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에는 없는 그것

카테고리 : image + insight | 작성자 : 냉면원샷

 

축구선수들은 뭐가 아쉬워서 저리도 죽어라 뛰는 걸까요. 경기에서 졌다고 펑펑 우는 그들의 투혼을 보고 있자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애국심? 물론 월드컵축구라는 것 자체가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일전,스코틀랜드-잉글랜드전, 네덜란드-독일전 같은 경기는 몇경기 안 됩니다.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선수가 금메달을 도둑맞아 이번 월드컵첫경기인 러시아전에서 민족적인 감정이 표출될 줄 알았는데 전혀 없었죠. 세계적인 전쟁이 한동안 없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민족주의적 투쟁심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국가형성과정에서 내셔널리즘이란 것이 상대적으로 투미했던 아프리카 선수들은 어떤가요. 이번 월드컵에서 카메룬 선수들은 훈련과 경기수당 문제로 브라질행 비행기를 늦게 탔습니다.  결국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일찌감치 탈락… 또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고도 수당을 숙소에서 현금으로 받고는 환호성을 지르는 가나 선수들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기도 했죠.

 

그렇다면 돈때문에 월드컵에?
이번 브라질대회 우승상금은 다 합쳐 4500만달러(450억원)에 이릅니다. 준우승해도 3500만달러를 거머쥡니다. 물론 이돈을 다 선수들이 갖는 건 아니고요, 각국 축구협회가 챙깁니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우승수당으로 선수들에게 4억원을 내걸었습니다. 잉글랜드는 6억원, 독일도 4억원, 네덜란드는 3억5천만원,프랑스는 3억5천만원, 스페인은 최대인7억원이넘게약속을했습니다.

 

물론 우리같은 서민에겐 언감생심인 로또지만, 이미 수백만~수천만달러의 몸값을 받고있는 선수들에게 의미가 있는 돈일까요. 아직 몸값이 저렴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신예들에게도 상금자체는 큰 의미가없습니다.

 

2012년런던올림픽때 홍명보감독은 라커룸에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편지’를 틀었다죠. 병역문제로골치아픈 젊은 선수들에겐 훌륭한 자극이 됐을 듯 합니다. 이 신기한 현상을 외국언론들이 흥미롭게 다루기도 했죠. 하지만 병역문제는 한국에만 특화된 현상입니다. 보편적인것은아니죠.

 

대체 선수들은,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이런 민족주의이벤트에 왜 목숨걸듯 덤빌까요. 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할까요.

 

저는 그 이유를 ‘클럽’에서 찾습니다. 프로선수들은 여러 클럽을 옮겨 다닐 수 있지만 ‘마음의고향’인 클럽은 단 한개씩뿐이라고 합니다. 뿌리가 확실한 사람은 늘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SNS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독일쾰른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국인이 남긴 글입니다.

 

“퇴근후 독일친구들과 독일-포르투갈전을 봤다. 초반부터 두골에 상대선수 퇴장에 독일승리가 확실했던 후반 끝무렵, 골 아닌 함성소리가 들리길래 봤더니 쾰른 도시가 사랑하는 루카스 포돌스키가 교체투입됐다. FC쾰른이 자랑하던 이 선수가 한때 바이에른 뮌헨에 이적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벤치만 지키자 쾰른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던 이 선수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쾰른구단이 감당할 수 없었던 이적료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맥주한잔마실때마다 돈을 냈고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성금을 모아 막대한 이적료를 뮌헨에 지불했고 선수를 지켜냈다 … 이런 게 독일축구의 힘이고 수준이다”

 

만약 여러분이 포돌스키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쾰른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자신이 자랑스레 국가대표에 뽑히고, 월드컵경기에 나선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뛰시겠습니까. 쾰른시민들이 분명히 TV중계로 보고 있을텐데 허투루 뛸 수 있나요. 슬슬 대충뛰다가 고향 클럽팬들에게 미움이라도 받으면 그걸로 축구인생 끝입니다. 돌아갈 곳을 잃는 겁니다.

 

유럽이나 남미의 선수들에겐 자신의 뿌리와 기원(origin)이 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도시와 클럽이 있습니다.연봉 때문에 비록 팀을 옮기더라도 은퇴 직전엔 고향팀에 복귀하고픈 게 이들의 꿈입니다.

 

박찬호선수가 선수인생 마무리를 고향팀 한화에서 한 것도, 박지성선수가 수원에 축구와 관련된 많은 기부를 하는 것도 서구의 문화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 국가대표들도 밤새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를 위해 뜁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대부분 국가대표 경기만보는 분들입니다.그것도 월드컵이나 올림픽정도 되는 빅경기만요. K리그경기장은 수원-서울전 정도를 제외하고는 텅텅빈채로 진행됩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K리그팀이 올라가도 tv중계도 없을 때가 허다합니다. 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이 이런식으로 형편없이 감독을 마구 바꿔치기 한다면.. 아마 남미나 유럽 같았으면 클럽팬들을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났을 겁니다.

 

월드컵이 끝나자 K리그를 보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좋은의견입니다. 2002년한일월드컵 한국팀의 마지막 경기때 붉은악마는’ cu@k리그’를 카드섹션으로 내걸었습니다. 이후는?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얼마 못 가 텅텅비었죠.

 

이번 월드컵에선 주심들이 1분뒤에 사라지는 흰색 스프레이로 프리킥 수비위치를 바닥에 표시합니다. 그걸 본 국내팬들은 ‘K리그에서도 이것을 도입하자’고 했는데… 이미 K리그에선 올해초부터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자칭축구팬들도 K리그에 워낙 관심이 없다보니 흰색 스프레이를 쓰는 장면을 못 본 것이지요.

 

국내리그와 국가대표는 연결돼 있습니다. 해외파가 대표팀의 다수지만 국내리그가 그래도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게 ‘선수배출의 젖줄’ 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과 두려움’을 동시에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국가대표이기 이전에 ‘내 고향과 클럽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표에서 탈락한 브라질의 카카도 AC밀란을 나와 원소속팀인 고향의 상파울루팀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이제 나이 32세인 그는 고향팀을 ‘마지막팀’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축구선수들은 주로 30대 초중반에 은퇴를 합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나이입니다. 아무리 화려했다해도 선수생활을 마치고도 제2, 제3의 인생을 시작해야 합니다. 어디에서 살아도 자신을 늘 자랑스레 여기는 고향이 기반이 돼야 합니다.

 

유망주들이 국내에서 프로를 시작하기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시작한뒤 유럽이나 중동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파는 좋은 자산이지만, 자칫 뿌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등학생들의 경우 1-2학년때는 잔심부름이나 하고 경기에 출전 못 하니 아예 축구선진국으로 유학을 가는 일도 허다합니다. 즉 우수선수를 발굴하는능력을 한국축구협회가 잃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선수들이 신뢰하지 않던가요.

 

K리그 대신 프리미어리그를, 분데스리가를 많이 보십니다. 물론 그들의 경기력은 뛰어나고 한국선수들이많이 진출해있기도 합니다. 축구협회가 자체 개혁보다는 늘 줄세우기 등에 치중하는 이유도 팬들이 국내리그에 관심이 없어서 입니다. 평소에 무관심하다가 어쩌다 있는 대표경기에만 신경을 쓰면 되니 무사안일해지기 십상이죠.

 

언제까지 선수들에게 ‘유니폼의태극기를생각하라’는 식의 애국심만을 강조할 건지요. 우리 대표선수들의 국민들의 책망이 두려워 열심히 뛰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것이 큰 압박이자 사랑이겠지만 선수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공항에서의 엿사탕 세례가 아니라 마지막에 돌아가고 싶은 고향의 클럽이 아닐까 합니다.

 

 

6 thoughts on “한국축구에는 없는 그것

  1. 희 망

    k -리그를 포함하여 지상파 방송국이 프로축국를 포함한 여타 축구경기를 중계방송에 너무 인색 한것 아님니까. 물론돈이 되지 않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KBS는 해야된다고봅니다, 그럼 편파중계방송이라고 항의가 오겠지요,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 내지 국격향상 면도 고려해 보심이 어떠 하신지요!!!!!!

  2. ilsong

    냉면원샷님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이제는 애국심이 아니고 실제적관심과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TV중계는 필수이고 행정적난맥상은 지금으로 끝을 냈으면 합니다.협회가 우선 개혁되어야하고 어린선수라도 인격을 존중하여 심부름이나 하는짓이라 생각하지 않도록 개인을 존중해주는 풍토가 필요합니다.심부름꾼이 필요하면 필요한 예산을 만들어 심부름 하는사람을 기용해야 합니다.선수들의 개인적 인격을 존중해주는 풍토가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국가 대표팀의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세우는 세울수있는 분위기를 만드는일에 매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애국심을 동기부여로 하는 건 개인 소득 5000달러 이하시절 얘기 같아요. 축구가 몇년만에 한번 보는 이벤트가 아닌, 실제 생활과 이어지는 문화가 돼야 좋은 성적도 나오게%ㅆ죠.

  3. 자유시민

    한국축구 대표팀은 공을 발로 차면 잘 굴러가고 멀리 날라간다는 것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그들은 공을 다룰줄 모른다는것입니다.

  4. 누구시길래

    굳이 멀리 있는 외국을 보지 않아도 한국의 야구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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