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 매력이 있고말고

일시 : 2008년 10월 3일, 저녁 7시 30분 장소 :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저녁이 되면, 가끔은 견디기 힘들 만큼 몸이 음악결핍증을 호소해 올 때가 있다. 이왕 올 바에야 증세가 좀 넉넉히 시간 여유를 주고 와주면 좋으련만 꼭 7시가 살그머니 넘을 무렵 발작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금호아트홀로 달려가곤 했다. 뛰어서 20분 이내에 연주회장에 앉을 수 있는 장소는 이 두 곳 뿐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10월 3일에는 비슷한 이유로 세종문회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클라리넷티스트 송정민의 연주를 들었다. 현재 KBS교향악단 클라리넷파트의 부수석으로 있다. 연주회 레퍼토리는 모두 프랑스 작곡가들로 꾸몄다. 부제부터가 <프랑스 클라리넷음악의 재조명2-La … 글 더보기

지독하게 격렬했던 상금제 공개토론회

지난 30일 한국기원에서 ‘프로기전 상금제 도입에 관한 공개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기전의 중심 시스템이었던 대국료(경기참가비) 제도 대신 골프, 테니스와 같은 상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떠한가에 대한 찬반 토론이 벌어진 것이지요. 찬성파로는 유창혁 9단, 세계사이버기원 박덕수 고문,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가 나섰고 반대쪽에서는 천풍조 8단, 한철균 7단 등이 참석했습니다. 진행은 중앙일보 박치문 바둑전문기자가 맡았습니다. 예상대로 이날 토론회는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정면충돌했습니다. 특히 ‘대안없는 상금제는 결사 반대’라는 반대파의 목소리가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한국바둑의 위기’라는 대전제 아래 우리 바둑사상 처음으로 열린 공개토론회. 과연 어떤 얘기들이 오고갔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살짝 핵심만 보여드리기로 합니다. 유창혁: 바둑교실이 거의 … 글 더보기

나는 그때 그 '구영탄'이 좋다

만화가 고행석 작가의 화실은 강서구 화곡동에 있었습니다. 들어서니 "아! 이런 곳이 만화가의 작업실이로구나"싶은 기운이 뭉클뭉클~ 하지만 어쩐지 고 작가의 작업실은 쇠락해 가는 한국 대본소 만화업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한 구석이 시렸습니다. 어두침침한 실내 .. 문하생들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조용히 오가며 자신들의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지요. 벽에는 마치 70년대 반공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공지문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었습니다. 무슨 공지인가 싶어 몇개인가를 읽어보았는데 그 중 하나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배경 그리는 분들에게 – 대규모 전투신이나 도시 배경을 그릴 때 고공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으로 그리지 마세요. 시간과 인력 낭비입니다. (제작비 절감 차원)" 어린 시절 저 … 글 더보기

기품(棋品)의 4단계

  …..   棋品 글씨를 친히 써 주신 初月 하훈희 선생께 감사드립니다    바둑을 참답게 즐기기 위해서는 기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2%가 아닌 적어도 20% 이상 부족하다. 그럼 그 부족함은 무엇으로 메워야 하나? 기품이다. 기품(氣品)이 아닌 기품(棋品)을 말한다.   기력이 충만해도 천박한 바둑이 있는가 하면, 비록 바둑 자체는 거칠지만 품격을 갖춘 바둑도 있는 법이다. 굳이 대국자를 고르라면 전자보다는 후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기품을 지닌 한 판의 바둑은 한 주전자의 맑은 차를 마신 후처럼 개운하기 그지없다.   기품에는 네 개의 단계가 있다. 그것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과 많이 닮았다. 바둑이 늘어가듯 기품도 변해간다. 바둑이 정체하듯 … 글 더보기

완벽한 아내, 엄마에서 신의 딸로 … 서정희

 19세의 나이에 스타 연예인 서세원과 결혼, 인기 CF모델, 뭇 여성지를 장식한 스타일리스트, 남편에 대한 완벽한 내조, 48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는 미모, 자녀를 모두 해외 명문대에 보낸 열성엄마 …. 서정희 씨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대략 이렇다. 어느 하나 거짓된 것은 없지만,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영화의 카피처럼 ‘저 너머’에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진실은 안에 있다. 그리고 살아온 흔적에 빠짐없이 새겨져있다. 세상에 대해 침묵을 가져온 그녀가 최근 ‘서정희의 주님’이란 책을 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던 CF모델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신앙인이 되어 조용히 신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인에서 신앙인으로 거듭난 … 글 더보기

서울시향 단원이 본 베토벤 바이러스

6회 연속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전석매진’ 순항 중인 MBC-TV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 클래식음악을 소재로 한 국내 최초의 흥행 드라마라는 점 외에도 김명민의 신 내린 연기, ‘No MSG’의 무공해 감칠맛이 줄줄 흐르는 조연들의 호연이 연일 화제다. 친숙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별종의 세계, 오케스트라. 과연 드라마 속 오케스트라와 실제 오케스트라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질문은 주로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모았고, 답변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임가진(34·제2바이올린 수석)씨와 이미성(30·오보에 수석대행)씨가 해주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은 세종문화회관 뒤편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이루어졌다. 오보이스트 이미성(앞)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임가진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드라마 속에서 단원들은 지휘자 강건우를 … 글 더보기

무협지의 추억

무협소설을 보면 바둑이 소재로 꽤 자주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필(神筆)’로 추앙받는 중국의 무협작가 김용의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바둑은 등장합니다. 실제로 김용은 바둑으로부터 소설의 모티브를 많이 얻었다고 밝힌 일도 있지요. 그는 중국의 프로기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녜웨이핑 9단과는 바둑친구 사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무협소설을 좋아합니다. 한때는 무협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기도 했지요. 2000년대 중반 ‘고무림’이라는 인터넷사이트가 있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무협소설 전문사이트였고, 기성작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신예작가들의 등용문이기도 했습니다. 난데없이 ‘필’을 받아 두어 달 가까이 새벽마다 무협소설 습작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고무림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스토리는 ‘도덕경’을 남긴 신비의 … 글 더보기

한국무협의 대부, 금강을 만나다

“나는 소년 시절에 병석에 누운 아버지의 구술을 받아서 무협지 원고를 대필했다. 그것이 내 문장 공부의 입문이었다. 가난은 가히 설화적이었다. 그 원고료로 밥을 먹고 학교도 다녔고 용돈을 타서 술을 마셨다.” 작가 김훈의 회고이다. 그의 선친 김광주는 우리나라 무협소설의 효시로 불리는 ‘정협지’를 썼다. 1961년 중국 무협작품 ‘검해고홍’을 번안한 것으로, 이후 1967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비호’는 말 그대로 장안의 지가를 치솟게 만든 화제작이었다. 어린 시절 무협지의 수혜를 받고 자란 이가 어디 김훈 뿐이었을까. 수업시간 선생님 몰래 누런 갱지에 세로로 인쇄된 무협지를 책상 밑에서 넘기는 맛이란. 주인공이 절세의 고수가 되어 마도의 무리들을 척살하는 통렬한 쾌감과 … 글 더보기

영원한 '2시의 연인' DJ 김기덕

그땐 그랬다. 낮밥의 나른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오후 2시. 주부들은 청소를 하며 라디오를 켰고, 직장인들은 상사 눈치를 살피며, 수업 중인 학생들은 선생님 몰래 사탕을 까먹듯 라디오를 들었다. 여공들은 라디오를 들으며 미싱을 돌렸고, 꽉 막힌 시대 도로 위에서 운전기사들은 라디오와 함께 핸들을 돌렸다. 1970년대와 80년대는 라디오의 시대였다. 누구나 라디오를 들었고, 라디오를 아꼈으며,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그리고 이 사람을 사랑했다. ‘오후 2시의 연인’ 김기덕. 그가 진행했던 ‘2시의 데이트’는 당대의 트렌드이자 아이콘이었으며, 그는 1973년부터 1996년까지 만 24년 간 진행한 이 방송 하나로 ‘라디오의 거장’ 반열에 올랐다.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제작진행자’로 선정돼 영국 … 글 더보기

베토벤바이러스 강건우의 '절대음감'

화제의 MBC-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한 장면. 악보를 볼 줄 모르는 트럼펫 주자 강건우(장근석)가 “나는 그냥 외워서 연주한다”고 하자 독불장군 지휘자 강마에(김명민)가 피아노 앞에 앉아 복잡한 프레이즈를 연주해 보인 뒤 강건우에게 “연주해 봐”라고 한다. 강건우가 완벽하게 따라 연주해내자 까칠한 성미의 강마에가 내뱉는다. “돼지에게 진주로군.” 드라마 속에서 보여 준 강건우의 능력은 그가 ‘절대음감’의 소유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대음감이란 어떤 음을 듣고 그 음높이를 즉석에서 판별할 수 있는 청각능력을 말한다. 당연하지만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은 지극히 드물다. 생물학자 바쳄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전문 음악가 중에서도 절대음악을 지닌 사람은 5%도 안 된다고 한다. 밑도 끝도 … 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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