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된장녀’로 변신해 성공한 탈북여성 (10)

by 주성하기자   2017-05-20 9:50 am

‘된장녀’…어느 탈북여성의 이야기


강원지방경찰청은 고 밝혔다.
 
탈북자 간첩사건이 사회적응과도 연계된다는 이색적인 뉴스가 퍼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날 필자는 ‘북한이탈주민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강서구에 새로 개점한 탈북민들의 ‘행복커피숍 오픈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난 뒤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탈북민들 가운데 사회적응자가 많은가, 부적응자가 더 많은가’ 당연히 적응자가 훨씬 더 많다는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이 좋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적응하지 못해 간첩이 됐다는 식의 경찰브리핑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비판에 이어 주변 사람들이 등을 떠미는 40대 후반의 한 탈북민과 마주 앉았다.

 

허진 씨(사진)는 탈북민들속에 널리 알려진 이름 하여〈된장전문가〉다.
 
청진에서 자랐고 철도대학을 졸업했으며 2006년 2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여성으로, 입국한 첫날부터 북한식품 개발자의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어떻게 되어 사람들의 시선이 덜 미치는 된장과 인연을 맺게 됐고 된장을 만든다는게 탈북민들의 사회적응과는 또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묻는 필자에게 허 씨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인간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인데 만지기를 꺼려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된장 한 숟갈이 없어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지 못했던 ‘과거’를 이야기 했다.
 
1997년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 만성질병에 영양실조까지 겹친 그의 어머니가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고 한다.

어느날 의식을 회복한 어머니가 된장국을 찾으시는데 집안엔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돈 되는 물건은 이미 다 거덜이 났을 때의 일이다.
 
겨우 마련한 쌀 한줌으로 죽 한 공기를 떠 드렸는데 죽은 입에 대지도 않고 된장국이라니…
 
허 씨는 다시 집안 곳곳을 뒤져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싸 들고 장마당으로 달려갔다.

돈이 될 만한 물건이라고 해봐야 이 빠진 밥사발 몇 개가 전부였는데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된장과 바꾸겠다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그래도 사정을 아는 건너 마을 먼 친척이 주는 된장 한 숟가락을 들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더라고 이야기하는 허 씨의 눈가엔 피 같은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나에겐 그렇게 귀한 된장이고 한 맺힌 된장국인데 막상 한국에 와 보니 화려하고 기름진 음식들에 밀리고 있더라고요. ‘하나원’에서 생활할 때도 정말 먹고 싶었던 게 된장국이었는데 생선과 고기, 갖가지 채소에 밀려 된장국 먹는 날은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하나원’ 생활을 마치고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밥 가마를 걸어놓은 순간부터 열심히 끓여 먹으려던 된장국이었는데, 웬일인지 날이 갈수록 입에서 멀어지게 되었다는 허 씨.
 
처음엔 자신의 ‘교만해진 입맛’에서 원인을 찾았고 며칠 후엔 ‘남조선 된장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일단 쓴맛이 섞여 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라고 허 씨는 말했다.

“그래서 나만의 된장을 만들기로 작심을 했습니다. 메주콩을 푹 삶아서 메주를 만들었고 저만의 배합률을 공식화 했으며 물엿대신 설탕을, 보리쌀로 식혜를 만들어 독특한 장맛을 선보이기도 했죠.”
 
처음엔 집에서 만든 ‘나만의 된장과 고추장’을 양천구 소재의 탈북민교회 성도들에게 ‘무료로 봉사’했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제법 그럴듯한 용기에 담아 ‘주문’봉사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허진 표’ 된장과 고추장을 상품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척 고민스럽더라고요. 된장국 한 그릇 제대로 못 드시고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가 생각났고, 제대로 된 장맛을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이게 상품으로 되자면 얼마나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했고’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된장을 ‘먹어보았고’, 시골 어머니들의 밥상 앞에서 제대로 된 장맛의 비결을 배우기도 했다.
 
이런 허 씨를 두고 처음엔 ‘된장에 미친 된장 여, 되지도 않을 일에 정신을 놓아버린 여자’라는 평가가 따랐고 지어는 ‘적응을 못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여자’라는 소문도 났다.

그럼에도 허 씨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남과 북 주민들의 입맛을 제대로 평정할 ‘통일된장’으로까지 꿈의 오작교를 펼쳐나갔다.
 
서울에서 생활한지 1년도 채 못돼 허 씨는 강원도 태백으로 이사를 갔고 태백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에 한 개, 두 개, 장독을 차려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은 160개의 장독이 줄지어 늘어섰고 자칭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 ‘진록정’이 탄생했다.
 
강원도 태백시 절골2길에서 한껏 무르익은 허 씨의 메주가 된장이 되고 고추장이 돼서 지역주민들에게는 물론 전국곳곳에 퍼져나가데 된 것이다.

2010년과 2013년엔 강원도 특산물 박람회에서 1등을, 2013년 2월엔 한국음식박람회에서 2등을 석권했다.
 
지난해 서울 양재동에서 열렸던 ‘한가위 음식 기획전’에선 평가위원들로부터 “국내에서 최고의 장맛을 가진 ‘진록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렇게 허 씨의 ‘진록정’은 전국적으로도 꽤 알려진 향토식품의 대표브랜드도 발돋움했다.
 
15년을 된장에 바쳤고 된장과만 어울려 살아온 ‘된장 여’ 허 씨의 인생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식, 중식, 양식요리사 자격과 아동음식, 웰빙음식, 기초약용 음식 등 음식 쪽 자격은 물론 검퓨터 활용과 일러스트, 영상미디어 등 그가 소유한 자격증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처럼 악착같이 섭렵한 자격증들과 한국문화 모두가 “제대로 된 장맛을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고 허 씨는 말했다.

지금은 강원관광대학 호텔조리학과를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장맛’을 내기위해 ‘필요한 과정’을 거치고 있을 뿐이라고 허 씨는 말했다.

“언젠가는 통일이 될 거잖아요. 장독의 장은 오랜 것이 좋지만, 오래다고만 좋은 것이 아니고 환경도 꾸준히 개선돼야 하거든요. 배워서 나쁠 게 없죠. 통일되는 그날 꼭 세상에서 제일 맛난 된장을 들고 고향사람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허 씨가 왜 주변 탈북민들의 귀감이 되는지를 구구한 설명 없이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는 일의 필요를 알고 목표가 있으며, 곁눈 한번 팔지 않고 목표만을 향해 정진하는 도전정신이 사람들의 머리를 끄덕이게 하였으리라…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필자의 질문에 “엄청 소개해 주세요. 장맛만큼은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진록정’입니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과 청국장, 그리고 가시오피 청국장 가루까지 대한민국 최고의 맛을 내는 ‘진록정’이라고 자랑하고 싶어요.
 
참, 주문전화요? 033, 553,9579번 ‘진록정’입니다! 휴대폰도 있어요. 010-9301-7579번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160개의 장독으론 조금 부족하고 500개 정도의 장독이 있으면 발효와 숙성을 동시에 진행하는 제대로 된 생산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콩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살리자면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장맛을 낸다는 건 시간과의 싸움이고 시간은 곧 장독에서 얻어지는 것이죠.”

저자: 김성민,  출처 자유북한방송
카테고리 : 미분류,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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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시민

    웹서핑하다가 들어오게된 30대시민입니다. 안타깝습니다우리나라현실이…탈북자편견없애려면 지자체장이든 국회의원 같은 정치에도 비례대표말고 선거로 뽑히는 분들이 생겨서 열심히일하는 모습이 알려지면 차별도 어느정도 없어지고 편견도 없어질텐데 편견의벽이 너무 높은거같습니다. 언제쯤 탈북민이 열심히선거운동해서 투표로 선출된 1호가 나올까 그날이 온다면 저는 제한표드리고싶습니다

    리플작성 2017-05-20 10:40:21

  2. 된장찌개와 된장국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꼭 사서 먹어보겠습니다.

    전에 ‘통일약과’라는걸 사먹은 적이 있는데 과도하게 달고 끈적거려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남북의 입맛이 달라서일겁니다. 된장은 그렇지 않겠죠? 워낙 단 음식을 싫어해서리…

    아마 남한사람들은 대부분 단 음식이나 기름기가 흐르는 음식을 싫어할겁니다. 탈북민들께서는 참고하시길…

    리플작성 2017-05-20 11:56:35

  3. 어째 글 쓰는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했더니, 김 성민씨네. 북한에서 유명한 작가 출신이죠.

    그가 요즘 말기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맘이 아프네요.

    힘내시기 바랍니다.

    리플작성 2017-05-20 12:31:28

  4. 누워있는 메주들의 비주얼이 범상치않네요.
    마치 골드바 들이 자태를 뽐내는듯.

    리플작성 2017-05-20 02:38:32

  5. 감찰관

    내일 당장 사서 먹어 보겠습니다. 하나로에 있나요?

    옛날에 먹던 된장 맛이 요즘 사서 먹는 된장에선 찾을 수가 없어요. 옛 맛을 살리셨으면 충분히 사업 되실 겁니다.

    리플작성 2017-05-20 07:18:24

  6. 이동대

    더욱더 성공하세요 응원합니다

    리플작성 2017-05-20 07:56:05

  7. 이동대

    인권 생활고에 지치게 살아가는 우리 북한동포를 위해서도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리플작성 2017-05-20 07:59:04

  8. 이동대

    글쓴 김성민씨가 암 걸렸다니 가슴아프네요
    그분의 힘찬 정신으로 쾌유 됩니다 파이팅!

    리플작성 2017-05-20 08:02:10

  9. 재미한국인

    진록정이란 세글자를 잘 귀담아 두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사먹겠습니다.

    리플작성 2017-05-21 01:46:26

  10. 델리

    대단하십니다. 뜻하신 바를 꼭 이루시길 빕니다.

    리플작성 2017-05-22 09:5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