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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의 근대를 걷는다]철원 노동당사와 폐허의 역설 (0)

by 주성하기자   2017-05-18 3:00 am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민간인통제구역 출입구 바로 앞. 무너지다 만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한 채가 우뚝 서 있다. 뼈대뿐인 건물의 외벽엔 온통 총탄 자국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처참해 실제 건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영화 세트장이나 설치미술 같기만 하다.

1946년 북한 조선노동당에서 세운 노동당사. 광복 직후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철원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그 공산 치하에서 북한 노동당이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이 건물을 지었다. 건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당 쌀 200가마씩 강제로 징수하기도 했다. 내부 공사를 할 때엔 비밀을 위해 공산당원 이외에는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노동당사는 당시 철원을 비롯해 김화 포천 등지를 관할했다. 사람들의 재산을 수탈하고 애국인사들을 체포해 이곳에서 고문과 학살을 자행했다. 실제로 노동당사 뒤편 방공호에서 인골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6·25전쟁의 와중에 철원 노동당사 건물은 폭격으로 대부분 무너지고 벽체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래도 규모는 비교적 웅장하다. 1층은 방의 구조가 남아 있으나 2, 3층은 내려앉아 구조를 알 수 없는 상태다. 노동당사의 뒤쪽으로 돌아가면 더욱 처참하다. 뒤쪽 외벽 중간의 1층 벽체는 허물어져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무너진 부분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철제 기둥으로 받쳐 놓았다. 옆면 외벽과 내부 곳곳도 철제 구조물을 세워 벽체를 지탱하고 있다. 상당 부분 파괴된 상태로 건물을 보존하고 있는 곳은 노동당사가 유일하다.

철원은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다. 그래서 곳곳에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철원역, 월정리역, 노동당사, 농산물검사소, 얼음창고, 철원제일감리교회 등. 노동당사를 지나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면 월정리역이 나온다. 여기엔 1950년 6월 폭격을 맞고 멈춰 선 열차의 잔해가 전시되어 있다. 종잇장처럼 무참하게 구겨진 철제 객실 차량. 앙상한 잔해 틈새로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바로 옆 간판엔 이렇게 써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철원 땅의 3분의 2를 수복했다. 그렇게 해서 노동당사는 우리 땅에 속하게 되었다. 노동당사 주변은 늘 적요하다. 적요하기에 더욱 긴장감이 돈다. 그 긴장 속에서 꽃이라도 핀다면 분위기는 더욱 처연해진다. 폐허에 담겨 있는 묘한 매력이다. 그 매력은 분단의 상흔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역설과 다름이 없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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