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석 양모 담요

카테고리 : 물성+감성...my stuff | 작성자 : 냉면원샷

억울한 땅콩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번 회항 사건에 연루된 견과류는 나뭇가지에 열매가 달리는 마카다미아로 땅 속에서 자라는 우리와 전혀 무관합니다.”

물론 나 또한 1등석엔 앉아보지 못했다. 근처에는 가봤다. 모 항공사가 새 비행기를 들여와 미디어데이를 하며 내부를 잠시 공개했을때, 1등석 공간으로 들어가 사진취재해 본 것이 전부.

하지만 상위 클래스 서비스는 본의 아니게 받아봤다. 출장차 지난 몇년 간 ’001호’ 뱅기를 여러차례 탈 기회가 있었기 때문. 이 뱅기의 객석 위치는 간단하다. 앞부분은 나랏일로 바쁘신 높은 분들이 앉으시고 일반 수행원과 기자들 자리는 뒷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래도 먹거리 서비스는 앞자리나 뒷자리나 비슷하다고 한다.

아, 이 항공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D모 항공은 얼마나 센스있는가 감탄했다. 비록 윗석과 아랫석으로 나뉘어 있지만, 먹는 거만큼은 똑같다니. 자리가 좁은 건 참을 수 있으나 먹는 걸로 차별을 두면 한국인은 바로 폭동을 일으킨다는 걸 D모 항공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D모 항공 뿐이랴… 구름 위에 사시는 높으신 분들, 유명세로 사는 셀러브리티들, 선거 때마다 민중이 되시는 정치인들도 이를 너무나 잘 아신다. 하여 가끔 길거리 호떡도 먹고, 떡볶이도 먹고, 치맥도 흡입해 주시는 것이다. 당연히 셀카로라도 찍어서 SNS에 올린다. 그래야 친근감을 살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임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무상급식 문제로 갈등을 빚을 때도 “부잣집 아이와 우리 아이가 같은 밥을 먹게 된다”는 한마디로 분위기가 반전되지 않았는가. 결국 또 먹는 얘기에 잠시 흥분했다. 엇나가서 죄송^^.

덕분에 나도 꼽사리껴서 ‘상위클래스 서비스’를 받아보곤 한다. 이게 비즈니스석 서비스인지,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인지는 몰라도. 물론 이런 등등의 이유로 탑승료가 일반 이코노미석보다 비싸다. 먹는 거만 잘 주면 모두들 순한 양이 된다는 놀라운 비법을 아는 D모 항공이 왜 오너 딸의 행태에 대한 비법이 따로 없었는지 지금도 의문이지만.

자리에 앉으면 바로 ‘enterance(입장) 서비스’가 시작된다. ‘인삼한뿌리’ 등 건강음료를 건네는게 일반적인데, 이어 승무원이 묻는다. “라면 드릴까요?”

‘라면상무’ 사건이 기억나시는지. 이 양반도 이 입장서비스를 받으며 오바 떨다가 직장잃고 망신을 당했다. 주면 감사히 먹고, 덜 불었으면 뜨거운 물을 더 달라면 될 것이지… 쯧쯧. 라면상무님은 신라면을 주문했다가 망신을 당했는데 더 있다. 새우탕면, 튀김우동면도 있다. 이걸 즉석밥(햇반)과 함께 준다. 물론! 김치도. 잠튼 난 원래 컵라면을 잘 안먹기 때문에 입장 서비스를 정중히 사양하던 중 최적의 조합을 찾았다.

​<문제의 그 마카다미아 봉지. 뜯기 힘든게 사실이다.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 인터넷에서 훔쳤다.>

바로 마카다미아와 탄산생수다. D모항공에서 제공하는 마카다미아는 하와이 산으로 작은 봉지에 20알 쯤 담겨있다. 생알은 아니고 소금이 가미돼 있다. 이걸 페리에 생수(커피숍에선 무려 4000원에 파는 그거!)랑 같이 마시는 걸로 나의 입장 서비스는 완성… D모항공 서비스에 페리에 탄산수가 포함돼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주로 콜라들을 주문해 먹는다. 말리고 싶다.

나의 경우 아예 “마카다미아 많이 주세요”라고 읍소해 5봉지쯤 얻어먹는데, 이 때 승무원이 직경 13cm쯤 되는 작고 하얀 멜라민 접시를 같이 준다. 미안하게도 조 전 부사장의 주장대로 까서 주는 경우는 못 봤다. 근데 문제는 실제로 이 봉지 마카다미아가 껍질을 까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산제품이라면 민감한 소비자들이 항의해 잘까지도록 흠집도 내고 ‘open here’ 또는 ‘tear here’라고 정성스레 써 놓았을 텐데 이게 천조국민들이 불친절하게 만드셔서… 허허

이게 까기가 쉽지 않으니 그동안 이전 승무원들은 봉지를 까 드렸는데 이번 사무장께선 규정대로 그냥 드렸나 보다.

D모 항공 서비스 견과류는 이 외에도 비슷한 모양의 빨간봉지(꿀땅콩)도 있다. 아마 회항 사태에 이 빨간봉지가 엮였다면 땅콩은 성명서도 못 내고 더 깊은 땅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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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사건 아니 마카다미아 사건으로 갑작스레 우리집에 있는 1등석 물건이 생각났다. 담요.

2002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A모 항공 홍보실 직원의 민원을 해결해 준 적이 있다. 무척 곤란한 상황에 빠졌던 그 직원의 문제를 ‘조용히’ 해결해 줬다. 아 오해는 마시라… 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뒷구녕 쑤시는 일도 아니었다. 무척 불공정한 문제로 이 직원은 당황해 했고, 마침 관련자 중에 지인이 있었을 뿐이다.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 직원분은 무척 고마웠는지 아니면 답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선물을 건넸다. 당연히 정중히 사양하는데 “고객들에게 드리는 사은품이다”라며 원래 협력업체에도 뿌리는 기념품이라며 괜찮다고 해 받았다. 추정해 보건대, 아마도 ‘진상’을 떠는 일부 고객의 입막음(?)용 기념품이 아니었다 싶다. 그게 아니면 뭔가 불익을 받은 승객에게 미안함의 표시로 주는 것이거나. 물론 이미 10년도 더 전의 일이고 요즘에 이런 사은품이나 기념품은 없지 않을까 한다.

한 때 항공사 담요가 한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해외여행자유화와 함께 배낭족들이 나갈 때였는데, 나 또한 출장길 유럽기차 안에서 싱가폴 에어라인, 아시아나항공 등 담요를 덮고 잠을 자는 사람들은 모조리 한국 승객들뿐… 이었다면 거짓말이고 외국애덜도 많이들 덮고 있었다.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릴 때 슬쩍 갖고 온 것이리라.

​<존 호르스폴과 그 아들들… 인터넷을 뒤져봐도 이 브랜드는 없다. 지역의 작은 양모직조업체이거나, 아님 2008년 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파산?>

잠튼 1등석 담요답게 양모 종주국(?) 잉글랜드 제품이시다. 런던 출장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인근 도시로 이동 중 영국이 온통 골프장인 것을 보고 깜놀한 적이 있다. 안내인에게 “골프도 영국이 종주국이라더니 주변이 다 골프장이네요” 물었더니 “ㅎㅎ 골프장이 아니라 그냥 초지에요”라는 썰렁한 대답이… 정말 그 골프장(?)들엔 골퍼 대신 양들이 풀을 한가로이 뜯고…

요즘 이 양모담요의 주 이용객은 우리집 막내다. 양모가 원래 그런 것인지, 이 담요가 직조방식이 훌륭한 것인지 몰라도 보풀이나 먼지가 거의 없다. ‘남의 털’이라 그런지 왠만한 이불보다 따듯. 얇아서 가볍기도.

이 비행기 모형도 같이 받았다. 합성수지로 만든 이 회사의 주요 기념품이시다. 크기도 3종류로 아는데 중간크기 것을 받았다. 땅콩회항, 아니 마카다미아 리턴 때 1등석 옆자리에 앉았던 다른 손님에게 D모항공이 “국토부 조사 때 잘 좀 말해달라”며 미리 건넸던 선물도 이런 모형이었다. 사실상 “거짓말 잘 부탁한다”고 하면서 이 기념품을 줬을 때 이 분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 분이 경제적으로 상류층이어서 그런게 아니다. 그냥 이코노미석 탑승객들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불쾌했을 것이다. 적당히 잘 말해달라고 하면서 이런 선물이나… 문제는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와 솔직한 반성이었다.

부사장님이 여러번 포토라인에서 유일한 말은 “죄송합니다” 였다. 다른 말은 일절… 대체 뭐땀시 왜 미안하단 말인가. 유치원생들이 읽는 그림책에도 사과를 할 때는 “네 물감을 못 쓰게 만들어서 미안해” “네 과자를 던져서 미안해”라며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하라고 써 있는데…

애초부터 쿨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발빠르게 구체적으로 사무장이나 승객, 국민들에게 했다면… 역시 사과는 진심과 타이밍이 아닌가 한다.

 

5 thoughts on “1등석 양모 담요

  1. 밤안개

    오너, 임원, 홍보실이 하나되어 위기를 악화시킨 ‘모범사례’로 위기관리 교과서에 기록될거임.

  2. qqq

    ㅋㅋㅋ
    그 어떤 말, 그 어떤 짓을 했어도,,,

    조현아는 구속!

    찍히면 간다!

    인민재판 하는 대한민국~

  3. 해풍아

    양모 담요 제조 업체는 아직도 건재 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구글 해보시면 확인 되는데요. 멀쩡한 업체 파산 시키고 계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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