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3년 있다가 한국에 왔을 때 공중도덕과 관련해서 가장 거슬렸던 것은 공공장소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내용이었다. 버스, 지하철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습관’이 그렇게 거슬리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휴대전화 사용습관이 말
많은 10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30대, 40대 직장인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울산으로 취재를 갔다가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데 울산에 있는 공장에 출장을 갔다
서울로 돌아가는(워낙 휴대전화로 자세하게 이야기하길래 듣고 싶지 않아도 다 알게됐다)
30대 중반의 남자 회사원이 버스 출발과 함께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몸이 피곤해서
잠을 한숨 청하려고 했는데 바로 뒤에서 회사 동료와 회사업무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일에 이르기까지 않고 떠들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끊겠지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정확히 15분째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뒷쪽을 바라보면 눈을 흘기면서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러자
바로 전화를 끊지는 않고 2분쯤 있다가 끊었다. 그래서 이제는 됐다 싶어 안심했는데,
또 8분쯤이 지나자 입이 근질거렸는지 또 온갖,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도저히 참기 힘들어, 고속도로 상이었지만 운전기사에게 가서 정식으로
항의를 했다. 그리고 ‘시끄럽게 계속 떠들고 있는 승객을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운전기사는 처음에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내말을 알아듣고, 차내에 방송을 했다. 다른 승객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삼가해달라고.
그제서야 무례한 이 친구는 휴대전화를 껐다.
미국인도
말 많은 사람인지라 휴대전화 통화를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 만큼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휴대전화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장거리
버스의 경우 ‘긴급상황이 아니라면 휴대전화 통화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적혀있고, 비교적 잘 준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위반자가 있으면, 바로 운전기사가
경고방송을 한다.)그리고 다행히 뉴욕지하철은 아예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서울지하철도 휴대전화 통화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했으면 매일 매일 내 출근시간대가
얼마나 평화로울까 하는 꿈도 꿔본다)
그런데
나도 적응이라는 생물학적인 특성인 지닌 생물체인지라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통화에
많이 적응이 돼 있다. 그리고 심지어 지하철안에서도 짧은 통화는 지하철 한쪽 구석으로
가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별다른 양심의 가책없이 하곤한다. 그런데 어제 정말 지하철안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었다. 어제는 40대 후반의 직장인이었다. 지하철에 타자마자
메모장을 꺼내더니 아예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구매가 어떻고, 프로젝트가
어떻고, PT가 어떻고,,," 한참 회사업무를 모바일로 보더니, 끝나자 다음 전화번호를
돌렸다. 함께 타는 30분 동안 쉼이 없었다. ‘참으로 열심히 일하는 구나’라며 가능한
참으려고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더이상 참기 힘들어서, 비록 좌석이 아깝기는 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고 말한다. 얼마나 목소리도 우렁찼던지, 성량이 지하철 기계음보다
컸다.
휴대전화
통화에서 가장 독특한 습관을 보이는 국가가 일본이다. 언젠가 일본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할 일이 있었는데, 동료가 전화를 받자마자 갑자기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통화가 길어지자, 이 동료는 "지금 버스안인데,
전화를 끊자. 버스에서 일단 내린 뒤 바로 전화를 걸겠다"고 말했다.
이
동료는 "일본은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 거의 ‘한심한 족속’으로
간주한다. 방금 전 서울에서 전화가 걸려와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는데,
주변 모든 승객의 싸늘한 눈초리가 내게 쏟아져 들어와 결국 도중에 버스에서 내린
뒤 통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얼마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라는 잡지에서 휴대전화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컴퓨터, 인터넷, TV는 전 세계가 공용어인데 휴대전화에 해당하는 말은 전 세계가
다른데 그 만큼이나 휴대전화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극장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보다 나쁜 일로 인식되며, 방송에 계속 휴대전화사용금지를 알리는 내용이 나오고,
도처에 휴대전화 사용금지 경고판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민족성 때문이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선 음성통화보다는 문자보내는 문화가
일찍부터 발전됐다고 한다. 2002년 기준으로 일본 휴대전화 사용자가 한달 평균 통화시간이
181분이었는데 2009년에는 133분으로 줄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말보다 침묵을 중요시하는 전통이 있는 독일의 경우 한달 평균 통화시간이 89분으로
더 작다. 이는 휴대전화 망부족으로 ‘가능한 짧게 통화하자’는 캠페인탓이기도 하지만,
휴대전화에 비해 전화요금이 싼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독일의 검소한 생활습관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이
많은 미국은 한달 평균 통화시간이 788분이다. 일본, 독일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요금체계 변수가 있다. 미국 휴대전화는 걸 때 뿐만이 아니라
전화를 받을 때에도 돈을 내야 한다. 휴대전화요금에 ‘걸려온 전화요금’도 포함돼
있는 만큼 다른 국가에 비해 휴대전화요금에 표시되는 통화시간이 길 수 밖에 없다.(미국에선
별로 친하지 않은, 다른 사람 휴대전화에 전화걸 때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명함에 휴대전화번호를 보통 넣지도 않는다) . 그리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은 자신의
승용차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도 휴대전화 통화시간이 높다는 것과 관련돼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출퇴근은 물론 움직일 때마다 차로 이동해야 하는 미국인의 특성성,
차에는 타인이 없기 때문에 , 마음 놓고 휴대전화 통화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대륙이나 다름없는 큰 땅덩이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지만, 비행기로 6시간이
걸리는 뉴욕에서 LA로 통화를 해도 같은 요금이 적용되는 요금체계도 휴대전화 사용을
높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조사
대상 중에서 가장 휴대전화 통화가 많은 곳은 푸에르토리코였다. 세계 최고기록인
1875분. 한 달 평균 30시간이다.
이는
한달에 40달러만 내면 미국과도 무제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요금체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푸에르토리코 사람들 중엔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스페인사람의
경우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오면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음성메시지로
넘어가도록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스페인에선 음성메시지로 통화가 연결되게
하는 것은 친구나 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독일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무례하다고 보기 때문에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상당히 공격적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휴대전화 에티켓이 나쁘다는 점 때문에 시비가 붙어 사람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유즈베키스탄은 좀처럼 공공장소에서 통화를 하지 않는데,
경찰이 듣고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인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휴대전화통화를
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면 그 사람이 사업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작년 상해를 간적이 있는데 전망타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올라 갈 때 가이드가 그 명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 있던
중국남자가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더니 가이드설명보다 더욱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이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참고로
휴대전화는,,미국에선 cell phone, 독일에선 ‘핸디즈’, 중국에선 쇼지(갖고 다니는
기계), 일본에선 케이타이(당신이 당신과 함께 갖고 다닐 수 있는것)라고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선 표기법상 올바른 용어는 ‘휴대전화’인데,
일반적으론 휴대폰과 핸드폰이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