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봤을 때부터 ‘맛있다’고 느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으로, 뭔가 ‘어른 흉내’를 내볼 생각으로 다가서는 경우가 많죠. ‘술’ 말입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술을 마시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술을 찾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슬플 땐 슬퍼서, 기쁠 땐 기뻐서, 더울 땐 시원하려고, 추울 땐 따뜻하려고…이렇게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새 술에 의존하게 되고 심하면 중독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 이르면 술은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도, 적당한 휴식의 도구도 아니죠.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음주 문화(혹은 습관)가 가져오는 폐해는 실로 엄청납니다. 술로 인해 빚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결국 알코올의 중독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법적인 음주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게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법상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는 ‘21세 이상’인데요, 이 나이 하한선을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18세는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나이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미국 전역의 100개 대학 총장들이 “음주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며 서명까지 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대학 총장들이 나서 음주 연령 낮추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법적인 음주 가능 연령은 21세로 돼 있지만 실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인 18세 이상 청소년들 대부분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술 마시는 게 불법인 18~20세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술을 마시고, 또 한 번 마시면 폭음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죠. 따라서 18세 이상 청소년들의 음주를 합법화 해주는 대신 이들이 ‘제대로’ ‘적당하게’ 술을 마시도록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음주 가능 연령을 21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1984년 음주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한 뒤 청소년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음주 연령 기준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사회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반박합니다. 실제 1984년 법 개정 이후 18~20세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는 13%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청소년기의 음주는 기억력을 손상시키고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특히 청소년기 음주의 중독성 위험에 대해 강조하는데요, 14세 이전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경우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47%로, 21세 이후에 음주를 시작한 경우의 알코올 중독 확률(9%)보다 크게 높다고 경고합니다.
반면 음주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추자고 주장하는 쪽은 단지 ‘음주 연령 21세’를 유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반박합니다. 예를 들어 1984년 법 개정 이후 18~20세 청소년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의학이나 자동차 제조 기술의 발달, 엄격해진 도로교통법 등의 영향도 있는 것이지, 단지 음주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였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이들은 또 음주 연령을 21세로 높인 이후에 청소년들의 폭음이 더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숨어서 몰래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죠.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3~2001년 사이에 18~20세 청소년들의 폭음 빈도는 56%나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결국 이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강압하기보다는, 이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대신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술을 마시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인 셈입니다. 일찍 술을 배우면 중독성이 커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아주 어린 청소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13~18세에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경우 알코올 중독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지만, 18~20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결국 18~20세 청소년들에게는 ‘제대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하루에 와인이나 맥주 한두 잔 정도를 즐기는 것은 건강에도 사회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끼리끼리 모여 밤새 술을 마시는 폭음이 사회문제가 된다는 거죠.
모든 일이 그렇지만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술의 경우 더욱더 그렇죠. 그리고 성인들보다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에 대한 술 허용 문제는 특히나 조심스러운 문제입니다. 미국의 음주 연령 논란이 어떤 논리로,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