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동물기 여우편을 통해 본 나의 동심은?

< 시튼동물기 제 1편 > 동물을 좋아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은 당연히 시튼 동물기다. 그 책은 어릴 때부터 무척 좋아했던 책이다. 다양한 야생동물은 물론 집에서 키우던 개에 이르기까지 많은 동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재미있게 책으로 초등학교 시절 몇 번씩 보고 또 보았다. 그런데 어릴 때 많이 읽던 그 책을 40대가 된 요즘에도 주말이 되면 다시 꺼내 읽고 또 읽는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의 과제 중에는 자율독서기록장이라는 게 있다. 초등학생들 스스로 책을 읽고 감명 깊은 부분을 적거나, 자신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는 그 중에서도 특히 시튼 동물기를 읽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주말을 끝으로 이제 우리집에 있는 어린이용 시튼 동물기 2권에 있는 에피소드는 다 읽었다.

 

 < 붉은여우가 졸고 있는 모습. 2012년 어린이대공원 >

 

아이와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것은 ‘스프링필드의 여우’로 영리한 여우 부부 한쌍이 귀여운 여우 새끼들을 키우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의 도입 부분은 매우 재미있다. 하지만 뒷부분에는 비극적인 반전이 있다. 아빠 여우는 열여우를 증오하는 농장 주인의 총에 맞아 죽고, 세마리 여우 새끼들은 농장 일꾼들의 삽에 도륙이 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붙잡혀 온 여우 새끼는 비참한 노예신분으로 지내다가 이를 보다 못한 어미 여우가 물어준 준 독극물이 묻은 먹이를 먹고 죽고 만다. 비극도 이 정도 비극이면 슬프다 못해 애가 닳는 것 같다.

 

 < 우리나라의 토종 여우 >

 

큰 아들은 아빠와 함께 읽은 스프링필드의 여우 이야기를 듣고, 의미심장하면서 동심에 가득찬 질문을 하나 했다. “아빠, 왜 시튼은 사람들에게 묶여 있던 여우 새끼를 풀어주지 않았어요. 엄마 여우가 매일 와서 목에 묶여 있던 쇠사슬을 갉아서 자기 새끼를 데리고 가려고 했잖아요. 시튼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미워하는 사람 같아요. 시튼은 나쁜 사람 같아요”라는 내용이었다. 

 

“여우가 늘어나면 농부(정확히는 시튼의 삼촌)가 운영하는 양계장의 닭들은 남아나지 않을거다. 영리한 여우는 개들을 가지고 놀고, 그 농장의 닭들도 이미 수십마리 잡아 먹지 않았느냐?”고 내가 아이들에게 말을 했지만 큰 아이는 여우 가족의 비극 때문에 쇠사슬에 묶여 있던 여우 새끼를 풀어주지 않은 시튼을 계속 비난하였다.

 

나는 아이와의 대화가 평행선을 계속 달리자 ”아이들의 마음과 어른들의 마음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큰 아들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였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는 양계장을 운영하는 시튼의 삼촌과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게 세월의 무게이고 흐름인가?”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동심과 순수함을 다 잃어버린 어른이 되고 말았다. 마치 사슬에 묶인 여우 새끼를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던 시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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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시튼동물기 여우편을 통해 본 나의 동심은?”

  1. 레이 7월 9, 2013 at 9:19 am #

    시튼의 동물기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실화라는데서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습니다. 주인공들은 사람처럼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리왕 로보/ 스프링필드의 여우엄마 빅슨/ 회색곰 와프/미국너구리 웨이아차 등등 동물에게도 이름을 붙여줍니다. 마침내 야생동물이 명작의 주인공이 된것입니다.

    그리고 시튼은 인디언(정확하게는 미국원주민)을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던 시대에 인디언들과 친구로 살았던 사람이고 그의 작품에는 많은 인디언이 등장합니다.

    인디언에 대한 애정이 깊엇던 시튼은 인디언의 생활을 모방한 보이스카웃을 창안하게 됩니다.
    여러모로 그는 시대를 훌쩍 앞서 살아간 멋진 작가이며 화가이자 사냥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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