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한밤중에 정전이 되는 것은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다.
어머님이 서랍에서 양초를 꺼내 성냥으로 불을 붙여주시면
동생들과 나는 촛불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그 불꽃의 하늘거림에 푹 빠져 한참을 들여다 보곤 했다.
어떨 때는 두 손을 모아 벽에 갖가지 그림자를 만들어 보거나,
흘러내리는 촛농을 모아 동물 같은 것들을 만들며 장난을 치곤했다.
하지만 요즘은 설비가 좋아져선지
정전되는 일이 무척이나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정전되는 밤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