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가젤 기업을 만든 사람들

[슈퍼가젤 기업을 만든 사람들]

 

 2010-09-17 03:00  2010-09-17 03:00  여성 | 남성

 

부모에게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두뇌가 반짝반짝하는 20대에
창업한 것도 아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처럼 명문대학에
들어갔지만 더는 배울 게 없다며 중퇴한 ‘괴짜 천재’들은 더더욱 아니다.

 

국내에서 ‘슈퍼가젤기업(Super Gazelles Company)’을 일군 경영자들은 겉보기엔
너무나 평범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슈퍼가젤기업 14곳의 최고경영자를 동아일보가
취재해 보니 이 중 12명이 이공계 출신이고, 10명은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다 40대에
창업한 사람들이었다.

 

가젤기업이란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보통 3년 연속 매출이 평균 20% 이상
성장한 회사를 일컫는다. 빨리 달리면서 동시에 높은 점프력을 가진 영양류 가젤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중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슈퍼가젤기업이다.

 

슈퍼가젤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요즘 잘나가는 최신 분야에 몰려 있지 않다. 태양광이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화장품, 공작기계, 광학필름 등 레드오션(red ocean·포화된
시장)이나 전통산업 계열이 더 많았다.

 

화장품 연구개발제조 전문업체 코스맥스의 이경수 대표는 상사와의 갈등 끝에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그는 “월급쟁이 시절에 마음 아프고 괴로운 일도 많았는데
그게 다 경영수업이었다”며 “미래를 준비한다고 다른 일에 골몰하기보다 현재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고객, 상사 등과 잘 사귀다 보면 그게 다 사업할 때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했다.

 

“이런 크기의 산업용 보일러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두산중공업과 우리밖에 없다”고
자부하는 발전설비 전문업체 신텍은 10년 전 중공업계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회사
동료 5명이 차린 회사다. 2001년 매출액 13억 원에서 지난해 1332억 원으로 뛰었고,
2015년엔 1조 원을 달성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겉보기에 화려하거나 한때 유행하는 것을 좇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화했다는 점이다.
골프존의 김영찬 대표는 전자회사에서 근무한 경험과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 인터넷을
결합해 골프 시뮬레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경수 대표는 제약회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에선 화장품의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데 착안해 제조만 하는 회사를 차렸다.
이들은 사업 초기 실적이 없어 아무도 제품을 사주지 않고, 은행에서 돈도 빌려주지
않으며, 인재 부족에 허덕이면서도 ‘잘할 수 있다’는 투지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최근 가젤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기업 수의 4%인 고성장 기업이 일자리 60%를, 영국은
전체 6%에 불과한 고성장 기업이 일자리 54%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덴마크 핀란드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의 정부는 가젤기업 육성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창업 단계의 회사를 지원하면 절반 이상이 망해 일자리도 없어지지만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기업을 지원하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도 슈퍼가젤기업 1000개, 1만 개를 만든다면 취업난과 대·중소기업
갈등을 줄이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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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직원의 2주 휴가기

[대기업 임직원의 2주 휴가기]

 

“2주 휴가도 좋았고 다른 부에서 일한 경험도 좋았습니다.”

 

에쓰오일 K 부장은 사장의 방침에 따라 올여름 2주 휴가를 다녀왔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긴 휴가를 가진 그는 1주일은 가족과 여행을 다녀오고, 1주일은 혼자 지리산을
훑었다. 직장생활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본 시간이었다고 한다.

 

에쓰오일은 담당자가 휴가를 가면 2주간 다른 사람을 정식 발령한다. K 부장은
총무팀장의 역할을 대신했다. 자신의 업무에 다른 사람 일까지 하느라 무척 바빴지만
그 대신 다른 부서를 잘 이해하게 됐다. 그는 농반진반으로 “다만 그 부서원들을
사귀려고 밥 사고 술 사느라 돈을 너무 많이 쓴 데다 휴가가 길어서도 돈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수베이 사장은 “한국은 그동안 고도 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것 아니냐”며 재충전을 권한다고 한다.

 

올 들어 임직원에게 2주 휴가를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대기업들이 많아졌다.
SK, 두산, 신세계, GS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만 해도 임원들은 여름에 하루나 이틀
쉴 뿐 1주일 휴가도 다 쓰지 못했다.

 

최근 젊은 3, 4세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서거나 직원들의 창의성이 강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 말 대표이사가 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42)은 “그동안
임원들은 1년에 1주일도 휴가를 안 갔는데 그러다 보니 항상 피곤해보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임원들도 2주 휴가를 가라고
권했다. SK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워크 하드(Work Hard)’를 넘어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워크 스마트(Work Smart)’ 운동과 함께 2주 휴가가 진행되고 있다.

 

긴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은 휴가를 보낸 방식도 다양했다. 유럽여행이나 오지여행을
했다는 젊은 직원, 그동안 미룬 수술을 받았다는 50대 임원,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해 탐구했다는 사장 등…. 하지만 여전히 “취지는 좋지만
실제론 2주 휴가를 못 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휴가기간이 한국에서만 화제가 되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는 종종 ‘미국인은 왜
유럽인보다 덜 쉬나?’를 놓고 토론이 벌어진다. 근면하기로 소문난 독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1353시간, 프랑스는 1457시간인 데 반해 미국은 1798시간이니 미국과
유럽의 차이가 크긴 하다. 한국은 2256시간.

 

휴가는 개인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슈다. 경제성장률, 출산율, 여성의
사회참여, 나아가 그 사회의 행복지수와도 연관된다. 경쟁과 성장을 지향하는 사회는
많이 일하고, 공동체와 안정을 중시하는 사회는 많이 논다.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보다 적지만 프랑스인들은 휴가시간을 절대 안 줄인다. 돈을 덜 벌더라도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과 유럽인의
근로시간 차이를 설명해주는 건 문화가 아니라 제도다. 유럽인이 미국인보다 놀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책의 차이가 근로시간 차이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말랑말랑해
보이는 휴가 이슈가 사실은 ‘정치적 문제(politically charged)’라는 것이다. 수십
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그래서 세계적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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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벤처기업 사장의 경우

[어느 벤처기업 사장의 경우]

  

“아주 싹 다 가져갑니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도 그보다는 덜할 거예요.
기업 비밀이나 법적 근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로 화제가 옮아가자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기업이 제품 원가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협력업체의 특허기술이며
제품설계도, 회계장부 등을 샅샅이 뒤져 가져간다며 흥분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설계도를 가져다가 계열사로 넘긴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은 입이라도 벙긋할 수 있으니 세상이 좋아진 편이란다. 거래가 끊길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던 중소기업 사장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에 하청업체는 파트너는커녕 머슴만도 못한 존재예요. 하청업체 사장이
대기업 임원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죠.”

  

그는 얼마 전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를 청산했다. 지금은 해외 기업에만 납품한다.
해외 대기업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협력업체 사장을 만나 파티도 열어주고 같이 사업을
논의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침을 튀기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새로 만들어낸 게 뭐가 있습니까? R&D(연구개발)는 있던 것을
좀 고치고 확대하는 게 R&D가 아니죠. 내로라하는 인재를 몽땅 데려다가 베끼고
바꾸고 마케팅하고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쳐서 이익 내는 것밖에 더했나요? 정말
새로운 거, 세상에 없던 기술은 전부 중소기업에서 만든 겁니다.”

 

십수 년간 대기업에 당한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경험했거나
들은 일부 현실일 뿐 전체는 아닐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기업은 몇 년 전부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외쳐왔는데 그 온기가 아래까지 퍼지지 않은 모양이다.

 

납품단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원가
절감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건 중소기업인도 인정한다. 문제는 거래관행과 기업문화다.

 

가령 해외 대기업은 5억 원에 5회 납품 계약을 한다. 여섯 번째부터는 4억9000만
원으로 깎아서 납품해 달라고 미리 말한다. 비용 절감을 하면서도 협력업체가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은 5억 원에 1회 납품계약을 한다.
두 번째는 계약하지 않고 그냥 말로만 물건을 만들어놓으라고 한다. 물건을 다 만들어놓으면
‘4억5000만 원에 주려면 주고 아니면 말라’고 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연일 대기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 원하는 건 대기업의 몫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달라는 게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행이 정착되고, 받아 마땅한 대접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1997∼2007년 국내 수백만 개의 중소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119개사,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2개사에 불과했다. 중견기업 수는 미국이 전체
기업의 2.4%, 일본이 1.0%인 데 비해 한국은 0.2%로 유난히 적다. 한국에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데는 협력업체가 이익 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게 해온 대기업의 횡포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몰아치듯 대기업을 압박한다면 단지 그때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선거용이나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손보기’로 이용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국가의 미래를 세운다는 자세로 꾸준히 시스템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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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의 두 여걸

[해운업계의 두 여걸]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자신의 배에 오너스룸(Owner's Room)을
만들어 놓고 자주 승선했다고 한다. 오너스룸은 선주를 위해 침실 거실 화장실 등을
갖춘 공간으로 선주가 10년에 한 번 타든, 영원히 타지 않든 항상 선주를 위해 비워
놓고 깨끗이 청소해 놓는 것이 관례다. 대규모 선사들은 보통 수백 척의 배를 운영하기
때문에 선주는 이 배들을 모두 한 번씩 타보기도 어렵다.

 

배를 좋아했던 오나시스는 배에 그랜드피아노까지 갖춰 놓고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배 위에서 파티를 한다고 하면 호화스러운 장면만 떠오를지 모르지만
배를 타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최근 평택항에서 만난 한 선장은 4000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4000개가 들어가는
크기)급 컨테이너선을 타고 한 달 전 미국 뉴욕을 떠나 파나마를 거쳐 부산항에 잠시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시 중국 칭다오로 떠날 예정이라던 그는 6개월 배를
타고 2개월 쉬고 하는 생활을 30년이나 해왔다.

 

그가 타고 다니는 배에는 도서관 탁구장 노래방 목욕탕 등이 있지만 아무래도
운동량이 부족해 배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한다고 했다. 젊은 선원들은 아가씨를
만날 기회가 없어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 외로운 바다 위 갑판에서 술을 마시다 파도에
휩쓸려간 사람 이야기, 운 좋게 커다란 거북의 등에 떨어져 살아났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뱃사람들에게 전해져 온다.

 

그런데 이처럼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바다를 누비는 장보고의 후예들, 한국 1, 2위
해운업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지휘하는 경영자는 공교롭게도 둘 다 여자다.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2003년부터,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2006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다.
두 사람 모두 남편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기업을 이어받기 전에는 평범한 주부였다.

 

수년간 남편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가업을 이어온 이들은 최근 들어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을 한 명 한 명 보살피는 섬세한 경영으로
유명했으나 최근엔 세계 각국의 고객사와 선주들을 직접 만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엔 국내 해운사상 처음으로 1만 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인수해 명명식(命名式)을 가졌다.

 

현 회장은 최근 해외 해운전문지에서 선정한 세계 해운업계 파워 18위에 올랐다.
2002년 유동성 위기로 부산의 터미널을 매각한 지 8년 만에 지난달 22일 부산신항터미널
개장식을 여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뚝심 있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국 근대 해운의 시초를 1950년 대한해운공사 발족으로 본다면 해운업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60년 사상 최악이라 할 만큼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고 현대그룹도 현재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운업체들의 실적도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

 

원자재와 화물, 가스 등을 실어 나르는 해운업은 국제무역과 나라 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더구나 한국은 중국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세계 6위의 해운
강국이다. 한국 해운업을 이끄는 두 여제(女帝)와 모든 선원에게 신의 축복과 가호가
깃드소서!(배의 명명식을 할 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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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친환경 정책

  프랑스에서 현대자동차 i30 디젤 1.6을 사면 정부가 친환경자동차에
주는 보조금을 최대 700유로(약 104만원)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 이 차를 사면 가솔린(휘발유)
자동차에는 부과되지 않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매년 5만5700원 씩(서울에서 4년 이내
보유 기준) 내야 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는 매연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1993년부터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다. 소비자들도 디젤차는 시끄럽고 진동이
심하다고 외면해왔다.

  하지만 그 사이 기술발달로 경유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친환경 연료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요즘 생산되는 경유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20%나 적다. 게다가 연료소비효율(연비)이 휘발유보다 30%, LPG보다 60% 좋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달려도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CO2 배출이 적은
디젤차를 사면 보조금을 받게 되며, 매년 출고되는 차량의 절반 이상을 디젤차가
차지한다. 승차감도 예전보다 크게 좋아져 가솔린차와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20년간 자동차 시장을 클린디젤 차량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차인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은 앞으로 보편화되기까지
대규모 투자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CO2 배출이 적고 경제적인 클린디젤차가
대세가 되리라는 것이다.

  경유는 유독 한국에서만 푸대접을 받고 있다. 버스,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만
경유를 사용할 뿐 승용차 시장에서는 찬밥신세다. 소비자들이 아직도 디젤차에 대해
매연이 많고 승차감이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 책임도 크다. 여건이 크게 변했건만 환경에 맞게 제도를 고치지
않은 것이다. 경유는 세금이 LPG의 2배이고, 휘발유나 LPG에는 부과되지 않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내야 한다. 한국은 대부분의 택시가 LPG를 사용하며 디젤택시는 없다.

  최근 서울시는 디젤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다 바꾸겠다며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주고 충전소도 늘리고 있다. CNG는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은
적지만 효율이 낮고 연비가 떨어져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별로 쓰지 않는다. 서울시가
대기환경 개선 목표로 삼고 있는 프랑스 파리는 시내버스의 70%가 디젤버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한국 정유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린디젤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 경유가 제일 많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 별로 쓰지
않아 생산량의 48%를 수출하고 있다. 반대로 아주 조금 밖에 생산되지 않는 LPG는
그동안 세금 감면 혜택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 국내 소비량의 65%를 수입하고 있다.

  연료효율이 좋고 친환경적인 경유는 우리가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고,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휘발유와 LPG는 수입해 쓰는 셈이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수년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세수가 줄어드는 게 두려워, 혹은 부처간 조율이 되지
않아 제도개선에 미적대왔다.

  그러니 신재생에너지를 늘린다며 울창한 숲을 베어내고 태양광발전소를
만들 일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서 에너지 효율화부터 추진하는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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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골드만삭스를 편들다

예전부터 한국에 ‘밭떼기’라는 것이 있었다. 농작물이 다 자라기 전에 밭째
사고파는 것이다. 밭떼기는 농부나 바이어 중 한 사람이라도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성사되지 않는다. 농작물이 다 자라는 건 미래라서 그때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농부는 나중에 가격이 떨어질지 모르므로 미리 적정한 가격에 몽땅
파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바이어는 나중에 가격이 폭등하거나 모자랄 수 있으니
미리 몽땅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 거래가 이뤄진다. 어느 해에는 농부가 시장가격보다
높게 팔고, 어떤 해에는 싸게 팔 것이다. 양쪽 다 일부 위험을 감수하지만, 그 대신
자신한테 유리한 점이 있으니 매매를 한다.

 

밭떼기는 초보적인 파생상품(Derivatives)을 설명하는 좋은 예다.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도 밭떼기처럼 양측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가격이 내리리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올라가리라 생각하니까 거래가 이뤄진다.

 

환 헤지(hedge·위험분산) 파생상품 ‘키코(KIKO)’를 둘러싼 소송들 가운에
얼마 전 본안 판결이 하나 나왔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키코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기업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키코에 대한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2008년에도 요즘처럼 환율이 떨어졌다면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피해를 보기는커녕 되레 이익을 봤을 것이다.

 

최근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골드만삭스를
100% 신뢰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투자자에 대한 사기 혐의로 제소됐다.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초로 한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팔면서 중요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정보란 상품을 설계한 세계적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씨는 주택시장이 나빠질 것을 알고 역베팅해 10억 달러를 챙겼으나
투자자들은 이를 모르고 투자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간에서
수수료 1500만 달러를 챙겼다.

  

이에 대해 버핏 회장은 “투자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투자은행이 고객에게 자신의 포지션을 알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며
골드만삭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2008년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매년
5억 달러 이상의 배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편들기가 이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투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나온 문제로만 본다면 이번 제소는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다. 우선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개인 투자자나 제조업체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분산하고 관리하는
것이 이들의 업무인데 한 상품에서 손해를 봤다고 ‘사기’ 운운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또 상품을 판매할 당시에는 주택시장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는데 누가
누구를 속이느냐고 반박한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한국의 금융제도나 시장현실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것 같은 합성 CDO가
나오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한국의 피해가 비교적 적은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영국처럼 고도의 금융시장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렇더라도 ‘모르는 게 약’이라며 넋 놓고 있다가는 과거 외환위기나
키코처럼 앉아서 당할지 모른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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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회장과 트위터

“뭘 어케해야 하는지 갈켜조∼ ㅠㅠ”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7십니다 bye! 모두 ‘즐퇴’하세요”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

  

요즘 대기업 회장들의 ‘트위터’질이 화제다. 나이 40, 50대의 이들은 10, 20대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용어를 구사하면서 최근 한국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푹 빠져 있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 알려진 박용만 ㈜두산 회장은 지난주 애플의 ‘아이패드’를
사서 개봉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려 팔로어(follower)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이패드로 자신의 얼굴 반쪽을 가린 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에게
한 대학생이 “회장님 얼굴이 매우 작군요 ㅜ 부럽습니다” 하고 말을 걸자, 그는
“얼굴이 아이패드만 하면 얼굴 아니자나요. 선풍기지”라고 익살스럽게 대답했다.

 

140자 내외의 글을 올릴 수 있는 ‘미니 블로그’ 트위터에서 회장들은 주로 최신
정보기술(IT)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거나 소소한 일상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한다.
간혹 자신의 경영철학을 내비치거나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경영 혁신에 활용하기도
한다. 대기업 회장들이 이처럼 대중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기자는 10여 년간 기업들을 취재하면서 회장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인(人)의 장막’이 쳐졌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우선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회장을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고, 만나려면 미리 홍보실 등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사전 약속 없이 호텔 로비 등에서 회장을 만나 몇 마디 말이라도 나누면 기업에는
비상이 걸린다. 회장이 몇 마디 하기가 무섭게 임직원들이 달려와 “이제 그만하시죠”
하며 막아선다. 그런 다음 몇 페이지에 걸친 ‘설명자료’를 내고 “회장님 말씀은
이러저러한 얘기이니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며 전화를 해 피곤한 적도 있었다.
취재 기자에게 이러니 일반인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 없으리라.

 

기업들의 민감한 반응은 이해가 된다. 회장의 한마디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와 섣불리
한마디 했다가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너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증권가
사설 정보지(속칭 찌라시)와 인터넷에는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 온갖 소문이 돌아다닌다.
이 중에는 맞는 것도 있지만 ‘소설’로 판명 나는 것이 많다.

 

직접 만나본 대기업 회장들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만난 후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왜 임원들은 못하게 막을까?” 심지어
“회장은 안 그래 보이는데 기업 문화는 왜 저렇게 꽉 막혔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일상적인 생활
등에서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트위터를 하는 회장이 늘면서 기업들은 전담자를 두어 회장의 트위터링을
체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뒤에 하는 것이라 사전 체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돌발적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물러서지만 않는다면 첨단 통신수단은 대기업
회장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직접 대화를 통해 일반인들은 재벌에 대한
편견을 벗고, 경영자는 소비자와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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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하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사장단 회의를 할 때 세 가지를 꼭 챙겼다고
한다. 첫째는 각 계열사의 수출 실적, 두 번째가 국산화 진척도, 세 번째가 직원들의
저축률이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살아야 한다”며 “밖에서 벌어서 안을
살찌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기술 자립을 위해 국산화를 강조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직원들의 저축률을 보고하게 한 것. 지금 같으면 회사가 그런
일까지 관여하느냐는 논란이 일겠지만, 아무튼 정 회장은 당시 직급에 따라 월급의
몇 퍼센트씩을 저축하도록 했다. 그 덕분에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저축을 많이 했고,
회사가 앞장서 주택조합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집을 살 기회도 많았다고 한다.

 

정 회장이 한창 활동하던 1970, 80년대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0% 안팎으로
고도성장하던 시기였다. 전태일의 분신이나 YH여공 사건처럼 ‘산업화의 그늘’도
있었지만 수출이 늘고 기업이 커가면서 중산층도 불어났다.

 

그때는 ‘밖에서 벌어서 안을 살찌우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기업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를 하고, 그러면 고용과 소비가 늘어나 다시 기업이 돈을 버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나라 경제와, 기업의 성장과, 국민의 살림살이가 같이 움직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연결고리가 끊어져버렸다. 이젠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도
국민의 생활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재작년과
작년에도 국내 대기업들은 놀랄 만한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지난해 100조 원 이상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현대자동차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 양극화가 심해졌다. 우리나라 가구
중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70.1%에서 지난해 66.7%로 줄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0%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는 여윳돈을 저축하고 기업은
이 돈을 대출받아 투자하는 전통적 역할마저 흔들렸다. 가계는 빚이 많아 저축을
못하는데, 기업은 돈이 많아도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

 

국민과 가계가 가난해지면 기업들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는 사실은 일본의 장기침체나
최근 미국의 불황에서 알 수 있다. 중산층이 튼튼하고 가계에 여유자금이 있어야
어려울 때 기업의 소비시장이 되고, 자금줄이 될 수 있다.

 

한때 기업에는 국적이 없다고 하여 ‘다국적 기업’이라는 말도 유행했지만 이번
경제위기 로 한계를 드러냈다. 제너럴모터스(GM)에 미국 정부가 돈을 쏟아 붓고,
도요타 리콜 사태에 미국인들이 유독 민감하게 들고일어난 것은 기업에도 국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도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매년 많은 돈을 기부하고 일자리 나누기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기여가
‘충분하다’고 하기엔 현재 우리나라의 중산층 감소와 성장잠재력 훼손이 매우 심각하다.

 

기업들은 당장의 경영효율을 위해 사람을 자르기에 앞서 직원의 가치를 높이려고
애썼는지, 해외에 공장을 짓기 전에 국내에서 생산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또 납품가를 낮추기에 앞서 협력업체의 수준을 높여 상생하려고 했는지, 저출산
같은 사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우리 기업들이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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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세계인의 술로

  지루하거나 처연한 것? 아니 상큼하고 발랄한 것!

  우리 국악에 대한 인상은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공연장이나
TV에서 보는 ‘젊은 국악’은 예전의 국악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충격 그 자체다.
실력과 배짱을 가진 젊은 음악인들이 국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퍼포먼스와 결합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악이 이토록 신나는 음악이고, 가야금이 하프보다 더
화려한 음색을 지녔을 줄이야. 퓨전국악 걸그룹 ‘미지(未知․ MIJI)’가 ‘소녀시대’보다
더 섹시한 건 어떻고….

  10여 년 전 일본에서 안숙선 명창의 창극 ‘심청’ 공연을 취재하면서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심청전, 그 뻔한 스토리가
그렇게 감동적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우리말을 못 알아들어 자막을 보는 일본인들이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것을 보고 벅차오르던 자부심….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를 자기 나라 말로 들을 수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콤플렉스를 그 때 던져버렸다. 최근 젊은 국악인들의 손에서 재탄생하고 있는
국악은 그 때와는 또 다른, 신선한 감격이다.

  우리 전통문화 중에서 국악처럼 환생(幻生)하고 있는 것을 또 하나
들라면 단연 막걸리다. 중장년층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이사를 하거나 잔치를 할
때 큰 함지박에 담겨 있던 막걸리의 냄새, 아버지 친구 분이 오시면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주전자 입에 대고 한 모금씩 훔쳐 먹던 추억을 갖고 있다.

  그 시큼한 막걸리가 젊은이들에게 첨단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신촌 홍대 앞에는 막걸리바와 막걸리까페가 생겨나고 젊은이들은
예전에 와인을 알아맞히듯 막걸리 종류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한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의 ‘꺼~억’하는 트림에 고개를 돌리던 기억, 카바이트 들어간 막걸리를
마시고 다음날 뒷머리가 아프던 악몽을 이들은 갖고 있지 않다.

  미제와 일제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여기던 때와도 다르다. 되레 이들은
어릴 때부터 해외여행을 하면서 삼성전자 휴대전화,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LG전자
TV가 세계 어디서나 각광받는 것을 보았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로 봉사활동을
떠나고, 휴학을 한 채 1년씩 배낭여행을 떠날 만큼 국제화됐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활하는 전통문화가 기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대들은 이미 세계 다른 나라를 많이 봤고 비교도 해봤다. 그러고 나서 더욱 더
우리가 만든 것, 우리의 것에 대해 자부심이 넘친다. 21세기의 필수품인 창의성이란
이처럼 우리만 가진 역사, 문화, 개성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우리 문화’ 사랑은 이제 시작이다. 막걸리 열풍이 50세주(백세주와
소주를 반씩 섞은 것)처럼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원산지와 재료가 명확치 않은 막걸리들이 돌아다니고 술을 담을 잔도 마땅치 않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원산지표시제, 등급인증제 등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종류도 다양해져야 하고, 궁궐과 대갓집에서 마시던 고급
막걸리도 더 많이 부활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의 활력을 살릴 수 있도록 진입 규제를
완화해야 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막걸리가
우리 술을 넘어 프랑스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처럼 ‘세계인의 술’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전망은 밝다.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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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회장의 신의와 배려

  뜻밖이었다. 그런 말이 대기업 총수가 아니라 노조위원장에게서 나올
줄은 몰랐다.

 “빌 게이츠는 ‘자본주의가 가진 자 중심의 부(富) 축적으로 가면 안 된다.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아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습니다.”

  LG전자 노조가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을
발표할 때 박준수 위원장이 한 말이다. 불황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LG전자의
노조원은 우리 사회 88만9000명(공식 집계 기준)의 실업자에 비하면 ‘가진 자’임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로 하여금 스스로를 빌 게이츠의 반열에 놓고 경영자의
시각에서 회사와 사회를 걱정하게 한 배경은 뭘까.

  노조는 이날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회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현장 경영자로서 경영혁신을 주도하는 것도
노조의 사회적 책무라고 선언했다.  남용 부회장은 이에 화답하며 “오늘은
나도 동지로 불리고 싶다”면서 “LG전자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데 지금까지처럼
노조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거나, 노사갈등으로 해마다 파업을 하는 기업이 수두룩한 것을 생각하면 LG전자
노사의 이런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전날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신임 임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경영자에게는 신의(信義)가 생명”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나 사회 지도자도 아니고 변화무쌍한 비즈니스의
세계를 너무 잘 아는 최고경영자가 신의를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은 평소에도 “경영자는 약속을 신중하게 해야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해 왔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뒤숭숭하던 2008년
말 구 회장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거나 안 뽑으면 안 된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이날 구 회장은 ‘배려’도 강조했다. 임원들이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직원들은 결코 임원에게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20년 무파업의
전통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는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의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는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세상이 워낙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미처 생각지 못하는 ‘가치’를 기업이 먼저 제시하기 위해서는
리더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수의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고(故) 구인회 창업자 때부터 ‘인화(人和)’를 중시했던 LG그룹은
이미 한국 기업사에 독특한 궤적을 남겼다. 경영권을 놓고 형제끼리도 다투는 세상에
구씨와 허씨 일가는 57년간이나 함께 경영을 했다. 유독 형제가 많은 두 집안이 2004년
GS LS 등으로 분리될 때도 잡음이 나오지 않았다. LG는 필립스 칼텍스 등 외국 회사들과도
오랫동안 합작회사를 운영했다. 모두 신의와 배려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1등이 되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기 쉬운 사회,
정치계 법조계 언론계마저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몰지각한 세상에서 LG는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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