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탈북민 6명이 함께 일하는 회사 이야기 (15)

by 주성하기자   2017-01-30 4:04 pm

주시에 정착 한 탈북민들을 직원으로 채용해서 잘 지내고 있는 김성호 소장(가운데)과 직원들

 

“회사 직원이 어느 날 저를 찾아와 친구의 약혼녀가 탈북민인데 우리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지 문의해왔습니다. 외국인이 아니고, 내국인이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

 

때는 탈북민에 대한 얘기는 들어봤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도 내국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저희 회사에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주)보광산업은 현대기아자동차 하도급업체로 자동차 문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 회사에는 2011년 첫 번째 탈북민 입사를 시작으로 최다 9명의 탈북민이 근무한 적도 있고, 현재는 6명의 탈북민이 근무하고 있다. 보광산업 김성호(45) 소장은 탈북민의 입사부터 시작해 직무 교육과 적응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고용지원금은 몰랐습니다”

 

보광산업은 내국인만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기에 처음 탈북민을 소개한 직원도 궁금해한 것이다. 경영진이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첫 번째 탈북민의 입사는 순조로웠다. 그 탈북민은 근무 태도도 성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직원이 소장을 찾았다.

 

“정부에서 탈북민을 고용하면 지원금을 줍니다. 신청해서 받으세요. 저와 같은 탈북민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서 1년간 꾸준히 일하면 취업 장려금을 받습니다.” 

 

회사 측은 어떠한 보상을 바라고 탈북민을 채용한 것은 아닌데,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고용지원금이 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탈북민도 내국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채용한 것인데 나라에서 지원금까지 준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죠.”

 

보광산업에 입사한 탈북민 직원은 지인들을 소개했고, 그렇게 회사에 탈북민 직원이 늘어났다. 소장은 그러던 중 광주에 탈북민의 지역 정착을 돕는 지역하나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하나센터와 보광산업은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지역에 나오는 탈북민에게 회사 견학을 시켜주고, 회사 업무 흐름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한 뒤 취업 희망자에게는 입사 기회를 주고 있다.

 

보광산업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탈북민 김옥선(44) 씨를 만났다. 옥선 씨는 회사가 아끼는 직원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출실링 라인에서 일한다. 제품에 불량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검사를 한다.

 

중요한 일인 만큼 옥선 씨의 어깨도 무겁다. 옥선 씨는 3년 동안 이 회사에 다니면서 사직서를 몇 번 제출한 적이 있다. 다 아들 때문이었다. 한국 부모들은 사춘기를 겪는 중2 자녀가 있으면 함께 힘든 시기를 보낸다고 한다.

 

3년 전 옥선 씨의 15세 아들은 방 안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단 한 번도 그 방에서 나와 손을 씻는 것도 볼 수가 없었고, 한 밥상에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아들은 엄마, 아빠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배가 고프면 잠깐 나와 밥을 먹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한 달에 한번꼴로 방문 앞에 내놓는 속옷은 때에 찌들 대로 찌들어 그대로 버려야 했다.

 

아들과 부모와의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열한 살 터울인 여동생과도 다툼이 심했다. 그러기를 3년. 그럼에도 옥선씨는 일을 해야 했다.

자동차 부품 생산 일을 하고 있는 김옥선 씨

 

끝까지 기다려준 회사

 

옥선 씨는 중국에서 만난 남편을 국제결혼의 형식으로 한국에 초청했다. 남편과 혼인신고가 되어 있다 보니 탈북민이기에 받던 혜택도 하나둘 끊겼다. 그러니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다. 당장 가정의 생계를 걱정해야 했기에 대화가 단절된 집에서는 짜증이 나고 힘들어도 회사 출근만큼은 해야 했다.

 

힘든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돌아오면 꽁꽁 문이 닫혀 있는 아들 방을 보는 순간 피곤함보다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스트레스로 견디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리기까지했다. 

 

‘아들은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데 엄마는 속이 편해서 사람들과 만나서 밥 먹고 떠들고 일하러 회사에 다닌다’고 말이다.

 

옥선 씨는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로 인해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녀가 사직서를 제출할 때마다 처리를 보류하고 기다려줬다.

 

“옥선 씨가 사직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회사에 다니기 싫어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어요. 남편과 아들 때문이었는데, 지금 당장 스트레스 때문에 일을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거죠.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저희 회사가 아니더라도 일자리를 다시 찾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기에 옥선 씨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준 거죠.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사직서를 받을 때는 저희도 사람인데 ‘또?’라는 단어가 당연히 떠올랐어요. 그럼에도 옥선 씨는 성격이 여리고, 눈물도 많고, 무엇보다 가정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데도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이었기에 회사가 사직서 처리를 보류했던 것입니다.” 김성호 소장의 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그녀는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넣었다. 회사에서 일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언젠가는 아들이 그 방 안에서 나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이 오붓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려고 아껴 쓰면서 적금을 넣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아파트를 분양받아 올 해 7월 9일 새집으로 이사했다.

 

아들도 올해 3월 부터 광주에 새로 생긴 탈북민 중도입국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행복학교 36.5’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3년 동안 방 안에서 꼼짝을 않고 있던 아들이 그 방에서 나온 것이다.

 

옥선 씨는 엄마인 자신의 노력도 컸지만, 주변 지인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이라고 말한다.

 

아들 김금철(18) 군은 동포사랑 64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어를 많이 알게 되었고 집에만 머무르지 않게 되어서 좋아요. 학교에 오기 전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엄마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는 있었지만 속으로는 엄마가 퇴근하기를 날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옥선씨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한 회사에 꾸준히 다녀라. 꾸준히 다니다 보면 경력이 쌓이면서 월급도 오른다.

 

나도 처음에는 14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 달에 열흘 쉬고도 200만원을 받는다. 그러면서 퇴직금도 쌓인다.” 인내심과 정직함을 보여준 옥선 씨는 탈북민이 본받아야 할 또 하나의 거울이다.     

 

“함께 어울리기를 바랍니다”

 

처음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적응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언어다. 남한 사회에서는 외래어를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나원 3개월 교육과정에 외래어 수업이 있긴 하지만, 그곳에서 다 터득하고 나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외래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탈북민을 옆에서 지켜보는 김성호 소장의 마음도 무겁다.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명이 다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탈북민이 영어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영문 표기를 보고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그림을 대하듯 하는 모습도 안타깝습니다.

 

중간관리자가 작업 지시를 내리면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도 다시 물어보지 않는 것이 더 안타깝고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합니다. 남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탈북민끼리만 테두리를 치듯 모여 있는 모습도 보기에 좋지않습니다.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하려면 남한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꽃구경 가면 꽃보다 사람이 더 많듯이 쉬는 날에도 집에만 머물지 말고 많이 돌아다니셨으면 합니다. 같은 고향 사람이기에 함께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럴수록 남한 사회 적응은 늦어지는 거죠.”

 

현재 이곳 보광산업에는 6명의 탈북민이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그중에는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고용지원금이 끊긴 직원도 있고, 이미 그 기간이 끝난 직원을 채용한 경우도 있다.

 

중요한것은 보광산업이 탈북민과 남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채용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보광산업은 탈북민의 채용을 늘려갈 것이다. 회사 측은 남성 탈북민이 더 많이 입사하기를 바란다.

 

많은 탈북민이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광산업과 같은 회사가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카테고리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탈북자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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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찰관

    이렇게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김금철군도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잘 적응해 가다 보면 어느날 사회의 일원으로 든든히 서서 어머니께 혀도하는 아들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긴 세월입니다. 오늘 하루만 딱 하루만 성과있게 보내자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면 그게 쌓여서 결과를 내는 것입니다.

    리플작성 2017-01-30 04:47:56

    • 감찰관

      혀도 가 아니고 효도…

      리플작성 2017-01-30 04:48:58

  2. 오뚜기

    김금철군 가정에 항상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그리고 광주의 사장님 사업번창하세요

    리플작성 2017-01-30 05:53:06

  3. 9715

    기아자동차가 품질이 말도 못하게 좋아져 부럿당께요.

    리플작성 2017-01-30 06:18:47

  4. toady

    사실 문화적 배경이 많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고 일하려면 어느 정도는 무조건적인 이해와 양보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회사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의 경우 언어의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필수 영어단어 100개 ~200개 정도만 익히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가르치려는 노력, 배우려는 노력이 서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리플작성 2017-01-30 10:22:30

  5. 7235

    김성호 사장님 존경합니다.
    벽을 허물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시는 훌륭한 분입니다.

    리플작성 2017-01-30 11:09:38

  6. 델리

    이러다 보면 통일이 성큼성큼 더 빨리 달려 오겠지요.

    리플작성 2017-01-31 09:32:12

  7. smario

    김성호 사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훌륭하시다는 말씀을 드림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와말로 작은 통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리플작성 2017-01-31 10:58:39

  8. GarryInsight

    비로그인 아이디인 Garry라고 쓰면 글이 안 올라가는 군요. 아이디 차단이 이뤄졌나 봅니다.

    댓글 스토커 달래강이가 이겼습니다.

    이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존재감조차 전혀 없을 저능 일뽕 달래강이가 이 블로그에서는 도리어 주인이 되었네요 ^^

    주성하 기자는 또 다시 3번의 기회를 줬나 본데, 그건 제 뜻과는 안 맞습니다.

    저는 당분간 글 안올리겠습니다.

    달래강이하고 부관리자하고 둘이서 열심히 잘 해 보세요.

    리플작성 2017-01-31 04:50:58

    • 개리. 뭐 그거 갖고 그러나? 다시 와서 허심탄회하게 논쟁하기 바래.

      리플작성 2017-01-31 04:57:45

      • GarryInsight

        당신 같은 함량 미달의 글로 박근혜 추종하는 사람도 드물어요.

        여긴 보편성이 없어요.

        한 10년 드나들었으니까 나로서는 할 만큼 했다.

        나도 이제 떠나고 싶다.

        더 나은 곳이 있으면 옮겨갈 것.

        리플작성 2017-01-31 04:59:24

        • 박근혜가 이나라의 대통령인데 그를 추종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미 여러번 밝혔듯이 박빠는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이유는 법치를 어겼기 때문이지 박근혜의 리더십을 지지하기 때문은 아니야.

          니가 그동안 쓴 글의 수준이나 너의 지력이 높아서 있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는 말기 바란다. 10년동안 드나들면서 그래도 조횟수 증가에는 상당한 기여를 했을거다. 밴댕이같이 토라져서 튀어 나가지 말고, 다시 돌아와서 같이 어울려라. 그게 세상 사는 이치인거야.

          리플작성 2017-01-31 06:01:20

          • GarryInsight

            인터넷은 넓어요. 당신들 처럼 함량 미달의 극단적인 노인들과 부대끼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

            나도 참을 만큼 무던히 참았고 이제 끝났습니다.

            2017-01-31 06:44:43

          • GarryInsight

            달랭강에게 지겨운 댓글 스토킹 당할께 뻔해 어렵죠.

            어차피 제 비로그인 아이디도 삭제되었습니다.

            나가라면 나가야죠.

            이만.

            2017-01-31 06:53:56

  9. ㄱㄴㄷㅂㅈㅅ

    박근혜 탄핵이 비법치? 온갖 불법 탈법 헌법위반행위를 저지른 박근혜는 헌법에 의해 저당하게 탄핵되었고 헌법재판관은 지금 온갖 박씨쪽 변호인의 선고지연전술과 악담에 시달리면서 재판을 진행중인데? 박근혜탄핵이 비법치? 그러는 당신은 박근혜의 비법치에대해서는 어떻게생각하는지?

    리플작성 2017-03-04 10: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