 연극의 꿈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송영창의 연극을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선택을 내리는 순간까지.

 

나는 그를 청소년 성매매 전력으로 기억해야 할 지,

학창 시절 영화를 통해 발견한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로

간주해야 할 지 란스러웠다.

 

그때 내린 결론은 일단 "연극은 보자"였다.

 

사회에서 재기할 기회가 거의 박탈당하고 마는, 전과자들에 비해

배우들은 어쩌면 더 나은 위치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배우이기에 얼굴이 더 드러나고, 깊은 수렁에 빠졌을 수도 있다.

 

고민을 거듭하면서 내가 송영창의 연극을 감상한 것에 대한 이유는…

 

공인은 공인이고 개인은 개인이다 .. 라는 결론이었다.

 

인생에 오점을 남긴 개인은 일단 차치하고,

캐릭터를 보러 가잔 마음이 더 컸다.

 

연예인이 공인인지에 대한 찬반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학창 시절 상아탑 안에서도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매체에 종사하면서 연예인은 ”공인”이 확실하단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단 공적인 매체에 드러나는 위치라는 원인이 크다.

그들의 자유 의지와는 상관없을지라도,

대중에게 발표되는 드라마, 노래, 영화 등 등

작품활동을 ”일적으로” 즉 공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혼자 소비하고 자족하고 말아버리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이상,

창작자의 손을 넘어 대중들에게 전달된 이상,

이들은 이미 공인이 돼버렸다.

 

골방에 틀어앉아 혼자만의 내면 세계를 충족시킨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려는 작품에 종사해야 하는 이들은,

곧 대중과 연결되는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기 때문에

직업적으로 공인이다.

”"공인으로서"의 꼬리표는 계속 붙는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지의 여부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고, 가늠할 수 없을지라도

이들의 파급력이 대단해졌고,

사회의식이 형성돼 가는 ”방향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이 커져버렸다. 신귀족계급이라는 말이 오가는 것도 일견 타당하다.

 

창작자와 연예인의 범위가 다소 다르긴 하지만,

TV를 비롯한 공연장 , 인터넷 , 라디오 등등 온갖 매체들에 접촉하고 표현할 수 있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 공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직업으로 인해 생겨나는 책임감,

개인에게는 서글픈 필요악일 수도 있다.

 

떠다밀렸든,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렇게 나아갔든.

공적 캐릭터, 공적 인물로 ”이미지화”된다.

 

( 반대로 공적 인물이 작품 안의 소재로 쓰이면 그때는 사인

박정희가 됐든, 비가 됐든, 작품 인물로 그려지게 된다면,

그것은 그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을 듯)

 

 

공인들은 보통의 다른 업종 종사자들에 비해  

공적 발언권을 더 많이 갖고 있다.

활동의 범위도 더 넓어다.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사는 것과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덧씌워진 것은 별개 문제다.

 

그래서 연예인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거짓말을 교묘하게 일삼았다면

지탄받는 건 당연하다.

단지 그게 마냥사냥, 냄비 식으로 이슈화 됐다면 비판받아야지.

”내가 어떻게 살았든 대중이 무슨 상관이냐”고 손사래칠 사안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변명하려 하기보다 반성을 해야 하고,  

그것은 또 사회적인 용서 더하기, 자기 자신에게 구하는 용서라야 할 것이다.

윤리는 어디까지나 일차적으로 개인 인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인으로서의 송영창은,

객석이 기립박수를 칠 만큼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 송영창은, 청소년 성매매라는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그 굴레가 그의 배우 인생에 도리어 발효되는 되는 득이 될 지,

”웃의 대학”을 거부했던 연극팬들처럼 계속 안티팬을 양산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끊임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와, 억제되지 않은 날것의 모습, 숨기고 싶은 치욕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산다.

 

특히 배우들은 여러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그 직업상 

다른 이들보다 더 심하게 업앤다운하며, 그 줄다리기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

 

연극열전 2의 초반 작품 ”블랙버드”에서는

어릴 적 성추행을 당한 여자 아이가 나이가 들어 가해자인 중 남자를 찾아간다.

여자는 성장하는 동안 어릴 적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네가 나를 가두었다고 절규한다. 그러나 한편로 그와 나의 관계는

사회가 재단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이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과거의 멍에와 남성의 폭력, 애증이 뒤섞인 배경에서 

인간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드러냈던 게 연극 ”블랙버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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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 = 도쿄 (스폰지하우스)

# 1.

어린 시절 동네에 3김 정치인을 흉내 내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 아저씨는 일주일 중 반은 보통 사람이었는데,

나머지 요일은 가까이 가기 다소 두려웠다.

김대중 연설을 하기도 하고, 김영삼 연설을 하기도 하고,

김종필 연설을 하기도 하면서

한국의 각종 사투리와 웅변 투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면서,

오른 손을 구호 외치듯 아래 위로 흔들었다.

그리고 동네를 왔다갔다 하셨다.

 

그로부터 족히 15년 이상은 지났을까?

5호선 광화문 역 전철 안에서 2008년 12월 어느 날. 

나는 그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지하철 출입문 앞 쇠막대를 붙잡고

누군가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 있던 것이다.

술에 취한 사람인가보다 ..

무심코 넘기려던 중,

아저씨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바로 내 어린 시절, 동네를 누비시며 3김을 흉내내던 그 아저씨였다.

먼저는 … ”반가웠다”  

익숙한 동네 아저씨,

어릴 적 같은 공간에 존재했던 사람을 만나니 괜히 정감이 갔다.

아저씨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목소리에는 예전만한 힘이 떨어졌지만,

표정은 그대로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모를…

집중력 강한 얼굴로 열심히 ”연설”을 늘어놓았다.

 

단지, 대상만 달라졌다.

 

이번엔 오바마와 부시였다.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하고 팔을 들어 흔들고 …

 

지난 15년 넘게 아저씨는

저렇게 또 혼잣말을 하고

타인들이 무심히. 이상한 사람이야 하는 의아한 눈빛을 받으면서

그렇게 또 살아왔나보다.

 

나는 다가가 말을 걸지는 못했다.

어릴 적 그때처럼. 또 ”방관자”가 되고 말았다.

그냥 뭔지 모를 실체없는, 안타까움 같은 게 밀려들며 궁금해졌다.

 

아저씨는 대체 누구와 소통하고 싶은 걸까?

 

# 2.span>

 

이마트 주황색 종이 봉투로 발을 감고,

털이 새까맣게 탈색되어 버린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얼굴은 종이로 두르고, 눈만 뻐끔히 내놓은 채 걷는 남자가 있었다.

발가락은 모두 짓물러서 진득진득 고름이 흘러내려 굳었고,

그가 안고 있는 강아지가

그의 편인지, 도망가고 싶은데 도망가지 못하는 종속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2000년 대 초반 2호선 지하철 안에서 매번 보이던 아저씨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아저씨 어디로 가셨어요?

 

 

 

 

# 3.

 

2004년 4호선 지하철.

 

남자는 색소폰을 불었고, 여자는 인디언같은 의상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걷었다.

남자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길고 하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여자는 까무잡잡한  피부색에 머리를 길게 땋고 집시 옷을 걸치고 있었다.

수염과 땋은 머리 탓인가?

둘은 속세와 어울리지 않는, 기이한 형상이었다.

금방이라도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다 뛰어나온 모습이었다.

 

남자의 색소폰 소리가 그저 좋아서, 천원짜리 지폐를 건네자

여자는 내게 주소가 적힌 ”쪽지”를 주었다.

 

쪽지에 적힌 인터넷 웹사이트 주소에 접속하자,

전세계 외계인과 미스테리 서클을 믿는 사람들의 국제 사이트가  떴다.

반전운동을 하면서 떼로 몰려 찍은 누드 사진도 있었고,

외계인의 흔적이라며 알아볼 수 없는 기묘한 형상의 언어를 써놓기도 했다.

채식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들의 표현 수단은 기이했다.

색소폰 소리가 시작이었으나,

 

그게 끝은 아니었다.

 

그들의 언어는 무엇이었을까? 악기 소리였을까? 소리 없는 외계어였을까?

 

 

* 사진 - 2008년 1월 3일 일요일 명동 스폰지 하우스

 

 

 

세 명의 감독 (미셀공드리+레오까락스+봉준호) 의 삼색 옴니버스 영화

”도쿄”를 보면서,

세 가지 문제가 머릿 속에 맴돌았다.

 

1. 영화 속 인물들은 대체 누구와 말을 ”섞고” 싶었을까?

2.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갔을까?

3. 그들이 택한 언어는?

 

 

미셸공드리의 영화는 불우한 청춘의 희망을 담았다.

 

돈도 확실한 미래도,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사랑으로 극복하는 20대 남녀.

남자는 단순 노동에 시달려도 영화 감독이라는 꿈이 있고,

여자는 집도 돈도 없지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는 애인이 있다.

 

하지만 삐걱거린다.

남자가 여자에게 "너는 꿈도, 희망도 없다"고 말할 때 </font

여자는 다양한 ”취미”는 있으나, 정작 자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음에

막막해진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자괴감에 시달리자,

이내

”심장”은 뚫려서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절뚝거리며 방황하던 다리는 뚜벅뚜벅 소리나는 나무 의자 ”다리””로 변한다.

 

 

가슴은 텅비고, 다리는 가눌 수 없는  !!!!

딱딱한 의자, 무생물이 되고 만다.

 

그런 여자가 다시 생명성을 회복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편안한 존재로 다시 태어날 때다.

 

의자가 된 여자는 어느 음악가의 집에 옮겨져,

자유로운 영혼들의 휴식처로 변한다.

그는 그때서야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비로소 찾은 것 같다는.

안도감을 갖고 … 그제서야 영화는 끝이 난다.

 

의자가 된 여자는

아마도, 다시 또 방황할 테고 …

또 한 번 변신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싶을 수도 있고,

한없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이 되고 싶을 수도 있다.</span

 

돌멩이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면서

”자신”을 찾아가겠지.

 

미셸공드리의 의자가 된 여자와 ,

항상 함께 하지만, 대화의 작은 덜컥거림과 미묘한 오해의 표정만으로도

어긋날 수 있는 애인.

 

둘은 서글프다.

 

 

끝나면 어쩌랴? 그래도 희망과 꿈은 멈출 수 없는 젊은 영혼인 것을 …

 

미셸 공드리의 ”도쿄”는 아련하게 아름다운. 청춘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여자가 (영화감독인) 남자친를 위해 영화 장비들을 우스꽝스럽게 몸에 걸치고

지하철을 타고 , 털털털 …. 허탈하게 진이 빠진 채 걷는 모습이다.

땀으로 젖고, 넋나간 몰골로. 악착같이 짐을 옮기던 모습이.

사랑에 자족하는 여자를 그대로 나타낸다.

 

남을 위한 건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고,

진심어린 . 행동이 가능한 . 풋풋한 청춘! 연약한 여자의 마음을 …  

주인공 여자의 뚱한 얼굴을 통해 무수한 무언의 말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정 ”자신”에게 하고 싶던 말을

남자를 통해 발견하고 싶었을 뿐이다.

 

꿈도 희망도 없던 게 아니라,

"네가 꿈이고 네가 희망일 수도 있다" 는 사실.

 

사람이 희망기 때문.

 

소통 불능은. 결국 자괴감으로 빠져드는, 관계에 대한 깊은 수렁이었다.

 

"너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결국 존재의 의미가 된다는 걸 _

미셸공드리는 김춘수의 ”꽃” 같은 작품에서 도쿄를 배경으로 남겼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두번째, 레오 까락스의 영화는 여운이 참 강하다.

 

”메르드”(똥)라는 하수구 광인이 불쑥 등장하는 이 영화는.

 

영화 ”괴물”처럼, 도쿄에 별안간 정체불명의 기인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이다.

 

일본 연출가 스즈끼, 독일 작가 토마스 만 등….

 

세계가 커다란 병원이라고 간주한 예술가들과 맥락을 같이 하는 레오 까락스.

그의 ”도쿄”는 대화 불능, 자기고집, 요란한 수다로 들끓는 혼동의 병원, 그 자체다.

 

누구를 정상이고, 누구를 비정상이라고 나눌 수 있을까?

 

꽃을 뜯어먹는 광인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그의 기이한 행동을 이슈화한다.

광인을 스타처럼 추앙하는 사람, 광인을 혐오하는 사람,

광인의 폭탄에 맞아 죽은 사람,

광인과 유일하게 대화하는 사람 등. </font

 

그를 둘러싸고 제각기 다양한 반응으로 대처한다.

어느 누군가는 그를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지목하기도 하고,

러시아의 붕괴에 때를 맞춰 사라진 미아로 보기도 한다.

 

그는 단지 국화꽃을 뜯어먹을 뿐이고,

그저 하수도 안에서 혼자 웅크려살던 것 뿐이고,

말도 안 되는 말을 떠들 뿐이었는데,

 

그런 그는 세계의 변종이 된다 !

사악한 범죄인이며, 격리되어야 마땅할 끔찍한 뮤턴트다.

 

영화를 보다 보면 수많은 하수도 광인, 메르드를 떠올리게 된다.

 

추하고, 지저분해서 . 결국 스스로를 격리했고, 타인이 격리한 존재.

그 존재의 언어는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고,

알아들으려는 노력조차 매우 우스꽝스럽다.

 

서로 이해가 되지 않는, 벽에 부딪친 존재를 만났을 때,

달라서 그저 달라서 표현 방식이 다른 존재에게,

다수는 그저 무거운 맨홀 뚜껑으로 입을 막고, 출구를 닫아버린다.

 

맨홀 뚜껑을 열고, 차단당했던 존재가 꽃을 먹고자 밖으로 나올 때,

그때는 더더욱. 소통이 불가능해진 시점일 것이다.

 

꾹꾹 아무리 눌러보아도, 꽃을 피우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세상에 대한 조롱, 냉소를 이처럼 유쾌하게 드러낸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 이후 아주 오랜만의 발견이었다.

특히 영화가 끝날 때

다음 메르드는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날 것이란 예고에서 웃음이 터진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앞의 두 영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양,

매우 유쾌한 영화였다.

 

"밖으로 나오세요. 밖으로 나오셔야해요."

 

몇 십년을 히키코모리로 살아온 남자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

눈부신 햇빛과 그간 초록색 넝쿨잎으로 둘러쌓인 그의 오래된 자전거는 내게 감동이었다.

 

히키코모리는 별안간 길에 내던져졌다.

 

오거리 길 한 복판에 우두커니 선 히키코모리를 쳐다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을 품게 하는 영화였다.

 

왜였을까?

 

오랜 세월 지독한 은둔자로 살았던 그는 왜 세상 밖으로 나왔을까?

단순하게는.

너무도 심플하게 ”사랑”이 해법이었다.

 

주인공은,

피자 배달을 하러 온 아오이 유우를 보고 넋을 잃을 만큼 반.해.버린다.

아 , 얼마나 단순해 도리어 유쾌한지 ….

 

아오이 유우가 히키코모리가 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남자는 아오이 유우를 찾아 거리를 떠돈다.

 

히키코모리 초보, 중견 등.

창문 안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여자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를 끌어내려 소리친다.

 

"지금 들어가면 평생 나올 수 없다"고 말이다. !!!!

 

밖으로 나가야 한다. 웅크리지 말자.

고립은 고립을 낳을 뿐이다.

 

소통해야 한다.

남자와 말을 섞고서는, 왜 고립되고 싶은지 .. 스스로를 고립하고 싶은지

소통해야 한다.

 

대화의 당위성을, 타인과의 관계를.

 

이토록 위트있게 그려내다니!!!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봉준호 영화를 보면서,

다시 그의 예전 영화 ”플란다너스의 개”를 보며 느꼈던 유쾌함이 떠올라.

내내 웃었다.  

 

 

새해 벽두, 시의적절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도쿄!"

 

 

 

무한상상? 상상은 희망을 낳는다.  2009년엔 상상하고 밖으로 나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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