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같은 사랑은 / 이경식
백치 같은 사랑은
기다리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백치가 될 줄을 알아야 하는 거다
바보처럼
이유없이 좋아할 수 있어야
나도 몰래
설레이기도 하는 법인데
때로는 소년처럼 가슴이 뛰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처럼 마음이 젖기도 하며
내리는 빗물처럼 그렇게
흐를 줄도 알아야 하는 거다
영원한 삶도 아니고
특별한 생명도 아닐진데
지금 이 시간
왠지 그리워지고 더욱 아쉬워지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느끼고 싶다는
가슴 뜨거울 고백,
사랑을 품은 꽃망울엔 햇살이 반짝이고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엔 온 몸이 흔들리며
사랑의 향기 가득했던 어느 곳에선
이름모를 꽃잎이 한 장
날리고 있는데
…그렇다
바보처럼
이유없이 좋아할 수 있어야
나도 몰래
설레이기도 하는 법인데
백치 같은 사랑은
기다리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백치가 될 줄을 알아야 하는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