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연극 ‘스프레이’

카테고리 : 우리들의 이야기 | 작성자 : 久色

극단 초인은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 정기공연으로 김경욱 원작 박정의 연출 ‘스프레이’를 성북구 미아리고개 예술극장무대에 올린다.

2016년 서울문화재단 ‘서울메세나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본 공연은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었던 김경욱 작가의 단편소설 ‘스프레이’를 통해 안락함과 무료함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단편 ‘스프레이’에는 대표적으로 왜곡된 시각을 가진 채 살아가는 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백화점 구두 매장의 점원으로 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씻고 용변을 보며, 구두를 아홉 켤레나 신어보고 그냥 돌아서는 손님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남의 택배 상자를 가져오는 실수를 하고 축축해지는 손을 내려다보며 크게 당황하는데….

긴장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첫사랑에게 차인 것도 축축해진 손 때문이 분명했다.

손을 처음 잡고 며칠 뒤 돌연 결별 통보를 받았으니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실연의 원인을 다한증 탓으로 돌리던 그는 택배를 잘못 가져온 이유도 옆집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이던 일상에 침입해 그의 잠을 깨우고 피로하게 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탓하는 이 맹목적 단정이 복수를 계획하고, 옆집 여자를 향한 집착과 스토킹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이상야릇한 광기는 낯설지 않다.

 극단 초인의 ‘스프레이’는 이상희, 김정아, 이종승, 이훈희, 양신우, 김범린, 이보람, 김영건 등이 출연한다.

 작품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곳이며 서로 충돌하고 사랑하고 몸부림치는 열정도 소통도 없는 공간이다.

그저 습관적인 화석화된 삶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주인공 ‘나’의 우연한 일탈은 이런 화석화된 삶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임을 확인시켜준다.

극단 초인은 본 공연을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또한, ‘스프레이’는 한 남자의 시선과 상상을 따라 여러 개의 벽이 무대를 분할, 확대, 축소하며 시시각각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낸다.

때때로 벽은 시공간 뿐 아니라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묘사하는 적극적인 오브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삶도 죽음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