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했다.
처음 그를 봤을 때 그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공포택시(실수입니다. 공포택시의 주연은 김명민이
아니라 이서진입니다)라는 영화에서 처음 그를 봤을 때 그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영화 자체가 뭐 연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잘 보이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배우로서의
자질이랄까, 기술이랄까.. 그런 것들이 매우 설 익어 보이는 배우였다.
이 부분에 대한
실수는 뭐라 할 말이 없다. 글 자체의 신뢰를 잃어버릴 만한 실수다. 왜 이서진을
김명민으로 착각했는지.. 내 머릿속에서 두 배우의 공통점과 관련한 변명은 있으나,
변명할 여지조차 없다.
수정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면 밑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실수는 그대로 둔다.
그 뒤 이제는 고인이 된 장진영과 함께 연기한 "소름"이라는
작품에서 그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다는 평은 들었으나, 아쉽게도 그 영화는 보지
못했다.
내가 그에게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드라마 때문이었다.
고두심 선생님의 멋진 연기가 빛났고, 김흥수도 일생일대의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드라마였다. 아, 물론 주현 선생님과 배종옥씨 또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셨었다.
이 드라마에서 일견 "구멍"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쪽이 김명민과 한고은의
커플 쪽이었다.
한고은의 연기에 대해서는 뭐 딱히 말하고 싶은 바가 없고, 김명민 또한 다른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랄까.. 그는 다음 작품을 보고싶은 연기자였다.
어떻게 보면 좀 둔탁하고, 좀 딱딱하고, 좋게 말하자면 우직한 그의 연기가 나는
좋았다.
TV 연기자들의 장점이자 또 한편 함정이기도 한 "능수능란한 테크닉"이
없는 그였기에, 오히려 인물로서의 진정성이 보였다고 할까?
"이 남자는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할 것이다"
라는 딱히 근거 없는 믿음을 나는 가졌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그 뒤로 그는 꽤 긴 공백기를 가졌고, 나중에 접한 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연기를 접고 이민을 갈 생각까지 했다고 하니 참 힘든 시간을 보낸 듯 하다.

그리고, "불멸의 이순신" !!
기획 단계부터 이순신 장군 역을 누가 맡을까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았었고,
나는 속으로 "제발 최수종씨만은…"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수종씨는 매우 훌륭한 방송 연기자이지만, 그의 훌륭함이라고 하는 것이 지극히
테크닉적인 측면에 치우쳐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순신 장군 역만큼은 그가 맡지
않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성주 감독은 참 감사하게도 김명민을 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아해했고, 심지어 "김명민이 누구?" 라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었다.
하지만 나는 무릎을 치며 "옳다구나" 를 외쳤고, 쓸데 없이 기쁘기
까지 했었다.
첫째는 이순신이라는 우리가 잘 아는 듯 하면서도 사실은 미지의 영역에 있는
큰 인물을 어떤 선입관이나 고정관념 없이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그라고 생각했기에
드라마를 위해서 기뻤고, 둘째는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정말 좋은 기회를 잡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위해 기뻤다.
그리고 "불멸의 이순신"은 드라마로서 큰 성공을 거뒀고 김명민 또한
배우 인생의 절정을 향해 달리는 출발점을 이 드라마를 통해 찍게 된다.
그 다음 김명민을 본 것은 "하얀 거탑" 에서였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외과의 장준혁의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좋아졌고, 강해졌고, 열정을 폭발시켰다.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강한 캐릭터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장준혁"을
그는 자신의 방법으로 완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의 인생 최고의 드라마였던 "하얀 거탑"에서
불운의 전조가 보였던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는 완벽한 연기를 위해 "장준혁"이라는 인간에 대한 접근과 "외과의"라는
직업에 대한 접근을 동시에 철저히 수행했다.
그리고, 참으로 잘 해냈고, 많은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 외과의의 동작과 소름끼치도록 똑같았다"라고
평을 받는 그의 노력과 그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은 이 후 그를 자신이 만든 함정에
스스로를 가두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후 출연한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그는 괴퍅한 지휘자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매우 훌륭히 수행했다.
역시 "실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도 될 만한 실력"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인간 "강마에"에 대한 배우 김명민의 탐구는 "불멸의 이순신"이나
"하얀 거탑"에 비해 후퇴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 김명민은 "지휘자" 역할에 최대한 접근했지만, 그리고 그 엄청난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가 창조한 인간 "강마에"는 "이순신"이나
"장준혁" 만큼의 깊고 두터운 캐릭터로 창조되지 못했고, 몇몇 어록들,
예를 들어 "똥! 덩! 어! 리!" 같은 대사, 혹은 씬 들로만 나의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그의 궤도이탈은 그 각도를
더욱 넓히게 된다.
그는 루 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극도의 다이어트를 감행하고, "역시
김명민, 배우혼의 김명민" 이라는 찬사를 듣는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환자 창조하기", 혹은 "환자에 몰입하기"에
기형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작품의 성공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배우로서
그가 가는 길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파괴된 사나이"와 관련한 홍보기사였다.
이제 그는 며칠 밤을 새워 딸을 찾는 아버지의 연기를 리얼하게 하기 위해 며칠
밤을 실제로 새웠다고 이야기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이 친구가 왜 이렇게 망가지는 길을 가나?"
라는 생각을 했다.
밤을 새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배우가 밤을 새운다?
이건 정말 아니다.
물론 영화 홍보를 위해 그의 투혼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가, 배우의 연기가 이런 포인트로 자랑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그에게는
치욕적인 일이다. 그는 알까?
연기는 배우라는 인간이 세상과 전면적으로 맞서는 일이다.
자신과 세상 사이의 벽을 해체하고, 자신과 인물 사이의 거리를 좁혀 자기 자신을
여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배우의 노력은 전면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전면적인 노력은 고통스럽고 어렵기에 몇몇 배우들은 편법을 사용한다.
어느 특정한 부분을 갈고 닦아서 그것으로 관객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고, 거기에서
묘한 감정적 고양을 이끌어낸다.
나는 그런 연기를 비겁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비겁한 연기 보다는 못하는 연기가 낫다고 생각한다.
비겁한 연기는 관객을 속이는 연기이기 때문이고 그런 연기에는 삶의
진실이 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진솔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더 이상 "스페셜"한 연기를 깊게 파지 말고, 예전의 우직하고
힘 있고 건강한 배우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조선 명탐정"은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기대되고 한편으로는
보기가 좀 두렵다.
추가) 덧글들을 보고 몇마디 더 해보련다.
나는 내 포스트에 내 생각을 쓸 뿐이고, 거기에
감상을 다는 것은 이 포스트에 오시는 분들의 자유이니 뭐라 말하지 않겠다.
김명민의 필르모그라피를 나열함에 있어 큰 실수를 했고, 그에 대해서는 이미
수정하고 사과 한 바 있으니, 이에 대한 덧글은 좀 사양하고 싶다.
가능하면 일일히 대답을 달고 싶은데 같은 얘기 반복하는 건 두세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니가 뭔데 지적질이냐" 하는 댓글도 사양한다.
내가 알 파치노가 아닌 이상 연기에 대한 글은 아예 쓰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몇몇 분들이 분노하며 말씀하시듯, 김명민은 좋은 배우다. 누가 아니래나?
그러나 그는 분명히 그의 장점이 함정이 되는 위기를 겪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매우 좋아하고, 그런 면에서 불안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뭐 그걸 지적하려고 좀 무리수를 뒀을 수도 있고, 충분히 친절하고 예의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의 모든 작품을 다 보고, 충분히 찬양질을 한 이후에야 그에 대한
우려를 표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지 않을까?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치열함이 바른 방향을 향할 때 그가 더 많은 것을 보여주리라고
굳게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