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의 여인들’ 우리의 창극으로 들어와

카테고리 : 우리들의 이야기 | 작성자 : 久色

트로이의 여인들이 평화로운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

운명과 삶에 끊임없이 배반당하고 마지막 순간에도 꿈을 꾸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 ‘트로이의 여인들’이 창극으로 국립극장과 싱가포르예술축제가 공동제작하는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신작 ‘트로이의 여인들’이 오는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오른다.

 

옹켕센 연출

스릴러 창극․18금 창극․코미디 창극 등 다양한 색채의 작품들을 발표해오며 매번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국립창극단이 또 다른 스타일의 창극을 선보이고자 이번에는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싱가포르예술축제 예술감독인 옹켕센과 손잡았다.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미국 링컨센터 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공연장과 축제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옹켕센은 동서양의 다양한 전통예술을 조화롭게 무대에 올리는 한편, 원작 본연의 주제를 탁월한 미장센으로 완성하는 연출가로 정평이 나있다.

‘트로이의 여인들’을 통해 처음으로 창극에 도전하는 옹켕센이 내세운 콘셉트는 ‘미니멀리즘’.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려는 선택이다.

음악적으로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판소리의 정통기법에 집중하며, 무대 미술 역시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꾸며질 예정이다.

 

극본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에우리피데스 ‘트로이의 여인들’(기원전 415)과 장 폴 사르트르가 개작한 동명 작품(1965)을 바탕으로 창극을 위한 극본을 다시 썼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전쟁은 배경일 뿐, 이야기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남은 사람들이 지닌 ‘내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라는 절박한 감정에 주목한다.

 

카산드라가 트로이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복수를 노래하는 장면

작창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소리의 거장 안숙선 명창이, 작곡 및 음악감독은 뛰어난 음악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정재일이 맡았다. 정재일은 소리꾼과 고수가 함께 판을 이끌어가는 판소리의 형식을 십분 살려, 배역별로 지정된 악기가 소리꾼과 짝을 이뤄 극의 서사를 이끌도록 했다.

 

국내외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미장센을 선보일 예정으로,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 조명희가 무대디자인을 책임진다. 조명은 스콧 질린스키, 영상디자인은 오스틴 스위처가 맡는다. 중국 출신 안무가 원후이는 창극 무대에 새로운 움직임을 더할 예정이다. 최근 파리패션위크와 서울패션위크에서 동시에 참여한, 주목 받는 패션 디자이너 김무홍은 이번 신작의 의상·장신구·분장 디자인을 총괄한다.

 

아스티아낙스를 빼앗는 장면

화려한 제작진만큼이나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트로이의 마지막 왕비 헤큐바 역은 ‘아비. 방연’, ‘장화홍련’, ‘메디아’ 등에서 대체 불가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금미가 연기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준 두 명의 옹녀, 김지숙과 이소연은 각각 안드로마케와 카산드라 역으로 분한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절세가인 헬레네 역은 김준수가 맡아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무성의 존재로서 새로운 헬레네를 연기할 예정이다.

 

국립극장, 싱가포르예술축제 공동제작으로 11월 국립극장에서 세계초연되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오는 2017년 싱가포르예술축제에서 공연된다. ‘수궁가’ 독일 공연(연출 아힘 프라이어, 2013),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프랑스 공연(연출 고선웅, 2016)에 이어 ‘트로이의 여인들’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극으로서 창극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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