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은 졸업고사 본다는데…

대학교수들은 학기 말만 되면 학생들의 전화와 e메일로 곤욕을 치른다. 학점 좀 올려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다. “집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데 선생님만 B학점을 주시면 된다”거나 “유학 가려는데 학점이 조금 모자란다”는 말은 애교에 속한다. “시험을 분명 잘 봤는데 채점 기준이 뭔가”라며 따지기도 한다. 골치 아프고 화도 나지만 학생들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것을 생각하면 외면하기도 어렵다. ‘학점 인플레’가 일어나는 이유다.

 

기업들은 불만이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기업 인사담당자 3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가장 변별력 없는 스펙으로 ‘학점’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대학 졸업생의 90%가 B학점 이상을 받았다는 교육부 조사도 있다. 대학 교육을 불신하는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평가방법을 사용한다. 삼성은 오래전부터 삼성 직무적성검사(SSAT)를 실시하고 있고, 현대차도 인적성검사(HKAT)를 본다. 두산은 아예 입사지원서에서 학점 기재란을 없앴다.

 

 미국의 200여 개 대학이 졸업고사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내년 봄부터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측정하는 ‘대학수학평가(CLA+)’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대학의 A학점 비율이 지난 60여 년간 3배로 뛰어올랐다. 기업들이 학점을 믿지 못하자 대학들이 학생들의 ‘시장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내놓은 게 졸업고사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컬럼비아 등 전통의 명문대학들이 들어있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비판적 지성과 인문적 소양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해야 하느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용적 지식을 가르쳐야 하느냐는 논란이다. 대학의 여건에 따라 선택할 일이지만 대체로 두 가지 다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미국 대학들이 이럴 정도면 글로벌 순위에 끼지도 못하는 한국 대학들은 어떨까.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는 물론이고 봉사활동 해외연수 인턴까지 스펙 쌓기에 바쁜 한국 대학생들이 이제 졸업시험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카테고리 : 신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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