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원 채용하다 식겁…’평판조회’의 무서움을 절감하다

카테고리 : image + insight | 작성자 : 냉면원샷

김포시의 한 아파트. 미쿡(?)까지 가셔서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고위공직자 분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밖의 취재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평판조회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사진=변00기자>

 

#1
며칠전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습니다. 옆테이블에 앉아 식사하시던 분이 혹시 “000?”라며 제 이름을 물어오셨습니다. 저도 낯은 익는데 누군지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000?”라고 답할 수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 군 복무를 사병으로 강원도 양구에서 할 때, 저보다 4개월 가량 먼저 입대한 군대 선임병이었던 겁니다.

 

반가웠지만 꽤 당황스럽더군요. 저보다 연하이신 분이고 또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잠시 짬을 내 근처 휴게실에서 차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잠시 나눴습니다. 어색하고 어렵기는 그 분도 마찬가지 였는지, 서로 간단히 명함만 주고 받고 헤어졌습니다.

 
“살아있다면 우연히라도 만난다”는 말이 신기하게 잘 맞는 것 같아 평소 연락을 주고 받는 군대 친구들(주로 후임병)에게 카톡으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들이 돌아오더군요.
“한 대 패 주지 그랬냐”
“전화번호를 달라. 당장 전화해서 욕을 해 주겠다”
“우연히 만났다니 신기하다. 하지만 나는 그닥 만나고싶지 않다” 등등

 
워낙 오래된 일이라 전 다 잊고 있었는데, 곰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분… 참 고약한 고참이더랬습니다. 군대에서 편해봐야 얼마나 더 편하겠냐만, 늘 자기 편한 것만 좇고 그게 잘 안 될 때마다 후임병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단체 집합을 해 얼차려를 주곤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런 기억 떠 올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같이 차를 마시면서도 그리 어색하고 덤덤했던 이유가 그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2
3~4년 전쯤, 회사의 모 부서에서 근무할 때입니다. 경력사원을 뽑는 시기였는데, 회사 인사팀에서 ‘평판조회(reputation reference)’ 의뢰가 저희팀에 들어왔습니다. 모두 5명이었는데, 팀원 중 이들을 직접 아는 이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6단계 분리이론(전세계인이 6명만 거치면 모두 관계로 얽혀있다는 미국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이론)’ 처럼 사람들을 찾아 나서니 모두 연결이 되더군요. 저도 한명을 맡아 평판조회를 진행했는데, 이 분은 미국에서 살다오신 분이라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스펙도 좋고, 영어실력도 출중하고… 무난한 분 같아 굳이 평판조회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다가 경력난에 한 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주00일보’ 근무.
15년 전 이 회사에 취업돼 미국으로 이민 가신 학교 선배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몇년 전 모친상을 당해 입국하셨을 때 뵙고는 연락도 도통 닿질 않는 분이었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이 선배가 쓴 기사를 찾아 나섰습니다. 네이버에는 없는데 구글로는 잡히더군요. 기사 끝에 있는 이메일로 연락을 넣었죠.

 
답신이 하루만에 왔습니다. “이렇게라도 연락이 되니 참 신기하고 좋다”시면서요. 그런데, 부탁을 드린 평판조회에 대해선 얼버무린 답변이었습니다. 같은 팀에서 1년 일했다고만 하시고요. 전번을 알려달라고 해 다짜고짜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말씀을 안 해 주세요…?”
“아니 그걸 어떻게 얘기해? 난 노 코멘트(No comment)야”
“움… 곤란하신가보네요. 그럼 이런 질문을 드려볼께요. 형님이 저라면 이 사람 추천하시겠어요?”
“푸하하… 이거 꼼짝없이 말을 해야 겠네.. 내 대답은 이거야.. ‘절대 아님!!!’ ㅋㅋㅋ”
“………?”
“개별 능력은 뛰어난데,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하기 힘든 스타일이야. 협업이 잘 안 돼”

 
인사팀 보고서에는 선배의 멘트를 그대로 넣었습니다. 물론 회사는 이 분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3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 중앙언론사 정치부장을 초정해 저녁을 먹으면서 “앞으로 인사위원회에서 다면적으로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인사를 철저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평판까지 포함된 인사 파일을 강화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경환 신임 원내대표도 “인사에서 주변의 평판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주변의 평판을 다양하게 들으면 인사 실패 확률이 낮다”고 했습니다.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씨의 인사 문제를 염두에 두고 나온 말들입니다. 윤씨를 인사할 때 여야 막론하고 언론사 기자들까지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 그리 강조했건만 대통령이 밀어붙여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을 잘 못 썼다고 후회를 많이 합니다.

 
윤씨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일제히 “내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 대변인이라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으려 그동안 말을 자제했지만, 나중에 기자들의 폭로에 따르면 출입기자들에게 폭언도 자주 했다고 합니다. 본인이 언론사 선배라면서 출입기자들의 기사 등에 대해 비아냥 거리기도 부지기수. 한마디로 제대로 된 인격조차 갖지 않은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고 하네요.

 
권력자가 되면 주변인들의 충고나 직언이 귀에 잘 안들어온다고 합니다. 아랫사람들의 지나친 염려도 있고, 소극적인 태도가 싫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일제히 “이건 아니다”라고 한다면 정말 그건 아닌겁니다. 밀어붙인다고 뚫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죠.

 
#4
남들이 뭐라거나 자기의 길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뚜벅뚜벅 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상, ‘타자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주체적인 자존감 없이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타인을 신경 안 쓰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을텁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보다 우리 자신을 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확하게 보는 건 타자의 시선일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을 만드는 과정 또한 저 혼자 스스로 하는게 아니라 타인에 의해 규정디고 세팅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니 더욱 중요한 건 제 스스로의 주인의식과 타자의 시선을 적절히 받아들이는 균형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회사 동료 선후배 분들과 이런 얘기를 가끔 나눕니다. 만약 내가 회사를 옮긴다면(물론 그럴 리는 없습니다), 그 쪽 인사팀에서 내가 일했던 부서나 팀의 동료들에게 평판조회가 들어올텐데, 그럼 이분들이 나에 대해 뭐라 할 것인가?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해 줄 것인가, 아님 “노 코멘트”라는 소리를 하실까요? (헤드헌터 업계에 따르면 평판조회 시 ‘노 코멘트’가 사실상 최악의 답변이라 하더군요)

 
상상만 해도 소름이 오싹 합니다. 제 자신을 규정하는 건 제 스스로가 아니라 절 아시는 타인의 시선일 수 있다는 이 불편한 진실에요. 주변의 모든 분들을 항상 예의 바른 행동으로 대하고, 또 행여 이기적인 짓으로 밉상을 받아서는 안되겠습니다. 도움은 못 될망정 절대 폐를 끼치면 안되겠지요. 나이가 먹어갈 수록 몸을 낮추고 겸손해져야 겠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늘 다른 분들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이겠지요.

8 thoughts on “경력직원 채용하다 식겁…’평판조회’의 무서움을 절감하다

  1. 지명행자

    좋은 글입니다. 공감합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누구를 의식해서 몸조리를 하기에 앞서 그러한 인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맨인블랙

    공감합니다.
    나를 판단하는 건 타인의 시선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새로운시선

    한 집단 무의식에서 깨어 있는 사람도 평판이 나쁠수 있습니다.
    전직장에 물어봤더니 “그사람 별로야”.” 문제 있어.” 했지만, 막상 그 집단에 들어가 보면 문제 투성이를 가지고 개인의 안위만 챙기고 있는 상황일 수도 있는거지요. 개인보다 무서운건 집단이 가지고 있는 세계입니다.
    설사 개인이 그러하였더라도 십수년전 일이고, 그사이 사람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모르는데 한가지 평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4. 인사전문가

    요즘도 평판조회하는 무식한 (?) 사람이 있나요?
    평판조회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은, 그 조언을 해준 사람의 꼭두각시인가요? 그사람이 죽으라고 하면 죽을건가요?
    그리고 사람이랑 A랑은 안맞아도 B,C,D,E등 다른사람들과는 매우 잘맞는 사람들도 수두룩한데…그 한사람 때문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떤 사람을 무조건 선입관과 색안경을 쓰고 볼건가요?
    한심하군요.
    특히나, 우리나라는 평판조회하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습니다.
    서양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서양인들이 하니깐 좋은가보다 하고
    남따라 장에 가네요.. 푸하하..

  5. 인사전문가

    30년, 40년 수십년을 한집에서 같이 살아도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런데, 겨우 수개월 또는 수년동안 같이 근무한 사람을 어떻게 알겠어요?
    게다가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해도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이라고 텃새를 부리거나, 너무 능력이 뛰어나서 또는 잘나가서 배아파하고 시기를 하거나 등등
    여러가지 사유로 집단적 왕따를 하는 경우가 셀수도 없이 많습니다.
    조직의 힘으로 한명 바보만드는 것은 식은 죽먹기입니다.

    당신의 와이프를 고를때도 당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와이프와 잠시 같이 근무한 직장 동료의 말을 믿고 결혼여부를 결정하시겠습니까?

    그러니, 단언컨데, 한국에서 평판조회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이자
    오히려 좋은 인재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으므로 안하는 것이 낫습니다.

  6. 육각수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모든 것 다 믿을 수가 있습니까? 한신… 항우는 한신의 평판을 익히 듣고 무시했죠. 겁쟁이…
    비굴한 인간… 그리고 출신… 사람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리는 평가도 있을 수 있는 거고.

    옛날에 도적질 많이 했다고 세월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옛날 솜씨 발휘해서 계속 도적질 하겠습니까? 능력도 많이 부칠 것이고…

    사람…못 만날 인연인데도 만난다면…? 악연은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윤창중… 개인의 탓으로만 전부 돌릴 수가 없죠.
    술 탓… 그리고 너무 젊고 미모의 여인을… 재색겸비까지…

    머나먼 미국에 있으면 탐이 나지 않겠습니까? 정조 지킨다고 은장도를 보지 못하게 품에 숨기고 있는 시대도 아니고…절제력이 부족했고 자제력을 잃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게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은…
    제1호 인사라고 하는데… 박지만과 친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사람 알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르게 안다는 것이…
    윤창중이는 예전에 성공을 많이 한 기억이 있겠지요.
    재수 없게 미국이라서 실패의 쓴맛을 본 것 같습니다.

    신세가 곤궁하면… 평판도 같이 사라집니다.
    흥선대원군… 상가의 개 노릇…
    일부러 그렇게 했다? 속이기 위하여…
    글쎄요. 속인다고 속여지겠습니까? 잠시라면 몰라도…
    난을 그리는 솜씨는 당대 으뜸이었다고 하는데… 그러면…
    난 그림 한 폭이라도 구하려고…

    의문이죠. 사람의 평판이라는 것도.
    저는 평판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영악한지…그것은 잘 압니다.
    그렇게도 영악한 사람들이 한 밑천 잘 잡는 경우가 드문 것 보면…

    평판 면접에 떨어진 사람은 정보에 어두웠던 것 같습니다.
    알았더라면…직접 글쓴이 댁을 방문하여 정중하게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면…?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인데…완벽하지 않습니다.

    ps : 미쳤던 사람… 미친 창중이 이야긴 왜 꺼냅니까? 전 망각이 남보다 심한 편이라서 잊고 지냈는데… 사람들에게 잊히기를 원하는 사람(사람들)에겐 그렇게 해주는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7. 흠흠

    저도 평판 조회가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겼던 학교 동기B가 전화해서 같은 팀에서 일하던 A에 대해 묻더라구요. A란 작자가 솔직히 같이 일하기 싫은 타입이여서,, 평판 조회가 들어오자 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아 A가 이직생각이 있구나. 빨리 우리 회사에서 나가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속마음과는 다르게) A에 대해 마구 칭찬을 했죠!
    그런데 나중에 평판 조회를 의뢰했던 B한테 원망을 들었습니다. “야 너 우리회사에 똥 보내려고 하면 어떻해..” 하구요.. 다른 루트로도 A에 대한 평판조회를 했는데, 제대로 된 의견(A의 그지같은 인간성)을 들었나 보더라구요.
    결국 A는 우리 회사에 계속 남아 있게 되었구요..
    평판조회한 B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도 도저히 A랑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딴 회사로 보내버리고 싶어서 거짓된 답변을 했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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