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하면 커다란 배낭을 매고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 기차여행을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배낭여행족들 사이에선 자동차 렌트 여행이 유행이다. 3-4명이
자동차를 렌트해서 다니면서 시 외곽의 싼 호텔이나 캠핑장에서 숙박을 하면 오히려 비용이 더 쌀 뿐 아니라 무겁게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지 않을 수
있어 인기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구석구석의 풍경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나도 프랑스에 온지 몇 번 식구들 데리고 바리바리 짐싸들고 TGV타고 여행해보니 너무 힘들었다. 기차 시간 맞추랴, 호텔찾고, 버스타고,
짐은 아빠가 다 들고…. 식구들 데리고 여행하는 아빠로선 여간 고된 게 아니다. 그래서 외국에서의 운전이라 겁은 났지만, 과감하게 차를
샀다. 10만km를 넘게 뛴 디젤 중고차를 샀다.
대부분의 여행 안내책자에서는 파리는 좁은 도로와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로 시내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기엔 무척 힘들다고 나와
있다. 사지하철, 버스, 벨리브(자전거)과 같은 대중교통이 촘촘히 발달돼 있어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한다. 그러나 파리에서 운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잠수교처럼 바로 옆에서 물이 찰랑대는 센 강의 강변도로를 달리고, 다이애나비가 사망했던 알마교
지하차도를 지나면서 그녀를 추억한다. 또 밤늦게 집으로 돌아올 땐 에펠탑에서 쏘아대는 써치라이트의 불빛이 환상적이다. 오늘은 비가 내렸는데, 차
안에서 보니 그것도 분위기 있네…
유럽에서 운전할 때 가장 생소한 것이 교차로 통행이다.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다.
대신 둥그렇게 돌면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라운드 어바웃’(round about)
방식이다. 아무런 차도 없는 괜히 신호등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이 그냥 교차로에
진입해서 돌면 된다. 언뜻 사고 위험이 높아보이지만, 교차로에서 고속주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고율이 더 낮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신호등 앞에서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차로를 프랑스어로는 ‘롱쁘앙’(rond-point)이라고 부른다. 교차로에
도착하면 반드시 왼쪽에 먼저 진입한 차량이 우선통행권이 있다. 이러한 ‘양보’가
교차로에서 사고를 줄이고 원활한 통행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롱쁘앙’ 중에서
가장 크고 대표적인 것이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 교차로이다. 12개의 대로가 모였다고
360도로 돌면서 흩어지기 때문에 하늘에서 바라보면 별 모양이라고 해서 ‘에뚜알(etoile)’ 광장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복잡한 도로인데도 신호등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서로서로 양보운전을 하기 때문에
사고가 안 일어난다. 이것이 이것이 ‘톨레랑스(tolerance)’ 문화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선진교통 문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라고
수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실제 운전해보니 모두 구라였다. 양보는 커녕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차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차들이 커다랗게 원을 그리다가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빠져나가야 하는 데, 어떤 차는 개선문 한 중앙으로 직각으로 들어와서 반대방향으로 그냥
질러가기도 한다. 천천히 돌던 내 앞으로 차가 쌩하고 지나간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시동을 꺼먹었다. 복잡한 교차로 한 가운데 시동이
꺼지니 식은 땀이 뻘뻘. 사방에서 빵빵 댄다. 프랑스식 양보운전, 배려운전은 어디 갔을까. ‘사고 없다’는 개선문에서는 크고 작은
접촉사고로 경찰이 출동해 있는 장면도 여러번 봤다. 시내 운전할 때도 조금만 머뭇거리면 뒤에서 ‘빵빵’대고, 오토바이 폭주족들은 곡예운전을
하고, 교통신호는 운전자나 보행자나 서로 지키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더 도로운전 문화가 더 혼잡해 보이기도 한다. 프랑스 사회가
각박해져서일까? 도로에서도 여유가 사라진 느낌이다.

개선문을 한 바퀴 돌아 샹젤리제로…


본의아니게 시내 한 복판에 살다보니 주차 문제도 난감했다. 집에는 주차장이 없어서, 인근 공영주차장에 한달 장기주차하는 데 200유로(약
30만원)을 달란다. 파리 시청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거주자 우선주차제’가 파리에도 있었다. 서울이 파리에서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시청에
신청을 하고, 거주자 주차증을 받으면 집근처 길거리 주차장에 자리가 나면 세울 수 있다. 하루 종일 세워놓아도 1000원도 안나오고, 1주일에
5000원도 안된다. 대신 길거리 주차장에 빈 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차를 몰고 동네를 한 두바퀴 돌다가 빈자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마치 큰 돈을 번 듯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온다.
면허시험장에서 이후로 처음해보는 수동 운전이어서, 처음엔 하루에 10번 이상 시동을 꺼먹었다. 그런데 점점 운전 스킬이 늘어나면서 수동운전의 즐거움에
빠져들고 있다. 기어 박스 위로 툭 튀어 올라온 스틱을 통해 이 자동차의 엔진과 내가 직접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