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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기자의 글로벌 이슈&]비트코인 ‘쩐의 전쟁’이 온다 (0)

by 주성하기자   2017-06-19 3:00 am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이 13일 다시 북한을 찾았다. 로드먼 측은 “북한의 문을 열기 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뻐할 것”이라며 모종의 임무를 띤 것처럼 선전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 국무부는 “미 정부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 언론들은 그의 이색적인 ‘공항 패션’에서 방북의 숨은 의도를 읽었다.

로드먼은 평양에 들어가고 나올 때 모두 ‘potcoin.com’(팟코인닷컴)이라고 쓰인 같은 티셔츠와 야구 모자를 착용했다. 주위 시선을 의식하는 유명인의 단벌 ‘공항 패션’은 이례적이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돌아왔다. 후원자인 팟코인닷컴에 감사한다”며 방북 공항 패션 사진을 올렸다. 로드먼 측은 또 “이번 여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팟코인 임직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가 광고판 같은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공항에 나타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거다.

2014년 창업한 팟코인은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 회사다. 비트코인은 암호 기술을 활용해 익명 거래를 할 수 있다. 추적도 어렵다. 이 때문에 요즘 해킹, 마약 거래 등에 자주 쓰인다. 팟코인도 은행들이 기피하는 대마초 거래를 팟코인으로 중개하며 돈을 벌고 있다. 로드먼의 방북 사실이 알려지자 팟코인 가격이 급등한 걸 보면 이 회사가 그의 방북에 돈을 대고 재미를 본 건 분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와 첨단 핀테크(금융기술)인 비트코인이 잘 어울릴 것 같진 않지만 북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트코인에 익숙하다. 2014년 로드먼이 방북했을 때 한 누리꾼은 평양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했다는 글과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비트코인 안내 사이트인 코인맵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한 상점은 서울에 39곳, 평양엔 술집과 식당 등 3곳이 있다. 평양 영광거리의 국영식당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는 걸 보면 북한당국도 비트코인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비트코인을 이용해 새로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북한 해커들은 해킹으로 벌어들인 돈을 게임머니로 바꾸거나 카지노 등에 보내 돈세탁을 하곤 했다.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으로 빼돌려진 8100만 달러가 필리핀의 카지노로 보내진 것이 대표적이다. 요즘엔 비트코인을 활용해 추적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은 지난달 발생한 인터넷 인질극인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 공격에 북한 정찰총국이 연루된 것으로 분석했다. 해커들이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를 위해 워너크라이를 시도해 14만 달러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모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의 ‘비트코인 인질극’은 국내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얼마 전 웹 호스팅 회사인 ‘인터넷 나야나’가 랜셈웨어 공격을 한 해커들과 나흘 간 협상 끝에 13억 원의 비트코인을 몸값으로 치렀다. 정보보호 전문가인 박춘식 서울여대 교수는 “북한이 무역 관련 유엔 제재가 강화되자 외화벌이에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트코인 시장은 이 같은 위협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디지털 화폐를 이용한 돈세탁과 테러 지원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이 상원에 상정됐다. 국내에선 비트코인이 디지털 화폐인지, 금융상품인지 법적 정의조차 없어 마약 거래의 수익으로 압수한 비트코인 처리조차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비트코인 주도권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없으니 사고가 나도 책임질 사람이 마땅치 않다. 나쁜 짓을 하려는 해커가 이런 기술과 제도의 균열을 놓칠 리 없을 것이다.

국내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은 코스닥의 3분의 1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투기 자본까지 가세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방치된 국내 비트코인 시장이 북한 해커 등의 돈세탁 무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식의 차익거래를 허용해 달라고 외환당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은 금융시장을 바꿀 폭발력이 있는 핀테크 기술이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무작정 막기보단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문턱은 낮추되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 비트코인 시장을 새 정부가 강조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본보기로 만들면 어떨까. 비트코인 ‘쩐의 전쟁’의 막은 이미 올랐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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