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소시오패스

카테고리 : image + insight | 작성자 : 냉면원샷

 

영국 BBC 드라마 ‘셜록’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절친인 존 왓슨박사의 결혼을 앞두고 셜록은 신부의 옛 남친을 찾아 “결혼식 때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며 강력한 경고를 합니다. 이에 발끈한 남자가 “너는 싸이코패스다”고 소리 지르자 셜록이 검지를 들어 흔들며 한마디 하죠.

 

“아니, 난 소시오패스야”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번역합니다. 간혹 뉴스에만 등장하던 생소한 용어인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신성록씨가 섬뜩하게 연기해 알려진 말이고요.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천적인 것으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며 법적 윤리적 개념이 형성되지 않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후천적인 영향으로 탄생하며 나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정식 용어가 아닐뿐더러 명확히 구분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모두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인물을 지칭하는 용어일뿐이라는 거죠)

 

전문가들은 소시오패스가 공감 능력이나 죄책감이 없고 자신의 이익과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들을 통칭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합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남을 자신의 이익에 맞게 조종하거나 거짓말을 일삼는 등의 특성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죠. 한마디로 “당연히 있어야 할 양심이 없는 인간”입니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는 전체 인구의 4%가 소시오패스라고 주장합니다. 전체 인구의 4%인 만큼 교도소에 소시오패스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네요. 미국 정신분석학계에 따르면 미국 내에 수감된 수형자들 중 평균 20% 안팎만이 소시오패스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소시오패스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스타우트는 “우리는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 폭력적인 범죄자 소시오패스보다 더 많은 ‘비폭력적 소시오패스’의 존재를 알지 못하며 알아보지도 못한다”라고 합니다.

 

다른 학계에선 소시오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시오패스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전체 인구의 16%로 봅니다. 7~8명 중 한명입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100명의 지인이 있다면, 확률적으로 16명이 소시오패스 성향이 강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주 가는 동호회 모임이 15명이라고요? 확률적으로 2명이 소시오패스입니다.

 

소시오패스를 만나신 적이 없다구요. 아래를 보시죠. 제가 정리해본 소시오패스의 특징 몇가지 입니다.

 

1) 절대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 불가피하게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무표정하고 무뚝뚝하게 ‘미안합니다’ 또는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라고 딱. 끝. 마치 “사과했으니 더 이상 거론말라”고 하는 듯 합니다.

 

2) 책임감이 없다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무관한 척 한다)

 

3) 약속을 자주 깨면서도 미안함이 없다

 

4)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윗분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아랫사람은 못 잡아 먹어 안달)

 

5)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성격을 카리스마나 리더십으로 위장한다. 자신의 성과를 침소봉대해 떠벌인다.

 

6) 친구나 동료 사이를 이간질해 갈등 일으키기를 즐긴다

 

7)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집단의 위험도 감수한다

 

8) 연애 경험은 많은데 연애 기간은 짧다. 잘 만나는데 오래 가질 못한다.

 

9) 잘못이 들통나면 바짝 엎드려 불쌍한 척 하며 동정심에 호소한다.

 

10) 주변 사람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무관심하다.

 

어떻습니까.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나요? 10가지 특징에 완전히 해당되지 않더라도, 5개 정도만 해당되도 소시오패스 성향이 다분히 있는 사람입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세월호의 선장은 구속되면서 포토라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떠셨습니까. 공허한 눈빛의 그가 던진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셨습니까. 입으로는 사과를 하지만 과연 진심이었을까요. 구조된 뒤 선장이 아닌척 하고, 병원에서 젖은 돈을 말리고, 지급된 식사를 싹싹 비우고, 교도소로 가며 “방장이 누구냐”를 물었던 것으로 봐서 그에겐 기본적인 양심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유감입니다”… 이렇게 사과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경험합니다. 실제로 이런 사람에게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라고 하면 아마 이런 항변의 대답을 들을 겁니다. “솔직히…내가 뭘 그리 잘못했나요?”

 

자신을 ‘민간잠수사’라고 소개한 뒤 생중계 방송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속을 다 뒤집어 놓은 온갖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놓은 사람. ‘리플리 증후군’이기 앞서 그냥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합니다. 겁을 먹고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서는 취재진 앞에서 “잘못했습니다”라고 훌쩍이고는 정작 카메라가 보이지 않자 다시 냉정한 태도로 형사에게 “어디까지 했죠”라고 쏴붙였다는 군요.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모든 것이 다 정확한 지적들이겠지만, 저는 ‘소시오패스’에 대한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소시오패스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교묘하게 숨어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소시오패스들은 대부분 자신이 양심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자신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도 다 그걸거라 여깁니다. 심지어 소시오패스들 중 상당수는 가족사랑이 아주 강하기도 합니다.

 

한 심리학자는 “직위를 이용해 인턴 엉덩이를 만진 뒤 뉘우치기는커녕 교묘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는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씨, 29만 원밖에 없다며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동정심에 호소한 전두환 전 대통령도 넓은 범위에서 소시오패스”라며 “그나마 이들은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소시오패스 커밍아웃’을 한 셈이지만 여전히 정재계 등 사회 유력 분야에 똑똑한 소시오패스들이 숨어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또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정체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세월호 주변엔 과연 소시오패스가 누구였을까요. 청해진 오너? 해피아? 선장? 관피아?

 

차라리 지능이 낮은 소시오패스라면 자신의 모습이 금방 드러나지만, 문제는 IQ가 높은 경우입니다. 교묘하게 자신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사회 시스템 곳곳에 숨은 소시오패스야 우리가 어쩔수 없다 해도, 최소한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소시오패스는 찾아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이런 방법이 있습니다. 권력을 줘보면 됩니다. 작은 팀이라면 일시적으로 팀장을 맡겨보는 겁니다. 비교적 단시간내에 진심의 품성을 볼 수 있습니다. 견제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의 모습이 한 인간의 진짜 모습입니다.

 

얼마전까지 경영학계에선 ‘한명의 천재가 수십만명을 먹여살린다’며 인재 영입에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주장이 나옵니다. 한명의 천재를 찾기 위해 애쓰지 말고 조직속의 소시오패스를 걸러내자.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연봉 수십억을 줘야 하지만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소시오패스를 찾아내는 일엔 돈이 들지 않습니다. 몸값비싼 인재를 영입하는 것보다 ‘문제적 인물’을 솎아내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모임이나 조직 내에 소시오패스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사는 인생들이니 그 사람을 버릴 수는 없고요, 같이 가되, 절대 ‘완장’은 채워주지 말아야 합니다. 소시오패스가 완장을 차는 순간 그 모임이나 조직은 생지옥이 됩니다. 소시오패스는 소시오패스를 알아봅니다. 대부분 아부 같은 걸로 완장을 차게 되면 아랫사람도 자신이 한 것처럼 자기에게 아부떨기를 바랍니다. 아래의 또다른 소시오패스가 그 아부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겠죠.

 

이미 소시오패스가 직장상사라구요? 당하지 않고 싶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절대 굽신거리지 마세요. 그들은 약자에게 강합니다. 마치 든든한 ‘빽’이 있는척, 믿는 구석이 있는 척 당당하게 대하십시오.

 

그래도 자꾸 지랄(?)하며 괴롭힌다고요? 말로 세게 나가면 그걸 역이용해 ‘하극상’이라 몰아 붙이며 괴롭힐 거 같다고요? 특히 공무원 세계에서는 예절바르지 않은 말을 하게 되면 나중에 계속 꼬투리 잡히기 십상인데요. 그럴땐 눈빛으로 승부를 거세요. 똑바로 째려보는 겁니다. 제가 겪어본 소시오패스들은 대부분 공허한 눈빛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말 하지 말고 강하고 확실한 눈빛으로 똑바로 보세요. 그들은 이런 눈빛을 두려워합니다.

 

소시오패스를 직장상사로 모시고 있거나, 손님으로 응대하거나, 그래서 괴로운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래도 염려스러운 건 지금 한국사회가 이미 소시오패스들의 천국이 돼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겁니다. 

 

 

 

 

 

2 thoughts on “세월호의 소시오패스

  1. 그림처럼~

    글을 계속 읽어 내려가면서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우리들의 자화상’ 이 떠 올랐어요. 그런데 결론 부분에서 그것을 강조하셨네요*^^ 저의 생각에는언어 자체에 이미 ‘개인’과 ‘사회’가 뗄 수없는 관계속에서 그런 문제적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것을 담고 있다고 보았을 때, 강조하신 한국사회의 ‘정신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국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성찰의 시간을 갖고 조금 느.리.게 가도록 제안하는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이성으로 쓴 매우 의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
    여담: 맑지 않은 ‘공허한 눈빛’을 감춘 듯한 image의 #8은 저의 눈이 나빠서 여자사람인지 남자사람인지 구분 할 수가 없어요 ;)

  2. 이문순

    동감합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병들었음을 알게 해주는군요. 그렇다고 정부도, 청해진도, 유병언주위의 구원파도, 막말하는 정치인과 목사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우리의 사랑없음을 탓해야지요. 우리의 어리석음과 이런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잊고싶고 외면하던 우리의 무관심 내지는 현실 부적응을 탓해야지요. 우리 모두는 필자의 말대로 ‘소시오패스’성향의 미개한 백정 국민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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