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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병사들을 함께 울게 만든 "어머니" (19)

by 주성하기자   2009/11/02 5:45 pm

(앞의 글에 이어)

 

아침이
된 듯싶다.

 

벌써
방송을 접속하는 듯 남쪽에서 삐지직~삐지직~소리가 나는 바람에 잠을 깼다.

 

인민군대
기상시간인 5시도 안됐는데 벌써 스피커 소리가 들린다.

 

갱도
안까지 그렇게 시끄럽게 들리는 정도면 그 방송의 출력이 아주 대단한 것이다.

 

어이~인민군대~애~
빨리 일어나라.

해가
중천에 떴다.

밤새
술집 갔다 오니라 파김치 됐냐? 으하하하하~

우린
벌써 일어났당기로!!!~~~~~

 

아~지긋지긋해…

 

여기저기서
귀찮아하는 대원들. 잠에 취해 불평을 부리며 일어난다.

 

눈도
못 뜨고 비적거리며 화장실로 나갔다.

 

눈도
못 뜨고 갱도에 붙어있는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어라…이번엔
여자 방송원이다. 처음 듣는 간드러진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인민군
장병여러분

간밤
새에 이곳까지 나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우린
인민군 x사단 오빠들 환영해요.

~~
~~~~~

뭐라고
궁시렁 궁시렁~

 

그러더니
새로 나온 우리 사단의 사단장 이름을 불러가며 고생했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쟤네들이
이걸 어이 아노.

 

참말로
너무 기가 막혀서…

 

그러더니
사단장의 나이, 성격, 식성까지 방송으로 불면서 환영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나도
모르는 것을…암튼 참 놀라왔다.

 


방송을 통해 먼저 사단이 왜 후방으로 들어갔고, 우리 사단이 왜 나왔는지 그때야
알았다.

 

우리는
그냥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부대가 바뀐 줄 알았는데…

 


방송을 듣고 군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눈치 보면서 쉬쉬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아!!!
우리가 여기 나온 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비상소집 명령에 사단지휘부 운동장에
모였다가 무기와 배낭만 메고 급히 출발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물론
적군의 방송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도 사단장 이름, 식성까지 대는
정도니 완전히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우리
쪽 방송도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인민군 군가나 잘 먹고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는 내용.

시대만평
같은 이야기들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그런 지루한 방송보다는 오히려 맘대로 말하고 웃고 떠드는 방송이 훨씬 더 재미있고
더 호기심이 간다.

 

어떤
남한 병사는 방송에다가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애원하는 말도 한다.

 

보내고
싶지 않은 남자의 마음, 떠나고 싶은 여자의 마음…우리도 젊은 청년들인지라 그
방송에 공감하면서 들었다.

 

그때
방송에서 듣던 노래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노래 나는 지금도 좋아한다. 대북방송으로 통해 전연에서 배웠고, 귀에 익혔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우린
남한 노래를 귀에 익히려고 하던 일도 중단하고 가만히 듣곤 했었다.

 

디스코음악이
너무 듣기 좋았고 남자들과 여자들의 목소리는 너무 간지럽고도 부드러웠다.

 

오전
10시쯤에 민경(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민정행사경찰부대) 구분대가 주사를 맞으러
산 고지에 올라왔다.

 


이런 방송을 듣고 사는 민경들은 좀 달랐다.

 

주사를
맞으면서도 남쪽에 대고 주먹질을 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발로 차는 시늉도 내면서
반응해준다. 아마 여성 군인들 앞이니 잘난 척 하려고 그러는가 보다.

 

헉,
놀라운 일은 헉, 쌍안경으로 보았는지 민경구분대원들 이름도 부른다.

이름이
맞는지는 몰라도 경복이. 철성이 ,민국이 하며 이름을 부른다.

 

웃음나기도
하지만 웃을 수도 없다.

 

사실
그 방송에 민감하여 반응한다는 자체는 그 방송을 관심에 두고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내색하지 않도록 교육받았다. 그래서 우리 간호원들은 웃을
때도 고개를 돌려 웃었다.

 

 

그러자
군의장이 바라보며 욕설을 퍼붓는다.

 

야!~너희들
뭘 듣구 웃어? 엉?

누굴
군복 벗길려고 지랄들이야?

귓구멍을
솜 방매로 탈아 막아 버릴까 부야…썅…

 

비실거리며
제자리를 찾아간 간호사들이 뭔가 남의 눈을 피해가며 꾸물거리며 긁적거린다.

 

밤에
잔 남자병실의 갱도에서 밤새 이들이 달라붙어 살이 탱탱한 여군들을 물어뜯어 주는
것이다.

 

남자들
병실을 빌려서 잔 게 화근이다.

 

남성군인들이
덮고 자는 모포에는 이가 득실거렸다.

 

이를
잡겠다고 우와독스(DDT)를 잔뜩 뿌려 통풍도 잘되지 않는 갱도가 냄새로 가득하다.
습기로 냉한까지 몰려오니 어쩔 수 없이 이가 득실거리는 모포라도 덮고 잘 수밖에
없었다.

 

밤새
가려워 북적거리느라 잠 설치고 방송 소리에 잠을 못 들고 새벽에야 겨우 약간 잤었는데…

 

그런데
대북방송이 또 떠들어댄다…

 

인민군대!~

나무그늘에
앉아서 똘똘이 잡나?

빨강돼지들이
살 좀 붙었나?…하하하~

 

아무리
숨어서 모르게 하는 일도 어느새 들여다보고 금방금방 방송으로 꽝꽝 불어버린다.

 

암튼
갱도안의 일을 내놓고는 보초근무 교대하는 것까지 다 바라보고 불어댄다.

 

어이~이봐!

졸지
말아…밤에 술집 갔다 와서 다리가 꼬였구나…하하하하~

꼬였네
꼬였어, 다리 꼬였어(흥얼흥얼~)

어이~인민군대,
너네 중대장두 아가씨네 집에 가서 술 먹었징. 이히히히히~

 

하여튼
골치 아프다고 지휘관들이 제발 쟤네들 눈에 띄지 말라고 법석거린다.

 

술집이란
소리도 전방에서 첨 들어본 말이다. 그렇지만 같은 한민족의 말이라 첨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는 있다.

 

그렇게
마주보며 있노라니 저렇게 가까운 곳에서 같은 말을 쓰고 살면서도 왜 지금까지 총부리를
맞대고 저렇게 서로 헐뜯고 비아냥거리면서 살아야 하는지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우리가
같은 민족이고 한 겨레임을 더욱 확인시켜 주는 것은 국군 초소에서 울려 퍼지는
아리랑과 도라지 등 민요들이기도 하다.

 


치의 양보 없이 악을 쓰면서 노려 보지만 남한 초소에서 민요가 나오면 북한 군인들도
속으로 장단 맞추면서 함께 부른다.

 

그리고
남한군인들의 방송메가폰으로 불러보는 아버지 엄마 찾는 소리에는 북한군인들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국
군인들이 자주 하는 말.

 

어무이~~~~~~보고
싶습니다…사랑합니데이…

 


말 참 자주 나온다.

 

부모를
사랑하는 맘도 보고 싶어 하는 맘도 총을 쥔 남북한의 군인들 모두 똑같은 심정이다.

 

같은
민족의 넋이 살아있는 노래와 부르짖음이 너와 내 맘에 들어와 웃음이 되고 눈물이
된다는 것. 분명히 우린 한민족이다.

 

이대로
우리가 달려 나갈 수만 있다면, 또 달려 올수만 있다면 그건 통일마당이 되는 것이다.

 

-이순실,

북한군 간호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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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남북한 병사들을 함께 울게 만든 "어머니"”

  1. 하경미

    2009-11-02

    글로만 읽었지만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듯 하네요
    언제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2. zoa

    2009-11-02

    방송으로만 하지 말고 500인치 같은 대형 LED TV 화면을 틀어주면 어떨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남한 방송을 가감없이 틀어주면 한국의 실상을 소상히 알리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3. 관찰자

    2009-11-02

    하하하 이순옥씨글은 매우 재미있어요
    솔직담백하게 병사들 마음을 잘 표현했네요
    갱도내 병사들 생활상태도 잘 표현되었구요
    대북방송은 확실히 효과가 있네요
    동독사람들이 서독방송(텔레비젼)을 볼수 있었던것이
    독일 통일을 당기게 했을 뿐만 아니라 평화적 통일을 가져왔다고 학계에서는 말들 하지요
    우리도 앞에분 말대로 대형 전광판을 휴전선에다 수백개 만들어 TV방송을 재개하는 것이 좋겠네요
    탱크한대 만드는데 약 80억 든다는데 초대형전광판하나가 탱크 한대보다 훨씬더 효과가 큰 것 같군요
    정책 담당자는 이것을 고려해서 실시하면 통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네요.
    잘 생각해보세요 살아있는 생생한 정책이 되고 칭찬도 많이 받을 것 입니다.

  4. 푸른솔™

    2009-11-02

    ‘바람아 멈추어 다오’라는 노래를 자주 들었으니, 제가 철책에 있던 1988년도가 생각납니다.
    대남방송에서 들려오던 ‘어이 만수, 밥은 먹었나? 우리는 쌀밥에 돼지고기 먹었다’라고 하던 그 낯선 말들…
    참 재미있게 들었는데…

  5. 파란가을하늘

    2009-11-02

    80년대 중반에 군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생활이 좀 열악해도 몸에기생하는 이나 빈대는 없었죠… 물론 식사도 맛은 좀 없었지만 자율배식이라 양껏 먹을 수 있었고요… 경기도 북부였는데 한 겨울에는 외곽근무나가서 추운 겨울밤 집에 따뜻이 있을 가족들 생각하면서 추위를 이겨내곤 했었습니다. 그때 집에서 연탄아궁이에서 온수보일러로 바꿨다던 동생의 편지를 읽고 기분이 내내 좋았습니다. 휴가가면 따듯한 집에서 보낼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요. 빼치카에 불피우고 화력좋을때 순간적으로 고참 눈피해가면서 끓여먹던 라면이 생각나네요… 지금 그때 함께 했던 전우들은 다들 잘있는지… 북한의 군생활은 남한보단 훨씬 열악하고 혹독 할것 같습니다. 부디 북한도 돌아가는 세계의 상황을 빨리 인식하고 남북대결이 아닌 경제적으로 국민들을 먹고 살게 해주는, 사람답게 살수 있는 정책을 실행했으면 좋겠네요

  6. 소악녀

    2009-11-02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7. 얼마나

    2009-11-02

    그래두 분계선 쪽에서 군생활을 한 북한 군인들은 재미는 있었겠네요..
    다른 곳에선 그 몇년동안 얼마나 지루할까?
    주기자님 북한에서 남자는 군생활을 몇년하죠? 여자는요?

  8. ㅊㅋㅊㅋ

    2009-11-02

    기자님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코너 진행하시네요. 목소리 들을 수 있어서 기쁘네요 ㅎㅎ

  9. 박혜연

    2009-11-02

    북한군인들이랑 대한민국군인들의 차이점을 보면 우선 신체를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군인들은 잘먹으니까 키도 크고 살도 있고 건강해보이는데 북한군인들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키도 작고 게다가 피부도 나쁘고 주름도 많더군요?

  10. 23

    2009-11-02

    북한에서 왜 먼저 대남 / 대북방송을 그만두자고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잠시 있었는데도 이정도의 파급력을 같는다는건.. 그곳에 장기근무하는사람에게는 자신도모르게
    꽤 영향을 끼칠겁니다… 반면.. 북한의 대남방송은… 사실 자극적인 프로그램에 너무나 익숙해진
    남한사람에게는 그냥 호기심의대상 이상의의미는 같기힘들거 같네요… 진짜로 수백인지짜리 프로젝터
    화면들을 몇개 설치하고 이상한 대북방송말고 아에 남한의 예능프로그램을방영하는것도 꽤 파급효과가있을거같네요…;;북한사람에게는 남한예능프로는 굉장히 자극적일거같은데;;

  11. 선한목자

    2009-11-03

    대북방송이 없어진 것이 어떤 면에서 아쉽게 생각되네요! 어쨋든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듬북드네요~~~

  12. 23

    2009-11-03

    어떤 오스트리인과 스위스인 두명이서 러시아서부터 평양까지 (정확히는 비엔나서부터 평양까지 )
    기차를타고 (가이드없이!!) 여행을한걸 블로그에 올렸네요.. ㅎ 영어이긴하지만 여행이야기도 사진도
    재미있는데다 평양을 자주 왔다갔다한 주기자님으로써는 더 흥미롭지싶어 올립니다
    http://vienna-pyongyang.(영어로 블로그스팟 – 블로그란단어가 금지어이네요;).com/2008/09/kilchu-pyongyang-12.html

  13. 알려면

    2009-11-03

    언젠가 북한에다 [토지를 나눠주겠다]라고 하면 많은 북한주민들이 따를 거란 소릴 들었지만, 내 생각엔 그럴 게 아니라 [북한 악질 당간부나 군관들의 목을 잘라갖고 귀순하면 10만달러를 주겠다]고 하면 당장 즉효가 날 거 같은데요? 외화라면 죽고 못 사는 게 북한군인들이니까!

  14. hhh

    2009-11-03

    음….

  15. 주기자님 팬

    2009-11-03

    주기자님 고맙습니다,
    암튼 추워지는 날씨에 몸건강 하시고 행복하세요.
    주기자님 팬 인사 남기고 가용~^*^~

  16. 부산WING

    2009-11-04

    100번 듣는니 1번 보는게 ㅎㅎㅎㅎㅎ 북한실상을 많이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17. 고구려 깃발

    2009-11-08

    북한 방송을 남한에서 볼 수 없고 마찬가지로 북에서 남한 방송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남과 북의 전송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녘동포들에게 남한 방송을 시청하게 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방송을 북한과 같은 pal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없는지 알 길이 없지만…

  18. 알려면

    2009-11-11

    요즘 북한여자들 유행어가 뭔지 압니까? 특히 여군들 말씀입니다.

    “통일되고 나서 남조선 총각에게 시집갈래”입니다.

    이순옥 씨는 그걸 압니까? 하긴 한참 전에 탈북한 사람이니 요즘 유행어는 모를 수도 있지만…

  19. 박혜연

    2010-02-16

    저기 사진에 나온 사람들은 그나마 잘먹은 군인들이지! 나머지 군인들은 얼굴도 못생기고 피부도 나쁘고 체격도 왜소해서 가슴이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