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마지막 선물…그릇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 : image + insight | 작성자 : 냉면원샷

청와대는 1년에 두차례, 그러니까 설과 한가위에 관계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냅니다.

 

추정컨대, 선물에도 ‘등급’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며칠 전 이런 선물을 봤습니다. 2월25일 새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정식으로 임기를 시작하니, 이제 채 20일도 안 남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내는 진짜 마지막 선물일 듯 합니다. (지난 가을 추석을 앞두고 저는 ‘MB의 마지막 선물’이란 제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이번이 ‘진짜’ 군요 ^^. 사과드립니다.)

 

한가위 때 선물은 가을이라 그런지 주로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인데 비해, 설 선물은 자체 브랜드를 가진 국내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제품이 많습니다.

 

이번 설 선물은 어떨까요.

포장지는 여느때와 같이 보라색 바탕에 금색 마름모 무늬. 가운데에 대통령의 상징 봉황이 새겨진 금장 스티커가 붙어있습니다.

포장지를 벗겨내니 금색 상자가 나옵니다.

 

한식용 식기네요. 백자도기 세트. 구성품은 주발(뚜껑)이 있는 밥그릇 2 + 국그릇 2 + 물컵 2 + 수저받침 2 입니다.

 

MB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 중 하나가 ‘한식의 세계화’ 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이 말이 쏙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음식전문가들은 “처음 사업방향이 잘 못 잡혔다”고 지적합니다. 한 나라의 음식은 메뉴나 맛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음식의 문화이고, 그 땅에서 나고 익힌 식재료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한식은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이라고 알려지면서도 국내 한식관련 사업은 그닥 매출에 도움이 안된다고 합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일부 메뉴를 알리거나 뉴욕 등 주요 중심가에 고급 한식당을 만드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의 베트남 쌀국수집을 생각해 보시죠. 숙주나물은 국내산, 고기는 호주산, 냉동새우는 태국산을 쓴다 해도 쌀국수나 간장 등은 베트남 산을 씁니다. 그런데 한식은 어떨까요. 밥은 미국산이나 중국산 쌀인 곳이 많습니다. 한국산은 기껏해야 간장이나 고추장 정도 일텐데, 그나마 중국산 미국산 콩이나 고추로 만들죠. 한식의 세계화가 농가에도 별 도움이 안되고 있습니다. 소고기도 당연히 한우 말고 미국산이나 호주산이겠죠?

 

현지의 사업자는 한식을 통해 돈을 벌려 할 뿐입니다. 대신 식재료만큼은 꼭 한국산을 쓰도록 하는게 방법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가요. 김치만 해도 비싼 고급시장은 일본산이, 저가 시장은 중국산이 잡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얘기가 겉돌았습니다. 식재료만큼 한식의 세계화에 일조할 만한 아이템이 또 있었는데, 바로 식기가 아닐까 합니다. 최근엔 세계적인 식기업체 로열코펜하겐이 ‘한식세트’를 만들어 홍보해 충격을 주고 있죠. 저도 봤는데… 저 그릇에 밥이 담기면 참 맛나겠다는 생각이…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전언에 따르면 ‘일상의 한국음식이 확실히 살 것 같다’라는 겁니다.

 

<로열코펜하겐 한식기 세트. / 황교익씨 블로그에서 펌>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식기 브랜드는 코렐이 아닐까 합니다. 한때 혼수품이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포트매리온 등이… 그런데 이 브랜드들은 결코 한국형 식기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수입업자들이 스튜그릇을 밥그릇으로, 스프그릇을 국그릇으로 해서 세트를 구성해 혼수품 등으로 판매해왔습니다. 자칫하면 한식이 세계적으로 유행한다 해도 국내 식품관련 산업은 아무 재미도 못보고 외국 업체들만 신날 수도 있겠습니다. 이들에게 한식이야 말로 새로운 사업처 즉 ‘블루오션’인 셈이죠.

 

한식에 가장 맞는 그릇은 방짜유기(놋그릇)라는 분도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음식맛을 가장 잘 살려주니까요. 하지만 유기는 지나치게 무거운데다 때를 닦아내기가 어려운 등 관리상의 문제가 있어 과연 세계화가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록 밥그릇 국그릇 뿐이었지만 이 그릇세트가 반가웠습니다. 단순하지만 정갈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품위도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우리 밥그릇 국그릇이라면 고봉밥을 담았던 느낌, 사발의 둥근 느낌이 좀 적습니다. 원통형을 납작하게 자른듯한 스타일.병원급식에서, 학교급식, 대중식당에서 자주 보는 플라스틱 그릇을 도자기로 재생한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 이유는 뭘까요.

 

1970년대에 밥 적게 먹기 운동을 하면서 등장했던, 스텐레스 공기밥 느낌이… ㅠㅠ 이당시 이렇게 납작한 원통형을 선호했던 이유는 그릇 여러개를 쌓아두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란, 한 시대의 필요성 같은게 녹아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게 오래되다보면 마치 원형처럼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거죠.

 


어느 회사의 제품일까요? 행남자기이군요. 청와대 납품이라면 당연히 한국도자기인줄 알았습니다.

 

 


학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앙증맞고 아기자기 합니다. 마음에 들어요. 이상입니다.

6 thoughts on “MB의 마지막 선물…그릇에 대한 단상

  1. sosopaeng

    한식은 조리 과정이 좀 복잡해서 시간이 퍽 걸릴 것 같고 …

    그런데 백도자기 세트 참 맘에 듭니다.

  2. 그림처럼~

    그릇이 매우 아름답네요 *^^
    .
    한식 세계화는 이루어야 하는 것이지만 쉽지는 않죠. 성공적인 사례들을 case study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세계화를 하는 방향이 product development에 너무 많이 촛점이 맞추어져 있고 가장 중요한 stakeholders/players 이기도 한 farms, farmers가 소외된 정책이 문제점이기도 하구요. 한식세계화는 community development 차원에서 소규모 farms, farmers들과 연관된 business를 하는 분들이 cluster를 이루어 farms/farmers가 살고 있는 그 지역에서 작은 것부더 시작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구요.
    .
    Thanks

  3. 박영규

    저도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의 설 선물을 받았는데 행남도자기 좋더군요.

  4. 류성렬

    한식세계화! 이루어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시작은있섰으나 결과가 없군요 .
    국격을 한단계 업그레드한 업적 잘하신일입니다
    자연인으로의 귀화 이제부터가인생의 사는진면모, 좋은일만 있길 기원합니다.

  5. 김철민

    “주발(뚜껑)이 있는 밥그릇”이라고 하셨군요.

    ‘주발’은 ‘뚜껑’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뚜껑이 있는 놋쇠 밥그릇’이 주발이지요.

    주발(周鉢) [주발]
    [명사] 놋쇠로 만든 밥그릇. 위가 약간 벌어지고 뚜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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