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둥둥섬과 돈펜시아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는 빚이 1조 원이다. 이자만 하루에 1억 원씩 나간다. 주인은 강원도개발공사지만 사실 강원도에서 추진했다. 2010년 ‘그랜드 오픈’을 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분양률이 26%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는 신용불량자가 ‘카드 돌려 막기’ 하듯 매일 이리저리 빚 막기에 바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리조트는 김진선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이 1998년부터 12년간 도지사를 하면서 계획하고 완공했다. 리조트 사업 비(非)전문가인 박세훈 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이 규모를 크게 키웠다. 그는 새누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출신이었다.

 

시민단체들은 두 사람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무혐의 처리됐다. 김 전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1조6000억 원짜리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도가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됐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인천은 수도권의 부자 도시지만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부채비율이 제일 높다. 1년 예산이 7조 원인데 빚이 3조7000억 원이다.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10조 원이 넘는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재직한 안상수 전 시장이 무리한 개발사업을 많이 벌였고 송영길 현 시장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 인천터미널을 민간기업에 팔아 9000억 원을 마련했다. 안 전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예비후보로 나왔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우리나라 살림에서 지방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2011년 중앙정부 예산이 309조 원,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시도교육청까지 합해 185조 원이었다. 국가 예산으로 잡힌 돈도 복지 교육 분야 등은 지자체가 집행하는 경우가 많아, 쓰는 돈은 지자체가 중앙 정부보다 많다.

 

중앙 정부의 예산은 한 해 내내 해당 부처들이 틀을 짜고 국회에서 여야가 한바탕 줄다리기를 해야 정해진다. 이번에 나라 경제를 살리려고 정부가 올린 17조 원의 추가경정예산도 되니 안 되니 하며 한 달 넘게 여야가 싸우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사업 계획과 예산은 대부분 단체장 마음대로다. 지방의회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단체장들은 사업을 크게 벌여 성공하면 자신의 공적으로 삼고,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다. 그러니 내 살림 하듯 실패 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일을 크게 벌인다. 만약 실패하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원이 없기 때문에 중앙 정부에 손을 벌린다.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가 얇아져야 한다. 돈을 허투루 쓸까 봐 금고 열쇠를 꽉 쥐고 있는데 정작 금고 바닥이 뚫려 있는 격이다.

 

문제는 이런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는 호화 청사를 짓다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고 경기 용인시 의정부시, 대구시는 예상 수요가 엄청나게 부풀려진 경전철 사업으로 수천억 원의 빚을 졌다. 서울시가 무리하게 키운 용산개발사업은 무산됐고 세빛둥둥섬은 완공 후 4년 넘게 방치된 상태다.

 

법을 고쳐서라도 이런 낭비를 막아야 한다. 대형 사업에 ‘최고책임자 실명제’를 실시하고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해 경제적 책임까지 지우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명무실한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하고 재정위기 사전경보 시스템을 통해 돈을 펑펑 쓴 지자체는 예산권을 박탈해야 한다.

 

파산제도를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 시는 2006년 파산 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 공무원 절반을 쳐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도 줄였다. 상하수도 사용료와 버스요금은 2∼5배 올렸다. 우리가 우리 살림을 챙기지 않는다면 한국에도 유바리 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카테고리 : 신문 칼럼
태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