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전기기능사로 제2의 인생사는 탈북 치과의사 (15)

by 주성하기자   2017-08-26 2:30 pm

김혁 씨는 치과의사 출신 엘리트 탈북민이다. 남한에 입국 후 치과의사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전기기능사에 도전했다.

 

8년 동안 서울공과전기학원에서 전기기능사를 키워내는 학원 강사로 탈북민은 물론 많은 남한 학생에게도 전기기능사 과정을 교육해 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낮엔 현장에서 일하고 저녁엔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재능 있고 열정도 있는 그에게는 할 일이 넘쳐났다.

 

그는 탈북 후배들에게도 남한 사람에게도 칭찬과 존경을 받고 있다. 그는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서울공과전기 학원 학생에서 강사로 8

 

김혁 를 그가 일하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만났다. 전기매설 보수공사가 한창인 현장에는 작업도구를 둔 여러 명의 노동자들과 포클레인 중장비를 운전하는 김 씨가 땅과 씨름하고 있었다.

 

습하고 무더운 장마철에 땀에 젖은 김 씨의 얼굴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 더운 날, 누추한 현장까지 찾아오셨어요.” 그는 오히려 상대의 더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북에서 살 때, 김 씨는 시 병원에서 잘 나가는 치과의사였다. 처음에는 남쪽에서도 전공을 살려 의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쪽 의료기술의 벽을 넘기에는 그의 연령이 다소 많았다. 그는 빨리 자신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평소에도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서울공과전기학원에 입학해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원은 그의 재능을 알고 학원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쳐줄 것을 제의했다. 그는 학원에 남아 8년 동안 학원 강사신분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보다 즐겁고 보람도 컸다.

 

6개월의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학생은 모두 80명 정도였다. 그중,탈북민 학생이 30명이었다.

 

남한 사람에게 전기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고향 사람에게 고향말로 설명하는 시간은 짜릿하고 만족감과 보람도 남달랐다. 그때는 탈북민 학생 모두가 친 형제요, 친족이었다.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95%의 학생이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졸업생들은 자격증을 쥐고 찾아와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때의 과정들이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있다.

 

직업을 찾아 떠나는 모습도 자랑스러웠다. 마치 품 안에서 잘 키운 자식을 독립시키는 기분이랄까. 한 명 한 명의 학생에게 쏟은 정성은 좋은 결과로 되돌아왔다.

 

후배들이 선배님, 선생님, 감사합니다.’고 찾아올 때마다 그는 내가 잘 살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탈북민 강사가 남한 사람은 물론 탈북민 교육생에게 전기기술을 가르치고 자격증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열어준 것을 인정받아 김 씨는 노동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학원도 탈북민 전형이 더 늘어났다. 그때 가르쳤던 학생 중에는 전국 각처에서 전기기술자로 일하는 사람이 많다.

 

탈북민 후배 중 어떤 이는 그에게 찾아와 남한에 와서 방황하지 않고 기술 배우고 취직시켜준 것이 고맙다고, 나쁜 곳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었다고 고마워하는 탈북민도 더러 있다.

 

남한에 입국한 후 8년 동안 그는 서울공과전기학원 강사로 열심히 살았다.

 

고장 많고, 불만 많은 입주민의 친구가 되다

 

8년이 되어가던 2012년 즈음, 그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가족과 성장하는 자녀의 학원비를 충당하려면 지금의 학원 강사 수입으로는 턱 없이 모자랐다.

 

8년 전처럼 학생 수도 많지 않아 학원 강사 월급이 오르길 기다리는 건 무리했다. 고심 끝에 그는 다른 직업을 찾아 나섰다.

 

마침 예전에 그에게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일하는 후배에게 물어보니 선뜻 오라고 했다.

 

그는 후배의 도움으로 2012,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기술자로 직업을 전환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할 당시 아파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사이에는 자잘한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입주민들은 자주 고장 나는 시설물로 인해 불편을 겪었고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불만사항을 해결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 문제는 당시 관리사무소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였다.

 

그때 김 씨는 동 대표를 만나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함께 고심했다. 동 대표와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그 많던 불만 접수도 잘 해결되었다. 그 동 대표와는 지금도 오래된 친구같이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에게는 특유의 친화력이 있었다. 본인이 탈북민이라고 주눅 들지 않았고 기술자라고 남들 앞에서 거만을 떨지도 않았다. 그는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느긋하게 기다려주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성실하게 발로 뛰며 노력하는 진심이 많은 사람의 공감대를 샀던 것이다. 그는 현재 관리사무소 전기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모두 80명인데 그중 40명은 탈북민인 김 씨가 관리한다. 40명 중 대부분은 남한 사람이고 탈북민 후배도 있다.

 

주말이면 예전 학원 강사 시절부터 선배처럼 따르던 후배들이 자주 전화를 걸어온다.

 

형님, 뭐 하세요?이번 주말 형님 찾아뵙고 싶습니다.”

 

이번 주에는 이 후배를 찾아가고 다음엔 다른 후배가 찾아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서로 지나온 세월을 추억하며 고마움을 나눈다. 그에게 이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더 이상 여한이 없단다.

 

고향에 돌아가 치과의사 다시 할 수 있을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취직을 했을 때, 그의 직업은 세 가지였다. 낮에는 관리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다니던 학원에서 강의를 다녔다. 주말은 주말대로 일당으로 물건을 만들거나 고치는 일을 했다.

 

남한 사람이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젊은 사람들이 조금만 힘들어도 일을 안 하려고 하고, 기술직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주변에 일할 거리가 널렸고 조금만 눈 돌리면 돈이 굴러다니는 게 눈에 보여요. 나는 내 몸이 10개라면 좋겠어요.”

 

일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고 열심히 사는 그에게 간절한 소원이 있다. 그는 아직도 치과의사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에게 소원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북에 돌아가면 치과의사를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남한에 왔을 때, 그는 치과의사가 되려고 여러 곳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치과의사의 문턱은 아주 높았다. 치기공사라도 되려고 해보았지만 6개월 만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북한에 두고 온 자녀와 남한에서 얻은 15살 사춘기 아들이 있다. 통일이 되면 북에 두고 온 아들을 제일 먼저 찾아가고 싶다. 얼마나 컸을까, 매일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다.

 

함께 사는 15살 막내아들은 학교 성적이 중상위로 좋은 편이다. 대부분 90점 이상을 맞아오니 그만하면 공부를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춘기를 겪고 있지만 이 시기를 잘 지나고 나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주중에는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탈북민들이 만든 교회에 다닌다. 그곳에서도 그는 어른이다.

 

예배가 끝나면 그는 교회 주방부터 시작해 구석구석 자질구레한 것들 손봐주고 정리도 한다. 함께 예배드리는 탈북민들과 음식도 나누고 고향 이야기도 하며 산다.

 

앞으로는 탈북민 중 소외된 계층이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기도 하단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한에 정착하면서 교회와 여러 사람에게 받은 은혜를 돌려주는 길이란다.

 

글출처: 남북하나재단 잡지 ‘동포사랑’

카테고리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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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기 주변에 자기를 따르는 사람이 많으면 성공한 인생입니다. 계속 열심히 사시고 통일되면 이북에 가서 가족도 만나고 치과의사도 해서 많은 사람들 치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챙기시구요.^^

    리플작성 2017-08-26 05:42:07

    • 그런 면에서 달인님은 성공한 키보드워리어입니다.

      리플작성 2017-08-26 06:00:21

  2. 바다호수

    외국 오래 살아 보니 한국이 참으로 좋은 나라 이고

    미국보다는 오히려 기회의 나라 꿈을 펼칠수 있는 나라가 한국인것 같은데

    안에 계시는 분들은 한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 인지 잘 모르시는것 같더 라고요.

    외국으로 따지면 한인회 같은 것이군요.

    각 나라마다 한국 이민자들이 만들어 놓은 한인회가 엄청 많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이런 단체들이 안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더 군요.

    좋은 점도 많이 있더 군요. 건강과 함께 꿈을 이루시기 기원 합니다.

    리플작성 2017-08-26 08:50:13

  3. man

    Kang님 달래강님
    두분이 요새는 귀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ㅋㅋ

    리플작성 2017-08-26 09:13:26

    • 동류로 느끼시면 곤란합니다. 흐흐흐

      리플작성 2017-08-26 09:31:42

      • man

        Kang/비슷하시지만 약간 다르게는 느끼고 있지요.
        Kang님에 비해 달래강님은 너무 인간미가 없어요 없어
        가끔씩 실수도 해주고 해야 친근감도 생기고 할텐데 ..ㅋ
        달래강님의 위안부에 대한 견해는 공감하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나포함) 실수라 할것도 없고 말이죠.

        리플작성 2017-08-27 01:18:32

        • 달인의 위안부 발언 바닥에 깔린 인성을 보시면 됩니다.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인성이 매우 중요하지요. 겉으론 애국보수인 척 하면서 알고 보니 일뽕 혹은 겉으론 팩트를 추구하는 상남자인 척 하면서 알고보니 개구라꾼 뭐 이런 웃기는 인성 말입니다. 그래서 매질을 하는 겁니다. 흐흐흐

          EPL축구 시작했네요. 오늘의 댓글은 여기서 끝. 좋은 밤되세요.

          리플작성 2017-08-27 01:22:55

  4. corean

    이글을 읽으면서 삼류 대한민국 젊은이 들이 생각난다.
    한달에 88만원 받는다고 징징거리고,노인 욕이나하고,이념투쟁에,나서기 좋아하고
    여자들은 된장소녀에 ,중국에서 배운 허풍과 체면 문화…
    좀 보고도 배울 생각을 하지않는 대한민국의 궁상맞은 하류 젊은이들 88만원 세대.
    이런분들이 애나으면 똑같은 하류인생,거지같은 말종이 되겠지.
    한심한 대한민국 하류 인생들…..

    리플작성 2017-08-27 09:50:48

  5. 허허

    탈북자를 받는다고 해서 통일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을 생각할만큼 북한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북한에 머물러서 정권 반대운동을 펼치는 편이 오히려 통일을 앞당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플작성 2017-08-27 03:44:35

    • Garry

      북한 내에서는 노골적인 정권 반대 운동이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리플작성 2017-08-27 06:32:30

  6. Garry

    치과의사도 양심적인 치과의사들은 수입이 별로인가 보던데요.. 요즘 치과 몇번 가 봤으나, 치과의사에게 속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합니다 ㅋ

    그 보다는 유능한 전기기술자가 나은지도 모릅니다.

    리플작성 2017-08-27 06:28:43

  7. 좀 더 공부해서 전기기사와 전기공사기사를 취득했으면 합니다.

    쌍기사라고 해서 이 두 자격증을 취득하면 한국에서 고급 기술자로 인정해줍니다.

    리플작성 2017-08-28 04:17:34

  8. 414215

    전기기능사.. 사회에서 항상 많이 필요한, 좋은 직업입니다.
    다만 전기(관리) 일은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필요해서 업체 설립이나 인수 후 자리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자꾸 수입이 줄어요. 몸 다치거나 아프면 타격도 크고요.
    하긴 어떤 일자리가 그렇지 않겠냐만서도..

    여름도 가는데 이 글을 보는 모두가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관리에 힘쓰시길 바라겠습니다.

    리플작성 2017-08-28 07:02:40

  9. skaghrkq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80명이란 소리는 듣다 처음이다. 관리소직원이 80명이면 관리비를 도대체 얼마를 내야하는거냐 아파트 단지가 얼마나 크길레 80명이나 필요한 것인가

    리플작성 2017-09-03 07:4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