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이게 문재인 식 국무회의냐?-신고리 공사 중단

 

 

편한대로 대톨령제와 내각제를 섞어서 하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자

 

(편집자 주)

 

 

의원 내각제

 

의원 내각제를 하는 나라에서는 내각회의를 줄인 ‘각의(閣議)’에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 각의는 minister로 구성된다. 그러한 minister 가운데 서열 1번으로 의장을 하는 이가 prime minister다. 과거 동아시아 군주국은 임금 곁에서 국무를 하는 이를 재상(宰相)이라고 했다. 相은 지금의 장관 비슷한 것으로 이해되는데, 재상은 그러한 상 가운데 1번이다.
개화기의 일본은 minister를 相으로, prime minister는 首相으로 번역했다. 하지만 相과 首相은 보통명사이니, 고유명사는 일본적 전통을 살려 대신과 총리대신으로 정했다. 일본은 총리대신이 각의를 주재해 많은 것을 결정한다. 이러한 각의는 신라의 화백제도처럼 만장일치를 추구한다.
왕정 시절 재상이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임금이 조칙으로 발표됐다. 그때는 의회가 없었으니 법률 제정권은 임금이 행사했다. 조칙이 곧 법이었으니 재상이 주재한 회의는 오랜 논의를 해서 모두가 합의한 것만 임금의 조칙으로 발표하게 하였다. 왕정 시절에도 토론은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생겨난 것이 의회다. 의회는 법률 제정권을 가져갔다. 그러나 행정권은 임금을 수반으로 한 관료조직(행정부)이 행사했다. 때문에 행정부의 최고 조직은 국민 대표권과 법률 제정권을 가진 의원으로 구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의 전통을 따라 각의를 거쳐 의견이 일치된 것만 행정부의 명령으로 결정하게 했다.
이러하니 의원 내각제 국가에서는 의회가 있음에도 각의가 매우 매우 중요해졌다. 의회는 그들의 대표를 각의로 보냈으니 각의 구성원과 의회는 함께 책임을 지게 된다. 정치적 위기에 처한 총리는 의회를 해산시켜 새로 의회를 만들고 그 의회의 대표로 각의를 구성하고 각의를 이끌 사람을 총리로 삼아 나라를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미국식 대통령제

 

대통령제는 독재하기 아주 좋은 구조다. 미국식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에는 각의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관련된 일을 하는 장관들과 상의해 바로 집행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다. 미국의 장관은 secretary로 적는다. secretary의 뜻은 비서에 가까우니, 대통령 독재가 허용되는 구조다. 미국은 각의가 없으니 장관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독재를 하지 못하는 것은 강력한 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의회는 대통령과 더불어 국민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입법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가 정한 법률 테두리 안에서 결정을 하고 집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의회는 확대된 각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대통령제 국가에는 각의가 없다. 각의와 비슷한 국무회의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려면 관련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관련된 일을 하는 장관을 불러 논의하는 관계 장관 회의는 있다. 대통령은 의회가 만든 법률 안에서 관계 장관들과 논의해 결정한 다음 집행을 하는 것이다. 국회가 법률로 허용해준 범위 안에서 독재이든 아니든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혼합형 대통령제

 

그리고 중간형이 있다. 의원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섞어 놓은 것이다. 독일은 대통령이 있고 총리도 있지만 의원 내각제이다. 독일의 대통령은 의원 내각제를 하는 나라의 임금처럼 실권이 없으니 대통령과 총리가 있다고 해서 혼합형으로 볼 수가 없다. 임금을 상실했기에 그 대용으로 대통령을 뽑는다고 보면 된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중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혼합형을 하는 나라에는 한국과 프랑스가 있다. 흔히 혼합형의 원조를 프랑스로 보는데, 내각제를 하던 프랑스가 드골에 의해 혼 합형 대통령제로 바꾸기 전에 대한민국이 먼저 혼합형을 했다. 6.25전쟁 중 이승만 대통령 주도로 이뤄진 발췌개헌이 혼합형 대통령제의 시작이다.
그 전에 제헌헌법으로 만든 대통령제는 지금이 독일처럼 의원 내각제에 가까웠다. 그때의 대한민국 대통령은 통수권만 행사할 수 있었다. 국정은 총리가 책임졌다. 그런데 6.25전쟁이 일어나자 통수권을 가진 대통령이 힘을 쓰게 되었다. 전쟁을 잘 하려면 전쟁 이외 부분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을 잘 아는 이승만 대통령은 통수권을 활용해 전쟁을 수행하다, 비(非)전쟁 분야도 자신이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미국식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했다.
그러자 그에 대한 반대가 많이 나와 대통령제와 의원 내각제에서 좋은 것을 발췌한 개헌안이 만들어져 국회를 통과했다. 이름 하여 발췌개헌이 이뤄진 것인데, 이것이 혼합형 대통령제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드골이 유사한 제도를 프랑스에 도입했다. 둘의 공통점은 미국식 대통령제로 가지 못해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허점을 이용했다(?)

 

발췌개헌에 따라 보다 분명한 대통령제로 돌아섰음에도 한국은 내각제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 장관은 minister로 적고 총리를 둔 것이 대표적이다. 각의와 비슷한 국무회의도 두었다. 그런데 국무회의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의원 내각제의 각의는 아니니 심도 있는 토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한 다음 만장일치의 합의를 내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무회의는 심의만 할 뿐 의결을 하지 못하는 기구가 된 것이다.
실제로 지금 헌법은 국무회의는 심의만 하지 의결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하니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정한 것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하기 쉽다.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중요한 탈핵선언을 했는데, 이는 국무회의나 관계 장관과의 논의를 하고 한 것이 아니었다. 전형적인 대통령제 국가에서 하는 것보다 더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선언을 하더라도 국회가 만든 법 안에서 해야 한다. 국회는 원자력에 관한 법을 만들어놓고 있다. 탈핵선언은 그러한 법과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충분한 검토를 하고 발표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탈핵선언 법을 어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한 문 대통령은 최초의 국무회의를 열어 갑자기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심의하게 했다. 국무위원을 겸하는 장관들과 만장일치의 위한 논의를 붙인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미 탈핵을 선언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답답한 것은 ‘떠나야 하는 국무위원들’도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왜 떠나가야 할 국무위원들은 바른 말을 하지 못했을까. 왜 에너지정책을 세웠던 부서의 장관은 왜 꿀 먹은 벙어리로 있었던 것일까.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 熟考하자

 

우리는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장점을 도입해 혼합형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각각의 단점도 모두 수용해 놓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탈핵 선언은 의회가 정한 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대통령제의 원칙을 어긴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을 결정할 때는 의결권 없는 국무회의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의원 내각제의 정신가 벗어난 것이다.
이리 봐도 편법, 저리 봐도 불법으로 결정된 것이 탈핵선언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이다. 마침 동아일보가 아래와 같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결정한 국무회의 토론 내용을 보도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러한 수준에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문 대통령의 탈핵선언을 계기로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해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 대통령은 “이게 나라냐”라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원했던 정치가였으니 더욱 그러하다. 문 정부는 개헌을 하겠다고 했으니 우리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탈핵선언을 계기로.

——–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핵선언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그의 선언은 적법한 것인지 다시 검토해보야 한다--동아일보

 

 

原電 중단 결정, 세마디 회의로 끝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서 공사 중단이 가져올 문제점과 법적 논란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날 공사 중단 방침 결정과 관련해 “국무위원들 간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무회의장에서 의견을 제시한 국무위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단 2명에 불과했다. 관계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가 에너지 백년대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원전 건설 중단을 놓고 부처 간 토론이나 사전 논의는커녕 회의 당일 구두보고와 세 마디 회의로 급하게 결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2조6000억 원이 투입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엇박자가 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회의록을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신고리 5, 6호기 논의는 통상적인 의안심의 및 부처보고가 끝난 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구두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당일 회의 상정이 예고됐던 안건은 9건이었는데 신고리 문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은 대체로 상정 안건에 대해 미리 통보받고 회의에 참석한다. 하지만 구두보고 안건은 그때마다 이슈가 되는 문제를 긴급하게 다루는 것이라 미리 파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문제를 둘러싼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었는데도 정부는 국무회의가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사실과 거리가 먼 얘기를 했다. 브리핑을 주재한 홍 실장은 “오늘 대통령께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문제 공론화 방안에 대해서 국무위원들 간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는 활발한 토론이 생명이다. 대통령이나 총리의 지시를 하달하거나 준비된 안건을 이의 없이 통과시키는 국무회의는 살아 있는 국무회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13일 경북 경주 본사에서 신고리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최혜령 기자

이정훈 에 대해

hoon@donga.com 주간동아 편집장과 논설위원 등을 거친 동아일보 기자. 묵직하고 심도 있는 기사를 많이 써 한국기자상과 연세언론상, 삼성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국방과 정보 원자력 우주 해양 산악 역사에 관심이 많고 통일을 지론으로 갖고 있다. 천안함 정치학, 연평도 통일론, 한국의 핵 주권, 공작, 발로 쓴 반동북공정 등을 저술했다. 기자 인터뷰 보기 - "국정원 신화 벗기고 싶었다"

댓글(1) “[동아일보]이게 문재인 식 국무회의냐?-신고리 공사 중단”

  1. 기린 7월 13, 2017 at 10:45 pm #

    대선때 TV토론 제대로 봤으면 이럴줄 알았어야 정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