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만 있는 게 아니다

“늙은이 너무 불쌍해 마라. 늙어도 살맛은 여전하단다.” 2년 전 작고한 박완서 선생은 1998년 소설집에 이렇게 썼다. 그 후로 10여 년, 노인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예능 프로까지 ‘꽃노년 열풍’이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히트하더니 요즘은 70대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 할배’로 떠올랐다. 강풀은 웹툰 후기에 “나이 들어 친할머니랑 살면서 (외람되지만) 할머니가 사랑스럽고 심지어 귀여우시다는 걸 알았다”고 적기도 했다.

 

▷‘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은 아이의 체력,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유아용품 업체들은 ‘육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할머니 할아버지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613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 2026년에는 5명 중 1명으로 늘어난다. 예전의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당당한 사회 문화의 주역이 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은 일부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최근 유엔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노인복지는 세계 91개국 가운데 67위. 건강은 8위로 상위권이지만 소득은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90위다. 고단한 한국 노인의 오늘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고서는 “한국의 뛰어난 경제성장을 고려할 때 노인복지지수가 OECD는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도 최하위인 점이 놀랍다”고 했다.

 

▷한국이 이만큼 발전하기까지 공헌한 어르신들의 노후를 지원하는 기초연금이 출발부터 삐걱댄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손해 본다는 비판과, 현행 기초노령연금으로도 2028년부터 월 20만 원을 받게 돼 있는데 되레 후퇴했다는 논란이 크다. 재원 마련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도 있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노인 중에도 연금을 받는 경우가 있고, 기초생활자라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적은 연금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는 게 연금의 취지 아닌가.

카테고리 : 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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