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몇살부터?

처음 맛봤을 때부터 ‘맛있다’고 느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처음엔 그저 호기심으로, 뭔가 ‘어른 흉내’를 내볼 생각으로 다가서는 경우가 많죠. ‘술’ 말입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술을 마시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술을 찾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슬플 땐 슬퍼서, 기쁠 땐 기뻐서, 더울 땐 시원하려고, 추울 땐 따뜻하려고…이렇게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새 술에 의존하게 되고 심하면 중독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상황에 이르면 술은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도, 적당한 휴식의 도구도 아니죠.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못된 음주 문화(혹은 습관)가 가져오는 폐해는 실로 엄청납니다. 술로 인해 빚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결국 알코올의 중독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법적인 음주 가능 연령을 낮추는 게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법상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는 ‘21세 이상’인데요, 이 나이 하한선을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18세는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의 나이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미국 전역의 100개 대학 총장들이 “음주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며 서명까지 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대학 총장들이 나서 음주 연령 낮추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법적인 음주 가능 연령은 21세로 돼 있지만 실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인 18세 이상 청소년들 대부분이 술을 마시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술 마시는 게 불법인 18~20세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술을 마시고, 또 한 번 마시면 폭음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죠. 따라서 18세 이상 청소년들의 음주를 합법화 해주는 대신 이들이 ‘제대로’ ‘적당하게’ 술을 마시도록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음주 가능 연령을 21세로 유지해야 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1984년 음주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한 뒤 청소년들의 음주운전 사고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음주 연령 기준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사회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반박합니다. 실제 1984년 법 개정 이후 18~20세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는 13%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또 청소년기의 음주는 기억력을 손상시키고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특히 청소년기 음주의 중독성 위험에 대해 강조하는데요, 14세 이전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경우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47%로, 21세 이후에 음주를 시작한 경우의 알코올 중독 확률(9%)보다 크게 높다고 경고합니다.

반면 음주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추자고 주장하는 쪽은 단지 ‘음주 연령 21세’를 유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반박합니다. 예를 들어 1984년 법 개정 이후 18~20세 청소년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의학이나 자동차 제조 기술의 발달, 엄격해진 도로교통법 등의 영향도 있는 것이지, 단지 음주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였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라는 거죠. 이들은 또 음주 연령을 21세로 높인 이후에 청소년들의 폭음이 더 늘어났다고 주장합니다. 그만큼 숨어서 몰래 술을 마시는 청소년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죠.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3~2001년 사이에 18~20세 청소년들의 폭음 빈도는 56%나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결국 이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강압하기보다는, 이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대신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술을 마시도록 유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인 셈입니다. 일찍 술을 배우면 중독성이 커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들은 “아주 어린 청소년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13~18세에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경우 알코올 중독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지만, 18~20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결국 18~20세 청소년들에게는 ‘제대로’ 술을 마실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하루에 와인이나 맥주 한두 잔 정도를 즐기는 것은 건강에도 사회생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끼리끼리 모여 밤새 술을 마시는 폭음이 사회문제가 된다는 거죠.

모든 일이 그렇지만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술의 경우 더욱더 그렇죠. 그리고 성인들보다 상대적으로 판단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에 대한 술 허용 문제는 특히나 조심스러운 문제입니다. 미국의 음주 연령 논란이 어떤 논리로,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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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에이즈

제가 처음 ‘에이즈(AIDS)’라는 병을 알게 된 건, 미국 영화배우 록 허드슨과 그룹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 등 유명인들이 이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였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면역세포가 파괴되면서 면역 능력이 크게 약해져 결국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병원체의 ‘공격’을 받아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병입니다. 이 병이 발견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에이즈에 걸리면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에이즈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아프리카에 있다는 통계가 말해주는 것처럼,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아프리카의 심각한 에이즈 문제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는데요, 그 내용은 ‘아프리카처럼 낙후된 곳에서는 에이즈 치료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은 지난해 한 연구자가 1년째 에이즈 치료를 받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에이즈 환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30명의 몸속에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치료약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더 이상 치료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국제 사회가 자금을 모아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약을 보내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에이즈 바이러스에게 면역력을 길러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2개월 동안 에이즈 치료를 받고도 여전히 약효가 없는 환자의 비율이 모잠비크 98%, 카메룬 96%, 나이지리아 95%, 짐바브웨 93%, 르완다 91%, 우간다 97%, 보스와나 87%, 에티오피아 70% 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에이즈 치료약에 대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생기게 되면 다시 새로운 약을 개발해 투약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네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데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관계자는 “가난한 나라들에 지원할 방대한 양의 에이즈 치료약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약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가 얼마나 있는지 모니터를 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실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양 선진국의 에이즈 환자들의 경우 아프리카의 환자들처럼 치료약이 듣지 않는 문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신문은 먼저 선진국의 환자들의 경우 가난한 나라의 환자들보다 정밀한 의학적 검사를 받고 각자의 필요에 맞는 처방을 받아 병을 치료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 기초적인 치료약을 중심으로 정확한 진단 없이 치료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서양 국가들에서는 에이즈 치료약으로 쓰이지 않는 구식 약들이 이제야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약으로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거죠. 신문은 이러한 에이즈 치료약의 경우 값이 싸고 단기적으로는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료약에 대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면역력 강화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이즈 치료약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고, 또 얼마나 많은 환자들에게 이 치료약이 ‘무용지물’인지 파악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한 ‘약효 검증시스템’을 만드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음…결국 모든 게 ‘돈’이군요 -_-;;)

에이즈 치료약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환자들이 약을 제 때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이즈 환자들은 적절한 환경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쉬면서 처방에 따라 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아프리카의 환자들에게 이러한 생활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약은 물론 음식도 언제 얼마나 공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있을 때 많이 먹고 없으면 못 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거죠. 의사로부터 제대로 된 검사나 처방을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죠. 이 역시 약에 대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전투력’을 증대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의 경우 어른용으로 만들어진 약을 아무렇게나 쪼개서 복용하는 바람에 치료는커녕 오히려 병세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쓰이고 있는 ‘철지난’ 에이즈 치료약을 서구 선진국가에서 쓰고 있는 최신 치료약으로 바꾸고 약의 효과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죠.

지금도 아프리카의 수많은 에이즈 환자들은 몸 안에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힘을 키워주는 것도 모른 채 에이즈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이 세상에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있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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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 맘을 알고 있을까?

‘이 사람을 찍을까? 아님 저 사람?…에이 누구하나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없는데 말자.’

크고 작은 선거가 열릴 때면, 정부에서는 ‘소중한 한 표’를 꼭 행사하라고 수차례 ‘강요’합니다.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 관심은 있지만 돌아가는 정치 상황(혹은 정치인들의 행태)가 맘에 안 들어 ‘냉소주의자’로 변해버린 사람들은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건 국민의 대표는 내 손으로 직접 뽑는다는 주권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하는 분들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의 후보자 캠프에서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보는 가장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가 ‘여론조사’ 결과죠. 여론조사는 후보자 캠프와 소속 정당은 물론, 각 언론사들도 경쟁적으로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판세’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죠. 이러한 여론조사는 대부분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위탁해 이뤄지는데, 여론조사를 실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골치를 썩게 하는 응답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부동층’(floating voters)이죠. 여론조사를 해놓고도 부동층이 많으면 그 결과를 분석하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실제 결과와 차이가 많을 수 있죠. 여론조사 결과와 그 해석이 실제 투표 결과와 얼마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느냐는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사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하면 부동층이나 무응답 비율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의 쪽에서 보면 말이죠.

그런데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부동층이라고 대답하는 유권자들이 사실은 누구를 찍을지 이미 마음을 결정한 사람들”이라는 색다른 주장을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캐나다와 이탈리아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투표 직전까지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하는 부동층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결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죠. 연구팀의 연구 결과 논란이 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고 밝힌 부동층의 3분의 2 정도가 무의식적으로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마음을 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부동층 유권자들을 상대로 ‘함축 관계 실험’을 벌여 이러한 결론을 얻었는데요, 함축 관계 실험이란 실험대상자에게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한 그림이나 동영상과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긍정 혹은 부정적인 단어를 얼마나 빨리 떠올리는지(혹은 연관지어 생각하는지)를 실험해 관련성을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험의 결과를 통해 실제 선거의 투표결과를 70%이상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특정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나 감각은 그 순간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들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무의식적’인 정신세계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사람들의 이러한 무의식이 결국은 나중에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는 겁니다. 따라서 순간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사람들 내면에 있는 생각을 알아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이 나중에 어떤 행동을 할지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흑인의 사진을 보여줄 때 ‘부정적’ ‘화남’ ‘범죄’ ‘가난’ 등의 단어를 순간적으로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종주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부동층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예를 들어 A라는 후보의 사진이나 선거유세 동영상을 보여주고 함께 떠오르는 단어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본 뒤 이를 분석해보면, 부동층이라고 주장하는 실험 대상자의 무의식적인 내면에 들어 있는 A후보에 대한 이미지(긍정적 혹은 부정적)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이 사람이 A후보에게 투표를 할지 안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글쎄요. 실제로 그럴까요? 정말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우리가 미래에 할 행동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그런 걸 인간들이 알아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누가 범죄를 저지를 것인지 미리 예측해 ‘미래의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세상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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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사회

어렸을 적 즐겨보던 공상과학 만화나 소설에서 묘사한 미래의 모습은 다양했습니다. 차나 비행기를 타고 다닐 필요 없이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다든지, 벽을 꿰뚫어 그 속에 있는 사람을 쳐다볼 수 있다든지,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신천지가 그 안에 들어 있었죠. 당시 실현되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이나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작동하는 각종 전자기기는 어느덧 우리 생활 속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참 대단한 과학의 발전이죠.

그런데 어린 시절 그러한 책과 만화를 보면서 고개를 꺄우뚱했던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먹을거리’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 약 1알만 먹고 열흘 혹은 한달씩 지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그러한 발명품은 별로 효용성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살면서 먹는 즐거움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크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알약 1개를 먹고 한 참을 먹지 않는 것에 기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주인이 돼서 우주를 항해한다든지, 전쟁 중인 군인들이라면 모를까 말이죠. 실제로 현재 기술 수준으로 이와 비슷한 약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이런 알약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상용화는 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그만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은 떨쳐내기 힘든 유혹입니다. 어려웠던 시절엔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서 음식을 먹었지만 지금은 더 맛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져서 그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휴일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은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 외식에 나서죠.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문제-‘비만’-이 현대인의 가장 큰 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비만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비만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식욕은 적절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죠. 어린이들의 경우 이러한 자제력이 더욱 부족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어린이 비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어린이 비만 문제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어린이 비만 문제가 1, 2살짜리 아기 시절부터 발생할 수 있다며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아 비만이 발달 장애나 천식과 같은 호흡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기가 비만(혹은 과체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하기야 아기들이 오동통한 건 일반적인 일이죠. 한두 살짜리 아기한테 ‘뚱뚱하다’ 머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전문가들은 비만도를 판단하는 체질량지수(BMI)를 따져보면 최근 ‘아기 비만’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통신은 연구팀이 2살 이하인 2139명의 아기의 자료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으며 결국 아기들에게도 적절한 식습관과 활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밤에 잠을 잘 못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7~17세 어린이와 청소년 335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얼마나 잠을 자는지, 잠자리에 들어서 실제 잠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잠을 자는 동안에 숙면을 취하는지 등을 조사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만한 아이들은 정상인 아이들보다 평균 22분 정도 잠을 덜 자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편하게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잠을 제대로 못자면 피곤함 때문에 일상 활동이 더뎌지고, 몸도 피곤함을 느끼면서 본능적으로 영양분을 몸속에 저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먹은 음식이 ‘살’로 갈 확률이 높아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깨어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먹을 것을 유혹에 빠질 시간도 늘어난다고 덧붙였구요.

외신들을 살펴보다보면 건강 관련 뉴스를 따로 분류해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살빼기(weight loss) 관련 뉴스를 따로 모아 정리해놓은 곳도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비만이 사회적이고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죠. 우리나라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국가들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무시하고 지나가기 힘들만큼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덜 먹고 더 많이 운동하는 개인의 노력과 함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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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노는 아이

얼마 전 서울시 교육청이 내년 3월 서울에 2곳의 국제중학교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상되는 다양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는 합니다만, 그게 어디 말처럼 될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벌써부터 학원가를 중심으로 국제중학교 입시설명회다 뭐다 하며 사교육 열풍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국제중학교 설립이 중학교 입시를 부활시키고, 결과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입시지옥’과 ‘무한경쟁’의 쓴 맛을 일찌감치 맛보게 해주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공부’로 성공하려면 말을 배우면서부터(좀 심한 부모는 그 이전부터도 선행 교육을 시킨다고 하죠…-_-;;) 경쟁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인지 기약할 수조차 없죠.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고, 또 열심히 노력해서 직장을 얻고…그나마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이기 때문에 직장을 얻고 나서도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경쟁에서 앞서지 못하면 결국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 쉽죠. 그나마 이러한 경쟁의 쳇바퀴에 올라탄 사람들의 걱정은 행복한 고민일 수 있습니다. 대졸 실업자가 수 백 만 명인 현실을 감안하면 말이죠. 결국 태어나서부터 죽어라 공부해서 경쟁하고 거기서 앞서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게 우리 사회의 우울한 현실입니다. 적어도 공부로 승부를 한다면 말이죠.

외국이라고 이런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도 일반 공립학교의 경우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지내지만, 미국 사회의 엘리트를 키워내는 학교들은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쟁이 한국 못지않다고 합니다. 영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구요. 하지만 한국사회처럼 거의 모든 부모가 자식의 교육을 위해 ‘다 걸기(all-in)’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어느 것이 옳은지, 또 왜 그러한 차이가 생기는지 하는 것은 각자가 판단하고 해석할 몫이겠죠.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은 어린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관련된 외국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하나 말씀드릴까 합니다. 미국 MSNBC는 최근 ‘아이의 성적을 올리고 싶으세요? 그럼 아이를 움직이게 하세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아이들의 육체 활동이 학업 성취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 방송은 운동생리학자들의 최근 연구결과를 토대로 활발한 육체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미시간 주립대 연구팀이 317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활동적이고 건강한 집단에 속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가장 움직이기 싫어하고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보다 30%나 높았다고 합니다. 평소 운동을 비롯한 야외 활동을 피하는 아이들은 평균적인 아이들보다도 학업성취도가 13~20% 떨어졌다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다양하게 해석했는데요, 먼저 활동적인 아이들은 몸 안에 억제된 에너지를 육체 활동을 통해 분출하기 때문에 학업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데다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겁니다. 적극적인 육체활동은 또 혈액 순환을 촉진해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이는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인지능력’도 좋아진다고 하구요. 하지만 방송은 학교들이 점점 체육 활동 시간을 줄이고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어 아이들이 비만해지고, 학습능력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스포츠센터로 달려가야 할까요? 방송은 이러한 물음에는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냥 집 뒷마당이나 동네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육체활동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쟁 위주의 게임이나 운동을 하는 것보다 ‘경쟁이 없는’ 육체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야구나 농구 같은 게임에서는 주전으로 뛰는 선수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가 더 많죠. 이 경우 시합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은 활동량이 적어 운동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오히려 ‘참여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겁니다. 좋은 코치는, 이러한 후보 선수들도 기다리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시합에 참여하지 않는 동안에도 다양한 훈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방송은 덧붙였습니다.

얼마 전 초등학생들이 학기 중보다 방학을 더 싫어한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학교에 다닐 때보다 방학 때 더 많은 종류의 학원을 더 오랜 시간 동안 다녀야 하기 때문이라네요.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면서 ‘인성’을 기르라는 말은 이제 함부로 할 수 없는 말이 돼버린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놀지 않고 앉아서 공부만 한 아이가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청소년, 그리고 어른으로 자라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정도 놀 땐 놀고, 또 무언가에 집중할 땐 ‘제대로’ 집중해 멋있게 해내는 그런 아이들이 많은 세상을 꿈꾸는 건 그야말로 꿈에 불과한 것일까요? 한국의 국제중학교 설립과 미국의 ‘뛰노는 아이’ 뉴스를 함께 접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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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 에이즈

제가 처음 ‘에이즈(AIDS)’라는 병을 알게 된 건, 미국 영화배우 록 허드슨과 그룹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 등 유명인들이 이 병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였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후천성 면역 결핍증’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면역세포가 파괴되면서 면역 능력이 크게 약해져 결국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병원체의 ‘공격’을 받아 심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병입니다. 이 병이 발견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에이즈에 걸리면 생존 확률이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에이즈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아프리카에 있다는 통계가 말해주는 것처럼,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아프리카의 심각한 에이즈 문제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는데요, 그 내용은 ‘아프리카처럼 낙후된 곳에서는 에이즈 치료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은 지난해 한 연구자가 1년째 에이즈 치료를 받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에이즈 환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운데 30명의 몸속에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치료약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더 이상 치료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국제 사회가 자금을 모아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약을 보내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에이즈 바이러스에게 면역력을 길러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인 UNAID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2개월 동안 에이즈 치료를 받고도 여전히 약효가 없는 환자의 비율이 모잠비크 98%, 카메룬 96%, 나이지리아 95%, 짐바브웨 93%, 르완다 91%, 우간다 97%, 보스와나 87%, 에티오피아 70% 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기존의 에이즈 치료약에 대해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생기게 되면 다시 새로운 약을 개발해 투약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네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데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관계자는 “가난한 나라들에 지원할 방대한 양의 에이즈 치료약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약에 대해 면역력을 갖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가 얼마나 있는지 모니터를 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실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양 선진국의 에이즈 환자들의 경우 아프리카의 환자들처럼 치료약이 듣지 않는 문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신문은 먼저 선진국의 환자들의 경우 가난한 나라의 환자들보다 정밀한 의학적 검사를 받고 각자의 필요에 맞는 처방을 받아 병을 치료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 기초적인 치료약을 중심으로 정확한 진단 없이 치료하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서양 국가들에서는 에이즈 치료약으로 쓰이지 않는 구식 약들이 이제야 아프리카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약으로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거죠. 신문은 이러한 에이즈 치료약의 경우 값이 싸고 단기적으로는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료약에 대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면역력 강화라는 더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가장 시급한 문제는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이즈 치료약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고, 또 얼마나 많은 환자들에게 이 치료약이 ‘무용지물’인지 파악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한 ‘약효 검증시스템’을 만드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음…결국 모든 게 ‘돈’이군요 -_-;;)

에이즈 치료약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환자들이 약을 제 때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에이즈 환자들은 적절한 환경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쉬면서 처방에 따라 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아프리카의 환자들에게 이러한 생활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약은 물론 음식도 언제 얼마나 공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있을 때 많이 먹고 없으면 못 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거죠. 의사로부터 제대로 된 검사나 처방을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죠. 이 역시 약에 대한 에이즈 바이러스의 ‘전투력’을 증대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하네요.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의 경우 어른용으로 만들어진 약을 아무렇게나 쪼개서 복용하는 바람에 치료는커녕 오히려 병세가 더 나빠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쓰이고 있는 ‘철지난’ 에이즈 치료약을 서구 선진국가에서 쓰고 있는 최신 치료약으로 바꾸고 약의 효과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죠.

지금도 아프리카의 수많은 에이즈 환자들은 몸 안에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힘을 키워주는 것도 모른 채 에이즈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이 세상에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있을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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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맑은 공기

베이징 올림픽이 이제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국 선수들이 속속 선수촌으로 들어가고 있고, 선수들은 결전의 날을 앞두고 현지 적응 및 마지막 마무리 훈련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도 5일 입촌식을 갖고 필승을 다짐했죠. 올림픽은 세계 각국에서 치열한 자체 경쟁을 거쳐 선발된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장소인 만큼 한 순간의 실책으로도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상이나 수영 등의 단거리 기록경기처럼 불과 1초도 안되는 시간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에서는 더욱 더 그렇죠. 선수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컨디션 조절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부 선수들이 베이징 선수촌에서 공급하는 물 대신 자체적으로 마련한 물을 마시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이 역시 물 사정이 썩 좋지 않은 베이징에서 경기 전에 물을 잘못 마셔서 배탈이라도 나면 경기력에 큰 지장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외신들은 베이징의 환경오염이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경기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잇달아 내비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몇 년 전부터 베이징의 공기 오염도를 낮추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만, 그렇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둔 최근까지도 베이징은 극심한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채 1㎞도 되지 않아, 올림픽을 위해 중국에 도착한 선수들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특히 야외에서 장시간 경기를 해야 하는 마라톤이나 축구 선수들은 이러한 공기오염 상태가 계속되면 경기 출전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 선수단에서도 “선수들이 공기오염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하면 출전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구요. 한술 더 떠 국제올림픽위원회까지도 “공기오염 상황이 지속되면 지구력이 필요한 일부 경기-예를 들면 마라톤- 종목은 치러지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상당수 국가 선수단은 베이징에 도착할 때 오염물질을 여과해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특수 마스크까지 준비해왔다고 합니다. 또 일부 선수단은 베이징에서의 체류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올림픽 직전까지 머물다가 개막식 직전 베이징으로 향했다는 후문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최근 공해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 계획에는 현재 베이징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의 90%의 운행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중지하고, 베이징과 그 주변의 공장 100여개도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음…차는 그렇다 치더라도 멀쩡하게 운영하고 있는 공장까지 강제로 문 닫게 하는 건, 중국과 같은 국가가 아니면 실행되기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의 환경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허베이 지방 등 베이징 인근 지역의 공장도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베이징 주변지역의 차량 운행도 ‘2부제’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중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베이징 주변지역에 있는 공장의 상당수가 이미 한시적으로 폐쇄된 상태라고 합니다. 중국 정부의 간접적인 압력이 이미 가해졌다는 얘기죠. 하지만 이미 폐쇄된 공장이 그동안 공기 오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쳐왔는지, 또 전체 공장 가운데 몇 %의 공장이 폐쇄된 것인지 등을 알 수 없어 이번 조치가 실제 공기 정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게다가 공기 오염정도는 단순히 자동차나 공장의 배출 가스에만 좌우되는 게 아니라 날씨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즉각적인 효과를 불러오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과 주변 지역의 차량 운행을 크게 줄이고 상당수 공장의 가동도 멈추게 한 상태이지만, 베이징의 공기 오염 상태는 여전히 공식적인 기준에 미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정한 공기 오염도 측정 기준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오존이나 미세 먼지와 같은 부분은 기준에 포함하고 있지 않아, 중국이 “공기가 깨끗하다”고 발표한다고 해도 쉽사리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런 점을 악용해 공기오염도 측정 결과를 조작해 발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구요. 실제 중국의 기상 발표를 보면 베이징이 오염도가 낮은 맑은 하늘인 날이 스모그가 낀 날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를 믿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은 8일 개막식을 앞두고 ‘청명한 하늘’을 선보이기 위해 인공 강우를 내리게 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중국이 세계 최강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 초 벌어진 티베트 유혈 사태와 대지진 참사, 최근 발생한 수류탄 테러 등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죠. 중국이 베이징의 공기 오염 문제에 대해 조금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고 조치를 취하는 모습(물론 공기 오염 문제가 그렇게 호들갑을 떤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문제들이야 다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국제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니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공기 오염 문제만큼은 중국이 바라는 대로 이번 올림픽에서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래야 우리 한국 선수들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마음껏 공기를 들이마시며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죠.

한국 선수단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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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끝은 어디에?

전 세계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패밀리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로 미국에만 30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베니건스’는 최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미국 내 600개 매장, 호주의 60개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 1000명을 추가로 감원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외식을 줄이고 비싼 커피도 사먹지 않기 때문이죠. 그 효과가 외식업계에 미치기 시작한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여름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는데요(음…물론 ‘가진 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이 역시 한국 경제도 살아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오늘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그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던 중남미 지역 국가들(멕시코,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의 나라들입니다)도 이제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잡지는 중남미 국가들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왔는데, 이는 이들 국가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다양한 상품들 때문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식품가격과 석유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이들 국가들의 수출 효과가 크게 반감돼 중남미 지역을 인플레이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중남미 국가들이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이들 국가의 경제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의 4월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7.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아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죠. 일부 국가에서는 수치상 드러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물품 가격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죠. ‘암시장’에서의 물가는 정부가 공시하는 물가와 달리 크게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르헨티나의 경우 공식적인 인플레이션율은 9.1%이지만,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그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남미 일부 국가들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해 그동안 이러한 위기를 잘 피해왔습니다만, 그러한 국가들마저도 이제는 인플레이션율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브라질 역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하고 있는데요 주요 식품 값이 50%이상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내년 말까지 그동안 지속적으로 올려왔던 인플레이션율을 다시 내려놓겠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멕시코가 내년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이러한 주장을 내놓고 주요 물품의 가격을 동결하려고 하는 것일 뿐 그 효과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때 중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경제 운용을 잘하는 나라로 꼽혔던 칠레 역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6월 기준으로 칠레의 인플레이션율은 9.5%에 달하지만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3%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는 2002년 이후 최저 성장률이라고 하네요. 칠레 당국은 칠레가 석유를 거의 대부분 수입하는 반면 석유 수입을 위한 예산은 주변 국가들보다 크게 적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칠레의 석유 관련 예산은 연간 5억 달러 정도인데, 페루는 12억 달러, 멕시코는 19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잡지는 칠레의 경우 ‘성장’이냐 ‘인플레이션’이냐를 놓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사례로 올 초에는 수출에 지장을 줄까봐 페소화 평가절상을 하지 않고는, 6월에는 기준 환율을 0.5% 올린 것을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막으려면 칠레 당국이 보다 일찍 환율을 올렸어야 한다고 밝혔죠.

중남미 국가들이 예산 운용을 잘못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남미의 7대 경제대국들이 2002년 이후 각종 상품과 원료 수출로 벌어들인 추가 세입의 80%이상을 이미 써버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쓸 돈이 없다는 얘기죠.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현재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꺾이지 않는다면 중남미 국가들은 지금보다 좀 더 고통스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 정치인들 역시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인플레이션만은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죠. 최근의 물품가격 폭등은 벌써 수백만 명의 중남미 서민들이 가난과 궁핍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이 이번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예전의 ‘못사는 나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의 2009년, 2010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시기에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요. 나라안팎으로 참 먹고 살기 힘든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이맘 때 쯤에는 ‘경제가 활기를 띄고 있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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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어진 사건에 관심을 갖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 사건이 자신과 관련이 클수록 이런 경향도 커지죠. 예를 들면, 한국 사람들은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보다는, 독도 영유권을 놓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훨씬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했던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건에 전 국민이 관심을 기울였던 것 역시, 납치된 사람들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이죠.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뉴스에 더 관심을 보입니다. 자신의 국가, 자신이 속한 집단, 자신이 살고 있는 곳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신중하고 자세하게 관련 뉴스를 들여다봅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관심 대상이자, 세계적인 축제의 장입니다. 언론학에서는 올림픽을 대표적인 ‘미디어 이벤트’라고 말하죠. 미디어 이벤트는 미디어, 즉 언론이 특정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행사를 말합니다. 올림픽을 비롯해 대통령 선거나 교황의 즉위식,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장례식 등이 대표적인 미디어 이벤트죠. 다 아시는 것처럼 올해 올림픽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열립니다. 다음달 8일 개막이니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군요. 중국 정부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베이징 시내 보안을 강화한다며 다양한 조치를 취했는데요, 이 때문에 베이징은 거대한 요새처럼 변해버렸다고 합니다. 중국이 이렇게 보안에 신경을 쓰는 것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에 반발하며 베이징 올림픽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의 티베트 사태 강경 진압이나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집단학살 간접 지원 등이 ‘베이징 올림픽 반대’를 불러온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 티베트 사태 유혈 진압이나 수단 다르푸르 지역 지원 등을 문제 삼아 베이징 올림픽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유명 인사들도 적지 않구요.

그런데 기업인들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세계 유수의 기업 최고 경영자들이 앞 다퉈 베이징 올림픽을 구경하러 중국에 몰려갈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 성공을 위해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중국 정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기업 경영자들이 베이징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올림픽 자체를 즐기기 보다는 정치적 경제적 이유 때문에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이죠. 빌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릭 웨고너 제너럴모터스 회장을 비롯해 월마트, 테스코, 뉴스코퍼레이션, AT&T, 맥도널드, 폭스바겐의 고위 임직원 등 전 세계 경제 각 분야를 움직이는 거대 기업의 핵심 임원들이 다음달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베이징에서 개인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고 버스(물론 럭셔리한 버스입니다만..)를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보안을 위해 올림픽 기간 동안 개인 자동차의 운행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덕분에 올림픽 기간 동안 베이징의 BMW 버스 대여 회사의 버스는 모두 예약이 끝났고, 그 대여금액도 평상시보다 4배나 비싼 하루 2200달러(약 220만 원)로 폭등했답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비자도 제대로 발급해주지 않고 베이징의 가난한 이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면서도, 기업 VIP들에게는 ‘레드 카펫’을 깔아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특히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해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국 시장으로 세계의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사용자 시장인데다 석유와 자동차, 개인용 컴퓨터 등에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올해 말에는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숫자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기업들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중국에 “우리가 중국을 지원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올림픽이 전 세계인에게 축제의 장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벤트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 무조건적인 관심과 축제의 기분으로 맞이하기에는 꺼림칙한 부분이 있습니다.(음…물론 모든 사람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생각에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앞서 소개 드린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접했을 때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경쟁이 대단하구나!’하는 생각보다 ‘돈도 좋고 경쟁도 좋지만…’하는 생각이 먼저 든 건 너무 단순하고 전략적이지 못한 생각일까요. 세계의 거대 기업들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관심과 정열을 쏟는 것의 100분의 1이라도 올림픽의 뒤편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램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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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악의 관계

요즘처럼 푹푹 찌는 더위와 쏟아지는 비가 서로 경쟁하는 날들이 이어지면, 더위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집에 에어컨을 장만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월말에 날아오는 전기료 영수증이 무서워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긴 어렵죠. 정말 참을 수 없이 더워서 오랜만에 에어컨을 작심하고 틀면, 동네의 전기사용량이 초과돼 아예 정전이 돼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더운 여름날에는 맥주의 매출이 크게 올라가는데요, 그 이유야 말할 것도 없이 시~원함 때문이죠. 꼭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늦은 밤 TV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장 많이 광고를 하는 제품 가운데 하나가 맥주 제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맥주’와 ‘라면’이 밤 시간대 TV 광고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실제 통계수치가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계속되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저도 가끔씩 늦은 밤 냉장고 앞을 들락거리며 맥주 한 두 캔을 가져다 먹고 있는데요, 오늘은 술에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프랑스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술’과 ‘음악’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도했는데요, 그 결과는 이렇습니다. ‘음악을 시끄럽게 틀어놓은 술집의 손님들이 술을 더 많이 마신다.’ 연구팀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술집의 손님들이 술을 더 빨리 마시고, 벌컥벌컥 마신다”며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3주 동안 토요일 저녁마다 2개의 술집을 찾아 40명의 남자를 관찰했습니다. 관찰 대상이 된 남자들의 나이는 18~25세였고, 모두 맥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먼저 “당신들이 실험 연구의 관찰 대상자들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음…말하나마나 당연한 겁니다만. 쩝~. 연구팀은 이들에 대한 관찰을 시작하면서 술집 주인들의 협조를 얻어 음악을 크게 틀었다가 다시 작게 틀었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며 변화가 있는지 살펴봤다고 합니다. 주로 술 마시는 속도나 양에 차이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게 주 목적이었죠.

연구팀은 이들에 대한 관찰 결과 “음악을 크게 틀면 술 마시는 양과 속도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을 경우 맥주 주문량은 3.4병으로 음악을 평균적인 크기로 틀었을 때의 맥주 주문량(2.6병)보다 1병 가까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맥주 한 병을 다 마시는데 걸리는 시간도 14.51분에서 11.45분으로 3분 가량 빨라졌다고 연구팀은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자신들이 내놓은 연구결과의 ‘한계’를 함께 인정했습니다. 연구 대상 인원과 장소가 너무 적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모든 술집이나 사람들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실험 대상자의 숫자나 기간, 장소 등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팀은 음악을 크게 틀면 왜 사람들이 술을 더 많이 마시는지에 대한 이유 역시 명확하게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하면서도, 아마도 음악이 커지면 사람들이 함께 마주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더 힘들어져서 그냥 술을 더 마시고 이야기는 덜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좀 싱거운 연구결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연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술 마시는 양과 술집에서 틀어놓은 음악의 크기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저도 앞으로 언젠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술집에 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술 마시는 속도를 한번 유심히 지켜볼 생각입니다. 별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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