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회의에 박원순 시장이 온라인 취임식을 한다는 발제가 올라왔다. 박원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무슨 생쑈냐’하는 마음이었는데 11시경 인터넷을 하다 보니 마침 생방송 한다 길래 네이버에 접속했다. 헌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파급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시장 [...]
-
최근 글
최근 댓글
카테고리
그 밖의 기능
카운터
어제 방문자 3 금일 방문자 0 총 방문자 15,420
아침 회의에 박원순 시장이 온라인 취임식을 한다는 발제가 올라왔다. 박원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무슨 생쑈냐’하는 마음이었는데 11시경 인터넷을 하다 보니 마침 생방송 한다 길래 네이버에 접속했다. 헌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파급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서울시장 [...]
바로 타흐리르 광장 북쪽이었다. 지금은 이집트 민주혁명의 성지(聖地)라 불리는
그곳. 꼭 한 달 전 나는 그 길을 공포에 휩싸여 달음질쳤다. 시위대나 군인 때문이
아니었다. 1월 중순은 아직 이집트에 시위가 시작되기 전이었으므로….
오후 5시쯤 분홍색 건물의 이집트박물관을 나와 길을 건너려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카이로의 길이 대부분 그렇듯 신호등도, 건널목도, 차선도 소용이 없었다.
속이고 바가지 씌우고
왕복 8차로는 돼 보이는 큰길에서 차들이 빵빵거리며 쉼 없이 달려들었다. 그
사이로 조금 틈이 보이면 뛰어야 했다. 외국인에겐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많은 자동차와 그 많은 사람들이 뒤엉킨 혼돈 속에서도 사고가 난 걸 보지 못했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지하철역이었다. 기차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지하철은 예고도 없이 중간에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앞에 있던 여자는
문에 끼일 뻔했다. 다음부터는 나도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문을 비집고 들어갔다.
다음 날 유명한 모스크 ‘이븐툴룬’을 갔다. 지도를 보며 찾는데 길가가 쓰레기
천지였다. 사원 앞에서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남자가 “여기”라며 손짓했다. 그는
“알라신을 위한 것”이라며 1인당 20£E(이집트파운드)씩 내라고 했다. 돈을 내고
들어가 보니 텅 빈 마당에 별 게 없어서 여기가 이븐툴룬 맞느냐고 물었다. 알고
봤더니 우리가 찾는 사원은 옆 건물이었다.
배가 고팠다. 여행안내 책에 나온 식당을 찾아가니 그동안 문을 닫았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주변 다른 식당을 둘러봤다. 컴컴하고 더러워서 들어갈 마음이 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식탁에 깨끗한 천이라도 한 장 깔려 있으면
들어갔을 텐데…. 망설이다 맥도널드에 들어갔다.
관광 수입이 국내총생산 대비 6%나 되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이랬다. 환전할
때 10달러나 20달러짜리는 슬쩍 숨겨놓고 안 바꿔주고, 택시로 5분 거리를 1시간
거리라며 바가지를 씌웠다.
한국 기업인들은 이집트 얘기가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많다.
이집트인과 비즈니스를 하다가 사기를 당하거나 뇌물 때문에 곤혹스러운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달라질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고
소소한 범죄를 막는 것은 어쩌면 독재국가에서 더 쉬운 일이다. 한국에서 산이 푸르게
되고 새마을 운동이 일어난 것은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집트 국민의 대다수가 가난하다는 점이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사이의 인과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체로 같이 간다는 것이 세계적 경험이다.
한국에서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성공한 것은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두꺼운
중산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 최저생계비 이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는 힘들다. 무바라크 이후의 이집트를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아랍권과 이스라엘, 미국 등 중동지역의 복잡한 국제관계는 미래에
대한 셈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집트 국민들이 많이 아프지 않게, 너무 멀리 돌지
말고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루게 되길 바랄 뿐이다.
참, 이집트 여행은 어땠을까? 기원전 3000년 전 세워진 기자의 피라미드와 룩소르에
있는 왕의 무덤들, 카르나크 신전 등은 대단했다.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알로”
“아이 러브 코리아” 하며 순진한 웃음을 짓던 사람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이집트는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새해를 앞두고 기업들의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 SK 등 국내 대표적인 그룹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젊은 조직’과 ‘스피디한 경영’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21세기는 지난 세기와 달리 묵묵히 컨베이어벨트를 돌리는 일꾼보다 혁신적이고
유연한 인재가 중요한 시대다. 주력 산업이 사양화되고, 새로운 산업이 떠오를 또
다른 10년을 앞두고 기업들은 저마다 임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아 참신한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한데 변화와 리더십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쇠귀에 경 읽기’식으로 구태의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임원들이 꽤 있다. 연말에 송년회를 다니다 보면 회사마다 악명
높은 간부들의 얘기가 나오는데 스타일도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부하 직원의 공(功)을 가로채는 사람이다. 프로젝트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았으면서 자신이 다 한 것처럼 행세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자신이 직접
보고하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아랫사람이 보고하도록 한다.
조직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고생하는 파트는 이쪽인데 인사고과는 엉뚱한
사람을 잘 주는 리더도 예상 밖으로 있다. 조직에 중요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C를
주고, 평소 같이 밥 잘 먹고 술 잘 마셔준 사람은 ‘성격이 좋으니 일도 잘한다’고
생각해 A를 준다. 이런 무신경한 리더 때문에 10여 년 입사 이래 가장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C를 받고 사표 낸 사람도 봤다.
스마트 시대에도 무조건 오래 일하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간부가 꽤 있다. 근무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휴일이나 한밤중에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휴일마다 따라 나와야 하는 아랫사람들은 고역이다.
회의를 쓸데없이 오래 하는 사람은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회의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효과적으로 논의해서 빨리 결론을 내리면 될 것을 공연히 시간만 질질
끈다. 오후 9시, 10시까지 밥도 못 먹게 사람을 붙잡아 놓지만 결과를 보면 30분
안에 실속 있게 회의를 끝내는 사람보다 못하다.
자신은 퇴근하면서 “내일 이러저러한 거 보고하라”고 하는 임원에게는 할 말을
잃는다. 하루 종일 별 얘기 못 듣고 퇴근시간 다 되어 지시를 받은 아랫사람은 밤을
새울 수밖에 없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막말을 쏟아내는 리더는 최악이다. 여러 사람이 모인
데서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나. 머리 좀 쓰고 살아. 당신들은 대관령 목장의
양떼만도 못해”라는 1차원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말을
몇 번 듣고 나면 직원들은 실제로 목장의 양떼처럼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수동적이
된다.
이 밖에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아랫사람의 절실한 고충을 해결하지 않고 늘
“네가 참아라”라고 뭉개는 비겁한 사람,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뭐든지
두 배 세 배 힘들게 시키는 사람 등도 원망의 대상이다.
열심히 일 잘하던 인재가 갑자기 해외유학을 가거나 다른 회사로 옮긴다고 사표를
낸다면 다른 이유가 숨어있을 때가 많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조직이지만 속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일의 보람이나 소통의 희망을 잃은 경우다. 이처럼 좌절해서
사직하는 한 사람의 뒤에는 비슷한 불만을 가진 10명, 20명이 있다.
우리 조직은 과연 건강한가. 우리 회사에는 이처럼 일하는 즐거움을 뺏는 ‘나쁜
리더’가 없는지, 혹시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닌지 새해를 맞기 전에 점검해보자.
2010.12.3
나이가 들면서 ‘진실의 파괴성’을 느끼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침실에서
부부가 은밀히 나눈 대화가 인터넷에 뜬다면? 어젯밤에 동료들과 술 마시면서 직장
상사를 흉본 것이 공개된다면? 생각만 해도 불쾌한 일이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어떤 ‘진실’들은 알 필요가 없거나 모르고 넘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욕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건
사회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라 간 외교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국 지도자에 대해 ‘무능하다’는 첩보를
주고받으면서 겉으로는 최고의 예우를 하거나, 사실은 별 내용도 없으면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치켜세우는 일은 국익을 위해 필요할 때가 있다.
최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외교 전문(電文)을 공개해 연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내부에서만 오고가던 첩보가 외부에 드러남으로써 미국 정부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이 문서들에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괴물 같은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에게 순종적이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무능하고 광란의 파티를 즐긴다’처럼 소소한 내용도 많지만 국익에
민감한 내용도 많다. 한국과 관련된 내용만 보더라도 ‘북한의 고위 외교관 다수가
망명했다’든지 ‘중국이 한국을 뺀 양자 또는 3자회담을 미국에 제안했다’ 같은
안보·외교상 중요한 정보들이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이번 폭로가 국제관계를 위기에 빠뜨리는 반국가 행위라며 정면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유럽도 위키리크스의 창업자 줄리안 어산지를 체포하는 데 나섰다.
하지만 여론은 복잡하다.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겉 다르고 속 다른 미국 외교의 ‘가면’이 벗겨진 걸 은근히 즐기는 사람도 있다.
위키리크스 측의 영리한 마케팅도 복잡한 반응에 한몫을 했다. 이들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 등 세계 각국의 유명 권위지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폭로를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로 포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기밀문서
공개가 ‘중대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미국 외교의 목표들과 성공, 타협과 좌절을
그 어떤 자료보다도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러니 내로라하는 강대국
정부들이 어산지를 체포할 명목이 없어 ‘성폭력 혐의’ 운운하는 것이 군색하기만
하다.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으로 성장, 해킹은 하되 컴퓨터를 파괴하지
않고 정보만 공유하는 ‘해킹계의 로빈 후드’, 미군 아파치 헬기가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사살하는 영상 공개, 2009년 국제 앰네스티 미디어상 수상 등 위키리크스와 어산지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사이트를 만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미국식 시장자유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절대적으로 자유시장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기야 자유언론의 아버지 존 밀턴은 자유주의의 고전인 ‘아레오파지티카’에서
사상의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장을 주장하며 자유시장에서는 자율적인 조정에 의해
진리가 이긴다고 했다.
어산지는 정보와 사상의 자유시장을 극단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숨기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의 숨바꼭질이 이어지는 한 언제 어디서든
‘불편한 진실’과 마주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롯데호텔 무궁화> 2010.11.8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젤리 위에 얹은 전복, 늦가을 이슬을 맞고 향이 더욱
짙어진 송이를 가늘게 썰어 닭고기와 야채를 우려낸 국물에 담근 콩소메,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과 김치를 넣은 쇠고기말이….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이 음식들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의 한식당
‘무궁화’가 내놓은 코스 요리의 메뉴들이다. 무궁화는 원래 이 호텔 지하 1층에
있었으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근 38층의 전망 좋은 곳으로
옮기면서 고급화했다.
롯데호텔이 1년여간 공들여 새로 단장한 이 음식점은 옛 반가의 상차림에 기반을
둔 코스요리와 전통차, 전통주, 한식에 어울리는 와인 컬렉션 등을 갖추었다. 도자기
전문업체 광주요의 그릇을 사용하며 간장 된장 소금 등 기본 재료부터 몸에 좋은
식자재로 정성껏 만든다고 한다.
지난주 열린 이 식당의 재개점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한식재단 정운천 이사장,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 주한 외교사절단들이 참석해
축하했다. 김 여사는 이날 “국내 호텔의 한식당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한식당이
이렇게 좋은 위치와 시설에서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고품격 한식 요리를 선보인다니
앞으로 큰 사랑을 받고 더욱 번창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호텔의 식당 하나 개점하는 데 이처럼 주요 인사들이 온 것은 그만큼 국내 특급호텔에
한식당이 드물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특1급 호텔 19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롯데호텔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르네상스호텔, 메이필드호텔 등 4곳뿐이다. 반면
양식당은 17개, 일식당은 16개, 중식당은 15개나 된다.
호텔뿐 아니라 일반 식당 중에서도 해외 고위급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고급 한식당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곧 세계 각국의 정상을 비롯해 1만여 명의 외국 수행원이 한국을
찾아오지만 정작 ‘한국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고급 식당은 거의 없는 셈이다.
호텔 관계자들은 “한식은 손이 많이 가고 식자재도 비싼데 음식값은 그만큼 받을
수 없어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양식,
일식, 중식 등은 재료비나 만드는 노력에 비해 음식값에 거품이 있다는 것이고, 한식은
오히려 받아야 할 값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한식의 세계화 방법을 둘러싸곤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 정통 한식을 보급할 것인가,
아니면 외국인 입맛에 맞게 퓨전요리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논쟁이 대표적이다.
또 해외 한식당의 시설 첨단화를 먼저 지원할 것인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국내
식당들의 수준부터 높일 것인가, 일식과 사케, 양식과 와인처럼 한식에 어울리는
술은 어떻게 패키지화할 것인가 등 아직도 해결할 과제가 많다.
하지만 한식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국내외 음식·문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발효식품이 많아 요즘 같은 참살이 시대에 어울린다는 것, 다양한 야채와
담백한 조리법을 사용해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 식혜 된장 홍삼 갈비 등 음식
하나하나에 오천년의 이야기가 담겨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롯데호텔의 실험이 성공해 특1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번창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기
바란다. 프랑스 음식이나 일본 음식뿐만 아니라 한식이야말로 깊은 전통의 고급 음식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한식 세계화가 성공하려면 우리부터 우리 음식을 귀히 여겨야 한다.
[고래싸움에서 새우 살아남기]
“오직 외세에 항거한 나라만이 올바른 시각으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영화 ‘아편전쟁’ 초입에 나오는 말이다. 이 영화엔 중국 사상 최대인 1500만
달러가 투입됐다고 한다. “어두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 중국 민족 100여 년간의
굴욕을 씻어내겠다”는 셰진 감독의 말이 그 배경을 설명해준다.
영화엔 청나라 황제의 명으로 엄청난 양의 아편을 몰수해 불태운 임칙서(林則徐)가
등장한다. 강경론자인 그는 황제에게 아편근절 상소를 올리고 이를 실천하지만 결국
청나라는 영국과의 전쟁에 휘말린다. 전쟁에 패한 청나라는 홍콩을 뺏기고 더 많은
항구를 개방하는 굴욕을 당한다. 임칙서의 항거가 당시로선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런 임칙서가 요즘 중국에서 ‘외세 침략에 맞선 중화민족의 위대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외교적, 군사적으로도
목소리를 높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외적 팽창과 함께 내적으로 애국주의가 용솟음치는
중국을 바라보며 세계인들은 감탄과 착잡함이 교차한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환율전쟁’을 단순히 경제전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지구촌에
아픈 역사가 많기 때문이다. 아편전쟁도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됐다. 무역 결제 수단인
은(銀)을 원했고 1800년대 수차례 공황을 겪으며 더 넓은 시장이 필요했던 영국은
비난을 무릅쓰고 전쟁을 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 역시 1929년 대공황 이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발단이 됐다.
영국 프랑스 등이 식민지를 경제블록화해 무역을 독점하자 후발 주자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전쟁을 통한 식민지 확보로 경제난을 타개하려 한 것이다.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난이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래 세계 각국은
비교적 협조를 잘해왔다. 대공황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공멸(共滅)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한데 2년도 못 되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둘러싸고 미중이 갈등을 빚더니
다른 나라에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세계적으로 수출과 수입은 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는데 일단 실업난과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로 수출만 늘리려다 보니 환율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의 환율전쟁은 서로의 수출품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등 전형적인 무역전쟁,
보호무역주의의 모습을 띠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분명하다. 한쪽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다른 쪽은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석이 달라서 갈등이 생긴다. 미국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춰 무역흑자를 낸다고 보고,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환율 때문이 아니라 국내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디쯤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두려운 한국이다. 세계 경제위기 이후 간신히
좋은 성적을 이어왔는데 강대국 간 ‘쩐의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환율이
급변동하니 안정적인 경제운용을 할 수가 없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펀더멘털’이
괜찮아도 부도날 수 있다는 경험을 1997년 외환위기 때 했다.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70년간의 치욕을 완전히 딛고 굴기한 중국이 조금 양보하고, 다른 나라들도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 공존을 위해 협조하길 기대할 뿐이다.
[슈퍼가젤 기업을 만든 사람들]
2010-09-17 03:00 2010-09-17 03:00 여성 | 남성
부모에게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아니다. 두뇌가 반짝반짝하는 20대에
창업한 것도 아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처럼 명문대학에
들어갔지만 더는 배울 게 없다며 중퇴한 ‘괴짜 천재’들은 더더욱 아니다.
국내에서 ‘슈퍼가젤기업(Super Gazelles Company)’을 일군 경영자들은 겉보기엔
너무나 평범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슈퍼가젤기업 14곳의 최고경영자를 동아일보가
취재해 보니 이 중 12명이 이공계 출신이고, 10명은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다 40대에
창업한 사람들이었다.
가젤기업이란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보통 3년 연속 매출이 평균 20% 이상
성장한 회사를 일컫는다. 빨리 달리면서 동시에 높은 점프력을 가진 영양류 가젤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중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슈퍼가젤기업이다.
슈퍼가젤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요즘 잘나가는 최신 분야에 몰려 있지 않다. 태양광이나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화장품, 공작기계, 광학필름 등 레드오션(red ocean·포화된
시장)이나 전통산업 계열이 더 많았다.
화장품 연구개발제조 전문업체 코스맥스의 이경수 대표는 상사와의 갈등 끝에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그는 “월급쟁이 시절에 마음 아프고 괴로운 일도 많았는데
그게 다 경영수업이었다”며 “미래를 준비한다고 다른 일에 골몰하기보다 현재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고객, 상사 등과 잘 사귀다 보면 그게 다 사업할 때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했다.
“이런 크기의 산업용 보일러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두산중공업과 우리밖에 없다”고
자부하는 발전설비 전문업체 신텍은 10년 전 중공업계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회사
동료 5명이 차린 회사다. 2001년 매출액 13억 원에서 지난해 1332억 원으로 뛰었고,
2015년엔 1조 원을 달성하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겉보기에 화려하거나 한때 유행하는 것을 좇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화했다는 점이다.
골프존의 김영찬 대표는 전자회사에서 근무한 경험과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 인터넷을
결합해 골프 시뮬레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이경수 대표는 제약회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에선 화장품의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데 착안해 제조만 하는 회사를 차렸다.
이들은 사업 초기 실적이 없어 아무도 제품을 사주지 않고, 은행에서 돈도 빌려주지
않으며, 인재 부족에 허덕이면서도 ‘잘할 수 있다’는 투지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왔다.
최근 가젤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기업 수의 4%인 고성장 기업이 일자리 60%를, 영국은
전체 6%에 불과한 고성장 기업이 일자리 54%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덴마크 핀란드 호주 영국 네덜란드 등의 정부는 가젤기업 육성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창업 단계의 회사를 지원하면 절반 이상이 망해 일자리도 없어지지만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이 입증된 기업을 지원하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도 슈퍼가젤기업 1000개, 1만 개를 만든다면 취업난과 대·중소기업
갈등을 줄이고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임직원의 2주 휴가기]
“2주 휴가도 좋았고 다른 부에서 일한 경험도 좋았습니다.”
에쓰오일 K 부장은 사장의 방침에 따라 올여름 2주 휴가를 다녀왔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긴 휴가를 가진 그는 1주일은 가족과 여행을 다녀오고, 1주일은 혼자 지리산을
훑었다. 직장생활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본 시간이었다고 한다.
에쓰오일은 담당자가 휴가를 가면 2주간 다른 사람을 정식 발령한다. K 부장은
총무팀장의 역할을 대신했다. 자신의 업무에 다른 사람 일까지 하느라 무척 바빴지만
그 대신 다른 부서를 잘 이해하게 됐다. 그는 농반진반으로 “다만 그 부서원들을
사귀려고 밥 사고 술 사느라 돈을 너무 많이 쓴 데다 휴가가 길어서도 돈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 수베이 사장은 “한국은 그동안 고도 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이 어려운 것 아니냐”며 재충전을 권한다고 한다.
올 들어 임직원에게 2주 휴가를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대기업들이 많아졌다.
SK, 두산, 신세계, GS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만 해도 임원들은 여름에 하루나 이틀
쉴 뿐 1주일 휴가도 다 쓰지 못했다.
최근 젊은 3, 4세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서거나 직원들의 창의성이 강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 말 대표이사가 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42)은 “그동안
임원들은 1년에 1주일도 휴가를 안 갔는데 그러다 보니 항상 피곤해보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임원들도 2주 휴가를 가라고
권했다. SK는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워크 하드(Work Hard)’를 넘어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워크 스마트(Work Smart)’ 운동과 함께 2주 휴가가 진행되고 있다.
긴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은 휴가를 보낸 방식도 다양했다. 유럽여행이나 오지여행을
했다는 젊은 직원, 그동안 미룬 수술을 받았다는 50대 임원,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해 탐구했다는 사장 등…. 하지만 여전히 “취지는 좋지만
실제론 2주 휴가를 못 간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휴가기간이 한국에서만 화제가 되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는 종종 ‘미국인은 왜
유럽인보다 덜 쉬나?’를 놓고 토론이 벌어진다. 근면하기로 소문난 독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1353시간, 프랑스는 1457시간인 데 반해 미국은 1798시간이니 미국과
유럽의 차이가 크긴 하다. 한국은 2256시간.
휴가는 개인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슈다. 경제성장률, 출산율, 여성의
사회참여, 나아가 그 사회의 행복지수와도 연관된다. 경쟁과 성장을 지향하는 사회는
많이 일하고, 공동체와 안정을 중시하는 사회는 많이 논다.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보다 적지만 프랑스인들은 휴가시간을 절대 안 줄인다. 돈을 덜 벌더라도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과 유럽인의
근로시간 차이를 설명해주는 건 문화가 아니라 제도다. 유럽인이 미국인보다 놀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책의 차이가 근로시간 차이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말랑말랑해
보이는 휴가 이슈가 사실은 ‘정치적 문제(politically charged)’라는 것이다. 수십
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그래서 세계적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가?
[어느 벤처기업 사장의 경우]
“아주 싹 다 가져갑니다.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도 그보다는 덜할 거예요.
기업 비밀이나 법적 근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로 화제가 옮아가자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기업이 제품 원가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협력업체의 특허기술이며
제품설계도, 회계장부 등을 샅샅이 뒤져 가져간다며 흥분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의
설계도를 가져다가 계열사로 넘긴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은 입이라도 벙긋할 수 있으니 세상이 좋아진 편이란다. 거래가 끊길까
두려워 말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던 중소기업 사장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에 하청업체는 파트너는커녕 머슴만도 못한 존재예요. 하청업체 사장이
대기업 임원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죠.”
그는 얼마 전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를 청산했다. 지금은 해외 기업에만 납품한다.
해외 대기업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협력업체 사장을 만나 파티도 열어주고 같이 사업을
논의한다고 한다.
대기업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침을 튀기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새로 만들어낸 게 뭐가 있습니까? R&D(연구개발)는 있던 것을
좀 고치고 확대하는 게 R&D가 아니죠. 내로라하는 인재를 몽땅 데려다가 베끼고
바꾸고 마케팅하고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쳐서 이익 내는 것밖에 더했나요? 정말
새로운 거, 세상에 없던 기술은 전부 중소기업에서 만든 겁니다.”
십수 년간 대기업에 당한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경험했거나
들은 일부 현실일 뿐 전체는 아닐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기업은 몇 년 전부터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외쳐왔는데 그 온기가 아래까지 퍼지지 않은 모양이다.
납품단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원가
절감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건 중소기업인도 인정한다. 문제는 거래관행과 기업문화다.
가령 해외 대기업은 5억 원에 5회 납품 계약을 한다. 여섯 번째부터는 4억9000만
원으로 깎아서 납품해 달라고 미리 말한다. 비용 절감을 하면서도 협력업체가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은 5억 원에 1회 납품계약을 한다.
두 번째는 계약하지 않고 그냥 말로만 물건을 만들어놓으라고 한다. 물건을 다 만들어놓으면
‘4억5000만 원에 주려면 주고 아니면 말라’고 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연일 대기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 원하는 건 대기업의 몫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달라는 게 아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관행이 정착되고, 받아 마땅한 대접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1997∼2007년 국내 수백만 개의 중소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119개사,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2개사에 불과했다. 중견기업 수는 미국이 전체
기업의 2.4%, 일본이 1.0%인 데 비해 한국은 0.2%로 유난히 적다. 한국에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데는 협력업체가 이익 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게 해온 대기업의 횡포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몰아치듯 대기업을 압박한다면 단지 그때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선거용이나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손보기’로 이용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국가의 미래를 세운다는 자세로 꾸준히 시스템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해운업계의 두 여걸]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자신의 배에 오너스룸(Owner's Room)을
만들어 놓고 자주 승선했다고 한다. 오너스룸은 선주를 위해 침실 거실 화장실 등을
갖춘 공간으로 선주가 10년에 한 번 타든, 영원히 타지 않든 항상 선주를 위해 비워
놓고 깨끗이 청소해 놓는 것이 관례다. 대규모 선사들은 보통 수백 척의 배를 운영하기
때문에 선주는 이 배들을 모두 한 번씩 타보기도 어렵다.
배를 좋아했던 오나시스는 배에 그랜드피아노까지 갖춰 놓고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배 위에서 파티를 한다고 하면 호화스러운 장면만 떠오를지 모르지만
배를 타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최근 평택항에서 만난 한 선장은 4000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4000개가 들어가는
크기)급 컨테이너선을 타고 한 달 전 미국 뉴욕을 떠나 파나마를 거쳐 부산항에 잠시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다시 중국 칭다오로 떠날 예정이라던 그는 6개월 배를
타고 2개월 쉬고 하는 생활을 30년이나 해왔다.
그가 타고 다니는 배에는 도서관 탁구장 노래방 목욕탕 등이 있지만 아무래도
운동량이 부족해 배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한다고 했다. 젊은 선원들은 아가씨를
만날 기회가 없어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 외로운 바다 위 갑판에서 술을 마시다 파도에
휩쓸려간 사람 이야기, 운 좋게 커다란 거북의 등에 떨어져 살아났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뱃사람들에게 전해져 온다.
그런데 이처럼 거친 파도와 싸우며 바다를 누비는 장보고의 후예들, 한국 1, 2위
해운업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지휘하는 경영자는 공교롭게도 둘 다 여자다.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2003년부터, 한진해운의 최은영 회장은 2006년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다.
두 사람 모두 남편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기업을 이어받기 전에는 평범한 주부였다.
수년간 남편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가업을 이어온 이들은 최근 들어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임직원들을 한 명 한 명 보살피는 섬세한 경영으로
유명했으나 최근엔 세계 각국의 고객사와 선주들을 직접 만나며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엔 국내 해운사상 처음으로 1만 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인수해 명명식(命名式)을 가졌다.
현 회장은 최근 해외 해운전문지에서 선정한 세계 해운업계 파워 18위에 올랐다.
2002년 유동성 위기로 부산의 터미널을 매각한 지 8년 만에 지난달 22일 부산신항터미널
개장식을 여는 등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뚝심 있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국 근대 해운의 시초를 1950년 대한해운공사 발족으로 본다면 해운업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60년 사상 최악이라 할 만큼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은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고 현대그룹도 현재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운업체들의 실적도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
원자재와 화물, 가스 등을 실어 나르는 해운업은 국제무역과 나라 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더구나 한국은 중국 일본 독일 등과 더불어 세계 6위의 해운
강국이다. 한국 해운업을 이끄는 두 여제(女帝)와 모든 선원에게 신의 축복과 가호가
깃드소서!(배의 명명식을 할 때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