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번의 요동 없이 꾸준히 오르기만 하는 전세 값. 사진 속의
저 아파트는 궁궐같기만 하다 >
이제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과 낙엽이 가득한
아름다운 산이 생각나는 가을의 문턱에 있습니다. 여름 내내 더위에 지쳤던 우리에게
시원한 휴식을 가져다 주는 가을 이지만 올해 이 과장에겐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을
맞이 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바로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연한 인연으로 알게 된 그녀와 만난 지 벌써 햇수로
4년째입니다. 양가 부모님께도 서로 인사를 드렸고 일가친척 모두들 올 가을에는
결혼을 하는 것으로 아십니다. 드라마에서는 종종 보는 그 흔한 반대 한번 없습니다.
모두들 축하해 줍니다.
하지만 이 과장에겐 가슴 한가운데 큰 무게를 차지하는
추가 달려있나 봅니다. 무언가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강한 힘이 온몸을 땅에 쓰러뜨리려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한 참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과장은 어렸을 적부터 힘들지 않게 살아왔고 한 때는
‘우리 아버지는 부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부족한
것 없이 자라온 이 과장에게 군대에 있는 동안 있었던 부모님의 사업실패는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집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가족이 헤어져
살아야 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느낄 수 없었나 봅니다. 그때는 이미 제 생활을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나이였고 학교를 마친 후 바로 취업을 했기 때문에 월급도 주변의
친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죠. 월급을 모아 저축도
해보고 힘들게 모은 적금을 찾던 날 차도 샀습니다.^^
그렇게 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이제 인륜지대사
중 제 일이라는 ‘결혼’을 앞두게 되었지요.
보통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니까 저 또한
그러려니 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 대부분이 이미 시집 장가를 간 상황에서 조금
늦었다 싶긴 했지만 아직 ‘노총각’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친구들 사는 모습을
봐도 다들 열심히 살고 아등바등 월급 아껴가며 아이를 키우고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예쁘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냥 그렇게 살게 될 것으로 생각 했습니다.
그. 러. 나.
주변의 친구들과 동료들의 신혼은 저와는 시작부터가
달랐다는 것을 세상에 저만 몰랐던 것입니다.
이것저것을 준비하게 된 이과장은 결혼날짜부터 잡으라는
주변어른들의 말씀이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결혼을 하려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집을
준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가장 기본이 되는 그 집이 준비 되어야 결혼을 하는것이
아닌가 했죠. 부동산에 들려봅니다. 인터넷으로도 찾아봅니다.
헉! 그 동안 뉴스에서 보아왔던 부동산이 어떻고.. 전세대란..
보금자리주택 등등의 이슈들은 나와 큰 상관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이제 막상 제 결혼을 앞두고 알아보려니 앞이 깜깜하고 삶 중의 가장 큰 벽에 맞선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이 서울 시내인 이 과장은 직장 주변의 집을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일반 서민들이 산다는 20평대의 아파트를 알아보니 차마 말이 안 나옵니다.
내 집을 사는것도 아닙니다 일정기간 돈을 맡기고 임대해 사용하는 전세가가 평균
2억5천만원. 아무리 허름한 집을 알아봐도 2억이 넘습니다. 지은 지 20여년 된 옛날
복도식 아파트를 알아보니 1억 5천만원부터 구할 수 있다는 부동산의 말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다니는 보통의 직장인 (요새는
이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껴야 하지만..) 이 결혼적령기라 하는 30살 즈음에 은행에
현금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누군가 1억을 모았다고 하면 정말
대단한 직장인이거나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엄청나게 잘한 친구겠지요. 바로 그 정말
대단한 직장인이나 공부를 엄청나게 잘했던 친구가 1억을 들고 집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은행에 찾아가 1억이라는 돈을 다시 대출받아야만 ‘결혼’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현실에 저는 쓰러졌던 것이지요.
저는 물론 1억을 모아놓지 못했습니다 !!
하물며 저 같은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아야만 집이라는 것을 구해 결혼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저 같은 보통의 직장인에게 1억원을 넘게 돈을 대출 해주는 은행또한 찾기
힘듭니다. 또 그 대출을 받았을 때 얼마나 오랜 새월이 지나야 그 대출이라는
‘짐’에서 또 벗어날 수 있을까요? 주변의 선배들이 조언합니다. ‘처음엔 다 어렵다.
월세부터 시작하는 거다’ ‘회사 근처의 오피스텔을 알아보는 것을 어떨까?’

<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신혼부부에겐
이제 너무 당연한 일이 되었다 >
하지만 솔직히 따져봅시다. 한달 월급의 절반가까이를
월세와 관리비로 내야하는 오피스텔은 오히려 더 독이 될 것이고 게다가 가진 것 없는
저에게 미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혼해 줄만한 여자를 찾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3년을 넘게 사귀어온 제 여자친구또한 집은 그저
제가 어떻게든 구할 줄 알고 있으니까요.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집’을 얻을 수 없는 현실에 고등학교
때 공부를 그럭저럭한 죄밖에 없는 제가 이런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저 억울할
뿐입니다. 이런 준비를 마치고 제가 ‘집’이라는 ‘짐’을 덜 수 있을 때 쯤이면 저는
‘노총각’이 되겠지요.
공부를 잘하지 못한 큰 죄를 저지른 우리나라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국가가 내리는 벌이 ‘빚쟁이 노총각’인 것인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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