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는 지난 주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2.0% 내외(더
정확하게는 ―1.9%)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2월 10일 윤증현 장관 취임 시에 밝힌
―2.0%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숫자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약간 다릅니다. 이번 전망치는 세계경제의
흐름과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죠.
기획재정부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2월에 내놓은 ―2.0%에는 세계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대로
올해 0.5%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IMF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0.5~1.0%로 1%포인트 낮췄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약 0.7%포인트 낮아진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가 된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17조7000억
원의 추경으로 성장률이 0.8%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은
―1.9%로 예측된다.”
다시 말하면 정부는 사실상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7%로 낮췄다는 겁니다.
물론 추경 효과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했지만 이는 추경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겁니다.
정부의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
| 2008년 09월 30일 | 5% 내외 |
| 2008년 11월 03일 | 4% 내외 |
| 2008년 12월 16일 | 3% 내외 |
| 2009년 02월 10일 | ―2.0% |
| 2009년 04월 10일 | ―1.9% |
한은에서는 이틀 뒤 추경을 반영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측하며 정부보다 약간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 밖에도 최근 나온 경제전망치를
모아보면 한국경제연구원(3월 30일) ―3.7%, LG경제연구원(3월 16일) ―2.1%, 삼성경제연구소(2월
11일) ―2.4%, 현대경제연구원(2월 11일) ―2.2% 등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정부의 전망치는 일반적으로 연구기관보다 약간 높습니다. 정부의
전망에는 목표의 의미도 어느 정도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객관적이고 연구자적인
태도로 성장률을 전망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각종 정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로서 성장률을 제시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가끔 전망과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장률을 4% 후반대로 전망하면서 “새
정부 출범 직후 3월에 밝힌 6% 성장은 목표치이고 이번에 발표하는 4%대 후반은 전망치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현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에 성장률 7%
달성이 가능하다고 발표해 현 정부의 7% 성장 공약을 무리하게 뒷받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요.
다만 최근에는 정부가 내놓는 수치에서 목표의 의미가 조금씩 희석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와중에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성장률을
올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경제 수장이 바뀐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윤증현
장관은 취임 직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고 가능한 자주 현실적인 전망치를 내놓겠다고 밝혔죠.
그렇다고 해도 성장률 전망을 너무 의지하지는 않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전망치는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해도 현재의 시점에서 예측한 숫자일 뿐입니다. IMF가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경제성장률을 3번이나 조정했듯 상황에 따라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정부가 전망한 대로 추경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기를 빌어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7월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더 낮아진 숫자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긴장시킬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