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의 주파수 전쟁

“대통령께 호소합니다. 정부안은 돈 많은 재벌을 위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불공평한 방안이며….” 마치 사법정의를 호소하는 듯한 이 호소문은 연매출 24조 원에 달하는 KT 노조가 낸 성명서다. 돈 많은 재벌이란 주파수를 놓고 경쟁하는 SK와 LG를 가리킨다. 이에 질세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노조도 성명을 내고 “KT가 특혜 (받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담합 시비를 제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통신 3사 노조까지 나서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정부는 최근 차세대 LTE 주파수 경매안을 발표했다. 지금의 LTE보다 2배 빠른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주파수를 경매로 판다는 얘기다. 통신사들엔 앞으로 몇 년간의 먹을거리를 좌우할 수 있으니 필사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이번 경매의 낙찰금액은 최소 2조∼3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주파수 경매에 대해 돈 놓고 돈을 먹는 ‘쩐의 전쟁’이라 부르는 이유다.

 

 경매 방식은 KT가 현재 갖고 있는 주파수 근처 대역이 포함된 대역과, 포함되지 않은 대역 두 가지 조합을 동시에 경매에 부친 뒤 입찰총액이 높은 곳에 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KT가 기존 주파수와 인접한 대역을 갖게 되면 소액의 시설 투자로 차세대 LTE 서비스를 할 수 있으니 KT에 대한 특혜라는 게 다른 업체들의 주장이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담합해 KT를 견제하고 다른 대역을 헐값에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서로 불리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뒤로는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들기는 형국이다.

 

 주파수는 전파가 1초 동안에 진동하는 횟수다. 전자파의 존재를 증명한 독일 과학자 하인리히 헤르츠의 이름을 따서 헤르츠(Hz) 단위를 쓴다. 개인용 이동통신에는 800MHz∼3.0GHz의 주파수가 사용된다. 대표적인 공공재라서 정부가 주파수를 배분하는데 우리나라는 2011년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통신사들이 적자를 보며 장사를 하진 않을 것이다. 통신사들이 3조 원이나 되는 돈을 내면 결국 소비자들의 통신요금에 전가할 것이 뻔하다.

카테고리 : 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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