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하루 쓰리잡 뛰는 탈북민 사장님 (14)

by 주성하기자   2017-07-01 6:09 pm

 

이명호 씨는 원래 부지런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고 했다. 그가 처음 취직한 회사는 무역회사였다.

 

그곳에서 그는 자영업자의 꿈을 꾸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키웠다. 하지만 정작 자기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옛날 회사로 돌아갈까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그가 현재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일을 벌여놓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자동차에서 거의 시간을 보낸다.

 

무슨 일을 하기에 20시간 가까이 자동차에 있을까. 밥은 어디서 먹으며 잠은 또 몇 시간이나 자는 걸까. 그렇게 모아서 내 집 마련이라도 했단 말인가? 쓰리 잡 사장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내 사업을 하는 꿈을 꾸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평소 알고 지내던 명호 씨를 찾아 나섰다. 그와 만나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그는 시간을 쪼개 쓰는 것도 모자라 하루 25시간 이상을 사는 사람이다. 몇 번의 조율 끝에 겨우 시간을 맞추고 그를 만났다. 여전히 낡은 자동차에 작업복 차림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장사는 잘 돼요?”

 

요즘은 날씨 때문인지 쉽지 않아요. 다들 먹고살자고 애쓰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할 수 없어 하는 거지.”

 

그는 여전히 우는소리다.명호 씨에게서 지난 살아온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기 시작했다.

 

그는 97년 중국으로 탈북한 후 2번의 도전 끝에 2003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남들보다 일찍 남한에 왔을 때는 탈북민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편견도 심했고 일자리 찾기도 더 어려웠다.

 

하나원을 나온 그는 남한에 살려면 컴퓨터는 무조건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PC 정비사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6개월 동안 야간에는 학원에서, 낮에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한 사회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2004년에는 지인의 소개로 무역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다. 첫 직장 경험은 어려웠다. 남한 사람도 부러워하는 무역 회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탈북민이 영업사원으로 뛴다는 것이 어디 쉬웠을까.

 

한 달 두 달, 아니, 사흘을 버티지 못하고 도망갈 만도 했을 텐데, 그는 3년을 근무하며 영업부장이 되었다.

 

길거리에 나가 전단지를 돌리고 회사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 실제 사업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탈북민을 왜 받았냐고 수군대던 소리, 탈북민이 뭘 할 줄 안다고 반발하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그는 영업부장으로서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영업사원으로서의 자신감이 붙어갈 즈음 그는 언제까지 남의 돈을 벌어주고 있어야 되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남의 일을 해주면서 언제 집을 사고 내 사업은 또 언제쯤 해보나? 그의 머릿속에는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나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발전했다.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3년 동안 발로 뛰며 몸에 익은 식자재 납품에 마음이 꽂혔다.

 

그는 3년 만에 일을 배우며 노하우를 쌓은 회사를 그만두고 2007년 독립을 선언했다.

 

식자재 납품에서 시작해 쓰리 잡자영업자로 변신

 

명호 씨는 남 밑에서 돈 버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영업사원을 할 때부터 차근차근 자기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었다.

 

그가 꿈꾸어온 자기만의 사업은 식자재 납품 업이었다. 처음 시작은 호기로웠다.

 

그는 식당을 방문해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인맥을 총동원해 거래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의 영업 철학은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의 거래처를 뺏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주 거래처가 한 곳뿐이었다.

 

하루에 달랑 한 곳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한 달에 버는 돈은 겨우 100만 원 정도였다.

 

그땐 남 밑에서 일하더라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던 직장으로 돌아갈까? 괜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닐까? 자꾸 불안하고 뒤돌아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으면 끝을 보자라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전단지를 들고 식당을 찾아다녔다.

 

식당 사장들이 시간이 없다며 문전박대를 하면 손님처럼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사장과 친해졌다.

 

그의 끈질긴 노력에 사장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한 번 거래를 했으면 거래처와의 신용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인맥 관리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지금 와서 뒤돌아보면 처음에는 정말 힘이 들었지만 어제의 노력이 없었다면 자영업자로 사는 오늘도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그때 그 시절이 가장 소중하다고 회상한다. 식자재 납품 업으로 거래처가 하나씩 늘어가고 매달 들어오는 결제 금액도 조금씩 늘었다.

 

그러나 아직 배가 고팠다. 식자재 납품을 하는 시간 외에 비는 시간에는 다른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그래서 찾은 일이 한약 배송과 의약품 납품이다. 그의 아침 일과는 이렇다.

 

5시에 일어나 아침 6시면 자동차를 끌고 거래처 약국을 돌며 의약품을 배달한다.

 

오후 1시에 약품 배달이 끝나면 2시부터 6시까지는 주요 업무인 식자재 납품을 시작한다.

 

그리고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는 다시 한약 배송을 시작한다.

 

세 가지 일이 모두 업종은 다르지만 납품과 배송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업무 파악이나 기술 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단지 하루 종일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이 고될 뿐, 약속한 시간 안에 책임감을 갖고 물건을 배달해주면 된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성공 비결

 

사장님, 이렇게 일하면 언제 밥을 먹고 잠은 얼마나 자요? 이렇게 쉴 틈 없이 돈 벌어서 얼마나 부자 됐어요?”

 

밥이야 편의점 간편식도 있고 차 안에서도 먹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잠은 하루 5시간이면 충분하지 않아요? 이렇게도 안 하고 돈을 어떻게 벌어요.”

 

시간을 쪼개가며 무섭게 돈을 번 명호 씨는 얼마 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다. 힘들게 돈을 벌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 환갑, 진갑을 해드리고 형제들도 도와주고 있다.

 

이렇게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을 도와줄 때면 힘들게 돈을 버는 보람이 느껴진다. 그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목표가 정해지면 쉬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는 주변에 좋은 직장 다니다 정년으로 퇴직한 사람이 사기로 퇴직금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

 

일찍 자영업을 시작한 자신이 다행스럽고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의 좌우명은 하면 된다. 무슨 일이든 결심하고 시작하면 끝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 목표를 이루는 날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그에게 후배들에게 정착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남 밑에서 일하기보다 기술을 익히고 자기만의 장점을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어디서든 성공한다.”

 

그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고 행복한 노후를 사는 거예요.딴 거 없어요.”

 

그의 꿈은 소박하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노후를 맞고 평범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 열심히 돈을 버는 것이다.

 

소박한 그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까지 그는 오늘처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천생 사업가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를 응원한다.

 

 

출처: 남북하나재단 잡지 동포사랑

 

—————

 

(※ 이 글의 주인공은 나의 하나원 동기이다. 하나원 나온 지 며칠 뒤 그는 나에게 “나이트란 곳에 한번 가보자”고 했다. 물론 말투도 이상한데다, 놀 줄 몰라 관청에 온 수탉 꼴이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건들건들 건달처럼 살 줄 알았는데, 여유가 있어진 지금까지도 이렇게 존경이 갈 정도로 열심히 살줄은 미처 몰랐다. 사람은 겉 보이는 인상이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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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대단한 사람입니다! 남한에서 나서 자랐다면 큰 사업 하며 사장님 할 분이네요.
    사업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리플작성 2017-07-01 07:35:04

  2. 본문 주인공에게는, 일을 좀 줄이고 운동을 하는 시간을 늘리기를 주문합니다.
    몸을 돌보지 않는 무지막지한 노동은 나중 후회할 수가 있습니다.어딘가 불편하다고 느끼면 때가 늦습니다.첫째, 둘째, 셌째도 건강입니다.

    리플작성 2017-07-01 10:25:31

  3. 대세

    “시간을 쪼개가며 무섭게 돈을 번 명호 씨는 얼마 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었다. 힘들게 돈을 벌어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 환갑, 진갑을 해드리고 형제들도 도와주고 있다.”

    명호씨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북한에 계시는 것이 아닌가요?
    이 부분이 지금의 현실과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입니다.

    리플작성 2017-07-01 10:36:23

    • @@

      많이들 북으로 돈을 보내드리죠… 정말 모르셨나요?

      리플작성 2017-07-01 11:15:31

      • 대세

        음으로 양으로 북에 돈이 보내지고 통화도 가능하다고 알지만 이렇게 공개되어도 괜쟎냐? 입니다.그렇다면 북과 대화도 가능하고 남북 자유 왕래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성 공단이 재개되면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문제는 북의 핵무기 포기와 종북 좌파들의 사고 전환입니다.
        가능할까요?

        리플작성 2017-07-01 11:26:36

        • 這是我們的罪

          “종북 좌파들의 사고 전환”

          이들이 대부분 386인데 이들하고 비슷한 유럽의 세대가 68세대, 미국의 세대가 히피 베이비 부머인데 유럽과 미국의 세대 둘 다 사고의 전환 그런 거 없었습니다……

          저 3 세대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전환 그런 거 없을겁니다.

          리플작성 2017-07-02 12:38:45

          • 감찰관

            그런 세대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나면 공통적으로 나라의 힘이 푸~~~~욱 약화되었다는 팩트가 기다리고 있었죠.

            2017-07-02 01:24:47

          • 這是我們的罪

            감찰관// 그런 세대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가 선진국 중에는 싱가폴, 스위스, 일본, 이스라엘 정도니 그걸 잘 생각하면 도움이 될겁니다

            2017-07-02 03:48:10

          • 감찰관

            뭐…이미 울나라는 글렀어여.. 제네들 못 변합니다. 나라는 주저 안자 버릴 꺼구 통일의 기회가 와도 능력이 없어 못하는 병신 민족이 될 겁니다. 사회주의를 해봐서 그 한계를 제일 잘 아는 중국이 그 폐해를 우리에게 들 쒸우고 있는 겁니다. 그 걸 모르고 철 딱서니 없는 좌익 코스프레…민족코스프레…

            2017-07-02 05:53:26

  4. 바다호수

    저도 직업이 자유업이라 한국살적에 쓰리잡 뛰었지요. 하나가 안되면 다른것으로 메꿀수 있어서
    지난일 생각해 보니 감개가 무량하네요. 그리 열심히 살지 않았으면 현재의 내는 없는듯…
    그런데 지금은 원잡

    퇴직할것 대비해서 책하나 만들고 있는데… 정말 복잡하네요.

    그게 그리 쉬우면 네도 그도 전부 하겟지요.

    하하하

    모든것이 뜻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리플작성 2017-07-03 07:35:50

  5. rlatkfkd

    이명호님 당신의 부지런한 열정과 성실에 박수를 보냅니다.
    언제나 건강하게 행복하세요~

    리플작성 2017-07-03 11:44:44

  6. 델리

    “하면 된 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역시 만고의 진리입니다. 남한에서 태어난 내가 한수 배우고 갑니다.

    리플작성 2017-07-03 01:53:26

  7. sju6769

    수고가 많네요. 종북좌빨들만 조심하면 대 성공 하겠네요.

    리플작성 2017-07-03 10:58:57

  8. 4611252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연락/송금하는 것 말입니다만
    사실 정보기관에서도 루트와 브로커정도는 거의 파악하고 있습니다.

    자본과 정보를 투입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놔두는 것 뿐입니다.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불법이지만 그거 따져서 뭐 하겠습니까

    바깥 정보와 돈맛은 언젠가 있을 통일에 앞서 동화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리플작성 2017-07-05 01:2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