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뭐하지

2005-07-26

 

몇 주 전 토요일에 가족과 안면도에 갔다. 송림도 좋고 바다도 좋다고 해서 떠났는데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부터 막혀 도로에서만 8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차 안에 쓰러져 잠이 들었고 어른들도 녹초가 됐다.

 

그 전 주말엔 경기도의 놀이공원을 찾았다. 사람이 하도 많아 놀이기구 앞에 줄선 것만 2시간.

 몇 시간을 달려 놀이공원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겨우 놀이기구 하나 타고 다시 몇 시간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이래서는 안 되지…. 전략을 바꿨다. 주말에 아이들과 서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자. 마찬가지였다.

광화문 대형서점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쇼핑센터 역시 사람 때문에 걷기가 힘들었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화되면서 보낸 몇 번의 연휴는 이렇게 참담했다. 나만 그런가? 아니었다.

 

문화관광부가 작년부터 주5일 근무를 한 수도권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설문 결과도 비슷했다.

 

여가활동에 대해 57%가 ‘매우 불만족’하거나 ‘불만족’했다. 이유로는 시설 부족, 교육기관 부족, 교통문제 같은 여가자원 부족이 29.7%로 가장 많았고, 피곤하거나 귀찮아서와 같은 심리적 신체적 방해요인이 19.9%로 그 다음이었다.

 

마음은 오지 탐험, 패러글라이딩, 자기 계발로 달려가는데 정작 몸은 낮잠, TV 시청, 음주로 가는 것을 이 조사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긴 주변의 지인들만 봐도 그렇다. 금요일 회식하고 토요일 대낮까지 자거나, 주말만이라도 가족에게 봉사하라는 부인의 등쌀을 피해 사우나로 직행하는 사람,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는 일 중독자 등등….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인의 여가문화가 이상하다고 한다. 미혼자나 기혼자나 왜 죄다 여름에 휴가를 가느냐.

주말에는 왜 그렇게 복작거리며 장거리 여행을 떠나느냐고 한다.

서양에서는 정기휴가를 1년 내내 서로 돌아가면서 가고, 주말에는 취미에 몰두하거나 친구들과 파티를 한다는 것이다.

 

황금 같은 주말을 자동차 안에서 보냈다고 하면 ‘여가에 대한 상상력 빈곤’ 때문이라며 은근히 힐난한다.

주말에 집에 있어봤자 부부싸움만 한다며 사무실에 나가 동료들과 술 마시는 사람도 있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뒤로 넘어간다.

 

평생 공부와 일 외에는 의미 있는 것, 재미있는 것을 해보지 못한 한국의 중장년은 늘어난 휴일 앞에 난감하기만 하다. 여가를 위한 사회인프라도 부족하지, 휴(休)테크 노하우도 없지….

 

이번 주말엔 또 뭘 하나. 코앞에 다가온 여름휴가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노는 것도 경쟁력이라는데….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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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제가 의미하는 것

2005-08-09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그건 단순한 과학 이론이 아니었다.

수백 년간 서양인들을 지배했던 종교와 세계관을 뒤엎는 혁명이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도 마찬가지다.

‘존재를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는 개념은 뉴턴 이후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오죽하면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이처럼 과학은 본래 철학이자 세계관이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열매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과학을 단지 생산력과 경제력을 높이는 도구로만 생각한다.

과학이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면서 과학자들조차 인접 분야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

 과학과 세계의 관계에 대해서도 눈을 감는다.

 

근대 과학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선진국의 기술을 배워 경제 개발을 하기 바빴던 터라 과학의 다양한 함의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최근 생명과학의 발전은 오랫동안 외면했던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생명을 얼마만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인간과 다른 생명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애완견 복제에 성공했다.

한국의 생명공학이 이룬 성과에 감탄이 쏟아졌다.

황 교수는 이 기술을 질병 연구에만 사용하고 애완동물 복제에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애완견 복제 기술을 바이오 벤처 회사에 전수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바이오산업으로 과학기술 강국을 앞당기자는 기대 섞인 의견도 많다. 이 민감한 기술을 ‘생산의 도구’로만 보는 시각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애완동물을 복제해 주는 회사가 생겼고

동물보호 단체들은 동물 복제 반대 모임을 결성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자원 낭비가 초래할 재난을 우려해 채식주의자가 늘고, 가축을 키울 때도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며,

동물원에서도 철책을 없애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는 동물 복제의 의미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토론이 없다.

동물이 대량 복제됐을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머지않아 인간 복제도 가능해지는 게 아닌지,

신은 인간에게 물리적 생물학적 변화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무조건 과학기술의 발전을 막는 것은 어리석다.

생명과학이 고도로 발전한 미래에는 생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이 가져올 변화, 과학적 성과가 갖는 의미에 대한 논의는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

과학으로 달라지는 세상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철학이 있는 과학’을 할 때가 됐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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